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5년 공무원 생활 퇴직 후 세계일주의 꿈 이룬 김희일·원종희 부부

노후설계

(2)35년 공무원 생활 퇴직 후 세계일주의 꿈 이룬 김희일·원종희 부부

댓글 공유하기

35년간 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은퇴 이후 화려하게 제2의 삶을 살고 있는 김희일·원종희 부부. 이들이 말하는 여행하며 사는 즐거움과 기쁨 그리고 삶에 대한 열정.


[노후설계](2)35년 공무원 생활 퇴직 후 세계일주의 꿈 이룬 김희일·원종희 부부

[노후설계](2)35년 공무원 생활 퇴직 후 세계일주의 꿈 이룬 김희일·원종희 부부

59세에 혼자 떠난 해외 배낭여행
낯선 세계에 대한 막연한 동경과 환희, 기쁨 그리고 사람과 삶. 여행은 많은 사람들에게 그런 의미일 것이다. 누구나 여행을 꿈꾼다. 하지만 현실은 어김없이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회사에 앉아 있어야 하고, 주말에는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야 한다. 때문에 평범한 직장인들은 은퇴 이후에 꿈을 이룰 기횔로 삼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은퇴 이후 여행을 즐기면서 사는 김희일(65)·원종희(61) 부부가 그런 케이스다. 국회도서관 등에서 35년 동안 공무원으로 생활해온 김씨는 60세에 정년퇴직 후,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그동안 직장 때문에 마음 편히 여행을 다닐 수 없었던 그는 은퇴 후 5년 동안 5대양 6대주를 모두 다니면서 ‘세계일주’의 꿈을 이뤘다.

김씨는 정년퇴직 2년 전인 2001년, 59세의 나이에 연수 기간을 이용해 두 달 동안 동유럽을 비롯한 9개국을 배낭 하나 달랑 메고 여행한 적이 있다. 효도 관광을 할 나이에, 혼자서 배낭여행이라니.

하지만 이 배낭여행은 김씨가 여행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된 큰 계기가 됐다. 낯선 사람들과의 만남, 낯선 세계를 몸소 체험하고 느낄 수 있다는 게 무척 행복했던 것. 아름다운 곳을 혼자 보는 것이 내심 미안했던 그는 배낭여행을 다니면서 아내에게 일기 형식의 글을 쓰기 시작했다.

“대학 노트 2권에 일기를 써서 아내에게 ‘선물’이라고 주니까, 처음에는 시큰둥하게 반응했어요. 화장품이나 향수 같은 선물을 바랐겠죠. 그런데 노트를 다 읽고 나더니, 혼자 읽기에 너무 아깝다며 아들과 며느리한테 보여주겠다고 컴퓨터에 일일이 입력을 하더라고요(웃음).”

그렇게 PC에 옮겨진 김씨의 여행 일기는 결국 그가 국회도서관을 정년퇴임하는 날 한 권의 책으로 세상에 나왔다. 제목은 「쉰아홉의 배낭여행」이다.

2003년 6월 만 60세에 국회도서관을 퇴직한 김씨는 바로 세계일주 항공권을 끊었다. 그렇게 그의 여행 인생이 시작됐다. 당시 그는 4백60만원의 세계일주 항공권으로 남미에 3개월 반가량 머물고, 아프리카에 한 달, 호주 뉴질랜드까지 총 5개월간의 배낭여행을 다녀왔다. 5개월간 해외에 있으려면, 비용 부담도 꽤 만만치 않았을 듯하다. 김씨는 “유스호스텔 등 저렴한 숙박시설을 이용하면 하루 30달러 정도면 먹고 지낼 수 있다”며 “비행기 값을 제외하면, 크게 비용이 들어간 부분은 없다”고 말한다.


여행의 4가지 조건 ‘돈, 시간, 건강, 주변 환경’
2005년에는 아내와 함께 배낭여행을 꾸렸다. 선천적으로 몸이 약한 아내 원종희씨는 자유 여행 보다 훨씬 편한 ‘패키지 여행’을 선호하는 편이다. 하지만 남편의 성화에 어쩔 수 없이 배낭여행을 따라나섰다. 김씨 부부의 당초 계획은 6개월 동안 동유럽을 돌아보자는 것.

“처음 이스탄불에서 한 달간 머물렀는데, 아내가 자꾸 집 생각을 하는 거예요. 자식들 걱정도 되고, 보고 싶다는 거죠. 그래서 6개월을 계획했던 여행은 터키와 시리아 일주를 끝으로 2개월 만에 끝났죠.”
원종희씨는 은퇴 이후의 배낭여행은 바람직하지만 건강이 따라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배낭여행을 하면 구석구석을 돌아볼 수 있지만, 차, 숙소, 교통 등 모든 것을 직접 해결하면서 다녀야 하니까 너무 힘들었어요. 저는 남편과 달리 고생스러운 여행보다 여유 있는 여행이 더 좋아요. 배낭여행은 특히 건강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 같아요.”

김씨는 여행을 다니는 데 필요한 것이 4가지 있다고 말한다. ‘돈, 시간, 건강, 주변 환경’. 이 중 한 가지라도 부족하면, 여행을 즐기면서 살기는 힘들다는 것.

김씨는 여행을 다니기 위해 은퇴하기 10년 전부터 꾸준히 연금을 부었다. 그렇게 모은 돈이 여행을 다니는 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것. 이에 여행을 하고 싶은 분들은 ‘장기 저축’이나 ‘펀드’, ‘연금’ 등을 들라고 조언한다.

옆에서 아내 원씨는 “월급에서 일정 부분을 여행 경비로 쓰기 위해 저축하는 게 가장 좋다”고 거들면서 “국회도서관 동료 커플들과 2년 동안 10만원씩 저축을 해서 내달 초 일본 북해도에 여행을 가기로 했다”고 한다. 큰돈을 들여서 호화롭게 가려고 하지 말고, 매달 조금씩 저축을 하면 얼마든지 떠날 수 있다는 것.

또 비행기 값만 만들어놓으면, 현지 생활비는 얼마든지 절약하면서 다닐 수 있다고 한다. 특히 동남아 같은 경우 물가가 저렴하기 때문에 한국에서 지내는 생활비보다 더 저렴한 경우도 많다고 한다. 간혹 혼자 여행 다니기가 겁이 나면, 주위 친구들이나 동호회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한다. 김씨 부부 역시 다음 카페 ‘중년의 행복 여행’이라는 동호회 회원들과 자주 여행을 다니곤 한다.

“혼자 여행을 다니면 위험하잖아요. 그래서 친한 사람들끼리 같이 여행을 다니는 것을 적극 추천하고 싶어요.”
이들 부부는 해외여행뿐만 아니라 국내 여행도 많이 즐기는 편이다. 특히 산을 좋아한다는 김씨는 지난 20여 년간 북한산부터 백두산까지 산행만 5백여 회를 넘게 다녔다. 처음에는 직장 선배를 따라 무작정 산을 탔는데, 어느 순간부터 산의 매력에 푹 빠져 헤어 나올 수가 없었다고.


노후를 책임질 활력소 ‘여행’
김씨 부부는 여행을 ‘인생의 활력소’라고 정의한다. “여행은 삶의 변화이자 활력소인 것 같아요. 만약 중국을 가려면 중국어 학원을 몇 달 다니면서 그 나라 언어도 미리 공부하게 되고, 관련 영화도 찾아보게 되죠. 여행을 가는 순간뿐만 아니라, 몇 달간의 준비 기간이 얼마나 즐거운지 모르실 거예요(웃음).”

아쉽게도 이렇게 삶의 활력이 되는 여행을 이제는 슬슬 그만둘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 김씨의 나이가 올해로 만 65세인데, 너무 나이 들어서 여행을 다니면 주위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칠 수 있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아직은 건강에 자신이 있어서인지, 자꾸만 여행 계획을 세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고.

아내 원씨는 “젊을 때는 건강하고 체력이 뒷받침되니까 먼 곳을 다니는 게 좋고, 나이가 들수록 가까운 곳을 여행하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김씨가 퇴직 5년 후 동안 다닌 해외 배낭여행은 총 7번, 5년 중 무려 1년 1개월을 해외에 머물렀다. 그 밖에 아내와 그룹으로 패키지 해외여행을 떠난 게 7번 정도 된다. 국내 여행은 워낙 자주 다니기 때문에 셀 수가 없을 정도다.
여행을 많이 다니다 보니, 어느새 인맥도 ‘글로벌’해졌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자꾸 새로운 일이 생긴다. 환갑이 훌쩍 넘은 나이에도 늘 활력 있고, 변화하는 삶을 살고 있는 김희일씨. 그는 “퇴직 후 5년 동안 여행을 통해 배운 인생의 경험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추억”이라며 “내일 어떻게 될지 모르는 삶이니까 ‘오늘’ 최선을 다해서 살고 싶다”는 말을 남기고 자리를 떴다. 건강하고 열정이 넘치는 김희일·원종희 부부를 보며 ‘인생은 60부터’라는 말을 새삼 깨닫게 된다.

글 / 김민주 기자 사진 / 홍태식 사진 제공 / 김희일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Ladies' Exclusive

      Ladies' Exclusive
      TOP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