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베스트 멘토링 시상식
지난 연말 베스트 멘토링 시상식이 열렸다. 멘토 대표로 수상 소감을 발표하던 정용실 아나운서는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축제 분위기였던 행사장이 잠시 조용해지는가 싶더니 금세 박수가 터져나왔다. 몇몇 멘티들은 함께 눈물을 훔쳤다. 지난 한 해 그들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인연은 억지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가 지정해 짝을 지어줬다고 해도 마음이 통하지 않으면 그 허약함이 거미줄에 비하지 못할 것이다. 멘토와 멘티 모두에게 정기적인 만남과 과제 수행이라는 의무가 주어지는 사이버 멘토링은 책임감만으로는 이어가기 힘든 인연이다.
2007 베스트 멘토링 시상식은 책임감을 넘어 여성, 그리고 열정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한 해를 달려온 멘토링 가족들을 위한 축하의 장이었다. 정용실 KBS 아나운서는 그 뜨거운 열정과 따뜻한 인연으로 복받쳐 오른 감동 때문에 눈물을 흘렸다. “멘토 활동을 결심한 건 몇 년 전이었습니다. 처음엔 의례적인 책임감으로 멘티를 만났는데 자신감 없이 안개 속을 헤매는 멘티들을 보고 20대의 제 모습을 떠올렸어요. 2007년에 여성가족부에서 좋은 인연을 말들어줘 정말 보람 있는 멘토링을 진행했습니다.
현재 40대인 제가 누리고 있는 혜택이 20대 젊은이들의 꿈을 담보로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시대 젊은 여성들이 꾸고 있는 꿈이 안개 속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앞으로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복받치는 감정에 떨리는 목소리로 소감을 마친 정용실 아나운서에 이어 함께 상을 수상한 윤희진(25·연세대 국문과) 멘티의 답사가 이어졌다. “정용실 멘토님과 멘토링을 시작하기 전에 꿈은 어렴풋하고 손에 잡히지 않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꿈이라는 것은 크게, 높게, 많이 꿀수록 좋은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 꿈을 함께 지켜갈 인연들이 있으니까요. 이제 제가 멘토링에 통해 얻은 것들을 다른 인연들과 나누고 싶은 또 다른 꿈이 생겼습니다.” 더 많이 나누고픈 멘토, 멘티들의 소망이 깊은 울림으로 참석자들에게 전해졌고 그 울림은 뜨거운 박수로 이어졌다.
이날 시상식에서는 열정 멘토링상, 모범 멘토링상, 우수 네트워크상 총 3개 부문에 민호기, 안미영, 김송이 커플을 비롯한 여섯 커플이 수상의 기쁨을 나눴다. 조현숙 멘토와 김혜은 멘티는 우수 네트워크상을 받았다. 상을 받은 커플뿐 아니라 2007년 한 해 동안 서로에게 든든한 받침목이 되어준 멘토 멘티들, 그리고 그 가족들까지 1백50여 명이 참석했다. 시종일관 부드러운 미소로 멘토링 가족들의 플래시 세례를 받은 장하진 여성가족부 장관은 “여기 계신 멘토와 멘티 커플 여러분은 66억분의 1의 운명으로 만난 것과 같습니다.
귀한 인연이니만큼 앞으로도 더 넓은 공감대를 가지고 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멘토링 가족이 됐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당부하며 “여성뿐 아니라 남성들과의 대화를 통해서도 구체적이고 다양한 문제 해결을 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해 2008년 남성 멘토링의 가능성을 열었다. 성별을 떠나 이제 누구라도 멘토가 필요한 시대에 살고 있다. 공적인 네트워크를 가지고 자기문제를 의논할 수 있다는 건 참으로 든든한 일이기 때문이다. 가정, 사회, 편견이라는 유리벽에 갇힌 여성들에게 ‘함께’라는 연대감을 주는 것만으로도 사이버 멘토링은 커다란 수확을 거두고 있다.
깜깜한 어둠 속에서 불을 밝히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조금만 손을 뻗어 촛불을 찾는다면 그 빛으로 더 밝은 빛을 찾을 수 있다. 그렇게 빛은 이어지고 그만큼 주위는 밝아진다. 안개 속에서 꿈을 잃고 방황하는 여성들에게 사이버 멘토링은 손을 내밀고 있다. 그 손을 잡는 데 주저하지 말자. 사이버 멘토링에서는 2008년 더 많은 인연을 기다리고 있다.
●사이버 멘토링이란 온라인상에서 여성들이 삶의 지혜와 용기를 나눌 수 있는 새로운 만남의 시스템을 지칭한다.
●멘토란 멘토링 관계에서 역할 모델, 상담자, 교사, 후원자 역할을 하는 선배.
●멘티란 멘토로부터 다양한 조언을 듣고 그들의 경험으로부터 지식과 지혜를 배우는 대화자.
●참여 방법 위민넷(www.women-net.net) 홈페이지를 방문해 사이버 멘토링 회원 가입 신청서를 작성하면 내용을 기준으로 멘토와 멘티를 선정해 매칭해준다.
Mini Interview
열정 멘토링상 수상한 멘토 이유경(주부창업 전문사업가)
멘티 배관순(동화연구가) 커플
“1년 동안 서로에게 행복한 스토커 역할 했어요”
Q 수상 소감 한 말씀 해주신다면.
●이유경 작년에 상 받은 것보다 더 떨리고 행복합니다(이유경 멘토는 작년에 이어 열정 멘토링상 2관왕을 차지했다). 사실 오늘 친정어머니 상을 치르고 시상식에 참석했어요. 의상도 어머니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골라주신 옷으로 입고 왔습니다. 제가 매년 특이한 의상을 입거든요. 작년에는 산타 의상을 입었는데 다들 올해는 무슨 의상을 입을지 궁금해하더라고요. 올해 시상식에는 꼭 이 옷을 입으라고 하셨는데 엄마가 함께 오셨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에 눈물이 나올 뻔한 걸 간신히 참았습니다.
●배관순 작년 시상식에 참가했다가 이유경 멘토님을 봤는데 첫눈에 반했어요. 에너지 넘치는 모습이 저에게 큰 자극이었죠. 다른 분이 매칭되어 살짝 아쉬웠는데 중간에 운 좋게 재매칭 시기에 다시 만나게 됐어요.
●이유경 연초에 멘토와 멘티가 매칭되고 중간에 재매칭 기간이 한 번 더 있어요. 저도 마침 처음 만났던 멘티랑 헤어지게 돼서 다른 멘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관순씨가 메일을 보내왔더라고요. 왠지 느낌이 좋아 수락했죠. 그때 이후 서로 떨어질 수 없는 사이가 됐어요.
Q 멘토링을 하며 가장 좋았던 점은 무엇인가요?
●이유경 서로의 소소한 부분까지 이야기하고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친구를 얻게 된 점이요. 서로 통하는 부분이 많아서 아주 작은 일도 함께 고민하고 의견을 나눴어요. 새로운 소식이 있을 때마다 사이버 멘토링 게시판을 통해 글을 나누거든요. 매일 서로에게 남겨진 글을 확인할 때마다 무척 행복했답니다.
●배관순 하루 일기를 쓰듯 글 남기는 재미에 푹 빠졌죠. 서로 너무 잘 알고 있어서 누가 보면 스토커라고 할 정도였어요. 고민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는 조언과 충고를 아끼지 않았죠. 행복한 스토커였죠.
Q 2008년 사이버 멘토링을 통해 새로운 인연을 기다리고 계신 분들께 한 말씀 해주세요.
●이유경 도전과 열정과 자신감이 있으면 모든 것을 이룰 수 있어요. 저도 처음 도전할 땐 두려움이 많았답니다. 멘토링을 통해 긍정적인 에너지와 자신감을 충전하시길 바랍니다.
●배관순 멘토링을 통해 스승과 친구, 그리고 제자를 얻었습니다. 목적의식을 가지세요. 여성도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글 / 노정연 기자 ■사진 / 이성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