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공연을 즐기는 계층이 얼마 되지 않는 현실임에도 최근 주목할 만한 남성 중창단이 등장했다. 늦가을에 만난 환상적인 화음과 하모니의 주인공은 올 2월 창단된 남성 중창단 유엔젤이다. 연예인급의 비주얼과 성악가다운 실력을 겸비한 이들은 소외된 곳에 사랑을 전하고 가는 곳마다 아름다운 추억을 선사한다.
발군의 실력 자랑하는 클래식 남성 중창단
경기도 분당의 한적한 어느 주택. 가정집이 아니라 유엔젤 남성 중창단의 연습실이다. 이곳에서 흘러나오는 청명한 화음이 늦가을 낙엽과 어우러져 근사한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언뜻 보아도 ‘시커먼’ 남성 5명으로 이뤄진 중창단 멤버들의 포스가 예사롭지 않다. 이들은 지난해 10월부터 약 6개월간 수차례의 오디션과 콩쿠르를 통과한 성악 전공자 중에서도 실력을 갖춘 이들로만 구성된 남성 중창단 유엔젤(U ANGEL)이다.
“유엔젤 중창단은 기업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고 문화 소외지역 방문 공연으로 음악을 통해 어두운 곳에 빛을 비추려는 뜻으로 만들었습니다. 지난 2월 26일 창단했으니 열 달도 채 되지 않았지요.”
유엔젤 중창단은 음악을 통해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고자 하는 뜻에서 창단한 이래 4월 27일 중국 나환자 돕기 자선음악회를 시작으로,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불러주는 곳 어디든 달려가고 있다. 일본과 중국, 러시아, 미국 등 해외 초청 음악회 외에도 병원, 군부대, 분기별 자선음악회, 중증 장애인 시설, 교회 등을 돌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리더로 ‘잡일’을 도맡고 있다는 신상진씨는 “제가 가진 재능으로 좋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좋은 점”이라고 한다. 노래 실력을 뽐내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듣는 이들에게 훌륭한 노래 이상의 것을 줄 수 있다는 자부심이 묻어났다.
“러시아 우수리스크 시 창립 기념 음악회에 초대받아 간 적이 있는데요. 시청 광장에 설치된 무대와 음향시설이 좀 열악했어요. 그곳 분들이 우리 노래가 제대로 들리지 않는다고 현지 스태프에게 아쉬움을 토로했을 때, ‘이렇게 먼 곳에서도 우리 노래를 듣고 싶어 하는 구나’ 무척 보람을 느꼈지요.”
유엔젤은 일개 중창단이지만 봉사활동에 더욱 매진하고픈 꿈을 갖고 있다. 때문에 일체 공연 출연료를 받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차비를 극구 사양하지 못할 때는 적립해두었다가 해비타트(Habitat:사랑의 집짓기 운동본부) 같은 공익단체에 기부한다고.
가족 같은 팀워크에서 나오는 아름다운 하모니
지난 11월에는 그간의 활동이 작은 결실을 맺기도 했다. 유엔젤 중창단이 세계적인 구호 단체인 선린회의 홍보대사로 위촉된 것. 박 단장은 “창단 후의 여러 활동을 인정받은 것도 기뻤지만 앞으로 더욱 ‘음악을 통한 봉사’에 비전을 품는 계기가 됐다”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김유중씨는 “클래식으로 승부하는 중창단은 흔하지 않아요. 더 다양한 레퍼토리와 기획으로 문화 소외지역에 다가가려고 한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동안 일본 여러 지역의 한인 음악회와 미국 순회 연주, 러시아 초청 음악회 등을 통해 멤버들의 실력과 경험이 나날이 쌓이고 있다. 해외 연주가 처음이어서 더 기억에 남는다는 바리톤 지현식씨. “아직 학생이기 때문에 바쁘고 힘들 때도 있어요. 하지만 의미 있는 일들을 통해 오히려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더 많은 것을 배우지요. 장차 할 뮤지컬 공부에도 큰 도움이 되고요.”
테너 허영민씨도 첫 사회활동을 통해 배우는 것이 무척 많아 감사할 뿐이라고. “제가 가진 달란트(재능)가 노래밖에 없으니까요. 노래를 통해 맺어진 공동체인 유엔젤 활동이 제겐 생활의 큰 부분이지요. 다들 학교생활에 바빠서 주중에는 얼굴 보기 힘들지만 그동안 함께 지내면서 정도 많이 들었구요.”
막내 김영우씨도 “스스로도 그렇지만, 유엔젤이 점점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마냥 즐겁다”고 한다. 함께 호흡을 맞춘 지 1년이 되어가는 지금은 눈빛만 봐도 통하는 사이가 됐다. 틈날 때마다 모여 연습과 공연을 반복하다 보니 이제는 가족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자녀가 없는 박지향 단장은 뒤늦게 다섯이나 생긴 아들들을 챙기느라 여념이 없다. 반주하랴, 매니지먼트 하랴, 보호자 노릇 하랴 눈코 뜰 새 없지만 언제부턴가 ‘엄마’라 부르면서 친엄마처럼 따르는 멤버들이 예쁘기만 하다.
오는 12월 6일에는 유엔젤 창단 음악회를 열고 더욱 활동에 박차를 가하려 한다. 먼 훗날 구호재단 설립의 초석이 될 유엔젤 중창단의 날갯짓이 궁금하다면 이들의 공연을 기대해봄 직하다. 공연 문의 010-9055-8885
■ 기획 / 장회정 기자 ■글 / 위성은 객원기자 ■사진 / 이성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