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적이고 정서적인 도움 ‘러빙핸즈’

지속적이고 정서적인 도움 ‘러빙핸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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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일도 많지만,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만족도 큽니다.
“아름다움은 항상 주변에 있어요”


‘도움’을 주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고, 각종 매체에서 “어려운 이웃을 돕자”고 하면 마음이 동하지만, ‘한철’에 그치기 십상이다. 경제적인 도움은 일시적인 해결에 그치는 현실도 아이러니다. 러빙핸즈(Loving Hands) 박현홍(39) 대표가 생각하는 ‘도움’은 조금 다르다.


지속적이고 정서적인 도움 ‘러빙핸즈’

지속적이고 정서적인 도움 ‘러빙핸즈’

‘돈보다는 관심’, 러빙핸즈
한국의 사회복지 상황은 점점 나아지고 있다. 어려운 상황에 처한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의 손길이 닿는다. 하지만 ‘사각지대’는 여전히 남아 있다. 소년소녀 가장에 대한 국가 지원은 활성화돼 있지만, 편부모 가정이나 조손 가정의 경우 기초생활수급자가 되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일이다. 나라가 정한 기준에 부합하지 않으면 지원을 받을 수 없다.

청소년들의 경우에는 더 집중적이고 장기적인 ‘돌봄’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다. 정부 차원에서 집행하는 ‘돈’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부분이다. 박현홍 러빙핸즈 대표는 ‘틈새’를 보듬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경제적인 도움과 더불어, 마음을 감싸고 신뢰를 쌓아가는 길을 선택했다.

“돈보다는 사랑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청소년들에게는 꾸준한 관심이 필요하죠.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쉬운 일이 아니니까요. 그리고 막상 시작해보니, 역시 쉽지 않네요(웃음).”

‘러빙핸즈’는 지난 2월 창립한 사회복지 단체다. 조손 가정이나 편부모 가정의 아이들이 한국 사회에서 당당한 한 명의 구성원으로서 자립할 수 있을 때까지 도움을 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 ‘멘토’ 제도를 도입한 것도 그 때문이다. 지금은 13명의 아이들을 후원한다. 초등학교 4, 5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 연령대는 다양하다.

멘토는 러빙핸즈의 자원봉사자 교육을 통해 도움을 주는 아이들과 1:1로 ‘짝’이 된다. 그리고 한 달에 두 번씩은 함께 ‘밥’을 먹는 시간을 갖는다. 약간의 식대는 러빙핸즈가 지원한다. 함께 밥을 먹는 것은 ‘한 끼 식사’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주기적인 만남을 바탕으로 신뢰를 쌓는다. 러빙핸즈의 자원봉사자는 1기 12명, 2기 4명으로 총 16명이다. 대학생 이상 다양한 연령대로 구성된 러빙핸즈의 멘토는, 멘티와 함께 식사를 한다. 자연스러운 만남을 통해 아이들에게 ‘정서적인 안정감’을 준다.

“아직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많은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실력도 부족하죠(웃음). 하지만 아이들은 굉장히 좋아합니다. 대학생 언니, 오빠들이 와서 장래 희망에 대해 얘기하기도 하고, 공부도 가르쳐줍니다. 예민한 사춘기의 조언자가 되는 거죠.”

얼마 전에는 러빙핸즈가 후원하는 아이들을 데리고 ‘난타(NANTA)’를 관람했다. 아이들에게 문화 체험을 제공하고 싶다는 러빙핸즈 측의 공문을 받은 ‘난타’ 측은 아이들이 무료로 공연을 볼 수 있도록 배려했다.

“아이들이 청소년기에 한 번 잘못된 길을 가면 회복이 어렵습니다. 착하던 아이들도 친구를 잘못 만나서 비행에 빠지거나 가출을 경험했을 때, 다시 착실한 일상으로 돌아가기는 쉽지 않아요. 그 전에 발견해서, 멘토와의 관계를 통해 희망을 주고 대안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지속적이고 정서적인 도움 ‘러빙핸즈’

지속적이고 정서적인 도움 ‘러빙핸즈’

순간의 만남으로는 어렵다. ‘형’처럼, ‘이모’처럼 꾸준히 만나면서 신뢰가 형성되는 것이 우선이다.
“다 성공할 수는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이가 비행에 빠져 감옥에 가더라도 같이 가고 싶은 것이 저희들 마음입니다. 누군가가 ‘너를 포기하지 않는다’는 마음을 갖도록 하고 싶어요.”

성장기 아이들에게는 쌀 한 가마, 라면 한 박스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부모님의 사랑에 굶주리고 뭘 해야 할지 알 수 없는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누군가의 ‘관심’이다. ‘내가 너를 보살피고 있다’, ‘네가 바른 사람이 되는 것이 내 기쁨이다’라고 생각할 수 있는 조언자의 존재다.


한 사람의 구성원으로 자랄 때까지
러빙핸즈는 기독교 정신에 바탕을 둔 단체다. 하지만 도움에 종교의 경계는 필요 없다. 기독교 NGO(비정부단체)를 표방하는 데는 현실적인 이유가 있다.

“‘이웃 사랑’은 교회의 사명입니다. 하지만 주위에 누가 어려움에 처해 있는지 발견하는 것은 쉽지 않죠. 한국 어디에나 교회는 있고, 주변에는 어려운 아이들 또한 많이 있습니다. 그리고 교회는, 아이들에게 필요한 도움을 줄 수 있는 소스를 충분히 가지고 있죠.”

예를 들어, 어려운 환경에서 피아노를 배우고 싶어 하는 아이가 있다면 가까운 교회와 연결, 교회와 자원봉사자의 도움을 받아 아이에게 피아노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네트워크를 연결해 교회의 사람과 자원을 끌어내는 것은 러빙핸즈의 목표 중 하나다.

“자원봉사자 위주로 도움을 주다 보니 지속적인 관리가 어렵다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의욕적으로 시작해 도움을 주다가도 ‘미안하다’고 하면 강요할 수는 없으니까요. 지속적인 지원은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박현홍 대표가 멘토 제도를 통한 지속적이고 정서적인 도움을 주기로 결심한 데는 이유가 있다.

대기업 보험회사에서 사회에 첫발을 내딛은 그는 한 남매를 알게 돼 도움을 주고 있었다. 중학교 2학년 여자아이와 초등학교 2학년 남자아이였다. 밥도 먹고 공부도 가르치며 6개월을 함께했다. 그러자 남매가 세 들어 살던 집 주인이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달라’고 통보해 왔다. “3년 동안 집세를 받지 못했다”는 이유였다. 박 대표는 다니던 교회에 사연을 말하고 지원을 받았다. 교회에서 전세금을 마련해 자원봉사자들이 교대로 남매를 돌봤다.

“이상한 것이, 상황이 어려울 때는 그렇게 돈독하던 남매 사이가 어느 정도 지원을 받고 생활이 편해지니까 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누나가 가출을 하고, 남자를 만나기 시작했죠. 집에 데리고 와 잠을 자고 가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 ‘마음’만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속적이고 정서적인 도움 ‘러빙핸즈’

지속적이고 정서적인 도움 ‘러빙핸즈’

“사람은 고생을 하고 돈을 벌어서 써야만 그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그냥 주는 것은 위험해요. 멘토링이 중요한 이유가 그겁니다. 물질적인 지원만으로는 사람을 망칠 수도 있어요.”

정부가 지원하는 사회 복지 서비스에 적응하면 일하기가 어려워진다. 때문에 청소년기 아이들에게는 물질적인 지원보다는 사회를 극복해 나갈 수 있는 용기와 미래를 함께 고민하는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는 게 박 대표의 생각이다.

“예산을 집행하는 일은 쉽습니다. 기준을 만들고 상황에 따라 ‘얼마’라는 식으로 일괄 집행할 수 있죠. 하지만 그것만으로 ‘사람’은 변하지 않습니다. 관심과 사랑을 주지 않으면 사회에서 낙오하기 십상이죠.”

한국에서는 적당한 시기에 공부를 하지 않으면 ‘보통의 삶’을 살기가 쉽지 않다. 부모님이 가출하고 공부에 대한 관심 없이 자라다 잘못된 길로 빠졌을 때 아이들의 길을 예측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여자아이들은 ‘원조교제’, 남자아이들은 ‘비행’이다.

러빙핸즈에서는 동성 간에 멘토와 멘티를 맺어주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보다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서, 그리고 불필요한 우려를 접어두기 위해서다.

“‘뭐 하고 싶니’ 하고 물었을 때 ‘몰라요’라며 퉁명스럽던 아이도 4개월 정도 지나면 관심을 갖고 좋아합니다. 공부를 못해도,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살 수 있다고 생각해요. 신뢰관계만 형성돼 있다면 사회생활에 문제가 없습니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연결고리
러빙핸즈는 후원금의 투명성을 강조한다. 후원자의 정보를 공개하고, 후원 대상 또한 공개한다. 아이의 신상은 보호한다. 도움을 받는 아이를 보호하고, 후원자로 하여금 정서적인 만족을 갖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후원금 중 70%는 도움을 주는 데 쓰고, 30%는 운영비로 쓰겠다고 공개합니다. 한국에서는 흔치 않은 시스템이죠. 보통 도움을 주시는 분들은 후원금의 100%가 후원하는 데만 쓰인다고 생각하니까요.”

후원자는 100%가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데 쓰이기를 바란다. ‘사회복지사’를 ‘자원봉사자’ 개념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회복지사와 자원봉사자는 다르다. 미국의 사회 복지 NGO의 경우, 후원금의 30%를 운영비와 인건비 등으로 쓰고 있다. 그런 시스템을 도입하고, ‘복지 사업’ 자체를 인정받고자 한다.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부분이다.

“자금의 출처와 쓰임새를 공개하면, 훨씬 투명한 집행이 가능합니다. 바람이지만, 규모가 조금 더 커진다면 더 많은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2명뿐인 우리 직원들 급여도 조금이나마 더 줄 수 있겠죠(웃음).”

지속적이고 정서적인 도움 ‘러빙핸즈’

지속적이고 정서적인 도움 ‘러빙핸즈’

‘아이가 자립할 때까지의 ‘도움’과 ‘투명한 후원자금’은 박현홍 대표에게도 도전이다. 하지만 실제로 도움을 받고 새로운 인생을 설계할 힘을 얻어가는 아이들을 보면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소수지만, 러빙핸즈의 도움을 받아 새로운 목표를 갖게 된 아이도 조금씩 늘고 있다.

올해 열여섯 살인 재건이(남, 가명)는 각각 지체장애 1급과 2급인 부모님과 같이 살고 있는 아이다. 아버지는 왼쪽 다리 절단, 어머니는 원인불명의 유전적 장애로 하반신을 쓸 수 없다. 사회생활이 불가능한 상태다. 재건이도 지제장애 2급 판정을 받았다. 유전적 영향으로 보인다. 재건이 가족에게는 국민기초생활수급자 1종 수급과 장애수당, 그리고 지역 복지관 보조금 2만원이 수입의 전부다.

재건이는 러빙핸즈의 도움으로 수술을 받았다. 중앙대 병원에서 도움을 받고, 복지 재단의 지원을 받았다. 재활에 필요한 자금 2백만원은 모금을 통해 마련했다.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홈페이지와 신문, 이메일을 통해 한 달간 모금했지만 7만원이 모였다. 낙담했다. 하지만 재건이의 상황을 전해 들은 익명의 후원자가 2백만원을 쾌척했고, 재건이는 수술에 이어 재활 치료에 전념하게 됐다. 러빙핸즈는 중간에서 다리를 놓아주고, 멘토링을 통해 재건이의 학업을 돕고 있다. 수술과 재활로 유급을 할 수도 있는 재건이의 상황을 고려한 것이다.

“도움을 받고 싶어 하는 사람도 많고, 도움을 주고자 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러빙핸즈는 그 사이에서 하나의 연결고리가 되고자 해요. 그분들이 서로 만날 수만 있다면, 세상이 조금은 나아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더 깊은 도움을 위해
박현홍 대표는 “건방진 얘기지만, 지금 죽어도 괜찮을 것 같다”며 러빙핸즈의 활동에 만족감을 표현했다. 아직 갈 길이 멀고, 할 일도 많지만 도움을 받고 점점 밝아지는 아이들의 얼굴을 보면 만족감을 느낀다. 올해 다섯 살인 박현홍 대표의 딸 새희가 ‘백혈병’ 진단을 받은 것은 그를 더 강하게 했다.

“처음 시작할 때는 ‘도움을 준다’는 만족감이 컸어요. 의기양양하는 부분도 있었죠. 그런데 제 딸이 아프다 보니,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됐어요. 새희가 치료를 받고 나아진다면, 제가 생각하는 폭도 넓어지고 러빙핸즈도 더 깊이 있는 도움을 줄 수 있을 겁니다.”

박 대표의 표정은 담담했다. 하지만 아이가 갑자기 피를 토하고 코피가 지혈이 안 돼 이틀 동안 피를 흘릴 때 아버지의 마음은 말로 설명하기 어렵다.

“두려움도 있습니다. (딸을) 잃는 줄 알았으니까요. 건강하던 아이가 피를 너무 많이 흘려 축 늘어져 있고, 얼굴은 검어지고. 하지만 제가 울고, 낙담하는 것이 딸에게 도움이 될 수는 없으니까. 더 강해지려고 노력합니다.”

방송인이자 라이프 코치인 전효실씨(35)는 러빙핸즈의 ‘홍보대사’로 나섰다. 처음에는 마다했다. 괜히 얼굴만 ‘걸어놓고’ 좋은 일 하는 티를 내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었다. 그러나 박 대표의 설득과 재건이와의 만남을 통해 마음을 열었다.

“더 의미 있게 살 수 있는 기회가 됐습니다. 잘 만났다는 생각이 들어요. 요즘은 만나는 사람마다 러빙핸즈 얘기를 합니다(웃음). 1만원씩, 2만원씩 도움을 주시는 분들도 많아요. 저야 좋죠(웃음). 기부는 ‘본능’이 아닌가 싶어요.” - 전효실씨

“사회는 이기적이지만, 사람에게는 이타적인 본능이 있습니다. 워낙 바쁘게 지내다 보니 기회를 찾기가 쉽지 않을 뿐이죠.”- 박현홍 대표

러빙핸즈는 네트워크를 통해 도움이 필요한 사람과 주고 싶은 사람 사이의 다리가 되고자 한다. 많은 사람들이 공항을 통해 세계로 향하듯, 러빙핸즈라는 플랫폼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아름답게 만나길 바란다. 도움을 주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 전화 한 통, 클릭 한 번이면 된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네트워크’와 ‘기회’.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박현홍 대표와 러빙핸즈의 목표다.


지속적이고 정서적인 도움 ‘러빙핸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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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태그(Green Tag) 캠패인
기업이나 단체에서 러빙핸즈를 통해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이다. 온라인 쇼핑몰 혹은 오프라인 가게를 운영하는 회사 혹은 개인 사업자가 자신의 상품 중 1%를 기부할 상품으로 정한다. 그린태그(Green Tag)를 붙여 상품을 판매하고 판매된 금액은 러빙핸즈(Lovinghands)에 기부하는 형식이다. 예를 들어, 카페에서는 첫 손님의 커피 값을 1%기부할 수 있다. 자유로운 형식으로 참여할 수 있다.


글 / 정우성 기자 사진 / 안진형(프리랜서) 문의 / 러빙핸즈(lovinghands.or.kr, 02-3144-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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