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경력의 ‘경매 달인’ 황치현

위기를 극복한 부자들

17년 경력의 ‘경매 달인’ 황치현

댓글 공유하기

“위기는 기회! 10년 만에 내집 마련의 기회가 왔습니다”


「레이디경향」에서는 부도, 투자 실패, 실직 등 온갖 시련을 극복하고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위기관리 노하우를 알아보고자 합니다. ‘위기를 극복한 부자들’ 이달의 주인공은 경매를 통해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아온 17년 경력 경매의 달인 황치현씨입니다. (편집자주)


[위기를 극복한 부자들]17년 경력의 ‘경매 달인’ 황치현

[위기를 극복한 부자들]17년 경력의 ‘경매 달인’ 황치현

올 8월부터 본격적인 부동산시장 하락 시작
부동산에 대한 전망이 요즘처럼 엇갈리는 때가 또 있을까. 부동산 불패 신화를 자랑하던 대한민국에서 집값 하락에 대한 불안감에 초조해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 같은 불안감이 확산되는 이유는 바로 계속된 경기 침체로 인해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부동산 버블이 꺼질 것이라는 일부 전문가의 예측 때문이다.

그렇다면 집을 사야 할까, 말아야 할까. 17년 동안 부동산 경매를 해온 경매의 달인 황치현씨는 “올해는 10년 만에 찾아온 내집 마련 절호의 기회”라고 강조한다. 다만 일반 매매가 아닌, 경매로 집을 사는 게 바람직하고 말한다.

“대한민국에서 은행 대출을 받지 않고 집을 사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대출이자가 높아지면서 사람들이 돈을 갚지 못하면서, 그런 물건들이 곧 경매시장에 쏟아질 거라 생각합니다. 때문에 여윳돈이 있는 사람들은 8월 이후 경매시장에 나온 물건들에 관심을 갖는 게 좋을 것으로 보입니다. 또 일반 매매에서도 급매물이 많이 나올 거예요. 제가 보기에는 IMF 이후 내집 마련을 할 수 있는 최대의 기회입니다.”

이어 황씨는 지금은 부동산의 진정한 바닥이라고 할 수 없다고 말한다. 부동산이 하락하고 바닥을 치는 시점은 올 여름부터 2010년까지 약 2년간 계속될 거라는 전망이다. 그 이유는 부동산은 경기가 풀리지 않는 한 가격이 올라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경기가 하락세이기 때문에 경기가 살아나고,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려면 최소한 2년은 걸리지 않겠느냐는 것이 황씨의 생각이다.


경매 17년의 파란만장한 삶
황씨가 처음 경매에 발을 들인 것은 17년 전이다. 당시는 지금처럼 법원 입찰제가 아니었고, 손을 들어 가격을 부르는 ‘호가 경매’가 성행하던 때였다. 그가 처음 들어간 부동산 회사는 우리나라 최초의 법인회사였던 영선 중개 주식회사였다.

“회사에 들어갔는데, 경매를 한다고 하기에 법원에 따라가봤더니 호가 경매라는 걸 하더라고요. 직감적으로 ‘이거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했죠. 정말 열심히 일했고 제가 다니던 회사는 계속 확장하고 번창했어요. 시간이 지나자, 호가제에서 입찰제로 경매 방식이 바뀌더라고요.”

경매가 돈이 된다는 걸 알기 시작한 이후, 그는 ‘닥터 옥션’이라는 인터넷 회사를 차리고 인터넷으로 경매 서비스를 시작했고, 오프라인으로는 일간지도 발행하는 등 사업을 확장했다. 사업이 잘되자, 미국으로 지사를 낼 계획까지 세웠다. 하지만 진승현 게이트 등의 대형 불법 대출 사건이 터지면서 투자가 끊기고 회사는 거짓말처럼 순식간에 공중분해 됐다. 하지만 그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그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2001년 영선 법률사무소를 차리고, 심기일전하는 마음으로 다시 경매를 시작했다. 아파트, 연립, 근린주택 등 경매를 통해 돈이 될 만한 물건들은 닥치는 대로 사들였다. 그리고 하나의 물건에서 1천만~3억원의수익을 남기고 되팔기를 반복했다.

[위기를 극복한 부자들]17년 경력의 ‘경매 달인’ 황치현

[위기를 극복한 부자들]17년 경력의 ‘경매 달인’ 황치현

또그러다가 주위 사람들과 공동투자를 하다가 지인에게 배신을 당하는 억울한 일도 겪었다.
“그 당시 후배와 함께 2억원씩 투자해서 집을 한 채 샀어요. 투자를 같이하면서 그 후배 명의로 집을 샀는데, 시간이 지나자 후배가 ‘내 집’이라며 넘겨줄 수 없다고 하는 거예요. 정말 억울하고 답답해서 소송도 했는데, 어쩔 수가 없더라고요. 나중에는 ‘그래, 너 잘 먹고 잘 살아라’고 말하고 그냥 뒤돌아섰죠. 지금 생각해도 억울한 감정을 지울 수가 없네요. 그 당시 2억원이면 진짜 큰돈이었거든요.”

그 뒤로도 계속 경매를 통해 돈을 벌었다. 그래서 “돈을 꽤 많이 벌었겠어요”라고 묻자, 그는 일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경매를 통해 떼돈을 벌 수 있다는 계산은 오산이라고 한다. 보통 하나의 경매 물건을 통해 1천만원 정도의 수익이 나면 정상이라는 것. 물론, 주위 사람들의 명의까지 빌려 수십 개의 물건을 낙찰받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 중에는 잘못된 물건을 낙찰받고 망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한다. 그렇다면, 잘못된 물건이라는 게 무엇일까.

“만약 1억원짜리 물건이 5천만원까지 떨어졌다면 굉장히 가격이 싼 것처럼 보이잖아요. 그런데 그런 물건은 무엇인가 문제가 있어서 자꾸 입찰 가격이 낮아지는 거예요. 특히 초보자들이 그런 물건을 모르고 덥석 사는 경우가 있는데 조심해야 합니다.”

또 경매하는 사람 중에 과도하게 은행 대출을 받아서 망하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한다. 보통 경매를 통해 낙찰을 받으면, 80~90%까지 대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자산이 1백억원이라도 부채가 80억원이 넘게 되면, 집값이 10%만 떨어져도 은행에서 바로 경매 신청을 한다는 것. 때문에 경매를 받더라도 최소한 60% 이상은 본인 자금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경매의 달인, 정작 월세집에서 살고 있다?!
지금까지 경매만 17년을 하면서 집을 사고파는 것을 직업으로 해왔던 황치현씨.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정작 그는 집이 없다.

“2007년에 전국이 부동산 열풍에 빠져 있을 때 왠지 우리나라 부동산시장도 한계가 온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34평짜리 아파트가 14억~15억원이 넘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 거죠. ‘조만간 이 거품이 빠지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당시에 가지고 있던 집들을 모두 팔았어요.”

현재 그는 식구들과 보증금 1천만원에 월 30만원 하는 실 평수 10평짜리 아파트에 살고 있다. 넓은 집에서 살다가 방 2개짜리 작은 아파트로 이사를 갔을 때는 정말 답답해서 뛰어나가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니 오히려 가족간의 친밀감이 높아졌다.

[위기를 극복한 부자들]17년 경력의 ‘경매 달인’ 황치현

[위기를 극복한 부자들]17년 경력의 ‘경매 달인’ 황치현

조만간 집값이 떨어질 거라는 생각에 월세로 이사를 했지만 2008년이 될 때까지도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의 뜨거운 열기는 식을 줄 모르고 계속 치솟았다. 이에 황씨는 집을 잘못 팔았나 싶어 한동안 우울한 나날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2008년 중반이 되면서 글로벌 금융 위기가 닥치고, 전국적으로 집값이 하락하기 시작했다. 황씨의 예측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언제쯤 다시 집을 살 생각이냐고 묻자, 그는 집 사는 게 급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한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서 말한 것처럼 올해 말에는 부동산이 바닥을 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올해 안에 다시 집을 살 가능성은 있다고 말한다.

“올해는 정말 10년 만에 찾아온 기회예요. 1997년 IMF 때 집을 못 산 사람들이 지난 10년 동안 집이 없어서 허덕이며 살았잖아요. 10년 만에 다시 집값이 떨어졌는데, 이 시기를 놓치면 다시 집 살 기회는 오기 힘들 거라고 봐요.”

특히 가격적으로 좋은 경매 물건이 많이 나올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사실 이제 경매는 일반인에게도 널리 알려진 재테크 수단이다. 하지만 황씨는 많은 사람들이 경매를 이상하게 공부하고 있다며 안타까워한다.

“사실 경매라는 게 100건 중에 90건이 쉬운 물건이고, 그 중에 2, 3건만 특수한 상황이 엮여 있는 어려운 물건이에요. 하지만 요즘 경매 학원에서는 그 어려운 물건을 가지고 공부를 하더라고요. 제가 보기에는 쓸데없는 데 시간을 할애한다 싶더군요.”

이에 그는 사람들이 좀 더 경매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나는 경매로 반값에 집 산다」라는 책을 펴냈다. “제가 이쪽에서 일하다 보니, 힘들고 어렵게 사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되더라고요. 그 사람들이 경매를 통해 내집을 마련할 수 있도록 조금이라도 돕고 싶은 마음에 책을 냈어요. 수중에 3천만~4천만원밖에 없는 사람도 내집을 살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죠.”


가난한 사람들에게 힘 실어주고 싶어
[위기를 극복한 부자들]17년 경력의 ‘경매 달인’ 황치현

[위기를 극복한 부자들]17년 경력의 ‘경매 달인’ 황치현

그는 초보 경매 투자자들이 돈을 들이지 않고도 얼마든지 좋은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며 경매할 때 주의할 사항을 지적해 줬다. 첫 번째는 대법원 경매 사이트를 이용하는 것이다. 최근 대법원 경매 사이트는 대대적인 개편으로 초보자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바뀌었다고 한다. 두 번째는 등기부등본상에 갑과 을의 관계를 잘 파악하는 것이다. 을군 안에 최초 근저당 기일보다 앞선 임차인의 전입 날짜, 가등기, 가처분 등 법률적 권리 관계만 없으면 그 물건은 안심해도 된다는 것. 이것만 알고 경매를 시작하면, 경매를 통해 손해 볼 일은 없을 것이라고 한다.

세 번째는 낙찰가가 80% 이상 높게 나오면, 경매에 참여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높은 낙찰가가 형성된 물건은 1등으로 낙찰을 받아봤자, 수익이 날 리가 없다. 그럴 바엔 차라리 급매물을 사는 게 훨씬 속이 편할 것이다.

네 번째는 경매로 구입한 물건이라도 단기적인 수익을 노리기보다 1년 이상은 가지고 있는 게 좋다는 것이다. 모든 부동산은 3년 이하 보유하다가 팔면 양도 소득세를 50% 이상 내게 된다. 부동산은 주식 투자를 하듯이 단기적인 매매가 아니기 때문에, 경매로 재테크를 하는 경우라도 1~2년 이상은 지켜볼 수 있도록 기간을 길게 두는 게 좋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자신이 잘 모르는 지역의 땅이나 상가 등은 낙찰받지 않는 것이 좋다. 잘 아는 동네가 아닌 경우에는 남의 말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자칫 잘못된 정보로 낭패를 볼 수 있다. 특히 요즘 같은 침체기에는 그런 물건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직접 가서 시세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황씨는 어릴 때 아버지의 사업 부도로 집 없이 산 적이 있다. 집이 없다는 게 얼마나 서러웠는지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모를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모든 사람들이 작은 보금자리라도 자신의 집을 꼭 장만했으면 하는 게 그의 바람이다.

“저의 바람은 가난한 사람들도 모두 자신의 집을 갖고 사는 거예요. 솔직히 저 혼자만 잘 살면 뭐 해요. 다 같이 잘 살면 좋잖아요. 집 없어서 고생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제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얼마나 보람 있겠어요.”


“제 바람은 가난한 사람들도 모두 자신의 집을 갖고 사는 거예요. 솔직히 저 혼자만 잘 살면 뭐 해요. 다 같이 잘 살면 좋잖아요. 집 없어서 고생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제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얼마나 보람 있겠어요”



경매 할때 주의할 점


1 대법원 경매 사이트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2 등기부등본상에 갑과 을의 관계를 잘 파악해야 한다.
3 낙찰가가 80% 이상 높게 나오면, 경매에 참여하지 않는게 좋다.
4 경매로 구입한 물건이라도 1년 이상 장기로 가지고 있는 게 좋다.
5 모르는 지역의 땅이나 상가 등은 낙찰받지 않는 것이 좋다.


글 / 김민주 기자 사진 / 이성원, 경향신문포토뱅크

화제의 추천 정보

    Ladies' Exclusive

    Ladies' Exclusive
    TOP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