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신뢰받는 지도자’로 선정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자녀교육 특집

세계에서 ‘가장 신뢰받는 지도자’로 선정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오늘날 세계가 그 무엇보다 필요로 하는 것은
바로 인간의 에너지와 지성입니다”


한국인으로선 최초로, 역대 여덟 번째로 유엔을 이끌고 있는 반기문 사무총장이 취임 1년 6개월 만에 고국을 찾았다. 어려운 학창 시절을 거쳐 유엔 사무총장이 된 그가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전하는 당부의 메시지.


[자녀교육 특집]세계에서 ‘가장 신뢰받는 지도자’로 선정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자녀교육 특집]세계에서 ‘가장 신뢰받는 지도자’로 선정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세계에서 가장 신뢰받는 지도자
한국인으로 최고 국제기구의 최고위직에 오른 반기문(64) 총장은 1백91개국 회원국이 가입해 있는 유엔과 1만4천8백 명의 다국적 직원을 거느린 유엔 사무국을 이끌고 있다. 그는 얼마 전 세계에서 ‘가장 신뢰받는 지도자’로 뽑히기도 했다. 지난 5월, 미국 메릴랜드대학의 국제정책태도프로그램(PIPA)이 운영하는 월드 퍼블릭 오피니언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다.

20개국 국민을 대상으로 세계 주요 지도자 8명에 대한 신뢰도 조사를 실시한 결과, 반 총장이 유일하게 절반이 넘는 국가에서 신뢰할 수 있는 지도자로 뽑혔다. 비교 대상 8명의 세계 지도자는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전 러시아 대통령,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마흐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 등이다.

반 총장 취임 후 1년 반을 돌이켜볼 때 누구나 이야기하는 건 그의 외교 활동이다. 불과 1년 반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상황을 미루어 짐작컨대, 그가 역대 유엔 사무총장 중 가장 많은 외교 현장을 돌아다닌 총장으로 이름을 남길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반 총장은 작년 1년 동안 6대륙 40개국을 방문했다. 올 들어서도 벌써 지구를 여섯 바퀴 돈 거리인 15만5천 마일을 날아다녔다.

반 총장은 세계 최악의 분쟁 지역으로 꼽힌 수단 다르푸르부터 지구 온난화 문제의 현장인 남극과 아마존에 이르기까지, 직접 발로 뛰며 국제 사회의 주목을 촉구했다. 그는 또 재난 지역을 찾아 어려움에 빠진 사람들을 위로하고 지원책을 모색했고, 식량 위기의 해결을 위해 로마에서 식량안보정상회의를 열기도 했다. 실로 눈부신 활약이다.


1년 6개월 만의 고국 방문
지난 7월 초, 반기문 총장이 한국을 방문한다는 기쁜 소식이 들려왔다. 그가 유엔 사무총장으로 취임한 뒤 18개월 만에 처음으로 고국을 방문한 것이다. 반 총장은 4박 5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았다. 7월 3일 오후 1시, 베이징에서 특별기 편으로 경기도 성남에 위치한 서울공항에 도착한 반 총장. 부인 유순택 여사와 함께 특별기에서 내린 그는 “정든 고국을 찾아와 국민들께 인사드릴 수 있어 너무 기쁘고 감개무량하다”는 소감을 밝혔다.

반 총장은 방한 기간 동안 이명박 대통령을 예방하고, 한승수 국무총리, 유명환 장관 등과 회담을 가졌다. 그는 한국과 유엔의 협력 관계와 국제 식량 문제 등에 대해 폭넓은 의견을 교환했고, 국제 사회 문제에 대해 우리나라의 적극적인 참여를 요청했다.

반 총장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시장 개방으로 불거진 촛불 집회가 두 달 이상 지속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꺼냈다. 7월 4일 이뤄진 한승수 총리와의 공동 기자회견에서였다.

“국민들이 정부를 적극적으로 믿고 정부가 정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해요. 한국 정부와 국민이 이런 문제를 슬기롭게 잘 해결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반기문 총장의 특별 연설을 경청하고 있는 부인 유순택 여사의 모습.

반기문 총장의 특별 연설을 경청하고 있는 부인 유순택 여사의 모습.

방한 기간 동안 반 총장은 고향을 방문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고향인 충북 음성에는 그의 노모가 머물고 있다. 고향을 방문한 반 총장은 어머니를 만나 얼싸안았다. 짧은 시간 동안 이뤄진 고향 방문이 많이 아쉬웠는지, 그는 “다음에 공식 방문이 아니고 휴가차 방문하면 많은 시간을 갖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속내를 내비쳤다.

나의 학창 시절 이야기
반 총장은 지난 7월 5일, 청주대학교에서 열린 ‘제14회 전국 대학생 모의유엔대회’에서 특별 연설을 했다. 당일 청주대학교는 반 총장의 연설을 듣기 위해 모여든 학생들과 반 총장의 방문을 축하하기 위해 참석한 지역 주민들로 붐볐다. 부인 유순택 여사와 함께 청주대학교를 찾은 그는 “젊은 얼굴들을 마주하고 보니 수십 년 전으로 돌아간 기분”이라고 운을 뗀 뒤 자신의 학창 시절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했다.

“제가 대학교 1학년이던 1962년은 지금 여러분들이 보는 세상과는 많이 달랐어요. 그때는 문자 메시지가 아닌 편지를 주고받았고, 텔레비전은 흑백으로 채널도 한 개뿐이었어요. 전화기도 유선 전화기밖에 없었고, 유선 전화기마저 사용할 기회가 거의 없었죠. 음악은 검은 비닐로 된 둥근 디스크 판에서 흘러나왔고요. 컴퓨터도 없었고 인터넷도 없었어요. 그래도 우리에겐 꿈과 이상이 있었어요. 전쟁 세대였지만 마음속에는 평화와 안정, 그리고 밝은 미래에 대한 큰 희망을 품고 있었죠.”

학창 시절, 그저 열심히 공부하면 어떤 일도 가능할 것이라고 믿었다는 반 총장. 그는 이미 고등학교 3학년 때 그러한 경험을 했다고 한다. 반 총장이 충주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일 때, 대한적십자사 주관 전국학생영어웅변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해 백악관을 방문, 케네디 대통령을 만났다는 이야기는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 경험은 당시 고등학생이던 반 총장에게 큰 영감을 주었다.

“당시 저는 ‘미래의 나와 내 조국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나’ 생각했어요. 그때 외교관이 되면 조국을 위해서 훌륭하게 봉사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마음을 먹게 됐죠. 그게 바로 제가 여기 서 있는 이유이고, 지금의 저를 있게 한 원동력이기도 해요.”


한승수 국무총리와의 인연
반 총장은 젊었을 때 꿈과 열망을 품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에 관한 또 하나의 사례를 들려주었다. 한승수 국무총리 이야기다. 그는 한 총리가 2001~2002년 유엔 총회 의장으로 지낼 당시 비서실장으로 함께 일한 바 있다.

“한승수 총리가 유엔 총회 의장이었을 때 그분과 함께 일하는 특권을 누릴 수 있었어요. 그때 저는 그분이 국제 공동체에 봉사하겠다는 강한 열망을 갖고 얼마나 열심히 노력해서 그 자리까지 오게 됐는지를 알 수 있었어요. 그분은 1940년대, 춘천에서 어린 시절을 보낼 당시에 언젠가 유엔 총회의 의장이 되겠다는 꿈을 품었다고 해요.”

[자녀교육 특집]세계에서 ‘가장 신뢰받는 지도자’로 선정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자녀교육 특집]세계에서 ‘가장 신뢰받는 지도자’로 선정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당시 한국은 유엔 회원국조차 가입되지 않았을 때이므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꿈은 불가능한 것’이라고 말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유엔 옵서버로 참가한 뒤 30, 40년이 흐른 1991년이 돼서야 유엔 정회원국이 됐 다. 한승수 총리는 2000년, 유엔 총회 의장으로 선출됐다.

“저와 그분 세대는 유엔이 우리나라를 위해 얼마나 많은 일을 했는지를 보며 자란 세대죠. 전쟁으로 찢겨진 가난한 한국에서 자랄 때 유엔은 우리에게 희망과 양식을 주었고, 안전과 존엄을 보장해주었어요. 이러한 경험이 공적인 봉사를 통해 우리가 받은 도움을 조금이나마 돌려주고 싶어 하는 한승수 총리나 저 같은 대한민국 국민을 키워낸 것이라고 생각해요.”

반 총장은 이날, 청주대학교에서 진행된 모의유엔대회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이 대회는 정말 좋은 훈련의 장이에요. 여러분은 어느 한 나라의 대표가 되어 그 나라의 입장에서는 동의할 수 없는 의견을 내세우는 여러 나라 대표와 회의를 해야 할 거예요. 여러분은 자신이 반대하는 의견들까지 분석하고 모든 당사자들에게 이익이 되는 건설적인 해결책을 이끌어내는 과정을 통해 열린 마음을 가진 사람이 되는 훈련을 할 수 있어요. 미래에 필요한 리더십을 준비하는 데 외교적 기술을 기르는 것은 많은 도움이 될 거예요. 여러분이 실제로 일을 하는 것처럼 생각하고 행동했으면 해요. 여러분과 저의 차이가 있다면, 저는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일을 하는 것이고 여러분은 유엔에서 논쟁 중인 여러 주제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뿐이니까요.”

이어 그는 젊은이들이 어떤 길을 선택하든, 관심을 유엔에 두고 유엔의 높은 목표를 지원할 수 있는 일을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평화 유지 활동, 빈곤 구제, 기후 변화, 세계 보건에서 안보와 인권의 위협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직면한 문제들은 사실 매우 해결하기 어려운 것들이에요. 그러나 유엔은 새로운 도전들에 잘 대처할 수 있다는 점을 계속해서 증명해왔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세계가 항상 의지할 수 있는 유엔을 만들어 가기로 결심했어요.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여러분의 지원이 매우 중요합니다. 오늘날 세계가 그 무엇보다 필요로 하는 것은 바로 여러분의 에너지와 지성이에요.”


한국의 젊은이들을 위한 조언
연설 말미, 반 총장은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진심 어린 당부의 말을 전했다. 그 가운데 하나는 ‘현재에 안주하지 말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여러분은 안정적이고 부유한 나라에서 자라고 있어서 그런 환경에 안주하기가 쉬울 수 있어요. 하지만 여러분들의 현재와 하고 있는 일에 안주하거나 만족하지 말았으면 해요. 세계는 훨씬 넓고 커요. 여러분들이 여기 앉아서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도전들이 기다리고 있어요. 여러분은 변화의 세대예요. 변화를 두려워하지 마세요. 자신을 변화시킴으로써 세계를 변화시켜야 해요. 여러분이 혁신적인 방법을 고안해서 지구 공동체가 직면하고 있는 도전들에 맞서는 데 도움을 줄 수도 있을 거예요.”

[자녀교육 특집]세계에서 ‘가장 신뢰받는 지도자’로 선정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자녀교육 특집]세계에서 ‘가장 신뢰받는 지도자’로 선정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변화’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던 그는 뒤이어 ‘세계 시민’이 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러분은 한국인이지만 그 경계를 넘어 또 세계 시민이라는 것을 알아야 해요. 한국은 아직 세계 강대국이 아닐지 모르지만 앞으로 세계적인 국가가 될 수 있어요. 그리고 한국인은 세계 시민이 될 수 있죠. 여러분 나이에는 세계가 어떠해야 하고 그것을 위해 내가 무엇을 하고 싶다는, 여러분 자신의 꿈과 생각을 가져야 해요. 현실이라는 땅바닥에 두 발을 굳건히 딛고, 하늘의 별들(이상)에 두 손을 뻗어야 해요. 그런 뒤 하늘의 별들을 향해 날아올라가야 하는 거예요.”

반 총장의 특별 연설은 비록 길진 않았지만 강한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그의 말은 미래를 이끌어갈 젊은이들에게 귀감이 되고도 남았다. 그의 연설을 들은 한 학생은 반 총장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 누구일지 궁금하다고 했다. 반 총장은 예의 그 옅은 미소를 지은 뒤 답변했다.

“누구나 자신의 영웅이 있을 거예요. 모든 사람은 자신이 닮고 싶은 역할 모델이 있죠. 물론 저도 있어요. 그러나 밝히지 않을 거예요. 여러분에게 영향을 끼치고 싶지 않거든요. 저는 유엔 사무총장으로 세계의 매우 많은 곳을 돌아보았고, 제가 갔던 거의 모든 장소에서 인류를 위해서 어떤 조건도 없이 헌신적으로 일하는 분들을 만났어요. 그분들은 어떤 이득을 보고자 혹은 개인적인 안락을 위해서 일하지 않아요. 인류를 위해 일을 하는 거죠. 저는 그분들을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인류를 위해 조건 없이, 헌신적이고 인도주의적으로 일하는 모든 사람을 존경한다는 반기문 총장. 우리가 반기문 총장을 존경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글 / 김민정 기자 사진 / 이성훈, 경향신문 포토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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