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유머 코치’가 말하는 웃음꽃이 피어나는 가정 만들기

‘부부 유머 코치’가 말하는 웃음꽃이 피어나는 가정 만들기

“가정에서부터 시작된 웃는 문화가 사회를 물들입니다.
부부부터 서로 마주보며 웃어요”


직업이 ‘유머 코치’라고 했다. 생소하게만 들리는 이 일을 부부가 함께하고 있다. 웃음을 전달하는, 잘 웃는 법을 가르치는 ‘웃음 전문가’ 두 사람이 함께하는 생활은 어떨까.


‘부부 유머 코치’가 말하는 웃음꽃이 피어나는 가정 만들기

‘부부 유머 코치’가 말하는 웃음꽃이 피어나는 가정 만들기

무뚝뚝한 회사원, 유머 코치 되다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주변 사람들은 물론, 심지어 그들 스스로도 ‘웃음’으로 살아가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것이 사람의 인생이라고 하지만, 끼도 없고 말을 잘하는 것도 아닌 그저 평범했던 두 사람이 ‘유머 코치’라는 독특한 직업을 갖게 되다니.

“계획했던 대로, 예상했던 대로 되지 않는 것이 인생인 것 같아요. 제가 ‘행복’을 다루는 이 일을 하게 된 건 아이러니하게도 불행했기 때문이에요. 어려운 일을 겪고 매일 고통에서 허우적거릴 때, 살기 위해서 웃음을 찾아냈지요.”

그들이 살고 있던 집에 ‘빨간 딱지’가 붙기 전까지는 모든 것이 평범했다. 대학원에서 만난 최규상씨와 황희진씨는 호텔관광경영을 공부해 관련 직장에 취업을 하고, 행복한 결혼 생활을 꾸려나가던 중이었다. 하지만 최규상씨가 빚보증을 선 것이 잘못되면서 하루아침에 전 재산이 날아가버렸다. 알콩달콩 즐거웠던 가족의 행복도, 꿈도 함께 사라졌다.

“정말 힘들고 고통스러웠어요. 왜 나한테 이런 불행이 생기나 원망스럽기도 했고요. 계속 그렇게 지내다 보니 몸도 마음도 엉망이 되더라고요. 극한 상황에 처하게 되니까 저도 아내도 ‘이러다 죽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갑작스러운 불행은 가정을 멍들게 했다. 어느 날 출근 준비를 하던 아내가 한마디를 던졌다.

“당신하고 사는 게 재미가 없어.”
뒤통수를 심하게 얻어맞은 듯, 눈앞이 깜깜했다. 늘 웃게 해주고 싶고, 함께 행복을 느끼게 해주고 싶던 그녀였다.
“그 말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더군요. 남자로서 사랑하는 여자를 기쁘게 해주지 못하는 것이 마음 아팠어요. 돈 없는 신용불량자인 내가 어떻게 하면 아내를 즐겁게 할 수 있을지 한참 고민을 했죠.”

고민 끝에 떠오른 말은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기 때문에 행복해진다’는 것이었다. 웃을 일 하나 없는 상황을 탓하고만 있을 수는 없으니, 그냥 웃는 수밖에.

아침에 일어나 아내에게 “당신, 결혼했어?”라고 말을 건넸다. ‘이 사람이 왜 이러나’ 하는 눈빛으로 한참 동안 그를 쳐다보던 아내에게 다시 “하도 예뻐서, 결혼 안 했다고 하면 한번 꾀어보고 싶어서 그러지”라고 답했다.

놀란 표정의 아내가 오랜만에 얼굴을 활짝 펴며 웃었다. 사실 별로 재미있지도 않은 이야기였지만, 일부러라도 더 크게 웃고 서로의 얼굴을 마주했다. 신기하게도 웃음에는 전염성이 있었다. 한 사람이 웃으니 함께 웃게 되고, 지친 마음이 조금은 가라앉으면서 슬며시 자신감도 생겼다.

그때부터 최규상씨는 적극적으로 웃음을 찾아 나섰다. 매일 아침 아내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주기 위해 유머 책과 인터넷을 뒤지고, 저녁에는 집 근처에 있는 석촌호수에 나가서 웃는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웬 남자가 호수를 바라보며 ‘하하하’ 큰 소리로 웃고 있으니 이상하게 생각해서 슬금슬금 피해가던 사람들도 한두 명씩 그의 행동에 관심을 갖고 모여들었다. 팍팍한 삶에 잠깐씩이라도 마음껏 웃어보고 싶은 이들이 모여 ‘잠실웃음클럽’이 탄생했다. 그렇게 정기적으로 만나 웃어온 것이 벌써 5년째다.

‘부부 유머 코치’가 말하는 웃음꽃이 피어나는 가정 만들기

‘부부 유머 코치’가 말하는 웃음꽃이 피어나는 가정 만들기

“변화를 일으키는 힘은 ‘반복’입니다. 저는 잘하는 것은 없지만 뭔가 해야겠다고 결심하면 꾸준히 되풀이해서 해내고야 맙니다. 웃음의 힘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면서 매일 호숫가에 나가 웃고, 아내에게 유머를 하고, 클럽 사람들에게 ‘유머 편지’를 썼어요. 그렇게 반복되는 매일이 모여 무뚝뚝했던 제가 이렇게 변했고, 실력으로 쌓여 지금의 저를 만들었죠.”


배우자에게 먼저 하루 하나씩 칭찬을 건네자
잠실웃음클럽의 ‘활약’이 입소문을 타고 널리 퍼지면서 최규상씨의 웃음을 배우고 싶어 하는 이들이 생겨났다. 학교나 기업체에서 강연을 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오고, 웃는 방법을 가르쳐 달라는 문의도 쇄도했다. 처음에는 “하지 말라”며 말리던 아내도 최규상씨의 ‘웃음 운동’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이 사람이 왜 이러나’ 이해가 안 됐어요. 같이 운동을 하러 나가면 걷다가 갑자기 막 웃어요. 지나가던 사람들이 ‘미쳤나 보다’면서 수군대니까 너무 부끄럽고 싫어서 도망간 적도 많아요. 먹고살기도 힘든데 실없이 웃고 다니는 게 밉기도 했고요.”

하지만 활발한 성격도, 재치가 번뜩이는 사람도 아니던 남편이 반복되는 노력으로 변화하는 것을 보자 생각이 저절로 바뀌었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힘들어하는 모습 대신 자신감 있고 한층 밝아진 남편의 얼굴이 좋았다.

“내가 사랑하는 남편이잖아요. 그가 선택한 일을 좋게 봐야겠다는 마음으로 지켜봤어요. 솔직히 처음에는 ‘웃는다는 것’을 별것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다른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고 치유하는 힘이 있더라고요. 남편과 함께 웃음을 접하면서 건강해지는 사람도 있고, 우리처럼 인생을 바꾼 이도 있어요. 조금씩 돕다 보니 어느새 저도 빠져들어서 직장도 그만두고 함께 유머 코치로 나서게 된 거예요.”

가장 불행하다고 생각했던 순간, 부부는 웃음을 만났다. 하루에 하나씩 유머를 나누면서 대화의 문을 열었고, 새삼 서로의 소중함을 느끼게 됐다. 덕분에 사람을 웃기는 능력이 전혀 없는 줄 알았던 부부는 유머치료사 겸 웃음 코치로 돈도 벌고 행복도 찾았다.

“저희 부부를 보면 능력이 아니라 노력이 웃음을 만든다는 걸 알 수 있을 겁니다. 건강해지려고 일부러 시간과 노력을 들여 운동을 하듯이, 행복해지려면 웃는 운동을 해서 긍정적인 에너지를 키워야 합니다. 유머를 나누는 것은 하나의 습관이에요. 하나의 습관이 영향력 있는 문화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부부가 시작이 되어야겠죠.”

최규상씨는 자신이 아내를 기쁘게 해주고 싶어 유머를 시작한 것처럼, 유머의 핵심은 사랑이라고 말한다. 관심과 사랑이 없다면 지속적으로 웃음이 이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가장 근본적인 사랑이 머무를 수 있는 곳, 가정에서부터 웃음이 피어나야 한다고 믿는다.

“한 사람의 표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바로 배우자의 태도예요. 밝은 사람의 뒤에는 항상 더 명랑한 남편과 아내가 있어요. 그리고 아이들은 부모의 얼굴을 보며 감정을 배워나가죠. 가족이 서로 눈을 맞추고 웃음을 나누세요. 한 가정의 웃음은 작은 문화가 되고, 각 가정이 사회를 웃음빛으로 물들이죠. 살아가는 뿌리를 웃음에 둔다면 삶의 깊이도, 사회의 행복도 생길 겁니다.”

웃음에 관한 한 ‘전문가’인 부부지만, 지금도 마음에 곰팡이가 피지 않도록 웃는 연습을 계속 하고 있다. 최규상씨는 요즘도 아침마다 아내에게 들려줄 유머를 준비하고 ‘잠실웃음클럽’에 나가 호수를 바라보며 연습을 한다. 단순한 ‘하하하’ 소리 내기로 끝나지 않도록, 자신의 단점을 장점으로 승화하고 아픔을 갖고 놀 수 있도록 적극적인 유머를 공부한다.

두 사람은 웃음과 유머로 행복한 가정을 만들기 위해 당장 오늘부터 서로에게 칭찬 한 마디씩을 건넬 것을 제안했다. 어떤 것이든 좋다. 뻔한 칭찬에 뿌듯해하고 즐거워하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니까. 그리고 하나씩 유머거리도 준비해보도록 하자. 유쾌한 이야기가 도저히 생각나지 않는다면 최규상의 유머 편지(www.humorletter.co.kr)를 찾아 살짝 참고해도 좋겠다.


글 / 이연우 기자 사진 / 이성원

화제의 추천 정보

    Ladies' Exclusive

    Ladies' Exclusive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