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치료제 위고비. 노보노디스크 제공
비만 치료제 위고비 등의 활성 성분인 세마글루티드가 심근경색 등 주요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체중감량 정도와 관계 없이 심혈관 질환 예방에는 효과가 있었다.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존 딘필드 교수가 이끄는 국제연구팀은 성인 1만7000여명에 대한 무작위 임상시험(SELECT)에서 세마글루티드가 과체중 그룹(BMI 27㎏/㎡ 이상)에서도 비만 수준이 높은 그룹과 거의 동일한 심혈관질환 예방 효과를 보였다고 22일(현지시간) 의학 저널 랜싯(Lancet)에서 밝혔다.
연구팀은 이 결과는 세마글루티드의 심혈관 건강 보호 효과가 참가자의 초기 체중과는 거의 무관하고 단순히 체중 감량 때문만은 아니며, 심장을 이롭게 하는 여러 가지 작용 기전이 존재한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세마글루티드는 혈당과 포만감 조절에 관여하는 호르몬인 글루카곤 유사 펩티드-1 수용체(GLP-1R)에 작용하는 성분이다. 원래 제2형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됐지만 비만 치료제인 오젬픽과 리벨서스, 위고비 등의 활성 성분으로 더 널리 알려졌다.
제약사 노보노디스크의 지원을 받은 수행한 이 연구에서 연구팀 41개 45세 이상, 심혈관 질환이 있는 과체중 성인 1만7606명을 무작위로 세마글루티드를 주 1회 주사하는 그룹과 위약(placebo) 그룹으로 배정해 임상시험 데이터를 분석했다.
임상시험 기간 환자의 체중과 허리둘레 변화를 측정하고, 이런 변화가 심근경색·뇌졸중 같은 심혈관질환 사건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살펴봤다. 그 결과 세마글루티드가 체중 감량과 허리둘레 감소에 도움이 됐지만, 초기 체중 감소량은 심장 문제 발생 위험 감소와는 연관성이 없었다. 심장 보호 효과는 약 복용 후 4개월 반 동안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심혈관 부작용을 예방한 요인 중 33%는 허리둘레 감소 덕분이었다. 체중이 줄어 자연스럽게 심혈관 부작용도 줄어든 것이다. 딘필드 교수는 “심장 질환 예방 이점의 3분의 2는 설명할 수 없는 상태로 남아있었는데, 이번 연구가 세마글루티드의 (다른) 효과를 다시 정립하게 해줬다”고 밝혔다.
또 “세마글루티드는 ‘체중 감량 주사’로 알려져 있지만 심장 건강 이점은 체중 감량 정도와는 직접적 관련이 없다”며 “이 결과는 세마글루티드가 심장 질환과 노화 관련 질환에 직접 작용하는 약물임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체중 감량이 크지 않아도, BMI가 높지 않아도 세마글루티드의 심장 보호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