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아이 엄마’ 美 공화당 부통령 후보 세라 페일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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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아이 엄마’ 美 공화당 부통령 후보 세라 페일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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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와 불독의 차이를 아시나요? 립스틱을 발랐는지 보세요”


미국 대통령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혜성’처럼 등장한 여인이 있다. 공화당 부통령 후보로 지명되어 워싱턴 정가의 신데렐라로 등극한 사라 페일린이 그 주인공이다. 44세의 알래스카 주지 다섯 아이의 엄마인 이 젊은 정치인을 사람들은 “철의 어머니”라 부른다.


알래스카와 다섯 아이 책임지는 슈퍼맘
[워킹맘이 간다]‘다섯 아이 엄마’ 美 공화당 부통령 후보 세라 페일린

[워킹맘이 간다]‘다섯 아이 엄마’ 美 공화당 부통령 후보 세라 페일린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 존 메케인이 자신의 러닝메이트로 44세의 정치 신예 세라 페일린(Sarah Palin)을 지목했을 때 사람들은 그녀가 누군지 몰라 허둥댔다. 어느 기사 제목은 ‘Sarah… Who?’였다. 우리말로 옮기면 ‘세라… 누구라고?’다. 실제로 많은 기자들이 ‘페일린(Palin)’이라는 그녀의 성을 어떻게 발음해야 할지 몰랐을 정도로 그녀는 정치 신인이었다. 시작은 미약했지만 그녀의 힘은 대단했다. 지지율 여론조사 결과 민주당 후보인 배럭 오바마에게 뒤지고 있던 존 메케인의 지지율을 단숨에 끌어올렸고 현재 미국에서 가장 검색 횟수가 많은 정치인에도 이름을 올렸다. 소위 ‘페일린 신드롬’으로 불리는 돌풍의 원동력은 뭘까? 뛰어난 연설과 아름다운 외모도 한몫했지만 그녀가 여느 엄마들과 다름없이 일과 육아를 병행하고 있는 ‘워킹맘’이라는 사실이 여성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그녀는 5명의 아이를 키우는 맹렬 워킹맘이다. 5명의 아이 중에는 임신한 고등학생 딸도 있고 다운증후군에 걸린 막내아들도 포함되어 있다. 페일린은 18년 동안 5명의 아이를 키우면서 한 번도 유모를 둬본 적이 없을 정도로 육아에 대한 철저한 원칙을 가진 어머니다. 텍사스주에서 열렸던 전미 주지사 모임의 일화는 유명하다. 지난 4월, 당시 임신 8개월이던 페일린은 텍사스주에서 열린 전미 주지사 모임에서 기조연설을 하기 위해 강단에 섰다.

그러던 중 갑자기 양수가 터지고 산고가 시작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녀는 아픈 것을 참고 연설을 마친 뒤 다시 알래스카로 돌아왔다. 8시간 동안의 비행 중 신음 소리 한 번 내지 않았고, 출산 3일 뒤 주지사 업무에 복귀한 일화는 그녀가 얼마나 강한 여성인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그녀의 강한 엄마의 이미지는 낙태 반대 기조와 더불어 보수적 유권자들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뉴욕타임스」는 페일린이 공화당 부통령 후보에 지명된 것은 ‘정치(Politics)’와 ‘모성애(Motherhood)’의 환상적인 조화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엄마로서 역할과 정치인으로서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하고 있는 ‘정말 강한 여성(A Tough Lady)’이라는 찬사도 아끼지 않았다.

막내 트리그를 임신했을 때 태아가 다운증후군이라는 것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출산한 일은 그녀를 모성애의 상징으로 떠오르게 했다. 그녀는 트리그를 임신한 지 7개월이 될 때까지 부모에게조차 말하지 않았다. 태아가 다운증후군이라는 것과 주지사 신분으로 임신을 했다는 것 등 언론의 논란과 비난이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워킹맘이 간다]‘다섯 아이 엄마’ 美 공화당 부통령 후보 세라 페일린

[워킹맘이 간다]‘다섯 아이 엄마’ 美 공화당 부통령 후보 세라 페일린

“아기가 다운증후군인 것을 알았지만 두려움도 망설임도 없었어요. 이 아기는 단지 염색체가 하나 더 있을 뿐이니까요.”

그녀는 출산 후에야 비로소 베이비샤워(태어날 아이를 위한 선물을 주는 출산 전 축하 파티)를 열고, 이 자리에 트리그를 안고 나타났다. 그리고 “이 아기가 다운증후군이다”라고 처음 고백했다. 일순간 흐르던 파티의 정적을 깨는 그녀의 한마디는 “이 방에 있는 사람 중 완벽한 사람이 있나요?”였다.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강한 어머니
18년 동안 5명의 아이를 키운 세라 페일린은 한 번도 유모를 쓴 적이 없다. 아이들에게 직접 요리를 해주기 위해서 주지사 관저의 요리사를 해고할 정도로 ‘아이는 내 손으로 키우고 내가 만들어 먹인다’라는 철저한 원칙을 갖고 있다. 이쯤에서 드는 궁금증 하나, ‘한 지역을 관장하는 주지사로서 다섯 아이를 직접 키우는 게 과연 가능할까?’라는 의문이다. 그녀는 항상 아이들을 자신의 일에 대동한다. 트리그는 주지사 사무실에 있는 아기 침대에 눕혔고, 막내딸 파이퍼는 집무를 보는 엄마 옆에 앉아서 공부를 했다. 지난 6월 알래스카 주립 교도소 시찰 때에도 그녀는 트리그를 안고 있었고 부통령 후보 지명식에도 군에 입대해 이라크에 파견을 앞두고 있는 큰아들을 제외한 남편과 네 아이를 대동하고 등장했다. 한밤중에는 업무를 위한 블랙베리(휴대폰 겸용 PDA)와 트리그를 위한 착유기를 동시에 사용한다. 한 손엔 휴대폰을 들고 일을 하고, 한 손에 아이를 안고 젖을 먹이는 모습을 상상하면 딱이다.

그녀는 스스로를 ‘하키맘’이라고 부르며 자신이 아이들의 뒷바라지에 밤낮을 가리지 않는 그야말로 ‘억척스러운 엄마’임을 당당히 얘기한다. 우리나라의 ‘아줌마’라는 말처럼 미국에서도 엄마들의 억척스러운 생활력을 지칭하는 말들이 많다. ‘웨이트리스맘(Waitress Mom), 월마트맘(Walmart Mom)’ 등은 어떻게든 생계를 꾸려가기 위해 직업을 갖고 지출을 줄이는 ‘깐깐한 엄마’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여기에 ‘사커맘(Soccer Mom)’이라는 말이 있다. 미국 학교에서는 남자아이와 여자아이들 모두 방과 후 활동으로 축구를 많이 한다. 축구장에 아이들을 따라 나와 열정적으로 응원을 펼치는 엄마들을 가리키는 말이 바로 ‘사커맘’이다. 우리나라에서 아이들 학원을 쫓아다니며 자녀교육에 열을 올리는 엄마들을 상상하면 되겠다. 세라 페일린은 알래스카의 추운 지방에 살다 보니 축구 대신 ‘하키’라는 종목을 언급한 것이다.

“하키맘과 핏불(pit bul)을 구분하는 차이가 뭔 줄 아세요? 바로, 립스틱입니다!”
미국 여성 유권자들의 마음을 한번에 사로잡은 그녀의 이 말은 결국 “아줌마와 불독을 어떻게 구별하는지 아세요? 립스틱을 발랐는지를 보면 됩니다!”로 해석될 수 있다. 어머니만큼 억척스럽고 강한 존재가 없고 자신이 바로 그런 어머니라고 선언한 것이다.

그녀는 미 총기협회 회원이고 사냥과 낚시를 즐긴다. 북극곰을 멸종 위기 동물에서 제외하는 것을 지지하고 낙태를 반대하는 보수주의적 성향이 반대 의견에 부딪히기도 하지만 그녀가 강한 어머니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모두가 되고 싶어 하지만 아무나 될 수 없는 슈퍼맘, 세라 페일린을 한마디로 정의할 수 있는 이름이다.


글 / 노정연 기자 사진 / 세라 페일린 홈페이지(http://gov.state.ak.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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