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보다 중요한 장수의 비결, 생활습관과 환경

가족력이 없다고 장수 유전자를 타고난 것일까? 그렇지 않다. 최근 연구에서 수명은 유전자보다 환경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고 밝혀졌다. 픽셀즈
한때 ‘축복받은 유전자 체크리스트’라는 것이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됐다. 비염, 아토피, 내성 발톱, 수족냉증, 다한증부터 난시, 곱슬머리, 빈혈, 탈모까지… 총 23개의 특성 중 5개 이하라면 축복받은 유전자라는 것이다.
부모나 조부모가 암 발병 없이 건강하게 90세 이상 장수하는 집안이 있다. 그야말로 축복받은 장수 유전자다. 그러나 가족력이 없다고 무조건 건강한 것은 아니다. 최근 학술지 네이처 메디신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수명은 유전보다 생활습관과 환경에 더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의 평균 수명과 상관없이 개인이 스스로 장수를 위한 선택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장수를 위해 무엇을 실천해야 할까?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된 ‘축복 받은 유전자’ 체크 리스트.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진은 영국인 약 50만 명의 데이터를 분석해 75세 이전에 조기 사망한 사례와 생물학적 노화 지표를 비교했다. 연구진은 질병 관련 유전적 요인뿐만 아니라 ‘노출체(Exposome)’ 개념을 활용했다. 유전자는 변하지 않지만, 노출체는 평생 접하는 환경적 요소—식습관, 생활환경, 흡입하는 공기 등을 포함한다.
연구 결과, 유전이 조기 사망 위험에 미치는 영향은 2% 미만이었지만, 환경 요인은 17%의 차이를 유발했다. 특히 흡연, 사회경제적 지위(소득, 주거 환경, 교육 수준 등), 신체 활동 수준, 생활 여건 등이 생물학적 노화와 사망 위험을 좌우하는 주요 요인으로 지목됐다.
일부 요인은 개인이 바꾸기 어렵지만, 연구에서 분석한 25개의 환경적 변수 중 23개는 스스로 조정할 수 있는 요소였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생각보다 간단할 수 있다.
장수에 있어 유전은 중요하지 않은가?
유전자가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특정 유전자는 특정 질병(예: APOE 유전자와 알츠하이머병, BRCA 유전자와 유방암)의 발병 위험을 높이며, 이는 생물학적 노화와 기대 수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유전자도 생활습관과 환경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
연구를 주도한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의 오스틴 아르젠티에리 연구원은 “누군가 논문에 ‘유전자는 주사위를 굴리는 역할을 하지만, 우리가 어떻게 플레이하느냐가 결과를 결정한다’는 댓글을 남겼다”고 전하며, “유전적으로 단명할 위험이 있더라도 생활습관, 행동, 치료를 통해 그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1. 금연하기
흡연이 건강에 해롭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흡연이 나이 외에 가장 강력한 사망 위험 요인이라는 점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연구에 따르면 흡연 기간과 하루 흡연량이 사망률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으며, 현재 흡연 여부도 중요한 변수로 나타났다. 아르젠티에리는 “한 가지를 실천해야 한다면, 그것은 금연”이라고 강조했다.
2. 양질의 수면 확보하기
자주 피곤하거나 충분히 자지 못하는 사람은 더 빠르게 노화하고 조기 사망할 가능성이 크다. 성인의 적정 수면 시간은 개인차가 있지만, 대부분 7~9시간을 권장한다. 또한 규칙적인 취침·기상 시간 유지, 어두운 환경 조성, 스마트폰을 침대에서 멀리 두는 등 ‘수면 위생’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3. 신체 활동 늘리기
피로 다음으로 생물학적 노화와 사망 위험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신체 활동이다. 연구진은 심장병, 당뇨병, 뇌졸중 등 노화를 가속화하고 조기 사망을 초래하는 만성 질환이 대부분 심혈관·대사 질환과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비만은 이러한 질환의 위험을 높이며, 운동과 건강한 식습관을 병행하면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남캘리포니아대 발터 롱고 교수는 “식단이 노화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운동 역시 장수 전략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라고 밝혔다.
4. 건강한 식단 유지하기
연구에서는 식단이 생물학적 노화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지만, 사망 위험과는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많은 사람이 건강 문제(예: 당뇨 전 단계) 발생 후 식단을 개선하기 때문일 수 있다. 롱고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식물성 식품과 생선을 많이 섭취하고 붉은 고기는 적게 먹는 식단이 장수와 관련이 있다. 또한 단백질 섭취량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면 신체 노화를 촉진하는 특정 유전자 발현을 조절할 수 있다. 다만, 65세 이후에는 단백질 요구량이 증가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유전적 요인보다 생활습관과 환경이 수명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크다. 금연, 충분한 수면, 신체 활동 증가, 건강한 식습관 유지 등 실천 가능한 변화가 장수를 위한 핵심 전략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