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전 세계 자궁경부암 퇴치 계획에 따르면 남녀 HPV백신 접종률이 75%를 달성할 때 HPV 16형을 포함한 대부분의 HPV 유형을 30년 안에 퇴치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제공 한국건강관리협회 부산서부지부 산부인과 전문의 고영호 원장
‘자궁’ 없는 남성도 ‘자궁경부암’ 백신(HPV)를 맞아야 한다는 전문가의 의견이 최근 대두되고 있다. 그 이유는 남성 질환인 생식기 사마귀 예방과 집단면역 형성을 위해서다.
HPV 관련 질환 중 가장 대표적인 질환은 자궁경부암이다. 자궁경부암은 전 세계에서 15~44세 여성암 사망률 4위를 기록하고 있을 정도로 치명적인 질환이다. 국내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에서 발표한 자궁경부암 연도별 환자 수 추이에 따르면 2017년 59910명에서 2021년 6만5013명으로 환자가 8.5% 증가했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비교적 젊은 3040세대 자궁경부암 환자가 35.9%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HPV를 예방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 ‘HPV백신 예방접종’
다행히 HPV는 백신 접종을 통해서 예방할 수 있다. 자궁경부암 환자의 99.7%에서 HPV 감염이 발견돼 다른 암과 달리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졌기 때문이다.
현재 병원에서 접종 가능한 HPV백신의 종류는 2가, 4가, 9가 백신이다. 2006년 첫 HPV백신이 국내 도입된 이후 10년 뒤인 2016년 현존하는 HPV 중 가장 많은 유형의 예방이 가능한 9가 백신이 출시되었다. 이 9가 백신은 HPV백신 중 생식기 사마귀를 일으키는 6, 11형과 암으로 발전할 수 있는 16, 18, 52, 58형 등을 포함해 총 9가지 HPV 유형을 커버한다. 생식기 사마귀와 자궁경부암, 항문암, 질암, 외음부암 등의 암 예방 범위도 90%로 넓다. 9가 백신은 2020년에 만 45세 여성까지 접종 연령이 확대되어 여성은 만 9~45세, 남성은 만 9~26세까지 접종할 수 있다.
남성은 생식기 사마귀 예방
일부에서는 남성이 왜 HPV백신을 맞아야 하는지 의문도 많다. 그러나 남성의 HPV백신 접종은 남성 본인의 건강관리에도 유익할 뿐 아니라 남녀 모두 접종 시의 이점이 크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전 세계 자궁경부암 퇴치 계획에 따르면 남녀 HPV백신 접종률이 75%를 달성할 때 HPV 16형을 포함한 대부분의 HPV 유형을 30년 안에 퇴치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집단면역에 더불어 HPV의 남성 질환에도 예방이 필요하다. 대표적인 HPV 남성 질환은 생식기 사마귀로 지난 10년간 3배 가까이 증가했다. 특히 비교적 성생활이 활발한 젊은 남성층(만 25~29세)에서 높은 발병률을 보였다. 남성에게 HPV백신이 중요한 대안이 되는 이유는 남성의 HPV 6, 11, 16, 18형에 대한 평균 자연항체 생성률이 7.7%로 낮기 때문이다. 이는 백신 접종 없이는 HPV 감염을 막을 길이 없다는 뜻이다.
성 경험 여부 상관없이 접종해야
성 경험이 있는 경우 HPV 백신이 효과 없다는 낭설로 인해 백신 접종을 주저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와 상관없이 백신 접종은 의미가 있다. 성 경험 시작 이전에 접종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성 경험을 통해 이미 HPV에 감염됐다 하더라도 HPV 감염질환을 유발하는 다른 유형의 바이러스를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를 때’라는 격언처럼 백신을 주저할 이유가 없다. 아직도 암을 일으키는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HPV백신 접종만으로 전체 암의 5%의 원인이 되는 HPV를 예방하는 것은 큰 이점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