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대통령이 뽑힌 뒤 「레이디경향」은 거리로 나섰습니다. 국민 대표 열 팀에게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말’을 들었습니다. 지난 대선은 유례없이 시끄러웠지만, 이들의 바람은 조용하고 소박했습니다. 그래서 더 절실했습니다. 이 페이지에는 여덟 살 소녀도, 일흔세 살 할아버지도 있습니다. 남대문시장 상인도, 택시기사의 소망도 있습니다. 이들은 사실, 정치판이야 어떻든 하루하루 열심히 사는 사람들입니다. 그래도 힘들었던 한 해였습니다. 편집자 주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됐으면
한국여성민우회 권미혁 공동대표(50)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합니다. 여성 일자리의 대부분은 비정규직이고, 사회적으로 ‘낮은’ 일자리예요. 취약 계층 중에서도, 편부모 중에서도 여성이, 노인도 남성보다는 여성이 더 어렵죠. 여성의 삶이 아직 평등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이해하는 대통령이었으면 합니다.”
지난해 한국여성민우회는 ‘함께 일하고 함께 돌봐요’라는 슬로건으로 ‘일과 가정의 양립’을 도모하는 캠페인을 벌였다. 돌봄노동(가사노동)을 여성만의 일로 여기는 기존의 관점에서 벗어나, 사회 전체가 돌보는 영역의 노동을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는 취지였다.
“누군가를 돌보는 일 자체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죠. 돌봄노동이 화폐 교환은 안 되지만 사회 전체가 나서서, 그것이 가치 있는 일이라는 것을 인정받기를 원했어요.”
한국여성민우회가 여성만을 위한 운동을 한다는 편견은 사실과 다르다. 이들이 지향하는 평등은 남성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남성 육아 휴직’은 그 대표적인 예다.
“육아가 여성의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에서 출발했습니다. 아이를 기르고 싶은 남성도 많으니까요. 더 나아가 ‘생리휴가’라는 말도 ‘건강휴가’로 바꿔야 한다고 생각해요. 남성도 혜택을 받을 수 있게요.”
진정한 여성주의는 여성만을 위하지 않는다. 한국은 ‘남자이기 때문에’ 겪어내야 하는 억압기재가 강한 나라다. ‘여자다운 여자, 남자다운 남자’라는 일반적인 성(性) 역할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이 한국여성민우회가 지향하는 사회다.
“그런 인식을 공유하는 대통령, 전통적이고 일반적인 성 인식으로 분리하지 않고, 그런 철학을 모든 정책에 도입할 수 있는 대통령을 바랍니다.”
철학적으로 들릴 수 있는 말이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렵지 않다. 지금까지 정부차원에서 여성에게 지원한 일자리는 주로 비정규직이었다. 간병인, 가사사용인(파출부)과 같은 비정규직이고, 임금도 낮은 직군이다. 여성 인력은 무조건 싸게 고용할 수 있다는 편견도 거기서 비롯됐다. 정부의 정책이, 알게 모르게 성 역할을 구분 짓고 있다는 뜻이다.
“이번 대통령은,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었으면 합니다. 힘없는 사람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질 수 있게요. 빈부격차와 양극화는 세계화의 산물이라고 해도, 그것을 다 같이 논의할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해요.”
우리는 상식이 곧 현실인 사회에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상식으로부터 외면당하고, 목소리를 낼 기회조차 갖기 힘든 사람들이 더 많은 것이 현실이다.
다양한 꿈 꿀 수 있는 교육정책 만들어주세요
박지연(19·이화외고 영어과 3학년), 안소연(19·이화외고 영어과 3학년), 편윤희(19·이화외고 영어과 3학년)
“내신 비중을 낮춰주시고 수능 폐지하지 말아주세요.” 박지연 학생은 학생들이 무조건 일등이 되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려야 하는 교육정책이 아닌, 학생 개개인의 개성과 능력이 최대한 존중받을 수 있는 교육정책을 펼쳐달라고 새 대통령에게 당부한다.
안소연 학생은 관현악에 관심이 많다. 취미는 바이올린이다. 중학교 때부터 학원에 다니지 않아 다른 학생들에 비해 시간적 여유가 있었지만 이제 입시때문에 공부 외의 활동은 꿈도 못 꾸게 생겼다. “학창 시절에는 여러 활동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여유가 생겼으면 좋겠어요. 앞으로는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요?”
편윤희 학생은 본고사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교육의 자율화가 곧 다양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전에, 공교육의 정상화가 시급하다. “사교육비가 큰 문제예요. 말로만 줄인다 줄인다 하지 말고 실천에 옮겨주세요. 자그마한 정책 하나라도 꼭 학교와 학생을 생각해주셨으면 합니다.”
국가 경영은 국민 중심으로!
백미자(48·SC제일은행 서대문지점 지점장), 김희정(37·SC제일은행 서대문지점 PrB RM 차장)
“여성들이 일과 가정생활을 병행하면서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려면 가장 시급하게 해결돼야 하는 부분이 바로 육아 문제예요. 일하는 엄마가 아이 걱정을 덜 하고 일에 전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 대통령이 꼭 해야 할 일 중 하나죠. - 김희정
“장려금 주는 걸로는 아무 도움이 안 돼요. 실질적인 정책으로 해결을 해야지. 게다가 아이가 학교 들어가면 또 교육 문제에 부딪히잖아. 교육비도 문제지만 교육정책도 너무 자주 바뀌고 교육목표도 명확하지 않은 것 같아. 뭘 생각하고 느꼈는지, 아이가 어떤 부분을 발전시켜야 하는지 알게 해주는 ‘살아 있는’교육정책을 펼쳐줬으면 좋겠어요.” - 백미자
이들이 근무하고 있는 은행의 목표는 ‘고객 만족’을 넘어서 ‘고객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그리고 새 대통령의 국가 경영도 ‘국민 중심’이 되길 바란다. “국민을 중심으로 생각한다면 일을 얼렁뚱땅, 허투루 하지 못할 거예요. 투명하게 원칙을 지켜주길 바랍니다. 우리처럼요. 참! 펀드 가입 많아지게 주가 신경 써주세요(웃음).”
행복한 가정 꾸릴 수 있게 고용안정 힘써주세요
최광돈(30·Stx Pan Ocean 근무), 윤영림 (28·21세기북스 근무)
예전보다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맞벌이 부부에게 육아 문제는 아직 쉽지 않다. 한참 일을 하고 있는 두 사람은 아직 자녀 계획이 없다. 윤영림씨는 결혼 후 직장 내 육아 시설, 출산휴가, 육아 복지 문제를 더욱 가깝게 느낀다. “아이들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들이잖아요.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도 보육 문제는 꼭 해결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모두가 바라지만 결코 쉽지 않은 것이 바로 ‘모두 다 잘사는 나라’다. 젊은 부부는 사회 양극화 문제에도 관심이 많다.
“소득세 비율에 비해 재산세나 상속세 비율이 너무 낮아요. 사회 양극화의 해결방안이 따로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새 대통령은 재벌이나 기득권 눈치 보지 말고 사회적 분배를 더 생각해주셨으면 해요.”
교육비, 집값 걱정 없는 세상을 만들어주세요
김진복(40대·택시기사)
“국가가 발전하면 혜택이 국민들에게 골고루 돌아가야죠. 지금은 있는 사람들은 가만히 있어도 기회가 계속 주어지는데, 없는 이들은 점점 입지가 좁아져만 가요. 고착화된 빈부격차를 좁히는 데 최선을! 특히, 금융 문턱을 좀 낮춰서 구멍가게라도 열 수 있는 기회를 줬으면 합니다. 경제활동을 해야 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 아니겠어요?”
김진복씨 주변에는 기러기 아빠가 많다. 서울과 지방에서 가족이 떨어져 사는 경우도 다반사다. 자식 위해 안 살 거라며 큰소리치던 친구들이 자식 뒷바라지한다고 일에 치이고, 외롭게 지내는 것을 보면 마음이 짠하다. 최근에는 신혼 초에 계획했던 내집 마련의 꿈을 접었다. 교육비도 만만치 않은데 집값은 또 왜 그리 비싼지. 교육 때문에, 집 때문에 더 이상 걱정 안 하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국민들의 행복지수가 전반적으로 많이 떨어져 있어요. 이것을 끌어올리는 대통령, 서민들의 생활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는 대통령이 되어주십시오. 택시 근무 환경도 좀 개선해 주시구요. 우선 생리적 욕구 해결 때문에 잠깐 주차해둔 거, 그때 주차단속 좀 봐 주시면 안 되나요(웃음)?”
못해도 좋으니 헷갈리게만 말아주세요
김선정(22·대학교 2학년 휴학 중), 윤은영(22·대학교 3학년 재학 중), 연경은(19·대입 준비 중)
“일단, 안정된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주세요. 취업 못한 선배들이 더 많아요. 외국에서 공부할 수 있는 기회도 정부 차원에서 지원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어학연수는 필수가 됐는데 경제적으로 힘든 애들은 못 가요. ‘빈곤의 악순환’은 대학 때부터 시작되는 것 같아요.” - 김선정
“저는, 노력한 만큼의 대가를 가질 수 있는 나라가 됐으면 좋겠어요(웃음).” - 윤은영
“제가 이번에 수능을 봤는데 교육정책이 너무 이랬다저랬다 했어요. 교육정책에 학생들이 좌절하지 않는 바탕을 만들어주세요. 학교에서는 교과서를 안 봐요. 참고서로 공부하고, 문제집 값만 해도 엄청나요.” - 연경은
이들의 평균 나이는 스물하나다. 목표도, 환경도 제각각인 세 명은 “어떤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느냐”는 질문에는 입을 모았다.
“일단 말한 것은 끝까지 지킬 수 있는 대통령. 추진력 있게 이끌어갈 수 있는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어요.”
이번에 수능 시험을 치른 윤은영양이 덧붙인다.
“대통령이 교육에 더 큰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제대로 좀, 일관성 있게, 못해도 좋으니 헷갈리게만 하지 말아주세요(웃음).”
서민경제 꼭 살려주세요
고연순(53·남대문 식당 운영 32년 차)
“장사가 안돼서 하루 매출 중에 인건비 빼면 공치는 날도 많아. 세금은 많이 내지, 인건비는 비싸지. 정말 눈앞이 캄캄한 날이 많았다니까."
교통비나 공과금도 너무 많이 올랐다. 작은 돈 하나도 백 번을 생각하고 지갑을 여는 서민들한테 계속되는 교통비, 세금 인상은 야속하기만 하다. 빠듯한 매출에 생활이 버거워 얼마 전에는 30년 동안 장사하며 번 돈으로 마련한 집을 팔았다. 양도소득세 때문이다.
“여기 있는 상인들 모두 많이 힘들어요. 지난해 문 닫은 식당만 해도 다 손에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아. 다들 몇십 년씩 남대문에 숨을 묻은 사람들인데. 문 닫은 가게들을 보면 가슴이 아프지. 남의 일 같지가 않아. 은행 문턱도 너무 높아져서 장사하는 사람들은 이제 은행 가기도 겁난다니까.”
고연순씨는 새로 뽑힌 대통령에게 거창한 경제정책은 바라지 않는다. `그저 자기 욕심 채우려 하지 말고 부디 서민을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잘사는 사람이 더 잘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생활고에 삶을 포기하는 사람들을 살게 하는 것보다 더 시급한 문제가 있을까. 서민들이 잘사는 나라. 고연순씨는 거듭 당부한다.
아들 생각을 하던 고연순씨는, “청년실업 문제도 꼭 좀 해결해주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덧붙인다.
“우리 둘째가 아직 취직을 못했거든. 애니메이션을 하는데 요즘 워낙 취직이 힘드니까.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돈도 벌 수 있는 세상. 그런 세상이 와야 해. 그래야 우리 젊은이들이 더 열심히 살지.”
식당에 오는 손님들도 자식 취업 때문에 걱정이 많다. 생활고에, 자식들 취업 걱정에, 삶이 고달픈 건 손님들도 마찬가지다.
“제일 팔팔한 나이에 일자리가 없어 일을 못한다는 건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 아니겠어?”
그래도 고연순씨는 이제 ‘새 대통령도 뽑혔으니 뭔가 달라지겠지’ 하며 밝은 미소를 짓는다. 기대가 큰 만큼, 국민을 배신하지 않고 끝까지 잘해주었으면 좋겠다.
“새 대통령도 뽑혔으니 혹시나 경제가 살아날까, 그래서 남대문 장사치들 얼굴에 웃음이 다시 찾아올까 그 생각에 희망이 생겨. 요즘엔 그 낙으로 살아(웃음).”
밤 11시 이후에는 학원 문 닫게 해주세요
장은준(8·1학년 매화반), 김범준(11·4학년 매화반), 홍석준(13·6학년 매화반)
“아빠가 주유소에서 ‘가득 넣어달라’고 하면 옛날에는 5만원이었어요. 4학년 때는 7만원이었는데, 지금은 9만원이에요. 너무 비싸요. 아,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수능을 없애고, 밤 11시 이후에는 학원들이 문을 닫게 했으면 좋겠어요.” - 홍석준
‘`UN 사무총장’이 되고 싶은 4학년 범준이는 “경제 강국을 만들어달라”고 당부했다. 그리고 “대통령이 뽑혔는데 놀기 좋아하고, 국민들 괴롭히고 세금 걷고 그러면 경찰이 지켜보고 있다가 경고해야 한다”는 해결책은 깜찍하다.
“저도 열심히 할게요. 지금 학생이고, 어린애들은 나중에 다 훌륭한 인재가 되는 새싹이니까 많이 배워서 우리나라를 위해 힘쓰고 싶어요.”- 김범준
1학년 은준이는 구연동화를 잘한다. 안데르센의 「바보 이반」을 인상 깊게 읽었고, 아나운서가 되는 것이 꿈이다. 인터뷰 내내 수줍어했지만, 한마디로 핵심을 짚어냈다.
“‘백성’을 잘 도와주고, 생활이 어렵지 않게 돈도 주고 그런 사람이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어요(웃음).” - 장은준
국민의 마음을 생각하며, 통일정책을 펼쳐주길
이교태 할아버지(73·무직)
지난 12월 13일 늦은 오후, 탑골공원에서 함께 모인 이들과 ‘대통령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던 이교태 할아버지는 목소리를 높였다. 이제 기차도 다니게 됐는데 사람도, 마음도 오가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나라 살림을 걱정하던 사람들 틈에서 “급한 것은 통일”이라며 조금은 다른 주장을 펴던 그를 두고 다들 “북에서 왔나 보구먼” 하고 물었다. 그는 실향민이 아니다.
“나는 북에다 퍼다 준다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이해가 안 돼. 없는 사람한테 있는 걸 나눠주는 게 도의적으로 당연하지 않은가. 내가 지금 어려워서 못 먹는 것도 아니잖아. 자연스럽게 나눠주고 만나면서 통일을 이뤄야지.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정책을 잘 펴서 이산가족도 더 많이 만나게 하고 지원도 꾸준히 보내고 함께할 수 있는 기회를 늘렸으면 해.”
역대 대통령을 쭉 지켜본 어른으로써, 당선자에게 하고 싶은 부탁도 많다. “선거 때만 국민을 사랑한다, 섬긴다 말하지 말고 실제 국정 운영을 할 때도 국민의 마음을 생각하면서 일해달라”는 바람. “대통령은 5년간 잘해달라고 우리가 일을 맡긴 사람이잖아. 떨어진 쪽도 싸움할 생각만 하지 말고 똑바로 견제해야겠다고 굳게 마음먹으라고. 우리가 다들 한번 믿어볼 테니까.”
정부지원만 확실하면, 두 명 더 낳을 거예요
황지환(38·서울도시가스주식회사 근무), 정주희(34·주부), 황서영(1·딸)
황지환·정주희 부부가 결혼한 지는 2년이 됐다. 2006년 12월 31일에 태어난 딸 서영이는 이제 한 살이다. 아직 말은 못하지만, 헤어질 때는 웃는 얼굴로 손을 흔들 줄 안다. 최근에는 박수 치는 방법을 혼자서 터득했다. 가까운 마트에 나들이를 가면, 점원들은 “예쁜 아기 왔다”며 온 가족을 반긴다. 가족 나들이는 즐겁지만, 규칙적으로 소비하는 분유와 기저귀 값은 만만치 않다.
“아기 용품은 세금을 좀 낮춰주셨으면 좋겠어요. 기저귀나 분유 같은 필수품도 너무 비싸요. 일주일에 분유를 한 통 정도 먹는데, 한 통에 2만원 정도 하니까요.” - 정주희
주변에는 분유와 기저귀 값이 부담이 돼서 아기를 낳지 않는 부부도 많다. 부부가 함께 일할 수 있다면 부담을 조금 덜 수 있겠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가정이 화목해야 나라가 화목하니까, 퇴근 시간 좀 당겨주셨으면 좋겠어요(웃음). 주 5일 근무제도 더 확실하게! 엄마, 아빠가 가정에 충실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장을 좀 해주세요. 진짜 아기 낳으면 너무 힘들어, 그치?” - 황지환
정주희씨는 결혼 전까지 의류업체의 디스플레이어로 일했다. 회사에서는 능력을 인정받았고, 10년 동안 착실하게 경력을 쌓았다. 그러나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데는 현실적인 장애물이 너무 많다.
“일을 다시 하려고 해도, 편안하게 맡길 수 있는 보육시설이 너무 부족하고 비싸요. 나라에서 운영하는 곳이 그나마 믿을 만한데, 줄 서서 들어가야 해요. 아기 도우미를 쓰려면 한 달에 80만원에서 백만원 정도 들죠. 너무 비싸요.” - 정주희
“대기업에는 ‘육아전담반’이 있대요. 출근하면서 아기를 맡기고 퇴근할 때 데리고 오는 거예요. 중소기업에서도 그런 제도를 시행할 수 있게, 나라에서 지원을 해줬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저소득층의 사회 참여도 늘어나고, 경제 성장에도 도움이 되겠죠.” - 황지환
정부에서 운영하는, ‘믿을 수 있는’ 육아 전문기관이 많이 생겼으면 하는 것이 부부의 바람이다. 황지환씨는 “여자가 능력이 있는데 집에서 전업 주부로 있는 것은 국가적인 낭비”라고 생각하는 속 깊은 남편이다.
“친구들은 사교육비가 무섭다는 얘기를 많이 해요. 두 명 키우기도 힘들다고. 이제 초등학교 1, 2학년인데, 한 달에 50만원씩 들어간다니까요. 정부에서 지원만 확실하게 해준다면 두 명 더 낳을게요(웃음).”
■글 / 정우성, 노정연, 이연우 기자 ■사진 / 민영주, 원상희, 홍태식(프리랜서), 이성훈 ■장소 협찬 / 할리스(정동점), 서울경기초등학교,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