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집에서 찍은 1분짜리 영상만으로 자폐 위험을 조기에 예측할 수 있는 인공지능 모델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이제는 집에서 찍은 짧은 영상만으로도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 위험을 조기에 확인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 공동 연구팀이 부모가 촬영한 1분짜리 영상으로 자폐 위험을 예측하는 인공지능(AI) 모델을 개발했다고 14일 밝혔다. 이 모델은 정확도 75%, AUROC 0.83의 성능을 보이며, 위험 아동을 빠르게 가려내 조기 치료로 이어질 가능성을 보여줬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npj Digital Medicine 최신호에 실렸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는 사회적 의사소통의 어려움과 반복 행동이 특징인 신경발달장애다. 전 세계적으로 약 6천만 명이 앓고 있으며, 국내 아동의 약 2%가 해당된다. 조기 진단이 치료 효과를 크게 좌우하지만, 실제 진단은 평균 3~4세 이후에야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병원 대기만 1~2년 걸리는 현실 탓에 만 2세 이전의 ‘골든타임’을 놓치기 쉽다.
연구팀은 생후 18~48개월 아동 510명을 대상으로, 부모가 집에서 세 가지 과제를 촬영하도록 했다. △이름 부르기 반응 △간단한 모방 행동 △공 주고받기 장면을 각각 1분 이내로 담아 모바일 앱으로 전송하면, AI가 음성과 동작을 자동으로 분석한다.
서울대병원 제공
AI는 아이의 눈맞춤 시간, 반응 속도, 부모의 개입 횟수 등을 수치화해 자폐 위험도를 예측했다. 세 과제를 종합한 결과, 공놀이 영상에서 가장 높은 정확도를 보였으며 세 과제를 함께 분석했을 때 성능이 가장 뛰어났다. 자폐 아동은 이름을 불렀을 때 반응이 느리고, 눈맞춤이 짧으며 부모의 도움을 더 자주 필요로 하는 특징을 보였다.
이번 기술은 전문가의 직접 검사가 필요 없고, 영상 한 편을 분석하는 데 평균 14초밖에 걸리지 않아 빠르고 효율적이다. 특히 의료 인력이 부족한 지역이나 대기 기간이 긴 환경에서도 1차 선별 도구로 활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연구를 이끈 김영곤 서울대병원 교수는 “부모가 집에서 찍은 영상만으로 자폐 위험을 자동으로 분석하는 세계 최초의 도구를 만들었다”며 “앞으로 다양한 집단을 대상으로 임상 적용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김붕년 교수는 “이번 기술은 비용과 대기 부담 없이 자폐 조기 진단의 새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