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사베이
최근 일부 연구에서 자녀의 성별에 따라 부모의 인지 능력 유지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중국 허하이대학교 연구진이 60세 이상 노인 수백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딸을 둔 부모의 경우 아들만 둔 부모보다 노년기에 인지 기능이 더 잘 유지되는 경향이 확인됐다. 기억력, 정보 처리 속도, 집중력 등 다양한 인지 지표에서 딸이 있는 부모의 성적이 통계적으로 높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러한 차이가 딸과의 정서적 교류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고 봤다. 딸이 부모를 더 자주 방문하거나, 연락을 더 자주 하고, 감정적인 지원을 많이 제공함으로써 사회적 고립이 줄어들고 정서적 안정이 높아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치매 예방에서 사회적 관계의 유지와 풍부한 정서적 상호작용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뇌는 사용하지 않으면 약해지는 ‘근육’처럼, 다양한 자극과 상호작용을 통해 기능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자녀와의 일상적인 대화, 인간관계는 단순한 감정적 유대 이상의 건강 효과를 만들어낸다.
이 같은 연구는 부모가 자녀를 양육하는 과정 자체가 인지 기능 자극에 기여할 수 있다는 다른 연구와도 일맥상통한다. 예컨대 일부 대규모 조사에서는 자녀 수가 많은 부모가 뇌 연결성이 비교적 높다는 경향이 나타나기도 했다. 이는 단순히 출산이나 양육이 뇌에 부담을 주는 것이 아니라, 생활 전반에서의 복잡한 계획, 정서 조절, 사회적 상호작용 등이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자극을 제공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물론 모든 연구가 한 방향으로 결론을 내린 것은 아니다. 자녀의 수나 성별이 치매 발생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 일부 연구에서는 전체적으로는 자녀 수와 치매 발생 위험 사이에 일관된 관계가 확인되지 않기도 했다. 이는 사회·경제적 배경, 생활습관, 교육 수준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자녀와의 정서적 연결과 활발한 사회적 삶이 인지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관점은 꾸준히 강조되고 있다. 노년기 치매 예방을 위해서는 단순한 두뇌 운동이나 생활 습관 개선뿐 아니라, 가족·사회 관계망을 유지하는 일상의 활동이 생각보다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딸이 있다는 것 자체가 치매를 면하게 해주는 마법이 아니다”라고 선을 긋는다. 다만 가까운 사람과의 정서적 연결, 지지 네트워크의 풍부함이 치매 위험을 낮추는 여러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족과의 교류를 포함한 사회적 활동의 중요성을 다시금 되짚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