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랜드 측은 최근 몇 년간 입장객 수와 매출이 정체됨에 따라 글로벌 경영 안목을 갖춘 서비스 전문가의 영입이 필요한 상황이었다고 전한다. 실제로 에버랜드의 입장객 수는 2004년 800만 명에서 2007년 815만 명, 2008년 807만 명을 기록하며 지지부진한 움직임을 보여왔다. 삼성 측은 그동안 이부진 전무가 호텔신라의 경영전략담당을 맡아 호텔 서비스 분야의 핵심 경쟁력을 한 차원 강화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만큼 에버랜드의 도약을 위한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출산 후 한결 부드러운 리더십 발휘
1995년 삼성복지재단에 입사한 이부진 전무는 2001년 호텔신라로 자리를 옮겨 기획팀 부장, 상무를 거쳐 2009년 전무로 승진했다. 일단 이 전무가 보여준 업무 능력은 2002년 이후 연평균 15%에 달하는 매출 신장세로 인정받고 있는 분위기다. 호텔신라의 세전 이익도 2002년 99억원에서 2008년 300억원 수준으로 3배 정도 증가한 데 이어 2008년에는 인천공항 면세점에 진출해 면세 유통사업을 확대한 점도 높게 평가받는 부분이다.
이 전무는 지난 2007년, 결혼 8년 만에 아들을 출산한 뒤 더욱 적극적으로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다. 사내에서도 출산 후 한결 부드러운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지난 9월 15일 이 전무의 겸직 사실을 발표한 에버랜드 측은 후계 구도나 재산 분할과는 관계가 없는 서비스 전문가의 영입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오빠인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41)가 지분의 25.1%를 소유한 대주주로서의 위치가 확고해 후계구도 변화를 언급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반응이다. 이부진 전무의 삼성에버랜드 지분율은 이서현 상무와 같은 8.37%다. 이로써 이재용 전무는 삼성 제조 부문을, 이부진 전무는 호텔, 레저, 외식 부문을, 차녀 이서현 제일모직 기획담당 상무는 화학 부문을 맡으며 세 남매의 주력 분야가 어느 정도 정리된 것으로 해석된다.
이부진 전무는 호텔신라의 전무직도 유지한다. 이를 위해 양측에 각각의 사무실이 마련됐으며 당분간 신규 업무 파악을 위해 에버랜드 쪽에 주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서는 이부진 전무가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을 잇는 여성 전문 경영인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삼성가는 이병철 선대 회장 때부터 여성의 경영 참여가 활발했다. 장녀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 5녀 이명희 회장이 대표적인 2세 여성 경영인이며, 3세인 이부진 전무, 이서현 상무 외에 이미경 CJ그룹 엔터&미디어 부회장, 정유경 조선호텔 상무가 현재 활발히 활동 중이다.
■글 / 장회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