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단직원에서 임원에 오르기까지 오철숙·서유순의 성공스토리

말단직원에서 임원에 오르기까지 오철숙·서유순의 성공스토리

“직장 생활이 하고 싶다고요?
간절히 원하면 무엇이든지 이룰 수 있어요”


「여성 리더가 알아야 할 파워 코칭 27」은 말단에서 시작해 외국계 회사의 여성 임원이 된 세 명의 성공 스토리를 담고 있다. ‘간절히 원하면 무엇이든지 이룰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이들을 만나 여성으로서 임원이 될 수 있었던 비결과 직장 일과 가정 일을 병행하는 데 따른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들었다.


말단직원에서 임원에 오르기까지 오철숙·서유순의 성공스토리

말단직원에서 임원에 오르기까지 오철숙·서유순의 성공스토리

20여 년 전 한국에서 여성 임원이 된다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많은 여성들이 임원으로 우뚝 서 있다. 바로 「여성 리더가 알아야 할 파워 코칭 27」(이지출판)을 지은 세 저자 오철숙·서유순·이영숙씨도 그렇다.

서유순씨는 듀폰코리아 상무를 거쳐 라이나생명보험 인사 담당 부사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에스티로더 한국지사 인사 담당 상무를 거친 오철숙씨와 한국휴렛팩커드 조직 개발 담당 이사를 거친 이영숙씨는 Aligned&Associates 공동대표로 있다. 그 가운데 오철숙(52)·서유순(49)씨가 말하는 성공 스토리를 공개한다.


스토리 1 우리의 경험 알려 후배들에게 도움 되고 싶어
레이디경향(이하 ‘LK’) : 두 분이 어떻게 알게 되셨나요?
오철숙(이하 ‘오’) : 1998년 4월, 외국계 기업의 인사 담당 여성 임원들이 모여 LWHR(Leading Women in Human Resources)를 만들었어요. 그 뒤 매월 모여 각 회사에서 진행하고 있는 최근 동향을 공유하거나 당면 현안에 대해 서로에게 도움을 주면서 10년 넘게 만나오고 있죠.

그러던 중 이화여자대학교 부설 기관인 이화리더십개발원이 여성 리더십 과정을 개설하면서 LWHR에 협조 요청을 해왔어요. 각계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여성 리더들에게 우리의 경험을 알려줌으로써 그들이 리더로서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으면 한다는 것이었죠.

LWHR에 모인 여성 임원들끼리 이야기를 나누면서 많은 것을 공유할 수 있었어요. 가정과 직장 일을 병행하는 데 따르는 어려움, 남자 직원과의 관계, 회식과 술 문제…. 어느 순간 우리가 겪은 것들에 대해 후배들에게 이야기해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고, 지난해 4월 1일 드디어 시작하게 된 거예요.

서유순(이하 ‘서’) : 그날 우리 회사 앞에 모여 어떤 방향으로 책을 쓸지에 대해 논의했어요. 그 뒤로는 매주 토요일마다 만나 구체적인 이야깃거리들을 정리했죠. 그렇게 1년을 하다 너무 골치가 아파 잠시 중단했어요. 그러다 지난 8월 마지막 날 모여 1박 2일 동안 밤새 정리했습니다. 미완결 상태의 숙제를하듯이(웃음).


LK : 책 쓰기를 잠시 중단한 피치 못할 이유라도 있었나요?
서 : 그건 아니고요. 주말마다 시간을 내는 게 여의치 않았어요. 몇 주 거르다 보니 흐름이 끊겼고, 그러다 보니 잠정적으로 중단한 것이죠. 책을 쓴다는 게 무에서 유를 만드는 작업이다 보니 아주 커다란 부담이 됐어요. 회사 일과 집안일을 병행해야 하는 상황에서 책까지 쓰려니 너무 벅차더라고요.

오 : 책을 쓰기로 결심하고 잠시 쉬었다가 다시 시작한 게
1년 반 만이에요. ‘뭐 빠진 것이 없나’라는 생각으로 한동안 던져두었던 원고를 보니 창피할 정도였죠.


‘이런 일이 있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라고 상의할 데가 없는 후배들이 이 책을 보면 좋을 것 같아요. 남성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조금 더 노력해야만 임원 자리에 오를 수 있는 우리나라 기업 환경 속에서 살아남은 선배가 후배에게 전하는 조언이랍니다. 현장감 있다는 게 이 책의 장점이에요.


「여성 리더가 알아야 할 파워 코칭 27」은 변화의 중심에 서서 열정을 갖고 자신의 커리어를 관리해 유수의 외국계 회사 여성 임원의 자리에 오른 세 여성의 이야기다. 어떻게 해야 할지 길을 찾지 못해 돌아가거나 포기하는 여성들을 위한 지침서라고 할 수 있다. 저자 들은 자신이 만난 3백명이 넘는 여성 리더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조직 내에서 벌어지는 많은 상황에 대처하는 노하우를 이 책에 담았다.


말단직원에서 임원에 오르기까지 오철숙·서유순의 성공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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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2 하찮은 일에도 정성 다한 게 성공의 비결
LK : 말단 사원으로 입사해서 임원이 됐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오 : 책을 쓰면서 ‘내가 뭘 열심히 했나’ 생각한 적이 있어요. 우리 같은 월급쟁이들은 어떻게 해서 내가 여기까지 왔는지를 잘 몰라요. 생존 게임을 하고 있기 때문이죠. 아침에 눈떠서 잠자기 전까지, 하루 종일 생존 게임을 하는 거예요. 그렇게 정신없이 살았어요. 누군가 “어떻게 임원이 됐어요?”라고 물으면 “만날 책상만 잡고 있었어요”라고 답하곤 해요(웃음).

서 : 말단 사원으로 있을 때부터 ‘하찮은 일도 정성을 쏟아서 한다’는 소리를 들었어요. ‘사소한 일이 모여서 큰일이 된다’고 하잖아요.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그 부분이었던 것 같아요.

지금 근무하고 있는 라이나생명보험으로 오기 전, 듀폰코리아에서 20년을 있었어요. 듀폰코리아에 있을 때 회사를 그만둔 친구들이 찾아와 식사하곤 했는데, 그때마다 사진을 찍어 인화해서 전해주었어요. 추억을 간직하고 싶었으니까요. 그때 한 친구가 “언니는 이래서 성공하는 거야”라고 말하더라고요.

듀폰코리아 공장이 울산에 있었는데, 공항에서 내려 택시를 타면 공장까지 30분이 걸렸어요. 한번은 택시를 타고 ‘듀폰 공장에 가자’고 했더니 택시 기사가 공장을 잘 모르더라고요. 그래서 열심히 설명해줬죠. 공장 찾아가는 길은 물론이고 어떤 제품을 만드는 공장인지까지 말이에요. 그랬더니 택시 기사가 “회사 임원이죠?”라고 묻더라고요.
그렇게 작은 일에도 정성을 쏟다 보니 신뢰감을 얻은 것 같아요. 정성을 다해서 신뢰를 쌓고, 결국 인정을 받은 거죠.


LK : 자신이 인정받을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서 : 저 같은 경우는 일을 하는 매순간 스스로 세운 기대치가 높았어요. 회사 일뿐 아니라 개인적인 일도 그렇게 하다 보니 인생이 조금 피곤하죠(웃음).

오 : 사실 LWHR 같은 모임을 한 것도 최고의 해결 방법을 제공하기 위해서예요. 제가 공부하는 건 굉장히 싫어하는데, 닥친 일에 대해서는 최선을 다하는 편이에요.

이제는 평생 직업 시대잖아요. 시대에 맞게끔 자기 관리를 해나가야 합니다. ‘저 사람은 일을 잘해’라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말이에요. 사실 윗사람이 되면 부하직원들이 일을 열심히 하는지 아닌지 다 보여요.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승승장구할 수밖에 없는 건 당연해요.


스토리 3 아이에게 더 많이 신경 써주지 못해 미안해
LK : 회사 일과 가정 일을 병행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요.

서 :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직장에 들어갔으니 사회생활한 지 올해로 27년째네요. 사실 회사를 그만둘 정도의 고비가 몇 번 있었어요. 가장 큰 고비는 아이를 10년 동안 돌봐주시던 친정어머니가 갑자기 돌아가셨을 때예요. 당시 초등학교 2학년이던 아이는 몸도 많이 아팠고, 정서적으로도 불안한 상태였어요.

그런데 그만두면 다시 시작할 기회가 없을 것 같았어요. ‘남자들은 이럴 때 어떻게 할까’를 생각해봤더니 답이 나오더라고요. 남자들은 그런 상황에서도 그만두지 않잖아요. 가장이니까.

아이가 안정될 때까지 휴가를 낼 수 있게 회사에서도 배려를 해줬고, 동생과 아이의 큰어머니가 많이 도와주셨어요. 그런 여건이 안 돼서 중도 하차하는 여성들이 많은데, 저는 운이 좋은 편이죠.

오 : 유학 가는 남편을 따라가느라 다니던 회사를 그만뒀어요. 미국에서 6년을 지낸 뒤 한국에 돌아왔을 때 직장 생활 하고픈 열망이 아주 컸어요. 어떤 일이든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취직자리를 찾았죠.

너무 오랫동안 일을 놓고 있었기 때문에 사회에 나갈 준비가 안 됐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완벽하게 준비한 뒤 나가려면 인생을 다 바쳐도 모자라죠. 일단 내가 할 수 있는 것에서 시작해서 한 단계 한 단계 밟아나가면 되는 거예요. 지금 단계에서 인정받으면 자신감이 붙고, 그러면 또 다음 단계가 보이는 거죠.

다시 직장 생활을 시작하던 그때 큰애는 초등학교 1학년, 작은애는 유치원에 다니고 있었어요. 제 나이 서른넷이었죠. 나이 많은 말단 사원이었던지 제 별명이 ‘오 여사’였어요(웃음).


LK : 아이들이 직장 생활 하는 엄마를 마냥 좋게만 여기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오 : 아이들이 어느 정도 자란 뒤에는 커뮤니케이션이 되잖아요. 저 같은 경우는 제 월급날을 아이들 월급날로 만들었어요. 아이들에게 용돈을 주는 거죠. 아이들이 돈의 가치를 알기 때문에 바로 타협하던 걸요(웃음).

아이들이 엄마가 직장 다니는 것을 이해해줬어요. 아이들이 ‘엄마가 우리 사회에 기여를 하시는구나’ 하고 생각하더라고요. 아이들이 학교 준비물 준비도 스스로 하는 등 굉장히 독립적으로 커줬어요. 아이들은 스스로 하게끔 놔두면 충분히 해내요. 그런데 엄마들이 과잉보호를 하다 보니 똑똑한 아이들이 바보가 되는 거예요.

한번은 휴가라서 집에 있었는데, 아이들 하교 시간이 되니까 마구 걱정이 되더라고요. 길은 잘 건너는지, 어디서 넘어지지는 않는지… 가슴이 쿵쾅거리고 난리도 아니었어요. 그때 직장 생활 하는 것이 다행이다 싶더라고요. 회사에도 감사하는 마음이 생기고요.

책의 공동저자인 이영숙, 오철숙, 서유순씨(왼쪽부터).

책의 공동저자인 이영숙, 오철숙, 서유순씨(왼쪽부터).

저는 퇴근 후 집에 가면 아이들에게 잘해줘요. 다른 엄마들처럼 신경 못 써주니까 미안해서요. 아이들에게 ‘엄마 없어도 건정하게 커주는 게 정말 고마워’라고 말해주곤 해요.


LK : 아이들이 직장 생활 하는 엄마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적은 없나요?
오 : 아이들한테 월급을 잘 줘서 그런지 그런 적은 없어요(웃음).
서 : 오 대표님 아이들은 학원 한번 안 다녔는데도 좋은 대학 들어갔어요. 엄마가 정신적으로 신경을 많이 써주니까 그런 게 아닐까 싶어요.
오 : 집에서도 아이들에게 아부를 잘해야 해요. 직장에서처럼(웃음).


스토리 4 정상적인 내조 못 받은 남편은 ‘희생양’
LK : 남편과의 트러블은 없었는지 궁금합니다.
오 : 남편은 ‘희생양’이라고 해야 할 것 같아요. 제 남편은 정상적인 내조를 못 받았으니까요. 제가 전업주부로 지내다 다시 직장에 나갈 때만 해도 남편 친구들이 ‘얼마나 번다고 여자가 일하느냐’고 했어요. 근데 IMF 터지고 나서 남자들의 사고방식이 확 바뀌었어요. 요즘은 ‘부인이 집에 있어도 외식하는데, 부인이 번 돈으로 외식하면 더 맛있지’라고 한다더라고요.

서 : 요즘은 결혼 상대자로 학교 선생님이 최고라잖아요. 직장 없으면 여자가 결혼하기도 힘든 세상이 된 걸요.
오 : 우리 세대에는 안 그랬는데 많이 바뀌었어요.
서 : 그러니까요. 우리 퇴직할 때 되니까 가치관이 바뀌었네요(웃음).
오 : 요즘은 평균수명이 많이 길어졌고, 못 먹고 사는 사람 거의 없잖아요. 그렇다 보니 가치 있는 일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 같아요. 주부들의 가사 노동은 가치 계산이 안 되다 보니 친구들이 많이 부러워해요. 돈 버는 게 부러운 게 아니라 뭔가 할 일이 있는 게 부럽다고요.


LK: 아이와 남편 문제로 힘들어하는 분들에게 조언을 부탁합니다.
오 : 아이, 남편과는 파트너십으로 가야 할 것 같아요. 가족들에게 요구할 건 요구하고, 가족 구성원의 적절한 역할에 대해서 고민해야 하죠.
사람은 참 특이한 것 같아요. 그게 무엇이 됐건 얻고 싶다고 갈망하면 얻게 되거든요. 직장 생활을 하고 싶어 하는 주부들이 있다면 그들도 그래야 할 것 같아요. 자식들이 어느 정도 자라면 엄마가 직장 다니는 걸 자랑스러워하고 그래요.

서 : 우리 아들은 원래 표현을 잘 안 해요. 밥 차려주고 옷 챙겨주고 이런 부분을 소홀히 하는 엄마에게 불만이 있을 만한데도 표현을 잘 안 했거든요. 그런데 군에 다녀온 뒤 달라졌어요. 대학교 3학년에 복학하면서 진로 문제가 발등에 떨어진 거죠. 어느 날 밥상머리에서 저에게 상담하고 있는 아들을 발견했지 뭐예요. 아들이 나를 자신의 상담자로 삼아주니까 기분이 좋아요.

오 : 우리 딸은 엄마가 ‘롤모델’이래요. 엄마를 아주 자랑스러워하죠.

스토리 5 손자 키우며 할머니로 사는 게 꿈
LK :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오 : ‘여성 임원 만들기 프로젝트’로 제2의 직업 인생을 시작했습니다. 제가 지난 20년 동안 겪으면서 배운 것을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어요. 코칭을 통해서든 교육을 통해서든 여성 리더를 키우고 싶은 맘뿐입니다.

서 : 당분간은 현직에서 일을 할 예정입니다.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았거든요. 그리고 은퇴한 뒤에는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인사’에 관련해 할 일이 있을 것 같습니다. 그땐 나이가 들어 힘들 테니, 파트타임으로라도 일해야겠죠. 경력을 관리해주거나 리더십에 대한 코칭, 인사에 대한 컨설팅 등을 하고 싶어요.

그리고 또 하나, 우리 아들이 아기를 낳으면 손자도 키워주고 싶어요. 며느리가 원한다면요. 직장 생활하면서 아들에게 못해준 게 많기 때문에 항상 무언가 해주고픈 보상심리 같은 게 있어요. 아들을 키워주신 친정어머니에게 무척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은 대를 물려줘야 할 것 같아요.

오 : 저도 아이들한테 손자를 봐주겠다고 선언했는데, 안 믿더라고요. 행복한 할머니가 되는 게 꿈인데 말이죠(웃음).

글 / 김민정 기자 사진 제공 / 이지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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