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방송이 OBS로 새롭게 태어났다. 기존 iTV의 희망조합원들과 함께 ‘희망과 나눔의 빛’이라는 새로운 비전을 품고, 새 옷을 갈아입었다. OBS호의 선장은 MBC 예능 PD, 이화여대 교수를 역임한 주철환 사장이다. 희망나라의 선두에 서 있는 주철환 사장을 만나 ‘OBS호의 청사진’을 들어봤다.
“아직 젊으니까 도전해볼 만하죠”
지난 7월 20일 OBS 경인TV 사장으로 취임한 주철환 사장(52). 새로운 일에 대한 두려움은 전혀 없어 보였다. 17년 동안 소위 ‘방송물’을 먹어봤기 때문일까, ‘물 만난 물고기’처럼 활기가 넘친다.
국어교사, MBC 예능국 PD,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를 재직했던 그의 이력에 이제 ‘방송국 CEO’라는 타이틀이 하나 더 추가됐다.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와~’ 할 만큼 대단한 일이지만, 본인에게는 ‘학교’와 ‘방송국’이 크게 다를 게 없는 일이다. 둘 중 어느 것이 ‘좋다, 나쁘다’ ‘맞다, 맞지 않다’는 생각을 하지 않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7년간 몸담았던 이화여자대학교와 학생들을 떠나오는 데도 아쉬움과 미련은 남지 않았다.
“이별은 만남을 기약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제가 방송 현장에 몸담고 있으니까 사랑하는 제자들을 언제 어디서든 또 만날 수 있지 않겠어요?”
물론 교수로 정년퇴직하는 것이 평화롭고 좋다. 하지만 주 사장의 나이는 이제 겨우 쉰둘. 아직은 현장에 뛰어들어 뭐든지 이룰 수 있는 나이다. 때문에 이번 CEO로서 도전은 단지 그에게 즐겁고 신나는 일일 뿐이다.
OBS는 기존 iTV의 실패를 다시 반복하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초대사장을 추대하는 일에 적지 않게 심사숙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고민 끝에 결정된 사람이 바로 주 사장인 것. 새롭게 출범하는 OBS가 선장으로 주철환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주 사장은 ‘친화력’이 좋은 점수를 받은 것 같다고 한다. 실제로, 그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특히 사람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오죽하면 취미 활동이 ‘사람들과 대화하기’ 일까.
게다가 ‘권위’를 집어던진 옆집 아저씨 같은 ‘편안함과 따뜻함’도 그의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수더분하게 빗어 넘긴 머리, 동안(童顔)에 퍼지는 천진난만한 미소는 주위 사람들까지 기분 좋게 만드는 힘이 있다.
여기에 현직에서 스타 PD로 17년을 지냈던 ‘방송 경력’ 역시 주 사장이 OBS의 사장이 되는 데 무시 못할 요소로 작용했을 터다. 그러고 보니, 방송 현직에서 다년간 쌓은 ‘제작 노하우’를 포함, 사람들을 아우를 수 있는 ‘친화력’까지 겸비한 주 사장은 영락없이 ‘방송국 CEO’ 감이다.
아무리 친화력과 방송 경험이 있다고 해도 ‘CEO’는 ‘경영의 문제’다. 몇 달간 CEO로 생활해본 주 사장은 ‘CEO’의 능력 중 무엇이 가장 중요하다고 느꼈을까.
OBS와 운명을 함께한 이후, 주 사장은 ‘희망’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생각을 한다. 그러나 막연하고 추상적인 희망이 아니라,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할 수 있는 희망이다.
“주철환에서 CH를 따서 4개의 키워드를 만들었죠. Creative(창의력), Communication(경청과 포용), Harmony(조화), Humanity(인간성). 지금 하는 모든 일이 결국은 사람이 행복해지기 위한 거잖아요. 이 4가지 키워드가 꼭 필요한 부분이죠. 그리고 제가 부임하기 전에 이미 회사 슬로건을 ‘희망과 나눔의 빛’으로 정했더군요. 제 코드와 너무 잘 어울리죠?(웃음)”
“전 긍정의 힘을 믿어요”
무슨 일이든지 ‘처음’은 언제나 힘이 들게 마련이다. 하지만 그에게는 그런 부분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문제가 없으면 재미없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물론, 혼자가 아니라 같이 풀어간다는 전제하에서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 서로 ‘대화’가 필요하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아무리 어려운 ‘문제’나 ‘상황’이 닥쳐도 웃음으로 상황을 넘기는 그의 비결은 바로 ‘긍정의 힘’에 있다. 그에게 ‘긍정의 힘’을 믿게 해준 사람은 바로 중학교 국어 선생님이었던 신철수 선생이다.
“제가 중학교 때 시를 하나 썼어요. 선생님이 그 시를 보시고는 ‘시를 아주 잘 썼구나. 정말 대단하다’라고 칭찬을 해주셨어요. 그 전까지 저는 정말 평범한 존재였는데, 갑자기 제가 특별한 사람이 된 것 같았어요. 제가 국어를 좋아하게 된 중요한 계기였죠. 또 살다 보니 ‘긍정의 힘’이라는 게 나를 행복하게 해준다는 확신이 생겼어요. 걱정만 하고 있는 것은 결코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돼요. ‘암’이라는 병도 다 ‘걱정’에서 나오는 거거든요.”
때문에 그는 건강 관리를 위해 특별히 운동을 하지 않는다. 좋은 생각을 하는 것만큼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긍정의 힘’이 좋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다만 실천하기가 쉽지 않을 뿐이다. 이에 그는 “난 무조건 칭찬만 한다”며 자신의 노하우를 밝혔다.
“저 사람이 날 싫어하지 않을까, 날 오해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아예 하지 마세요. 그냥 서로 칭찬만 하고, 좋은 말만 하세요. 만약 후배가 어떤 잘못을 했을 때는 이렇게 말하세요. ‘참 너는 나와 많이 닮았다. 나도 너 나이 때는 그랬단다’라고 말이에요(웃음)."
“저는 개그맨 김형곤씨가 했던 말을 잊을 수가 없어요. 행복하니까 웃는 것이 아니라, 웃으니까 행복해지는 거라고요. 나중에 직원들과 좀 더 친해지면, ‘I Love You’로 인사를 바꾸려고요. 물론 그런 인사는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만 해야겠죠? 자칫 이상한 오해를 사면 안 되니까요(웃음).”
이걸로 끝이 아니다. 그는 어떻게 하면 직원들과 친해질 수 있는지, 그들에게 다가갈 방법을 끊임없이 연구한다. 일단은 ‘직원들의 이름’을 불러주는 것을 첫 번째 원칙으로 한다. 또 밥과 술을 사주는 것은 기본, 특별한 아이디어가 있는 직원에게는 사비를 털어 상금을 주기도 한다.
OBS, 3년 안에 안정궤도에 올릴 것
주 사장의 긍정적인 생각 덕에 11월 1일로 결정된, OBS의 개국과 관련해서도 별로 걱정할 게 없다. 하나씩 차근차근 준비해나갈 뿐이다.
주 사장이 생각하는 지금의 목표는 최고의 방송이 아니다. 단지, 최고 수준의 방송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최고의 기쁨과 감동을 주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사람들의 정신 건강을 해치거나 아픔을 주는 방송을 하지 말자는 게 철칙이라는 것. 이런 최소한의 기준선이 지켜지고 나면, 그 다음 ‘재미’를 추구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박명수가 만난 CEO’ ‘도올의 이야기 콘서트’ ‘CEO 주철환과 유명 배우가 함께 진행하는 프로그램’ 등 OBS는 의외의 상황과 사람들로 차별화된 방송을 추구한다. 하지만 요즘처럼 수많은 방송매체 시대에 OBS의 ‘안정궤도’ 진입을 두고, 우려의 시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주 사장은 “적자생존에 따라, 살아남는 자는 살아남고 없어지는 자는 없어지는 것”이라며 “페어플레이 정신에 따라 창의력과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이어 그는 OBS가 적어도 3년 안에는 안정궤도에 오르는 방송국이 될 수 있을 거라 자신했다.
특히 tvN의 송창의 대표(전 MBC 예능 PD)는 주 사장이 무척 존경하는 인생의 ‘롤모델’이다. 물론, 케이블 TV와 공중파라는 차이 때문에 방송의 색깔 차이는 있다. 송창의 대표는 오락의 가치를 더 중시하고, 주 사장은 재미에 교양을 가미하는 것을 중시한다. 둘 중 어느 스타일이 더 좋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주 사장에게 송 대표는 여전히 창의적인 인생을 살고 있는 ‘멋진 사람’이다.
“내가 꿈을 이루면, 난 또 누군가의 꿈이 된다”
현재 OBS는 기존 iTV의 희망조합원 전원과 MBC 경력사원 등 2백여 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지금은 OBS 1기 신입사원 채용에 한창이다(기자가 방문한 날도, 아나운서를 뽑기 위한 1차 카메라 테스트가 진행되고 있었다). 이를 위해 주 사장은 서강대, 고려대, 인하대, 연세대 등 대학을 직접 방문해 ‘순회 특강’을 하기도 했다.
한 방송사의 사장이 직접 대학을 돌면서 ‘신입사원 채용 특강’을 한다는 사실에 대해, 혹자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주 사장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 “우리는 OBS라는 방송사의 탄생을 세상에 알릴 필요가 있어요. 신입사원 특강도 그런 프로모션의 일환인데, 학생들에게 반응이 좋았어요.”
주 사장은 학생들 사이에서도 워낙 인기가 높다. 그래서 여전히 학생들과의 유대관계가 매우 돈독하다. “제가 꿈을 이루면, 전 다시 누군가의 꿈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제 삶을 더욱 게을리 할 수 없어요.”
실제로 상당히 많은 대학생들이 그를 삶의 모델로 삼고 있다. 요즘에도 그에게 ‘조언’을 구하는 메일이 하루에도 수십 통씩 쏟아진다. 주 사장도 꼬박꼬박 답 메일을 보내고, 직접 만나서 조언을 해주는 등 학생들에게 할애하는 시간을 아끼지 않는다.
주 사장의 사랑은 OBS의 직원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저는 직원들의 행복을 설계해주는 ‘행복 설계사’가 되고 싶어요. 시청자를 행복하게 해주고, 모든 사람들이 저를 좋아할 때가 오면, 그때가 바로 회사를 떠나는 시점이 될 거예요.”
마지막으로 그에게 꿈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좋은 사람들과 좋은 인연을 맺어서, 좋은 추억을 만드는 것”이라는 정말 주철환 사장다운 꿈을 밝혔다.
인터뷰를 마치고, 사진 촬영을 위해 자리를 이동하면서 그는 지나가는 사람 한 명 한 명에게 일일이 인사를 건넸다. “○○씨, 오랜만이야” “○○씨, 애기는 잘 크고 있어?” “○○씨, 무릎 아픈 거 병원은 가봤어요?” 등 그는 직원들을 향해 끊임없이 안부 인사를 전했다. 그들을 향해 밝게 웃는 그, 그리고 환하게 답하는 직원들의 모습에서 OBS의 밝은 미래를 충분히 가늠해볼 수 있었다.
■글 / 김민주 기자 ■사진 / 민영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