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넬 의과 대학 연구진이 일시적으로 정자의 운동을 무력화시키는 남성용 경구 피임약 실험에 유의미한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임신에 관한 남녀 간 생식 평등을 제공할 것이다.”
미국 야후 뉴스에 따르면 코넬 의과대학 연구진이 14일(현지 시각) 남성용 경구 피임약 실험에서 얻은 유의미한 결과를 내놓으며 한 말이다. 연구진이 개발 중인 남성용 경구 피임약은 수컷 쥐의 정자를 일시적으로 약 2.5시간에서 3시간 무력화시키는 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새로운 남성의 피임약 개발에 한 걸음 더 다가갔다고 자평했다.
미국 국립보건원의 지원 자금으로 실험 개발 중인 남성용 경구 피임약의 기능은 이렇다. 연구진은 수컷 쥐에게 가용성 아데닐릴 사이클라제(sAC)를 일시적으로 억제하는 화합물을 투여했다. 아데닐릴 사이클라제는 정자 세포가 수영하는 능력을 활성화해 여성 생식 기관 속 난자가 수정하는 데에 필수적인 효소다. 해당 연구로 화합물을 맞은 모든 수컷 쥐는 정상적인 짝짓기 행동을 보였으나 임신을 일으키지 않았다. 화합물을 투여받지 않은 수컷과 짝짓기한 암컷 쥐의 30%는 임신이 됐다. 수컷 쥐는 최대 2.5시간 불임 상태를 유지했고 3시간 후 정자의 운동성은 회복됐다. 24시간 이후 진행한 검사 결과 모든 쥐에게서 부작용이 관찰되지 않았으며 생식능력을 완전하게 회복했다.
이 남성 경구 피임약이 여성용 피임약을 비롯해 기존 피임약과 가장 큰 차이점은 비호르몬제라는 점이다. 이 연구의 공동 저자인 로니 레빈 박사는 “기존 호르몬 요법은 94% 임신을 예방하는 데에는 효과적이지만 피부 트러블, 기분 변화 같은 부작용이 있다”라고 말했다. 개발 중인 피임약은 또한 정기 복용해야 하는 호르몬 경구 피임약과 달리 1회 복용만으로 즉각적인 피임 효과를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우리의 연구는 남녀 두 파트너 모두에게 생식 평등을 제공할 수 있는 피임약을 개발해야 한다는 개념에서 출발했다”라며 “수년 동안 남성의 유일한 피임법은 콘돔과 정관 절제술이었다. 새로운 피임법은 여성용 경구 피임약과 마찬가지로 가족 계획에 혁명을 일으킬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진이 제시한 남성용 피임약의 기능 목표는 남자가 성 관계 직전에 약을 먹고 이후 12~18시간 불임 상태를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다. 2~3년 안에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시작하고 6~8년 안에 상용화하는 것을 계획 중이다.
유엔 성생식 보건기구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모든 임신의 평균 40%는 의도하지 않은 임신으로 보고 있으며 아시아에서도 30~40%로 추산된다. 여성 피임법은 1960년대 여성 피임약이 처음 나온 이후 경구 피임약, 응급 피임약, 자궁 내 삽입 시스템(IUS) 등이 높은 피임 효과와 함께 다양하게 발전해왔지만, 남성 피임법은 5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콘돔 사용과 정관 수술에 그쳐 피임 부담이 여성에 치우쳐 있는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