가임기의 여성에게 생리는 매달 겪는 당연한 일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생리주기가 아닌데 출혈이 있거나, 생리량이 과도하다면 자궁 건강의 이상을 알리는 신호가 될 수 있다. 개인차가 있지만 여성의 정상적인 생리 주기는 21~35일이며, 출혈량은 30~80㎖의 정도다.

민트병원 부인과센터 김하정 원장
만약 별다른 이유 없이 탐폰이나 생리패드에 모두 흡수되지 않을 정도로 갑자기 생리량이 늘거나, 생리 기간이 1주일 이상 지속되거나, 지름 3cm 이상의 핏덩어리가 나오거나, 혈액검사 결과 철겹핍성 빈혈 등이 나타난다면 비정상 자궁출혈을 의심해볼 수 있다.
비정상 자궁출혈은 자궁근종, 자궁선근증, 자궁내막암, 자궁경부암 등 부인과 질환이 원인이 돼 발생할 수 있다. 만약 특별한 원인 질환 없이 호르몬 이상으로 평소보다 생리량이 많아졌거나 이상 출혈이 발생한다면 기능성 자궁출혈로 볼 수 있다.
원인질환 중 하나인 자궁근종은 자궁 근육층에 생기는 양성종양으로 생리과다, 빈혈, 부정출혈, 생리통, 빈뇨, 복부팽만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여성에게 가장 흔한 자궁질환 중 하나로 가임기 여성의 40~60%에서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궁선근증은 자궁내막조직이 자궁의 근육층에 파고들어 증식하는 질환이다. 침투한 자궁내막 조직이 주변 자궁근층의 성장을 촉진해 자궁이 임신한 것처럼 커진다. 임신 12주 정도 크기까지 자궁이 커질 수 있다. 주요 증상으로 자궁벽이 두꺼워지고 단단해져 생리통이 심해지고 생리 과다, 빈혈, 골반통, 배뇨장애 등이 동반된다. 자궁근종보다 임신에 더 직접적인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
자궁근종이나 자궁선근증은 특히 진단 시기가 중요하다. 초기에 발견한다면 자궁을 직접 절제하지 않는 보존적 요법으로 가임력을 보존할 수 있어서다. 대표적인 자궁 보존 치료로 복강경 근종 절제술, 자궁경 근종 절제술, MR하이푸, 자궁동맥 색전술 등이 있다.
만약 가임기가 아닌 폐경기 이후에 질 출혈이 나타난다면 자궁내막암을 의심해볼 수 있다. 보통 한국 여성은 12세 전후로 초경을 시작해 49~51세에 폐경을 맞는다.
민트병원 부인과센터 김하정 원장(산부인과 전문의·의학박사)은 “폐경기에 접어들어 1년 이상 생리가 없으면 완경 단계로 볼 수 있는데, 이 단계에서 질 출혈이 나타나면 자궁내막에 이상이 생겼음을 알리는 신호”라며 “보통 자궁내막암 환자 10명 중 9명에서 질 출혈이 동반된다는 선행 연구결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자궁내막암은 태아 착상에 필요한 자궁 안쪽 벽에 발생하는 악성종양으로 폐경기가 지난 55~60세에서 발생 빈도가 높다. 자궁내막암 초기라면 자궁절제술로 완치를 기대해볼 수 있다. 질환 초기일 경우 다른 부인과암보다 완치율이 높고 재발률이 낮아 예후가 좋다.
김하정 원장은 “폐경기 이후 꼭 암이 아닌 다른 이유로도 질 출혈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덜컥 겁을 먹고 검사를 미루지 말고 정밀검사를 받아봐야 한다”며 “모든 암이 그렇지만 특히 자궁내막암은 진단이 빠를수록 치료 성적이 눈에 띄게 개선되므로 가급적 빨리 산부인과 전문의를 찾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