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버리지 않는 것이 먼저죠.”
단순한 ‘재활용’이 아니다. 쓰임새가 다한 물건을 거두어 새롭게 창조해내는 작업은 ‘생태나 환경’이란 추상적인 가치를 일상의 언어로 바꾸는 힘이 있다. ‘에코파티 메아리’는 디자이너들의 손길이 듬뿍 담긴 재활용 생활 패션 브랜드. 멋스러운 데다 똑같은 제품이 하나도 없으니 나만의 개성을 추구하는 멋쟁이들, 버려지는 것에 애정을 갖는 이들 사이에서는 어느 명품 브랜드보다 더 유명하다.
재활용 마크가 선명한 통유리 너머 현수막으로 만든 가방과 신발, 소파 가죽으로 만든 문구와 소품들, 헌옷을 자르고 붙여 만든 빈티지 패션들이 자신을 알아봐줄 눈썰미 좋은 주인을 기다린다. 톡톡 튀는 디자이너 브랜드와 수공예 숍들로 가득한 인사동 쌈지길(쌈지가 운영하는 쇼핑몰)에서도 ‘에코파티 메아리(이하 메아리)’는 특별하다. 모든 제품이 완벽한 재활용이라는 설명에 외국인 관광객도, 구경하던 학생들도, 쇼핑 나온 주부들도 “정말이냐”고 되물으며 “멋지다” “재미있다” 탄성을 연발한다.
올해 2월 쌈지길에 첫 직영점을 낸 메아리는 흉내만 낸 빈티지가 아닌 제대로 된 국내 첫 재활용 브랜드다. 메아리는 재사용운동에 앞장서는 아름다운가게가 기획, 운영하고 네 명의 디자이너가 한껏 감각을 뽐낸다. 윤진선(35), 홍선영(26·이상 의상디자이너), 채수경(35·그래픽디자이너), 디자인 팀장인 김동환씨(28·산업디자이너)가 그 주인공. 이들은 소모적이고 의미 없는 기성품 패션에 염증을 느껴 제일모직, 한승수 디자인실, 쌈지 등 이름만 들으면 알 만한 잘나가는 직장을 뛰쳐나왔다.
작업은 결코 쉽지 않다. 디자이너 채수경씨는 “재활용 디자인은 대량 생산으로 수익을 내기 어렵습니다. 원료 공급도 충분하지 않은 데다 디자인을 먼저 구상하기보다는 수거한 재료에 맞는 디자인을 떠올려야 하기 때문이죠”라고 한다.
조혜원 팀장은 “거의 모든 과정이 수작업으로 이뤄집니다. 재료를 수거해 세탁·재단하고 디자인까지 거쳐 보통 제품보다 공정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비싸질 수밖에 없어요”라고 한다. 재활용 제품치고 가격이 만만하지 않음에도 디자이너의 손길이 닿기에 수량이 한정돼 있고, 그만큼 수익을 내기도 어려운 구조다.
어려움이 큰 만큼 보람도 크다. 디자이너 홍선영씨는 “다른 의류 브랜드와는 달리 새로운 디자인을 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죠. 버려질 자원을 재활용한다는 희열도 있고요. 작업을 하면 할수록 더 창의적인 작품이 나오고 가속도가 붙는 기분이 들어요”라며 다른 디자인과는 차별됨을 강조한다.
디자인의 독특함과 제품에 들어 있는 친환경 정신에 마니아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예술 계통 종사자들도 많이 찾는다. 재활용 운동에 관심이 많은 가수 이은미는 에코파티 메아리의 단골손님. 최근 리메이크 앨범 「투웰브 송스」(Twelve Songs)를 발표한 그녀는 이번 앨범으로 활동하는 동안 메아리의 의상을 입을 거라고 밝히기도 했다.
“남들과 다른 작업을 하고 싶은 열망이 컸어요. 요즘도 버려지는 물건들을 보러 다니면서 새 아이템을 구상하느라 여념이 없죠. 소비자들에게 좀 더 저렴하게, 선택의 폭도 더 넓혀드리고 싶어요.”
채수경씨의 말처럼 대중화는 메아리 모두에게 가장 시급한 과제다. 티셔츠 등의 몇 가지 상품은 대량생산으로 가격을 낮춰 소비자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설 예정이라고. 지난 8월 온라인 쇼핑몰 ‘1300k에 입점, 고릴라 인형’릴라씨와 문구류는 온라인으로 구매가 가능하다. 오프라인에서는 쌈지길 직영매장 외에도 명동 A랜드와 롯데백화점 본점 8층의 에코 숍에서도 만날 수 있다.
이지연 매니저는 “메아리가 보다 큰 반향을 불러일으켜서 ‘의식 있는 소비’를 추구하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으면 좋겠어요. 재활용이 어려운 게 아니라 생각 없이 버리지 않고 쓰임새를 다시 살펴보는 것부터 시작하면 되는 거지요”라고 덧붙였다.
■글 / 위성은(자유기고가) ■사진 / 이주석 ■사진 제공 / 에코파티 메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