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운한 국물 맛의 올갱이해장국. 경향신문 자료사진
폭염과 장마로 불쾌지수는 높지만 산과 바다, 계곡으로 떠나는 휴가철이다. 휴가에 들뜬 마음은 자연스럽게 과음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휴가철에 해장 음식의 매출도 30~40%씩 늘어난다고 한다. 이때 해장 음식으로 빠지지 않는 것 중 하나가 다슬기다.
다슬기는 워낙 흔해서 이명도 많다. 경남에서는 고둥, 경북에서는 고디·골배이, 전라도에서는 대사리·대수리, 강원도에서는 꼴팽이 등으로 불린다. 해산물을 접할 기회가 적은 내륙에서는 ‘올뱅이’ 혹은 ‘올갱이’라고도 불린다. 이 중 생산량이 많아 지역 특화 상품으로 발전한 ‘올갱이’를 다슬기와 다른 것으로 알고 있는 분들도 있지만 그냥 이명일 뿐이다.
다슬기는 흔하고 역사가 오래된 것에 비해 기록은 많지 않다. 다슬기를 먹어 봤다면 알겠지만 양반이나 문헌에 기록을 남길 만한 계층에는 까는 것은 남이 해준다고 하더라도 먹다 보면 뱉어야 하는 이물질이 있으니, 점잖게 먹을 음식이 아니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여러 정보 글에서 ‘동의보감’이나 ‘본초강목’ 등의 한의서를 인용해 다슬기의 효능을 설명하는데, 이는 한자명 해석의 오류로 논우렁이[田螺]나 달팽이[綠桑螺] 등을 다슬기로 오인한 것이다.

개울에서 다슬기를 잡는 사람들. 경향신문 자료사진
다슬기에 대한 기록은 1980년대 후반 현대의 본초서인 ‘산약본초(神藥本草)’에 “간과 쓸개를 구성하는 청색소가 부족할 때 간담도질환이 발생하는데, 그 청색소가 다슬기에 있다”는 정도다. 이 기록은 한의학적 이론인 오장(五臟)과 오색(五色) 배합의 형식으로 적혀 있지만 영양학적으로도 증명되고 있다. 다슬기는 물이끼를 먹고 살기 때문에 엽록소라고 볼 수 있는 ‘피트산’을 함유하고 있다. 피트산은 식물 종자와 견과류에서 주로 발견되는 피토케미컬의 일종으로 간에 콜레스테롤 농축과 지방산 합성효소를 줄여 주고, 암세포의 분화와 세포증식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또한 위의 공복감을 줄여 주고 전분 소화를 느리게 해서 혈당을 내려준다. 피트산의 효과가 아니더라도 다슬기는 철분을 비롯해 풍부한 미네랄로 빈혈증 치료에 도움을 주며, 필수아미노산인 라이신 성분이 풍부해 면역력을 높인다. 저지방고단백도 다슬기의 장점 중 하나로, 다이어트나 성장기 어린아이들에게 추천할 만한 음식이다.

전통시장에서 볼 수 있는 다슬기.
TIP1. 다슬기 해감=다슬기는 주 먹이가 물이끼이므로 물이끼가 없을 정도로 깨끗한 물에서는 살지 않기 때문에 꼭 해감을 해야 한다. 민물에서 살기 때문에 조개처럼 오랜 시간 할 필요는 없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야 모래나 이물질들을 충분히 배출한다. 또한 폐흡충의 중간 숙주이며 각종 기생충이나 거머리가 붙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충분히 삶은 후에 먹거나 요리재료로 이용해야 한다.
TIP2. 채취할 때 꼭 조심!=다슬기가 많이 보인다는 것은 바위나 자갈에 물이끼가 많다는 것인데, 그만큼 미끄럽기 때문에 조금만 부주의해도 크게 다칠 수 있다. 적당히 맑은 물 아래 바닥은 실제보다 얕아 보여 헛딛기 쉬운데 여기에 미끄럽기까지 하니 생각보다 사고가 많이 난다. 그래서 안전안내문자 등으로 다슬기 채취 주의라는 경고가 오는 것이고, 자체적으로 다슬기 채취 금지구역을 설정하기도 한다.
![[임성용의 보약밥상] 면역력 높여주는 저지방고단백 식품 ‘다슬기’](https://img.khan.co.kr/lady/2022/08/09/l_2022080904000013700039321.jpg)
■임성용은 누구?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현재는 사상체질을 기반으로 하는 치료와 입원 프로그램을 통한 추나치료로 정골 추나뿐 아니라 근육·인대까지 교정하는 경근 추나를 활용해 척추 질환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엘:에스 한방병원에서 원장으로 진료하고 있다. 남양주시 한의사협회 이사, 심평원 장기요양등급판정위원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