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이 주최한 제1회 실전투자대회서 1위를 차지한 박종군씨. 3천만원을 투자한 그는 대회가 열린 9주 동안 2억원이 넘는 수익을 올렸다. 여기에 부상으로 4천5백20만원짜리 대형 세단까지 받았다. 한때 주식으로 전 재산을 날리고 5억~6억원의 빚더미에 오른 적도 있다는 그의 인생역전 이야기.
3천만원의 투자금은 대회가 끝난 뒤 2억3천2백만원이 넘는 액수로 불어 있었다. 부상으로 받은 대형 세단 제네시스는 4천5백20만원이다. 물론 22%의 세금을 떼야 하지만 그래도 큰돈이다. 그 외 부수적으로 받은 상금도 3백40만원가량 된다.
“재테크 포털 사이트에 들어갔다가 삼성증권이 제1회 실전투자대회를 한다는 공고를 봤어요. 부상으로 자동차가 걸린 걸 보고 욕심이 나서 참가했어요. 제 차가 오래됐거든요(웃음). 1등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어요. 주식투자에 날고 긴다는 선수들이 1만5천 명이나 모였거든요. 투자 첫 주에는 꼴찌를 했고, 둘째 주에 겨우 본전을 찾았어요. 꿈에도 1등 할 줄은 몰랐죠.”
주식한 지 2년 만에 전 재산 탕진
박종군씨가 전업 주식투자자가 된 지는 올해로 12년째다. 그 12년 동안 그야말로 산전수전 다 겪었다. ‘깡통 계좌’를 경험한 적도 여러 번이고, 모든 걸 잃고 길거리에 나앉기도 했다.
사실 그는 20대에 이미 번듯한 사업가였다. 옷 공장을 운영하면서 제법 큰돈도 만져봤다. 그가 서른한 살 되던 해, 결혼과 동시에 주식에 손을 댔다. 자산을 크게 불려보겠다는 욕심에서였다. 그 욕심이 결국 화가 됐다.
“결혼해서 살 집을 알아보면서 재테크에 눈을 떴어요. 그즈음 주식 책을 접했고, 주식의 매력에 빠져들었죠. 여러 권의 책을 읽은 뒤 주식투자를 시작했어요. 그때는 지금처럼 인터넷이 발달하기 전이어서 증권사와 060 전화로 애널리스트에게 조언을 구하곤 했어요. PC통신이 대중화된 뒤로는 통신비만 200만원 이상 나올 정도였죠.”
박종군씨는 그렇게 주식에 빠져들었다. 하지만 2년 만에 전 재산을 모두 날리고 말았다.
“그땐 주식이 뭔지도 모르면서 함부로 덤벼들었던 거예요. 우연히 수익이 나자 오만해졌던 거죠. 갖고 있던 돈을 모두 날린 뒤에는 남의 돈까지 빌리기 시작했어요. 되는 대로 여기저기서 빌려다 썼어요. 그 결과 5억~6억이나 되는 빚더미에 올라앉았고요.”
거기서 포기할 수는 없었다. 그는 주식 투자에 실패한 원인을 찾기 위해 전업 투자자로 나섰다. 처자식을 처가로 보내고, 2년 동안 고시원에 틀어박혀 주식에 대해 공부했다. 피를 말리는 시간이었다.
“가족들하고도 연락 끊고 주식 공부만 하면서 살았어요. ‘여기서 못 일어서면 나는 죽는다’는 생각으로 공부했어요. 왜 ‘죽을 각오’라고 그러잖아요. 돈이 없어 컵라면 하나를 하루 세 끼 나눠 먹은 적도 있고, 3일 동안 밥을 굶은 적도 있어요. 고시원비를 내지 못해 쫓겨날 뻔한 적도 여러 번이에요. 다행히 유일하게 연락하던 남동생이 고시원비를 내주곤 했죠. 하도 밖을 안 나갔더니 가끔씩 고시원 원장이 들러 ‘여기서 죽으면 안 된다’고 하기까지 했어요.”
혹자는 공사판에서 일을 해서라도 빚을 갚고 처자식을 먹여 살렸어야 하는 게 아니냐고 물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도 할 말은 있다.
“주식으로 전 재산을 날리고 5억~6억 되는 빚을 졌는데, 공사판에서 일한 돈으로 갚을 수 있겠어요? 처자식을 먹여 살릴 수 있겠어요? 그건 불가능해요. 주식으로는 실력만 있으면 돈을 기하급수적으로 불릴 수 있어요. 상위 1%가 나머지 99%의 돈을 가져가는 게 주식이니까요. 목숨 걸고 공부해서 그 1%에 속하는 수밖에요.”
고시원에 가족사진 한 장 붙여놓고 피눈물 나게 공부하기를 2년. 자신감이 생겼다. ‘이제는 됐다’ 싶었다.
가정으로 돌아온 그는 여기저기서 모은 돈을 가지고 주식투자를 재개했다. 100만원도 안 되는 작은 돈이었다. “그동안 얼마나 벌었느냐”고 묻자 그는 “빚 갚았다고 보면 된다”면서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한다.
환갑 때까지 주식투자 하는 게 꿈
박종군씨는 주식 관련 인터넷 사이트에서 이미 유명인사다. 사람들은 그의 이름은 모르지만 ‘절제신공’이란 필명은 안다. 지난 2~3년간 주식 분석 글을 정기적으로 인터넷에 올린 성과다. ‘절제신공’이 무슨 뜻인지 궁금했다.
“주식에서는 무엇보다 절제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해요. 사지 말아야 할 때나 팔아야 할 때, 스스로를 컨트롤할 수 있어야 하죠. 많은 투자자들이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가 절제하지 못해서예요. 아마 오랫동안 주식을 한 사람들은 제 말에 무척 공감할 거예요.”
그가 주식시장에서 어마어마한 수익을 내는 데는 특별한 노하우가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는 “비법은 없다”며 웃는다.
“굳이 한마디 하자면, 복잡한 기교를 쓰기보다는 책에 나오는 기본 내용에 충실하기 위해 노력하라는 말을 해주고 싶어요. 주식투자자들이 수익을 어떻게 내느냐보다는 어떻게 해야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지를 늘 염두에 두었으면 해요. 세상 모든 일이 그렇지만 주식투자는 타이밍이 중요해요. 기다릴 줄 알아야 하는 거죠. 요즘 많이들 하는 펀드도 타이밍을 잘 맞춰야 꼭지에서 안 잡잖아요. 주식이든 펀드든 관련 책 두세 권 정도는 읽고 시작하는 게 기본이고요.”
박종군씨는 주식 투자를 시작하려는 사람들에 대한 충고도 잊지 않았다. 아직 시작하지 않았다면 앞으로도 하지 말라는 것.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상위 1%가 나머지 99%의 돈을 가져가는 게 주식이에요. 상위 1%에 들지 못하면 말 그대로 ‘깡통’ 차는 거예요. 100명 중에 99명이 실패하는 게임이니까 ‘내가 하면 거의 실패한다’고 생각하면 돼요. 주식으로 성공했다는 사람들은 그 과정이 거의 비슷해요. 저처럼 전 재산 다 날리고 빚더미에 올랐다가 죽을 각오로 공부한 뒤 실력이 늘어 돈을 벌거든요. 아직 주식을 시작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앞으로도 절대로 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에요.”
박종군씨는 이번 대회에서 1등 한 덕에 펀드 매니저로 일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의도 받았다. 하지만 그는 크게 욕심내지 않는다.
“개인 투자자에게는 자금의 한계가 있어요. 개인 투자자인 제가 2억~3억 넘는 돈을 만지면 힘들어져요. 앞으로도 저는 적은 돈을 투자해서 목표한 수익을 내면 뺄 거예요. 목표치를 채워가는 데서 재미와 만족을 느끼거든요. 그냥 지금처럼 이렇게 주식투자 하면서 사는 게 꿈이에요. 환갑까지만 할 거예요.”
인터뷰 말미, 그에게 펀드 투자 노하우를 귀띔해달라고 했다. 그는 “원자재·금 펀드에 투자하는 시기는 지났다. 조금 더 뛸 수는 있겠지만 꼭지잡기 십상”이라면서 “폭등하고 있는 그림 펀드나 장기적인 측면에서는 환경 관련 펀드가 유망하다”고 조언했다.
한때 사람들 사이에서 ‘미친놈’으로 불렸다는 박종군씨. 형제든 친구든 할 것 없이 모두 그를 ‘미친놈’이라 했고, 스스로도 제정신이 아니었음을 인정한다. 하지만 그는 지금 전업 주식투자자의 귀재로 불린다. 그의 인생역전 이야기는 어느 영화보다 흥미롭다.
■글 / 김민정 기자 ■사진 / 홍태식(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