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서 한국 춤의 아름다움 알리는 무용가 이채희

하와이서 한국 춤의 아름다움 알리는 무용가 이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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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국악협회 하와이 지부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무용가 이채희씨가 국내 언론에서 수여한 ‘자랑스러운 한국인상’을 수상했다. 하와이에서 한국 춤의 아름다움을 널리 전파한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다. 멀리 했던 춤을 다시 시작한 지 12년, 그의 인생은 어느새 춤으로 가득 차 있다.


“한국서 활동하는 것도 아닌데 이런 큰 상을 주셔서 감사해요. 상을 받고 나니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 전통 춤을 세계에 널리 알리는 ‘자랑스러운 한국인’이 되겠다고 다짐하는 계기가 됐어요.”

하와이서 한국 춤의 아름다움 알리는 무용가 이채희

하와이서 한국 춤의 아름다움 알리는 무용가 이채희

薪한국인포럼과 현대신문이 주관한 ‘제5회 자랑스러운 한국인상’을 수상한 이채희씨(49)의 말이다. 이채희씨에게 의미 있는 상은 비단 이번뿐만이 아니다. 지난 4월 말에는 전남 장흥에서 열린 ‘제8회 전통 가·무·악 전국제전’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고법, 판소리, 기악, 무용, 가야금병창 5개 종목에 대해 각 부문별로 이루어진 경연 대회에서 ‘살풀이’로 대상의 영예를 안은 것. 국내 최고의 명인 명창들이 승부를 겨룬 자리인 만큼 그의 감회는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항상 ‘대통령상은 하늘이 주는 상’이라고 여겨왔어요. 대회 당일 분장사가 자기 꿈을 사라고 하기에 만원을 주고 그 꿈을 샀어요. ‘떨지만 말라’는 분장사 말에 힘을 얻어 침착하게 춤출 수 있었죠. 대통령상 수상자로 제 이름을 호명했을 때는 너무 얼떨떨해서 눈물도 나오지 않았는데, 서울로 오는 차 안에서 그렇게 눈물이 나더라고요.”

이채희씨는 판소리보존연구회 이사장을 역임하고,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수궁가) 예능보유자인 고 정광수씨의 외손녀다. 소리 집안에서 태어나 자연스레 소리와 춤을 하게 된 그는 대통령상이 명인의 반열에 오르는 매우 큰 상이며, 그 고지에 도달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랬기에 눈물이 쉬 멈추지 않았을 터였다.


열정 하나로 다시 시작한 춤
집안에서는 그가 가야금병창이 되길 원했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가야금병창이 되기에 적합하지 않았다. 무용을 하고 싶어 했지만 집안의 반대가 심했다.

“특히 엄마가 그렇게 싫어하셨어요. 장구 배우는 것도 못마땅해하셨죠. 장구를 집에 들고 가면 야단맞았기 때문에 근처에 살던 친구네 집에 맡겨놓곤 했어요. 엄마가 무용할 때 입는 한복을 보기 싫어하셔서 한복 빨래는 밤에 해서 널었어요.”

20대 시절, 그는 직업 무용수로 호텔의 무용 단원으로 지냈다. 하지만 경제적인 어려움이 너무 컸다. 급기야 무용을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무용을 그만둔 뒤 무용복을 남에게 주자니 마음이 아팠어요. 시장에서 스팽글을 사다가 직접 달아 만든 옷들이거든요. 스물여섯 살쯤이었어요. 어느 날 밤, 무용복을 넣은 큰 트렁크 두 개를 들고 택시를 타고 난지도로 갔죠. 난지도가 지금은 공원이 됐지만 그때만 해도 쓰레기장이었거든요. 그걸 버리고 집에 오는 길에 얼마나 많은 생각이 들었는지 몰라요.”

그 뒤 ‘돈 좀 벌어보자’는 생각에 장사를 시작했다. 다행히 장사는 잘됐다. 그 사이 무용은 까맣게 잊혀졌고, 친구의 결혼식 들러리를 서기 위해 하와이에 갔던 인연으로 그 이듬해 이민을 떠났다.

평생 다시 할 수 없을 줄 알았던 무용을 다시 하게 된 것은 바로 하와이에서다. 하와이에 있는 한국 TV 방송에서 ‘화관무(花冠舞)’를 추는 할머니를 본 순간, 온몸이 얼어붙었다. 다시 춤을 춰야겠다는 생각이 요동쳤다. 그건 선택의 문제가 아니었다. 운명이었다.

“당시만 해도 하와이에서 한국 춤을 아는 이가 드물었어요. 한국 춤을 널리 알려야겠다고 생각했죠. 관심 있어 하는 사람들에게 한국 춤을 가르치다 2000년에는 개인 무용소인 ‘춤사랑’을 열었어요. 2003년 한국국악협회 하와이 지부장을 맡고 난 뒤로는 한국의 명인들을 초청해 국악제와 국악 강습도 하고 있어요.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한국 춤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게 할 일인 것 같아요.”

다시 무용을 시작한 지 어느덧 12년이 흘렀다. 춤에 대한 열정 하나로 시작한 일이다. 지난 10월 20일에는 처음으로 발표회도 가졌다. 발표회는 ‘한국의 풍류 이채희의 춤’이라는 타이틀로 하와이에서 열렸다. 1년 6개월 동안 준비한 것을 선보이던 날, 수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박수갈채를 보냈다. 공연 수익금을 하와이 한인문화회관 건립 기금으로 사용했기에 더욱 의미 있는 발표회였다.


전통 춤 토대로 새로운 춤 만들고 싶어
이채희씨는 요즘도 한국 춤을 배우기 위해 서울을 찾는다. 젊었을 때 췄던 춤은 한국 춤이 아니라는 생각에서다. 그는 “`젊었을 때는 그냥 예쁘게만 추려고 했던 것 같다”고 한다. 요즘은 한 달에 한두 번 서울로 와 스승인 서울시무용단 단장 임이조씨의 가르침을 받는다. 현재는 이매방 선생의 살풀이를 전수받고 있다.

“춤을 다시 시작한 지 12년이 넘었는데, 하면 할수록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들어요. 호흡이나 동작 등 모든 면에서요. 너무 어려운 나머지, 춤을 배우고 하와이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울기도 많이 울었어요. 가끔 ‘끝이 안 보인다’는 생각이 들면 온몸에 힘이 쫙 빠지면서 포기하고 싶어져요. 하지만 힘들어도 계속할 거예요. 늙어서 힘이 하나도 없어 춤을 출 수 없을 때까지 말이에요.”

열과 성을 다해 노력하는 자의 모습은 진정으로 아름답다. 대통령상 수상으로 명인의 반열에 올랐지만 지금도 춤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는 이채희씨가 그렇다. “전통 춤을 토대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겠다”는 그의 각오가 빛난다.

글 / 김민정 기자 사진 / 이성훈 장소 협찬 / 민가다헌(02-733-29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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