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인생은 즐거워’

김진세의 인터뷰_긍정의 힘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인생은 즐거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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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사실은 한 편의 영화거든요. 영화가 시작되는 걸 보셔야 하잖아요?
아침에 일찍 일어나세요”

한국이 먼저 알아본, 세계적인 작가 베르베르가 9년에 걸쳐 일궈낸 「신」시리즈 완간에 맞춰 한국을 찾았다. 벌써 네 번째다. 그가 건네는 인사 “안녕하세요”는 한결 자연스럽고, 능란한 젓가락질로 깻잎장아찌를 집어 입으로 가져가는 모습은 곰살갑기도 했다. 사람을 좋아하고, ‘여자’를 좋아하고, 고양이를 좋아하고 또 한국을 좋아하는 작가는 인터뷰에도 금세 빠져들었다. 예의 그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편집자 주)

[김진세의 인터뷰_긍정의 힘]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인생은 즐거워’

[김진세의 인터뷰_긍정의 힘]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인생은 즐거워’

김진세_ 한국의 가을 하늘, 기가 막히지요?

베르베르_ 너무 사랑스러워요. 도로가 막혀서 조금 늦었습니다.

김진세_ 어제 한국에 도착하셨지요? 피곤하시겠어요.

베르베르_ 아닙니다. 어제 기자 간담회도 했는걸요.

김진세_ 훌륭한 작가이자, 세계가 사랑하는 작가시잖아요? 어떤 힘이 지금의 베르베르씨를 이렇게 만들었는지 궁금해서 모셨습니다. 긍정적인 힘에 대한 인터뷰라는 건 알고 오셨죠?

베르베르_ 오는 길에 차 안에서 박사님 인터뷰 기사를 봤습니다. 제 긍정의 힘이란… 전 어렸을 때 축구나 스포츠, 싸움 같은 걸 못해서 친구들 사이에 끼지 못했어요. 어느 날 ‘벼룩의 모험’이라는 제목의 작문을 제출했는데, 선생님이 그걸 보고 재밌어 하셨어요. 아이들이 무척 좋아하고 선생님도 칭찬해주시니까 그때부터 친구들 사이에서 제 자리를 찾기 시작했어요.

김진세_ ‘벼룩의 모험’을 쓴 때가 일곱 살이었잖아요? 천재적이라고밖에 달리 할 말이 없는데요.

베르베르_ 워낙 민감하고 불안증을 느끼는 성격이었거든요. 글쓰기에서 카타르시스를 얻었어요. 현실에서 얻지 못하는 걸 얻는 거죠. 치료 효과도 있고요.

김진세_ 저도 마찬가지예요. 스트레스를 받으면 글을 쓰거든요. 확실히 치료적인 효과가 있죠?

베르베르_ 네.

# 핏줄에 녹아든 불안이 불러온 글쓰기의 힘
김진세_ 보통 천재라고 하면 다른 사람과 비교를 할 구석이 없다거나 딱히 배울 점이 없는데, 베르베르씨는 불안에서 글쓰기를 시작하셨어요. 불안이라는 힘은 어떻게 시작된 건가요?

베르베르_ 워낙 식구들 자체가 불안증을 느끼는 성격이에요. 상사나 권력을 가진 누군가가 내 위에 군림하는 걸 싫어해요. 불평등이나 억압하는 분위기도 원치 않고요. 폭력에 대한 알레르기가 좀 있어요. 그래서 생선은 먹지만, 육식은 안 하거든요. 동물들이 우리를 닮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쨌든 폭력이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해요. 물론 제 작품 속에 폭력이 나오긴 하지만 그건 사람들에게 폭력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걸 보여주기 위한 거예요.

김진세_ 다시 불안으로 돌아가자면, 불안이 상상력의 근원이라고 하셨잖아요? 어려서는 어느 정도나 불안한 아이였나요?

베르베르_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은데요. 어렸을 때는 성적을 놓고 비교하는 학교 시스템이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또 어릴 때 보면 ‘짱’ 같은 아이가 있잖아요? 그런 아이 위주로 흘러가는 분위기도 마음에 안 들었고, 뉴스나 신문에 나오는 세계 시사, 사건 뉴스, 역사도 여러 가지로 마음에 안 들었어요(웃음). 아버지가 노르망디 상륙작전(제2차 세계대전 중인 1944년 미국과 영국을 주축으로 한 연합군이 벌인 역사상 가장 규모가 큰 상륙작전)에 참전하셨거든요. 아버지뿐만 아니라 가족 모두가 파시스트에 저항하는 성격이에요. 식구들 중에 많은 분들이 전쟁 때 돌아가셔서 아무래도 불안증이 더 심해지지 않았나 싶어요. ‘나만 살아남았다’는 느낌이 있는 거 같아요.

김진세_ 어머니께서 마치 (「안네의 일기」를 쓴) 안네 프랑크처럼 전쟁 통에 벽장에 숨어 지내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런 상황을 겪으셨으면 아무래도 걱정이 많으셨겠어요?

베르베르_ 제가 글을 쓰기 시작한 걸 알고는 계속 쓰라고 하시며 안심하셨어요. 어머니는 피아노를 치시고 할아버지는 그림을 그리셨는데, 예술이 불안증을 해소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말씀하셨거든요. 부정을 긍정으로 바꿀 수 있는 메타포와 같은 것이라고요.

김진세_ 혹시 어렸을 때 별명 같은 거 없었나요?

인터뷰를 마친 뒤 점심식사를 위해 이동하기 전 짬이 나자 베르베르는 중요한 일과 중 하나인 5분 태극권으로 몸을 풀었다.

인터뷰를 마친 뒤 점심식사를 위해 이동하기 전 짬이 나자 베르베르는 중요한 일과 중 하나인 5분 태극권으로 몸을 풀었다.

베르베르_ 특별한 건 없었고요, 아이들이 저를 이름으로 부르지 않고 항상 성으로 불렀어요.

김진세_ 왜 그랬을까요?

베르베르_ 왜 그런지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웃음). 항상 제 이름이 ‘베르베르’인 것처럼 느껴졌죠.

# ‘아들과 친구 같은’ 베르베르식 교육법
김진세_ 파리에서 아드님과 살고 계시죠? 아드님과의 관계는 어떤가요?

베르베르_ 저와 아들은 2차 세계대전의 영향을 받지 않은 1세대잖아요. 제 부모님은 2차 대전에 대해 말씀하셨고, 할머니 할아버지는 ‘늘’ 말씀하셨고, 저 또한 좀 얘기를 하잖아요? 그런데 아들은 그런 얘기를 안 했으면 해요(웃음). 제가 느끼는 불안증을 똑같이 느끼지 않았으면 하고 노력하고, 또 그랬으면 좋겠어요.

김진세_ 아드님과 잘 놀아주세요?

베르베르_ 굉장히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친구처럼 지내요. 얘기를 많이 하고 탁구나 테니스 같은 스포츠도 함께하고요. 아들은 친구들 중에서 가장 밝아요. 항상 웃거든요. 아이 엄마가 임신했을 때 항상 ‘이 아이가 정말 즐겁고 긍정적인 아이였으면 좋겠다’고 바랐어요. 즐거움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즐겁게 일할 수 있으니까.

김진세_ 아드님과 제 아들들이 또래거든요. 저도 아이들과 잘 놀아줍니다만, 아무래도 사춘기다 보니 한창 반항심이나 적대감 같은 감정이 나타나는 때잖아요?

베르베르_ 아니요. 아직까지는 반항하지는 않아요. 어제 저녁에도 통화를 했어요. 우린 떨어지려야 떨어질 수 없는 사이거든요. 사이가 굉장히 좋아요.
김진세_ 제 아이들은 컸다고 저를 끼워주지 않아요(웃음).

베르베르_ 그게 훨씬 더 자연스러운 현상이죠. 저는 오히려 아들이 그럴 단계에 이르지 않아서 이게 더 문제가 아닌가 걱정이 되거든요(웃음). 반항기가 생기는 게 원래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서는 자연스러운 진전인 거잖아요.

김진세_ 혼자 아이를 키우기 쉽지 않으실 텐데요. 엄마가 없어서 아이가 힘들어하지는 않나요?

베르베르_ 일단 아이를 혼자 키우는 데 전혀 문제가 없어요. 제가 아이를 보는 것에서 굉장히 큰 기쁨을 얻거든요. 아이가 하루는 제 집에서, 하루는 엄마 집에서 지내요. 아이 엄마가 옆집에 살거든요. 엄마와도 사이가 굉장히 좋아요.

김진세_ 아, 한국 같으면 상상하기 힘든 모습인데요. 그럼 두 분은 왜 헤어지신 거예요?(웃음)

베르베르_ (웃음) 서로를 이해하지만, 삶을 공유하지 않고 따로 떨어져서 사는 게 좋겠다고 생각해서요.

김진세_ 한 인터뷰를 보니까 부인께서 베르베르씨의 글에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는 얘기가 나오던데요. 그게 혹시 헤어지는 이유가 된 건 아닌가요?

베르베르_ 아니, 아니요. 제 글에 굉장히 관심이 많고, 저를 항상 지지해줬어요. 7년을 같이 살았는데, 어느 날 둘 다 삶을 바꿔보고 싶다는 마음을 먹었고, 다르게 살아보자는 생각이 있었기에 내린 결정이었어요. 둘 사이에 부정적인 측면이 있는 건 전혀 아니었어요. 상호 협의하에 헤어졌거든요. 아이가 엄마 집에서 하루, 아빠 집에서 하루 지내는 것에 대해서 놀라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래야 양쪽의 부족함이 없이 지내는 거잖아요. 저와 있을 때는 100% 저와, 엄마와 있을 때는 엄마와 그 순간을 충분히 즐기는 거죠.

김진세_ 어떻게 보면 굉장히 진화된 결혼 형태네요. 자유롭기도 하고.

베르베르_ 여자친구가 있지만 아직 결혼을 한 게 아니니까, 아이에게 엄마가 한 명 더 생긴 건 아니잖아요? (제 개인 생활과 가족) 두 개를 완전히 분리한 거죠.

김진세_ 또 다른 가족이 있잖아요. 함께 사는 고양이는 잘 있나요?

베르베르_ 아들과 저의 주된 대화 주제가 바로 그 고양이거든요. 암컷이에요(웃음). 성격이 좀 있고 머리가 되게 나빠요. 「파피용」에도 그 고양이를 넣었거든요.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뭐든 다 하는 녀석이에요. 무슨 일이 있어도 사람들이 자기를 다 좋아해주길 바라죠. 자기한테 관심 없는 사람에게는 공격할 정도로 반감을 갖기도 하고요. 그 고양이를 통해서 제 아들이 여자에 대해서 이해를 좀 하는 것 같아요(웃음).

# 글을 쓰지 않았다면, 하루를 잃어버린 것
김진세_ 일반적으로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은 불쑥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 글을 쓰는 걸로 알고 있거든요. 베르베르씨는 하루 중 정해진 시간에 글을 쓰신다는데, 그런 방식이 도움이 되나요?

베르베르_ 아침 8시부터 낮 12시까지 작업을 합니다. 글을 쓰는 데 시간이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고 상사가 있는 사무실에 나가야 하는 것도 아니잖아요? 문제는 자유와 고독이거든요. 딱 정해진 무언가가 있어야지, 그렇지 않으면 글을 쓰고 싶은 의욕이 생기지 않아요. 마라톤과 똑같다고 볼 수 있어요. 일정한 리듬이 있어야 해요. 이제 저는 하루라도 글을 쓰지 않고 넘어갈 수 없어요. 열여섯 살부터 그 시간을 지켰고 지금도 그렇게 해요.

[김진세의 인터뷰_긍정의 힘]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인생은 즐거워’

[김진세의 인터뷰_긍정의 힘]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인생은 즐거워’

김진세_ 그 원칙을 지키기 어려운 적은 없었나요?

베르베르_ 어제 같은 경우는 한국으로 오는 비행기 안에서 잠깐 글을 썼어요. 조금이라도 꼭 써요. 글을 쓰지 않고 지나간 날은 하루도 없어요. 그런 날이 있다면, 내가 하루를 잃었다고 생각할 거 같아요. 박사님도 일정한 시간을 정해놓고 글을 쓰시나요?

김진세_ 아니요. 전 그러질 못해요. 매일매일 환자를 만나죠. 그건 그렇고, 상상력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좀 알려주세요.

베르베르_ 사람을 많이 만나는 것! 항상 저는 호기심이 많거나 지적인 사람들을 많이 만나려고 노력하거든요. 그래서 제가 한국에 온 거예요. 저와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게 좋으니까요. 이런 인터뷰도 저에게는 굉장히 유익하거든요.

김진세_ 이번이 네 번째 한국 방문이신데, 책 관련 일정 외에 개인적인 방문은 없었어요?

베르베르_ 일주일 정도 홍보 활동을 하고 며칠 정도는 개인적으로 씁니다. 그런데 저는 홍보 관련 일정이 굉장히 좋아요.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으니까, 저에게는 일이 아니거든요. 즐거움이죠. 사람들이 보통 자기 일하는 분야를 벗어나 다른 사람 만나는 게 쉽지 않잖아요? 저는 장소 때문에 흥분하는 게 아니라 그 곳에 있는 사람들 때문에 흥분해요. 사원, 박물관 같은 곳이 저에게는 의미가 없어요. 사람에게만 관심이 있거든요. 프랑스어를 못하는 사람일지라도요(웃음).

김진세_ 사람 좋아하시는 건 저와 같네요. 제가 인터뷰를 하는 데는 그런 목적도 있거든요.

베르베르_ 특히 여자를 만나는 걸 되게 좋아해요. 왜냐하면 남자가 여자를 이해하기가 쉽지 않거든요. 저하고는 다른 세계의 사람이기 때문에, 여자와 대화를 하는 건 뭔가 새로운 창작품을 만들어내는 거라는 생각을 해요. 여자를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저를 이해시켜야 하는데 그게 어려우면서도 굉장히 재미있어요. 그게 잘되면 정말 재밌는 일이죠.

김진세_ 아까 제 전공을 물으셨는데, 제가 여성 심리를 전공했어요. 여자는 남자와는 전혀 다른, 종족이자 지구에 살고 있는 외계 생명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웃음).

베르베르_ 제가 언젠가 여자를 이해할 유일한 남자는 아니겠네요?(웃음)

김진세_ 아, 이건 담당 기자가 의뢰한 질문인데요, 왜 작품 속에 ‘미모의 여기자’가 그리 자주 등장하느냐고요(웃음).

베르베르_ 저는 꼭 영화를 보는 것처럼 글을 쓰려고 하거든요. 그저 그런 외모의 여자를 등장시키고 나면 나중에 화면이 별로 안 예쁠 거 같아서요(웃음). 독자들도 책을 읽다 보면 별로일 거 같은 거예요. 소설에도 에로틱한 긴장감이 있어야 하거든요. 아직 프랑스에서도 출간 전인 「카산드라의 거울」이라는 작품이 있어요. 맨 처음에는 여자 주인공을 안경 쓰고 뚱뚱하고 인물이 별로인 캐릭터로 만들었어요. 그런데 사람들에게 보여줬더니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 거예요. 그래서 결국 여주인공을 예쁘게 바꿨어요.

김진세_ 독자들이 흥미를 가질 만한 여성 캐릭터를 소개해주신다면?

베르베르_ 가장 재미있는 작품 속 인물은 「우리는 신」의 아프로디테인데, 실은 실존 인물이에요. 저와 1년 정도 함께 살았던 여성이에요. 약간 히스테릭한 성격을 가진 모델이자 배우인데, 항상 주위의 남자를 유혹했지만 사랑할 줄 모르는 사람이었어요. 제가 그 성격을 바꿔보려고 1년간 노력했는데, 결코 바꿀 수 없다는 걸 알게 됐죠. 젊고 예쁜 여자가 애인이니까 함께 다니면 정말 좋겠다고 사람들이 부러워했어요. 그들은 그녀가 사랑할 줄 모르는 사람이라는 걸 알지 못하니까요. 그녀는 아버지로부터 버림받은 기억이 있어서 남자를 무서워해요. 그래서 남자 앞에서 긴장을 풀지 못했거든요. 겉으로 보기에는 여유 있어 보이고 이성에게 어필하는 스타일인데, 속내는 그게 아니었던 거죠. (신화 속) 아프로디테와 정말 똑같은 실존 인물이었죠. 「우리는 신」 출간 후 그 친구가 읽더니 “아, 내 얘기네. 나도 내 문제가 뭔지 알아”라고 했어요.

[김진세의 인터뷰_긍정의 힘]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인생은 즐거워’

[김진세의 인터뷰_긍정의 힘]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인생은 즐거워’

김진세_ 고양이도 나왔고, 직접 연출한 영화에는 아드님도 출연했고요. 작품에 주변 사람들을 등장시키시는데, 정작 본인께서는 어디에 등장하나요? 왜 숨기시는지?(웃음)

베르베르_ 저는 항상 뒤에 있어요. 마치 마리오네트 인형을 조종하는 사람처럼. 그게 소설가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위치라고 생각해요. 소설을 쓸 때는 저는 빼고, 극중 인물에만 집중하는 거죠. 하지만 소설이 굉장히 잘 써졌다면 사람들이 알죠. 뒤에 누군가 있구나 하고.

김진세_ 요즘 영화에 관심이 많으시던데, 앞으로 어떤 활동을 하실 건가요?

베르베르_ 영화는 또 할 거지만, 현재는 소설에만 집중하고 있어요. 한국분과 영화를 했으면 좋겠어요. 아, 두 번째 연극도 할 예정이고요.

# 자신이 가진 독창성을 깨달아라
김진세_ 한국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고 알고 있어요.

베르베르_ 한국에서 저에게 특별한 애정을 주시니, 저 또한 특별한 애정이 있죠(웃음). 한국분들이 교육을 잘 받으셨어요. 미래지향적이죠. 한국에 오면 현대적인 것, 젊음, 앞으로 나아가는 것에 대해 느낄 수 있어요. 반면 한국사회가 너무 심각하다는 생각도 들어요. 학교 교육 시스템 같은 경우는 굉장히 엄격하잖아요? 컴퓨터나 공학 등 기술적으로 많이 발달했지만, 감정적인 면에서는 참 표현을 못하는 거 같아요. 아시아가 그런 면이 심한데, 가장 최악의 경우는 일본이라고 할 수 있어요. 군대식처럼 되다보니 사람들이 자신의 창작성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거죠. 그게 어려운 문제인 거 같아요. 학생들 하나하나 맞춤식 교육을 할 수 없으니까요.

김진세_ 동의합니다. 어려서부터 표현하는 법을 잘 배우지 못해서 커가면서 잘 표현하지 못하는 면이 있죠.

베르베르_ 지금은 좀 변하는 게 보여요. 예술 분야, 특히 영화와 음악 분야의 스타일리스트들을 보면 정말 독창성이 보이거든요.

김진세_ 혹시 그 이유를 아세요?

베르베르_ 네?

김진세_ 베르베르씨의 책을 봐서(웃음).

베르베르_ (웃음) 제가 책 속에서 사람들이 뭔가 표현하고 싶은 것을 말하게끔 하는 게 있거든요. 「신좦 시리즈는 독자들에게 ‘자기가 갖고 있는 독창성을 깨달아라. 그것에 대한 자신감을 가져라’ 이런 의미에서 쓰기 시작한 거예요. 동양적인 사고이고 철학이기도 한데요, ‘신은 밖에 있는 게 아니라 우리 안에 있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어요. 서양 세계에서는 신이란 외부의 세계에 군림하는 하나의 왕이잖아요.

[김진세의 인터뷰_긍정의 힘]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인생은 즐거워’

[김진세의 인터뷰_긍정의 힘]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인생은 즐거워’

김진세_ 참 신기한 게, 저희도 어렸을 때 ‘마음속에 신이 있고 마음속에 하늘이 있다’는 말을 듣고 자랐지만, 잘 와 닿지 않거든요. 서양인 작가의 입을 통해 그게 느껴지다니 참 대단한 것 같아요.

베르베르_ 아주 어렸을 때는 한계가 없잖아요? 커가면서 점점 경계가 생기고, 다른 영역으로 들어가기 위해 협상을 하게 되죠. 「카산드라의 거울」이라는 작품에 대해 잠깐 말씀을 드리면, 주인공 카산드라는 자폐증이 있는 열일곱 살의 소녀예요. 그 아이는 세상을 곧 자기가 확장된 것으로 봐요. 자기와 외부 세계를 구분 짓지 못해요. 우리가 내 손에게 얘기를 하지 않듯이, 외부에 자신을 설명할 필요가 없는 거죠. 그래서 카산드라는 말을 하지 않아요. 생각은 많이 하죠. 소설 속에서는 그 아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다 볼 수가 있어요.

김진세_ 제가 「뇌」를 읽으면서 소설가라는 사람이 정말 열심히 공부를 하는구나, 하고 놀랐거든요. 저도 본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도 자폐증에 대한 설명을 정신과 의사인 저보다 더 잘 하시는데요. 공부는 어떻게 하세요?

베르베르_ 과학자인 친구들과 얘기를 많이 나눠요. 그들의 생각과 경험을 듣는 거죠. 자폐증에 대해 공부할 때는 자폐증을 앓는 아이들과 그들을 위해 일하는 분들이 있는 곳에 갔어요. 단 그 분야에 관한 책은 읽지 않아요. 너무 정적이거든요. 뭔가 살아 있는 재료를 더 좋아해요. 저는 읽는 것으로부터가 아니라 보고 듣는 것으로부터 글을 쓰기를 원하거든요.

김진세_ 저는 사람의 마음에 대해서 글을 쓰다 보니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사람들의 공격을 받거든요. 소설가는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자유로울 수 있는 거 같아요.

베르베르_ 과학자가 과학에 대해 책을 쓴다는 건 굉장히 힘든 일이죠. 그래서 소설을 쓰는 게 훨씬 더 가볍고 좋아요. 자유롭죠. 박사님도 이름을 바꿔서 소설을 쓰세요. 저도 이름을 바꿔서 과학적으로 전문적인 서적을 쓸 테니까요(웃음).

김진세_ 베르베르씨의 책을 보면 정말 아이디어가 기발하잖아요? 저는 신간이 시차를 두고 나오는 줄 알았는데 오래전부터 준비해온 것이더군요. 보통은 아이디어라는 건 어느 날 갑자기 터지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베르베르씨의 경우는 만들어지는 거 같아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베르베르_ 아, 좋은 아이디어가 쌓여 있는 건 아니고, 말 그대로 항상 ‘생각들’은 있죠. 그걸 쭉 펼쳐놓다 보면 그 중 한두 가지가 살아남는 게 있어요. 처음에는 등장인물이 많이 등장하는 큰 스케일이었다가 손보는 단계를 거듭하면서 살아남는 것들만 작품에 남게 되는 거죠. 사람들이 글 쓰는 걸 어려워하는 이유가, 좋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쓰려고 하기 때문이거든요. 글쓰기 관련 강연을 할 때 제가 항상 하는 얘기가 ‘일단 그냥 쓰세요’예요. 그리고 끝까지 쓰시라는 것. 그러고 나서 나중에 정리를 하라고 말해요. 사람들은 조금 써보고 마음에 안 들면 ‘에이, 그만 쓰자’ 하거든요. 그렇더라도 계속 쓰다 보면 나중에 마음에 드는 글이 될 수 있어요. 첫술에 배부른 경우가 어디 있겠어요?

김진세_ 어떻게 보면 인생 전반에 있어서도, 그렇게 살면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본인의 인생에 대해서는 어떤가요?

[김진세의 인터뷰_긍정의 힘]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인생은 즐거워’

[김진세의 인터뷰_긍정의 힘]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인생은 즐거워’

베르베르_ ‘달리는 동물’과 똑같다고 봐요. 사람의 몸 크기만을 보면 래브라도 리트리버와 비슷하니까, 역학적으로 보자면 그 개만큼 달릴 수 있어야 해요. 그러나 개가 훨씬 빨리 달리거든요. 심리학자 친구가 찾아낸 답에 따르면, 인간은 달릴 때 도착 지점을 정해놓고 그걸 보면서 달린대요. 하지만 개는 도착 지점에 도착했다고 해서 멈추지 않거든요. 개는 발길질 하나하나를 통해, 온몸으로 달리는 것 자체를 즐기거든요. 반면 인간은 결승 지점에 도착했을 때의 그 순간, 다른 사람들에게 박수를 받는 것에만 관심이 있어요. 글쓰는 것도 사실 마찬가지거든요.

김진세_ 동감이에요.

베르베르_ 저는 좋은 책을 써야겠다든가, 평론가로부터 좋은 평을 들어야겠다든가, 빨리 써야겠다는 이유가 아니라, 그냥 글이 좋아서 쓰는 거예요. 내 책이 출판이 돼서 팔려서 기쁜 게 아니라, 지금 이 순간 글을 써서 좋은 거예요. 박사님께서 더 잘 아실 거 같은데요.

김진세_ 저는 글을 쓸 때 인세가 자꾸 떠올라서요(웃음). 인간은 행복을 위해 산다는 말씀을 많이 하셨어요. 지금도 그렇게 믿고 계세요?

베르베르_ 똑똑한 사람들은 그렇습니다(웃음).
김진세_ 그럼 언제가 가장 행복하셨나요?

베르베르_ 지금이요.

김진세_ 그럼 제가 다음 질문을 못해요. 왜냐하면 언제 어떻게 하면 행복한지를 여쭤보지 못하잖아요(웃음).

베르베르_ 지금이 인생에 있어서 가장 행복한 시기예요. 내리막길을 걷는다 하더라도, 제가 책을 많이 썼고 많은 독자들을 만났잖아요. 그러니 사실 하느님께 감사할 일이죠. 미래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과거에 대해서는 굉장히 만족해요. 그래서 재미있는 건 바로 현재인 거죠.

# 내 글로써, 세상을 바꾸기를 꿈꾼다
김진세_ 「레이디경향」 독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메시지가 있으다면요?

베르베르_ 일단 숨을 쉬세요. 첫 번째로 말씀드리고 싶은 건 진짜 호흡을 하시라는 거예요. 하루에 한 번이라도 자신이 숨을 쉬고 있다는 걸 인식하세요. 두 번째는 긍정적으로 보시라는 것. 박사님의 책 같은 거 읽으시라는 거죠(웃음). 현재에 있으라는 것! 항상 미래에 대한 걱정만 하지 마시라는 거예요. 뭔가 내가 정말 좋아할 수 있는 장소를 택하시라는 겁니다. 그게 요리일 수도 있고 글쓰기, 그림 그리기일 수도 있죠. 다른 사람이 당신의 인생을 좌지우지하도록 놔두지 마세요. 아이든, 남편이든, 어머니든 다 마찬가지고요(웃음). 항상 생각하고 질문하라는 거예요. 이 일이 과연 내가 정말 원해서 하는 것인지 어쩔 수 없는 주변 상황에 등 떠밀려 하는 것인지를요. 그리고 아침에 해가 떠오르는 걸 보시는 게 좋아요. 매일매일 사는 게 사실은 한 편의 영화거든요. 영화가 시작되는 걸 보셔야 하잖아요? 일찍 일어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해요. 술, 담배, 마약, 인터넷, TV 등 정신을 흐리게 하는 것들을 멀리 하세요. 그것들은 삶의 에너지를 떨쳐버리게 해요. 아, 물 많이 드시고요(웃음).

김진세_ 지금은 좋은 에너지를 좀 받으셨는지?

베르베르_ 오늘 아침에 타이치(태극권)를 못 해서요(웃음).

김진세_ 타이치를 하세요? 저도 아침 일찍 일어나서 운동하고 왔습니다.

베르베르_ 아, 헬스클럽이요? 서양보다는 한국에서의 삶이 더 신선한 거 같아요. 동양 쪽 음식이 훨씬 더 깨끗하잖아요.

김진세_ 어떤 음식 좋아하세요?

베르베르_ 회 좋아하고요. 김치도. 그리고 프랑스에서 찾을 수 없는 나물들, 홍삼 농축액을 특히 좋아해요. 또 그거 있잖아요? 홍삼을 썰어서….

김진세_ 홍삼 절편이요?

베르베르_ 네, 그건 얼마든지 먹을 수 있어요(웃음). 한 박스를 선물받았는데 하루 만에 다 먹었어요. 홍삼을 먹으면 에너지가 충만하고 안정되는 걸 느낄 수 있어요.

김진세_ 체질에 맞지 않는 사람은 나쁠 수 있거든요. 외모만으로 봤을 때는 양기가 많아서 홍삼과 안 맞을 거 같은데요. 저도 머리숱이 없어서 아는데요(웃음).

베르베르_ 저는 좋아하는데요. 머리카락이 많이 남아 있지는 않지만요(웃음). 박사님과 제가 참 비슷한 거 같아요. 외형적으로 안경도 쓰고 머리숱도….

김진세_ 저도 홍삼 좋아합니다(웃음). 이건 베르베르씨 팬인 제 아들 질문인데요, 한국 사람과 유럽 사람이 크게 다른 점이 무엇이냐는 겁니다. 본인이 느끼시기에.

베르베르_ 일단 문명이 다르잖아요? 역사도 다르고요. 한국은 굉장히 새로운 나라고, 프랑스는 오래된 나라죠. 정신적인 면에서만 보자면,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훨씬 학교 교육을 잘 받고 있고요. 물론 그 시스템 자체가 완고하긴 하지만요. 인식적인 면에서 한국 사람들이 프랑스인보다 조금 높은 거 같아요. 교육 때문에 아마 달라진 게 아닌가 싶어요. 교육이 사실 문명을 이끌어가는 문화잖아요? 그게 미래를 좌우하는 거죠. 서울이 도시로 보자면 파리보다 훨씬 깨끗해요. 덜 위험하고 사람들도 덜 공격적이죠. 그게 다 교육 덕분이라고 봅니다.

김진세_ 한국에 계시는 동안 좋은 분들만 만났기 때문이 아닐까요?

베르베르_ 길을 걸을 때 만나는 사람들의 인상이 훨씬 조용하고 차분한 거 같아요. 파리에선 차타고 가다 보면 서로 욕하고 경적 누르고 그러잖아요? 박사님도 아시잖아요, 파리에 계셨으니까.

김진세_ 오늘 아침에도 운전하면서 욕하고 왔는데요(웃음).

베르베르_ (웃음) 여기서는 그런 경우가 프랑스에서보다 드문 거 같아요.

김진세_ 또 아들의 질문인데요, 베르베르씨의 책을 보면 세상을 바꾸는 쪽으로 이끌어 가는데, 당신이 추구하는 세상은 어떤 곳이냐는 겁니다. 제 아들은 정말 세상이 그렇게 바뀔 거라고 생각하는 거 같아요.

베르베르_ 사실은 세상을 바꾸고 싶어요. 전 작품 속에서 사람이 덜 공격적이고, 서로를 잘 이해할 수 있는 해결책을 찾아보려고 노력하죠. 저는 박사님처럼 정신분석 전문가가 아니라서 역사를 이용해서 얘기를 하려고 해요. 글을 잘 쓰려고 하기 보다는 항상 해결책을 찾으려고 노력해요. 미래는 과거보다 낫지 않을까 하는.

김진세_ 폭력 없는 세상?

베르베르_ 궁극적으로는 그렇게 되지 않겠나 싶은데요. 사람들은 자유롭고 싶어 하지만, 실질적으로 자유로울 수가 없어요. 그렇게 교육받지 않았거든요. 그 사람들은 차라리 노예가 되기를 바라죠. 왕이든 상사든, 누군가 자기 위에서 결정을 내려주길 바라거든요. 그럼 뭔가가 잘못됐을 때 ‘내 잘못이 아니야’라고 말할 수 있으니까요. 사람들에게 ‘스스로를 인정하고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져라’라고 교육시켜야 해요. 그럼 전쟁, 계급, 정치도 필요 없게 되고 결국 폭력이 발생하는 시스템 자체가 필요 없게 되겠죠. 자유를 학습해야 하는 거예요. 제가 자주 하는 말이 있어요. 물 한 방울이 바다를 넘치게 할 수 있다는 것. 우리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굉장한 파워를 가지고 있거든요.

김진세_ 내년 출간을 앞둔 「파라다이스(Paradis sur mesure)」는 어떤 책인가요?

베르베르_ 「나무」처럼 17편의 단편을 모아놓은 소설집입니다. 그 중 한 편이 ‘내일은 여인들’인데, 남자라는 종족 자체가 아예 다 없어지고 여자들만 있어요. 동물계에는 그런 종이 있잖아요? 그래서 여자들만 있는 세상은 어떨까 한번 상상을 해본 거예요. 진짜 아틀란티스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최면 상태에서 전생에 그곳에 살았던 영감이 떠올라서 쓰게 됐거든요. 굉장히 세부적인 부분까지 생각이 나더라고요. 거기서는 제가 의사였고요. 정말 놀라왔던 건, 아틀란티스에 있는 사람들이 굉장히 장수했다는 거예요. 제가 전생에 거기서 살 때 나이가 250세였거든요. 음식, 옷, 거리 모든 걸 자세하게 볼 수 있었어요. 그래서 쓰기 시작한 게 ‘맞춤 천국’, 「파라다이스」예요.

김진세_ 기대하겠습니다.

베르베르_ 사람이 꽃으로 변하는 얘기도 있어요. 번식할 때도 꽃처럼 꽃가루로(웃음).

김진세_ 상상력이 무척 풍부하세요. 보는 시선 자체가 다른 사람들과 다른 거 같아요. 부러워요.

베르베르_ 박사님도 그렇게 보실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말씀하실 수 있는 거예요. 참, 독자들에게 선물하는 책은 「파피용」이 좋겠어요. 「파피용」읽으셨죠? 정말로 ‘파피용’을 만들고 싶거든요. 미리미리 일찍부터 생각할수록 더 좋은 걸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김진세_ 그 배에 정신과 의사도 탈 수 있나요?

베르베르_ 당연하죠(웃음). 아드님들까지도요.

김진세_ (웃음) 감사합니다.

김진세의 에필로그
베르나르 베르베르 즐기는 삶에서 얻는 무한 상상력

“앙샹떼(Enchante: 만나서 반갑습니다)!”
사람과 사람이 처음 만나면 장벽이 느껴지는 것이 당연하다. 더구나 낯선 언어로 인사를 나누어야 하는 경우라면 더 어색하다. 그런데 손을 맞잡은 그에게는 그런 거리감이 없었다. 악의가 없는, 좀 과장하자면 아이와 같은 느낌이 들었다. 너무 가깝게 다가와 오히려 낯설게 느껴지는 그에게서 엄청난 긍정의 기운이 느껴졌다. 유쾌한 기운 말이다.

그의 어릴 적 삶은 그리 순탄치 않았다. 전쟁의 상처를 안고 살아야 했던 부모 탓이었는지, 많이 불안하게 자랐다고 했다. 어린 시절에 그는 그다지 존재감이 없었던 것 같다. 제도권 교육에서는 잘할 줄 아는 것이 별로 없었단다. 오죽하면 별명이 성(姓)인 ‘베르베르’였을까. 어릴 적 별명이란, 그 사람의 외적 혹은 성격적 특성을 나타낸다. 학교가 그리 즐겁지는 않았으리라.

어머니는 다그치지 않았다. 기다려주었다. 다행히 그에게는 글쓰는 재주가 있었다. 불과 일곱 살의 나이에 단편소설을 썼고, 그 작품으로 학교에서 인기 ‘짱’인 아이가 되었다.

만약 우리 사회에서처럼 다른 아이와 비교하고 공부나 하라고 닦달을 했다면, 우리는 ‘개미’를 여전히 하찮은 벌레쯤으로 여겼으리라(혹시 당신이 아직도 개미를 그저 벌레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그의 소설 「개미」를 읽어보길 바란다).
그렇지만, 한 천재 소년이 어느 날 글쓰는 재주를 발견했고, 자라서 세계적인 글쟁이가 되었다는 것은, 내가 찾고자 하던 긍정의 힘이 아니다. 어머니의 지긋한 인내심 또한 뭔가 부족하다. 불안을 상상력의 근원으로 승화시킨 것이 긍정의 힘이기는 하지만, 태생적인 불안은 그리 흔치 않다. 무엇이 그를 세계적인 작가로 만들었을까? 긍정의 힘은 무엇일까?

그는 즐거워했다. 인터뷰가 즐겁단다. 자신의 책을 홍보하러 온 낯선 이국땅에서, 시차도 적응되지 않은 상태에서, 온 신경을 다 쏟아야 하는 인터뷰가 즐겁다고 했다. 예민한 사춘기 아들과의 친밀함도 함께 놀면서 만들어지고 있었으며, 그런 아들과의 관계를 즐긴다.
그뿐만이 아니다. 글의 소재나 글에 필요한 정보도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하고 놀면서 얻는다고 했다. 그런 작업 과정이 너무 즐겁다 했다. 그를 천재라고 하지만, 내가 보기엔 노력파다. 15세 이후로는 하루도 빠짐없이 글을 써왔고, 작가가 되어서는 매일매일 정해진 시간에 글을 써왔으니 말이다.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자유로움이 넘쳐 무질서해질 수 있는 생활을 바로잡아가기 위함이라고 하지만,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재미가 없다면, 노력도 쉽지 않다. 즐기지 않고는 할 수 없는 일이다.

가만히 듣고 있자니, 이 사람, 놀면서 일한다! 즐기면서 글을 쓰는 사람이다. 공자님 말씀에 ‘지호락(知好樂)’이라고 하였다. 다시 말해서, ‘아는 자(知)는 좋아하는 자(好)만 못하며, 좋아하는 자는 즐겨하는 자(樂)만 못하다’라는 뜻이다. ‘모든 인간은 행복해지기 위해 산다’고 믿는 그의 신념과도 같다. 그는 즐기며 일하며 행복해한다. 즐겁게 일하고 살아가는 것만큼 큰 긍정의 에너지는 없다. 즐기는 삶. 유쾌한 기운의 근원을 찾았다.

긍정의 힘을 보태는 선물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선물한 한 권의 책 - 「파피용」


[김진세의 인터뷰_긍정의 힘]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인생은 즐거워’

[김진세의 인터뷰_긍정의 힘]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인생은 즐거워’

“베르베르라고요? 베르나르 베르베르? 「개미」?”
아직도 인터뷰 대상자가 정해지면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두근거리는 정도를 넘어서,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감동이었지요. 하지만 그 감동의 물결도 잠시. 아! 도대체 무슨 책을 선물하지? 막막해졌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특히 한국에서는 최고의 작가인 그에게 도대체 무슨 책을 선물하지? 다행히 한비야씨 생각이 나더군요. 장안의 화제인「그건 사랑이었네」를 그녀가 독자들에게 선물하셨잖아요. 그녀에게는 슬며시 제가 쓴 책으로 선물을 대신하고요.

이번에도 같은 수법(?)을 써먹었습니다. 인터뷰가 끝나고 베르베르에게 부탁했지요. ‘독자들에게 추천할 책은?’ 그가 「파피용」(열린책들)을 추천했어요. 더구나 그의 친필 사인까지 받아냈답니다. 독자들에게는 무척 행복한 선물이 될 겁니다. 14만4천 명이 인류의 미래를 위해 만든 거대한 우주선을 타고 1천 년간의 여행을 떠나는 모험을 다룬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베르베르에게도 책 선물을 했어요. 얼마 전 중국에서 번역 출간된「심리학 초콜릿」인데요. 우리나라에도 외국어로 번역되어 소개되는 작가가 있다고 자랑하고 싶었나봐요. 그런데, 그는 중국어를 하나도 모른다네요. 다행인가요?

*김진세의 인터뷰 _ 긍정의 힘 베르나르 베르베르 편을 읽고 애독자 엽서에 소감을 적어 보내주시는 독자 중 10분을 선정해 베르베르의 친필 사인이 적힌 「파피용」을 보내드립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베르베르(48)의 이름을 우리에게 처음 알린 「개미」를 읽은 독자라면, ‘프랑스의 천재 작가’라는 수식어에 이의를 달지 않을 것이다. 120번에 가까운 개작 끝에 1991년 탄생한 「개미」는 1993년 국내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으며 이후 그의 작품은 3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어 1천5백만 부 넘게 판매됐다. 「타나타노트」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뇌」 「나무」 「파피용」 「신」 등의 작품이 있으며 차기작의 주인공 이름을 한국인 ‘김예빈(출판사 열린책들 홍지웅 대표의 아들 이름에서 따왔다)’으로 지을 만큼 한국 사랑이 남다르기로 소문이 났다.

[김진세의 인터뷰_긍정의 힘]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인생은 즐거워’

[김진세의 인터뷰_긍정의 힘]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인생은 즐거워’

김진세 박사는…
여자보다 더 여자 마음을 잘 아는 여성 심리 전문가로 잘 알려진 정신과 전문의. 파리6대학의과대학에서 메조테라피 학위를 받은 뒤 모교인 고려대학교에서 강의 중이며, 고려제일신경정신과에서 일상의 스트레스에 지친 이들을 위한 상담을 하고 있다. 상대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취미이자 특기인 그의 또 다른 재주는 글쓰기. 다년간 여러 매체에 메디컬 칼럼을 써왔으며 「마흔의 심리학」(공저)을 쓰고 「뜨겁게 사랑하거나 쿨하게 떠나거나」를 번역했다. 고민 많은 20대 여성에게 보내는 세심한 위로를 담은 「심리학 초콜릿」에 이어 행복한 시작을 위한 심리학 처방 「스타트 신드롬」으로 베스트셀러 작가 타이틀을 더했다.

■기획&정리 / 장회정 기자 ■통역 / 문소영 ■사진 / 이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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