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겉옷도 대충 꺼내 입기 바쁜데 아무도 안 보는 속옷까지 신경 써서 입어야 한다고?겉으로 보이지 않으니까,살을 조여 몸매를 만들기 위해, 혹은 그냥 예쁘니까 라는 생각을 하며 속옷을 입어왔다면 이제껏 혹사당한 몸에 미안해해야 한다. 속옷은 잘 입으면 몸에 보약이 되지만, 잘못 입으면 독이 되어 몸을 망가뜨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몸에 바르는 화장품인 속옷, 신중하게 골라야
한국 최초의 기능성 속옷 디자이너이자 한국형 ‘맞춤 속옷’인 체형 보정 속옷을 연구하고 있는 디자이너 끄레벨 박(박명복(50) 사장)은 여성들이 아무렇게나 속옷을 입는 현실이 너무나 안타깝다.
“속옷은 매일 입는 건데 너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특히 살을 빼고 싶다고 무작정 몸을 조이고 자기 몸보다 작은 사이즈를 착용하는 여성이 많아요. 작은 속옷은 혈액순환을 방해해 건강을 해치고 예쁘게 타고난 몸매를 변형시켜요. 제발 자신에게 맞는 속옷을 입으세요.”
속옷에 관한 얘기라면 앉은 자리에서 꼬박 밤을 샐 만큼 할 말이 많다는 박명복 사장은 우선 한 사람이라도 더 속옷의 중요성을 알 필요가 있다며 이것저것을 쏟아내기에 바빴다. 속옷에 ‘미쳐’ 30여 년을 살아온 사람다웠다. 동네 한 구석에 자리한 양품점 주인에서 특허받은 체형 보정 속옷을 만들고 연구하는 디자이너 ‘끄레벨 박’이 된 지금까지 숱한 실패와 좌절이 있었지만 속옷에 대한 열정만으로 이 길을 개척해왔다.
양품점 속옷 판매에서 시작해 부도 딛고 우뚝 일어서
지금은 국내 유일의 ‘속옷 디자이너’라는 이름을 달고 큰 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박명복 사장이지만 처음부터 디자인을 전공하거나 사업을 꿈꿨던 것은 아니다. 넉넉지 못한 환경에서 자라 스물한 살이라는 다소 이른 나이에 결혼을 했고, 아이들을 키우며 야무지게 살림하는 그저 평범한 주부였다. ‘윤경 엄마’였던 그녀가 가계에 보탬이 될까 싶어 시작한 양품점이 그녀의 잠재 능력과 열정을 흔들었고 지금의 ‘끄레벨 박’을 만든 것이다.
“잘 팔릴 만한 예쁜 속옷을 구해서 팔다 속옷 도매업을 시작했는데 새로운 디자인에 대한 수요가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때부터 외국 잡지를 보며 속옷 사진을 수집했죠. 그런데 만들어주는 곳도 없고, 직접 만들려고 하다 보니 정식으로 디자인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나 국내에 속옷 디자인만을 전문으로 공부할 수 있는 곳은 없었다. 결국 그녀는 과감히 이탈리아 유학을 결심하고, 패션 스쿨 엣세 모다에 입학한다. 이탈리아어라고는 한 마디도 모르던 그녀가 남편과 자식들을 남겨두고 낯선 곳에서 새롭게 도전을 시작하기란 뼈를 깎는 고통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곳에서 24시간 속옷 생각만 하며 온갖 고생을 겪어내는 자신을 보고, ‘아, 나는 정말 속옷에 미친 여자구나’라는 자각을 하게 됐다. 그리고 남은 인생 전부를 속옷에 걸어보기로 다짐했다.
“주변을 둘러보니 비싸게 보정 속옷을 사놓고도 입지 않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답답하고 불편하니까요. 그래서 복잡하지 않고 하나만 입어도 효과적인 것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에 올인원 형태의 체형 보정 속옷을 연구했죠. 그러다 우연히 일본에서 일일이 신체 사이즈를 재서 그 사람에게 꼭 맞는 속옷을 만들어주는 것을 보고 ‘저거다’ 싶더라고요.”
무엇이든 원리부터 꼼꼼히 알아야 직성이 풀리는 그녀는 다시 일본으로 가 체형 보정 속옷에 대해 공부하고 돌아왔다. 하지만 한국에서 시작한 속옷 사업은 가시밭길이었다. 우선 제대로 된 속옷의 중요성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너무 낮았고, 사업 수완이 부족한 탓도 있었다. IMF 위기를 겨우 넘겨냈지만 과잉 생산과 현금 부족으로 부도를 맞았을 때는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 밤마다 악몽을 꿨고, 자살까지 생각할 정도였다.
“24시간 찜질방에 가서 사람들을 보다가 ‘저 사람은 왜 저런 속옷을 입었지? 내가 사이즈를 재서 만들어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어요. ‘속옷 때문에 망해서 그 수모를 겪고도 내가 미쳤지’라며 접으려고 해도 마음이 자꾸 가는 거예요. 한 사람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붙여 공짜로 꼭 맞는 속옷을 만들어주겠다고 제안했어요. 대신 몸을 석고로 뜨게 해달라고 부탁하고요. 여러 유형의 여성들 몸을 석고 모형으로 만들어두고 연구할 생각이었거든요.”
망설이는 사람들을 설득해 하나 둘씩 석고 모형을 만들어나갔다. 매일 찜질방에서 살고 오랜 시간 석고를 만지니 손바닥은 쩍쩍 갈라지고 몸에는 습진이 생겨 말이 아니었지만 박명복 사장은 진심으로 행복했다고 한다. 정말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을 만들고 있다는 생각에 이전에는 느끼지 못한 설렘까지 생겼다. 그리고 기적처럼 (주)에띠임을 다시 설립했다. 가시밭길을 지나고 험한 산을 넘어 새로운 세계를 찾은 것이다.
유방암 환자들을 위한 맞춤 보정 속옷 낼 것
“특히 기뻤던 것은 제가 원했던 파격적인 보정 속옷 아이템을 개발한 것이었어요. 찜질방에서 보니 여성들이 날씬한데도 배만 나온 경우가 많더라고요. 복부운동과 장운동이 잘 안 되기 때문인데 다른 부위는 몸의 탄력을 유지시켜주면서 배를 보정하면 몸매도 잡고 건강해지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래서 떠올린 게 수지침이에요. 바로 실력 있는 한의사를 섭외해서 ‘대체 의학’을 바탕으로 수지침 보정 속옷을 만들었어요.”
혁명적인 신상품은 실용특허를 받고 소비자들의 큰 호응을 얻으며 회사와 그녀를 살려나갔다. 여러 원단 실험을 거쳐 나온 다이어트 속옷, 은수지침 속옷도 반응이 좋았다. 스스로 만들어 입어보면서 박 사장 본인이 편하고 마음에 들 때까지 고쳤다.
“요즘에는 유방암 환자들을 위한 보정 속옷을 내려고 준비하고 있어요. 사실 지난해 제가 갑상선암 진단을 받았어요.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했지만 제가 아파보니까 힘들기도 하고 그동안 그렇게 열심히 살았는데 뭘 위해 살았나, 허탈하더라고요. 병동에서 다른 환자들을 보면서 ‘이번에 회복해서 내가 또다시 일어서면 저들에게 필요한 속옷을 만들어야겠다’는 다짐을 했죠. 다행스럽게도 수술실에 들어가보니 암이 아니었어요. 덕분에 성숙해지는 계기가 됐죠.” 고통을 겪으면서 단순한 디자이너, 경영자에서 벗어나 다른 이를 이해하는 마음을 얻게 된 것이다.
그래서 유방암 환자들을 위한 브래지어만큼은 경영과 무관하게 병원을 통해 저가에 판매할 계획이다. 보형물을 넣어도 처짐이 없고 자연스러운 속옷을 만들어내기 위해 계속 수정 중이다.
앞으로도 그녀는 속옷 전문가로서 행보를 계속할 예정이다. 찜질방에서 힘들게 모은 석고 모형은 그녀의 재산 1호다. 지금도 하루 종일 모형을 끼고 살 정도다. 하지만 무엇보다 많은 여성들이 ‘겉’보다 ‘속’의 중요성을 알고, ‘속’의 아름다움을 가꿔나갈 수 있도록 돕고 싶은 마음이 크다.
“사업도, 개인적인 성취도 좋지만 여성들이 자신의 몸과 속옷에 대해 잘 알았으면 해요. 젊은 여성들도 70% 이상이 자신의 정확한 속옷 사이즈를 모르더라고요. 사실 줄자 하나만 있으면 집에서 금방 알 수 있는 건데. 밑가슴 사이즈만 알아도 굉장히 편해요. 몸도 나이나 환경에 따라서 자꾸만 변하게 마련이니까 1년에 한 번 정도는 꼭 체크하고 맞지 않는 속옷은 과감하게 버리세요. 아깝다고 그냥 입는 것은 독을 바르는 것과 같으니까요.”
끄레벨 박이 알려주는 속옷 사이즈 재는 법
허리가 가늘고 가슴이 크다고 해서 무조건 몸매가 좋다고 하지는 않는다. 아름다운 몸매란 전체적으로 균형이 잘 잡혀야 한다. 우리 몸의 균형을 잡아주는 기본은 속옷이다. 내 사이즈를 정확히 반영한 속옷으로 처진 부위를 올려주거나 볼록 나온 배를 넣어주면 전반적으로 몸의 중심이 잡히며 균형감이 생긴다. 이는 단순히 외관상의 문제가 아니라 실제 몸의 원리다. 속옷으로 몸의 균형을 잡으려면 자신의 사이즈를 정확하게 아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 브래지어
밑가슴 사이즈가 브래지어 사이즈이며 윗가슴둘레에서 밑가슴둘레를 뺀 것이 컵 사이즈이다.
●윗가슴 : 똑바로 선 자세에서 윗가슴 볼륨이 가장 높은 유두를 중심으로 줄자가 수평으로 돌아가게 해서 잰다.
●밑가슴 : 줄자를 수평으로 해 가슴 바로 아래 위치를 측정한다.
| 컵 사이즈 | 밑가슴 사이즈 |
| 윗가슴둘레-밑가슴둘레= 7.5cm 내외 A컵 10cm 내외 B컵 12.5cm 내외 C컵 15cm 내외 D컵 17cm 내외 E컵 20cm 내외 F컵 22.5cm 내외 G컵 | 68cm~72cm→70cm 73cm~77cm→75cm 78cm~82cm→80cm 83cm~87cm→85cm 88cm~92cm→90cm 93cm~97cm→95cm |
단, 밑가슴 사이즈가 딱 떨어지는 경우가 흔치 않은데 이때는 다음과 같은 기준으로 선택한다. 예를 들어 밑가슴 사이즈가 77.5cm인 경우에는
| ◎상체에 지방이 적고 쉽게 모아진다 ◎20, 30대 → 75 사이즈 선택 | ◎상체에 지방이 많아 등에 눌린 자국이 생긴다 ◎40대 이상 80 사이즈 선택 |
2) 팬티
힙의 가장 볼록한 부분이 너무 눌리지 않도록 주의하며 줄자로 잰다.
| 힙 사이즈 80~85 86~90 91~95 96~100 101~105 106~110 팬티 사이즈 85 90 95 100 105 110 |
■글 / 이연우 기자 ■사진 / 홍태식(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