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경선에 쏠린 세계인의 관심…오바마 vs 힐러리

美 경선에 쏠린 세계인의 관심…오바마 vs 힐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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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다. 지금은 각 당의 경선이 진행 중이다. 민주당 경선에는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버락 오바마와 힐러리 클린턴이 맞섰다. 1월 21일 현재, 2대 1로 힐러리가 앞서고 있다. 오는 2월 5일에는 미국 22개 주가 동시 경선 투표를 벌인다.


美 경선에 쏠린 세계인의 관심…오바마 vs 힐러리

美 경선에 쏠린 세계인의 관심…오바마 vs 힐러리

‘워싱턴’에 대한 불만
미국에서 전국적으로 여성이 투표권을 갖게 된 것은 1920년이다. 남북전쟁이 끝난 뒤 연방헌법은 흑인의 투표권을 인정했지만 1960년대 중반까지도 일부 남부 주에서는 흑인들이 자유롭게 투표할 수 없었다.
힐러리와 오바마는 모두 ‘최초’에 도전한다.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11월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다면 미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 혹은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된다. 여성과 흑인은 미국 사회의 전통적인 소수 집단이다. 미국 대통령은 대대로 ‘백인 남성’이었다.

여성이 미국 대선에 출마한 첫 사례는 1872년 빅토리아 우드헐이라는 재벌 여성이었다. 그는 소수당인 평등당 후보였다. 역사상 예비 선거에서 여성 후보가 가장 많은 득표를 한 것은 1972년 민주당의 셜리 치스홈이었다. 전체 민주당 투표의 2.7%를 얻었다. 흑인의 경우는 제시 잭슨이 1988년 민주당 후보로서 29.1%를 득표한 것이 가장 높았다. 하지만 이들의 예비 선거 승리 가능성은 매우 낮았다. ‘소수자의 출마’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했다.

이번 미국 대선의 가장 큰 화두는 ‘변화’다. 부시 행정부와 워싱턴 정치에 대한 미국인의 반감이 높고 새로운 정치에 대한 요구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 11월 갤럽 조사를 보면 미국 정치에 불만이라는 응답자가 73%에 이르며, 만족하는 응답자는 24%다. 특히, 오바마와 힐러리가 경선을 벌이고 있는 민주당 지지자 가운데서는 단 9%만이 정치에 만족하고 있다.

냉철한 이성, 힐러리
‘미국 최초’는 두 사람의 공통 목표다. 하지만 삶의 궤적은 차이가 있다. 힐러리가 고요한 호숫가에서 자란 나무 같다면, 오바마는 풍랑을 헤쳐온 조각배를 연상시킨다.

힐러리는 전형적인 미국 백인 중산층의 삶을 살았다. 지난 1947년 미국 일리노이주 파크리지에서 웨일스 이민자 3세로 태어났다. 어린 시절부터 공부를 잘했던 힐러리는 당시 가장 우수한 여학생들이 모이던 웨슬리대를 거쳐 예일대 로스쿨을 졸업했다. 가정의 소중함을 강조하는 감리교 집안에서 성장, 가족의 가치를 중시한다. 남편 빌 클린터의 잦은 바람기로 이혼을 고민하기도 했지만 참고 살았다. “아버지 없이 자라는 아이들은 거친 풍파 위에 위태롭게 떠 있는 작은 배와 같다”고 털어놓은 적이 있다.

힐러리는 언제나 당당하다. 남편이 섹스 스캔들에 휘말렸을 때도 “남편을 믿는다”며 흔들림 없는 모습을 보였다. 똑 부러지는 이미지는 유권자들의 반감을 사기도 했다. ‘너무 드세 보인다’며 거부감을 보이는 유권자도 있다. 뉴햄프셔 예비 경선 전날 그가 보인 눈물은 그간의 이미지를 뒤엎었다. 일부 선거 전문가들은 ‘힐러리의 눈물’을 승리의 일등 공신으로 지적하기도 했다.

눈물을 보이기 직전까지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는 버락 오바마 후보에게 두 자릿수 격차로 뒤져 있었다. 선거 전날 힐러리는 유권자들과의 만남에서 “어쩌면 그렇게 늘 씩씩해 보일 수 있느냐”는 질문에 “쉽지 않다”며 감정에 북받쳐 눈물을 흘렸다. 유권자들의 마음이 움직였다. “겉은 무섭도록 이성적으로 포장되어 있으나 그녀 역시 감정의 동물이어서 호감을 갖게 됐다” “힐러리가 진정으로 우리를 사랑한다는 것이 느껴졌다. 그녀는 이제 진짜가 됐다”며 호감을 표시했다. 정치학자들도 “힐러리는 눈물을 보인 뒤 부드러운 이미지로 모두를 포용하게 만들었다”며 눈물의 가치를 인정했다. 이번 승리는 오바마의 압도적인 우세를 바짝 따라잡았다.


美 경선에 쏠린 세계인의 관심…오바마 vs 힐러리

美 경선에 쏠린 세계인의 관심…오바마 vs 힐러리

패기와 감성, 오바마
‘열풍’의 주인공 오바마의 이력은 평범하지 않다. 지난 1961년 케냐 출신 흑인 아버지와 캔자스주 출신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인이다. 어머니는 결혼 2년 만에 이혼하고 인도네시아인과 재혼했다. 유년기는 인도네시아에서 보냈다. 10대에는 대마초와 코카인에 손을 댔다. 스스로도 “마약중독자였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모두 극복했다. 명문 콜롬비아 대학과 하버드대 로스쿨을 졸업하면서 인생을 반전시켰다.

오바마는 젊고 패기 있는 이미지, 감성에 호소하는 명연설로 민주당 경선 열풍의 주역이 됐다. ‘오바마 열풍’은 이라크전 이후 땅에 떨어진 미국의 이미지를 개선하는 부수 효과까지 낳았다. 케냐 출신 아버지를 둔 흑인이 미국 최고의 공직에 도전하는 유력 후보가 됐다는 사실이 미국 사회의 다양성과 ‘아메리칸 드림’을 상징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국제관계연구소의 자크 미스트랄은 “오바마는 세계가 꿈꾸는 미국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오바마와 힐러리를 비교하며 “유럽에서 여성 대통령은 새로운 게 없지만, 흑인 대통령은 급격한 변화의 상징”이라고도 덧붙였다.

힐러리가 연륜과 경험을 앞세운다면, 오바마는 패기와 감성이 주무기다. 두 사람의 화법은 이를 극명하게 드러낸다. 힐러리가 ‘나(I)’를 주어로 내세우는 데 비해 오바마는 ‘우리(We)’를 강조하는 식이다. 론 월터스 메릴랜드대 교수는 “힐러리는 ‘나의 연륜으로 이를 고쳐나갈 것’이라고 말하는 식이고 오바마는 ‘우리 스스로 고쳐나가자’고 말하는 식”이라고 비교했다. 오바마의 ‘우리’는 젊고 확신에 찬 개인적 매력과 맞물려 유권자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데 강점을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오프라 윈프리가 오바마를 지지하고 나섰다. 세계적인 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은 “오바마는 장기투자의 가치가 있는 저평가 우량주”라고 말하기도 했다.


세계가 주목하는 민주당 경선
유럽에서는 자국의 지도자를 뽑는 게 아닌데도 ‘오바마냐 힐러리냐’를 놓고 의견이 엇갈린다. 젊은 층은, 누가 적임자냐와 관계없이 오바마에 대한 호감을 드러낸다. 독일에서 그는 ‘검은 케네디’로 통한다. 베를린의 학생 라세 튀브너는 “왜 오바마에 공감하는지 말하기 어렵다. 단지 느낌이다. 그는 더 솔직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일본 세이난가쿠인 대학 2학년 시라이시 아즈사는 오바마를 마틴 루터킹 목사와 견주며 “오바마가 미국의 다른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고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가 전했다.

아랍인들은 오바마의 이름 때문에 특히 호감이 높다. 오바마가 이슬람 교도는 아니지만, 정식 이름은 ‘버락 후세인 오바마’로 이슬람식 이름을 갖고 있다. 아랍인의 호감은 종종 그를 둘러싼 음모론에 대한 경계로 이어진다. 가자지구의 주민 마모드 자하르는 “비주류가 이긴다면 좋은 일이지만 그런 일은 허용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 중앙정보국이든 누구든 그를 암살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가 두 사람의 격돌에 귀추를 주목하고 있다. ‘미국’의 영향력 때문만은 아니다. 흑인과 여성 대통령감이라는 참신성에 조지 부시 행정부의 일방주의에 신물을 내던 국제사회가 기대를 걸고 있다.

글 / 정우성 기자 사진 / 경향신문 포토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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