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남편의 서초 사랑은 아무도 못 말려요”
이번이 두 번째 만남이다. ‘명품 서초’를 만든다는 박성중 서초구청장을 처음 만났을 때의 느낌은 파워, 에너지, 터보 엔진 등이었다. 첫 만남 후 한 달여 만에 두 번째 만남을 가졌다. 두 번째 만남에서도 느낌은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인터뷰가 진행될수록 서초 사랑을 피력하는 그의 모습에서 남다른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생애 처음으로 부인과 함께 인터뷰에 나섰다는 박성중 서초구청장·김미화씨 부부의 훈훈한 서초 사랑 이야기.
서초구와의 인연에 대하여
“21년 전 첫 인연, 그 후 서초구와 끈끈한 인연으로 맺어진 사이”
“서초구가 첫 출발할 때는 강남에 비해 조금 모자라는, 조금 열악한 지역이었어요. 당시에는 서초동뿐 아니라 양재동에도 논밭이 많았죠. 반포동 정도만 조금 부각되었을까 나머지는 전부 열악했습니다. 오죽했으면 당시 강남구민 일부가 서초구로 가는 것을 반대하는 데모를 했겠습니까. 현재 타워팰리스 자리도 서초구에 속해 있었으나 주민들의 반대로 다시 강남구로 돌아가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죠.”
21년 전의 일이다. 당시에는 21년 후 서초가 서울의 중심으로, ‘명품 서초’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실무를 담당한 박성중 구청장 역시 “서울에서 중간쯤 가는 구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고 한다.
박성중 구청장이 서초구와 직접적으로 인연을 맺은 것은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재직할 때다. 당시 박 구청장은 서울시 4개년 로드맵을 만드는 실무 책임자로 변화무쌍한 서울시를 구상했다. 대중교통 전면 개편뿐 아니라 믿고 마실 수 있는 수돗물을 만드는 것, 저소득층을 위한 임대주택 건설, 시청 앞 광장과 광화문 광장 설립 등 서울시에 관한 크고 작은 일들을 계획했다. 그 후 2003년부터 3년 동안 서초구 부구청장으로 재직하며 서초구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졌다. 박성중 구청장은 현재 구청장 3년 차다. 그러나 서초구의 탄생부터 함께한 그이기에 관내 행정에 대한 모든 것은 박 구청장의 머릿속에 이미 로드맵되어 있었다.
경상남도 남해 출신인 박성중 구청장은 대학에 진학하면서 상경했다. 벌써 30년 전의 일이다. 그동안 서울은 말할 수 없을 만큼 크게 변했고 그 변화의 중심에서 박성중 구청장은 실무 행정을 담당하기도 했다. 그가 만들어낸 여러 가지 변화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버스중앙차선제 실시와 청계천 복원 사업일 것이다.
사실 행정 업무를 보다 보면 반대에 부딪히는 일이 많다. 크고작은 사업 모두 찬반양론이 있게 마련이지만 반대 의견이 극히 일부라 하더라도 강도가 세다. 찬성하는 이들은 조용한 반면 반대하는 이들은 목소리를 높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반대 의견을 무시할 수는 없다. 무슨 일이든지 완충과 설득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 박성중 구청장의 생각이다.
국내 최초의 덮개공원 조성에 대하여
“미국, 독일, 일본 등 선진국에서 먼저 추진한 녹색성장 사업”
현재 박성중 구청장은 대규모 사업 추진을 눈앞에 두고 큰 반대에 부딪혀 있다. 이것은 언론에도 몇 번 공개된 적이 있는 서초구 덮개공원 사업이다. 서초구에서 계획하고 있는 덮개공원 사업은 국내 최초로 기획된 것으로 서울 도심을 가로지르는 경부고속도로 위에 대규모 덮개공원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박성중 구청장은 지난 9월 독일과 스웨덴, 일본 등으로 출장을 다녀왔다. 그때 올 9월에 완성된 독일 뮌헨의 페투엘 파크는 추진부터 완성까지 10년이 걸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서초구의 덮개공원도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박성중 구청장은 덮개공원이 완성되면 젊은이들을 위한 데이트 코스뿐 아니라 자전거 도로를 만들고 어린이들을 위한 놀이·체험 공간, 영어 문화 단지 등도 만들어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겠다고 한다. 독일의 경우 기획부터 완성까지 10년이 걸린 만큼 서초구의 덮개공원도 점점 구체화되면서 더 힘든 일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은 어려움이 있더라도 뚫고 해결하는 것이 구청장의 임무라고 생각하기에 앞으로 더욱더 목소리를 높일 예정이다.
가장으로서, 남편으로서의 모습에 대하여
“남편의 권유로 유치원 경영 시작한 지 올해로 22년째”
이처럼 서초구는 ‘명품 서초’라는 슬로건에 맞게 점점 더 발전하고 있다. 박성중 구청장이 서초구를 경영한 지 올해로 3년째. 박 구청장의 번뜩이는 아이디어는 많은 것을 변화시켰다. 오죽하면 3년 동안 전국에서 최초로 실시한 것이 56가지라고 한다. 이 중에서도 OK민원센터는 일주일씩 걸리던 민원을 2시간 내에 해결할 수 있게 했다. 나아가 올해부터는 e-OK민원센터를 개통해 구청까지 오지 않고서도 모든 것을 인터넷으로 해결할 수 있게 했다.
CCTV와 센서를 통해 서초구 구석구석을 볼 수 있는 25시센터 역시 국내 최초로 실시했으며, 무엇보다 구청 앞마당에 육중하게 서 있던 현관문을 없애고 분위기 물씬 풍기는 폭포수로 교체한 것은 어느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박성중 구청장만의 번뜩이는 아이디어의 소산이다.
“저는 서초가 바뀌면 대한민국이 바뀐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7월 방배동 노인문화복지관을 열었는데 현재 대기 인원이 1,500 명에 달합니다. 새로운 프로그램이 많기 때문에 주민들이 몰리는 거죠. 오는 11월에는 160억원을 투입한 장애인 정보문화센터가 문을 엽니다. 장애인들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될 것이며 내년 4월에는 치매센터를 오픈할 계획입니다.”
이야기를 거듭할수록 박성중 구청장의 ‘서초 사랑’은 그칠 줄을 모른다. 그렇다면 그는 어떤 가장이며 남편일까? 부인 김미화씨에게 물었다.
“남편은 운동을 정말 좋아하세요. 주로 즐기는 운동은 테니스, 등산, 스크린 골프인데 하루에 한 가지는 꼭 할 만큼 운동 마니아세요. 주말에는 새벽에 테니스를 치고 아침식사 후 잠시 쉬었다가 등산을 가실 때도 있어요. 그리고 오후에는 스크린 골프를 하러 가시기도 해요. 하루에 세 가지를 다 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아무튼 운동 마니아인 것만은 확실해요. 그래서인지 남편은 항상 에너지가 넘쳐요. 행정 부문에서도 늘 창의적이고 열정적이시죠. 예를 들면 거리를 걷다가 뭔가 새로운 게 눈에 띄면 그냥 지나치지 않고 그것을 꼭 행정에 적용하곤 하세요. 가끔은 부인인 저도 깜짝깜짝 놀랄 만큼 창조적인 아이디어가 많은 분이세요. 그리고 남편은 늘 긍정적이에요. 사실 구청장 업무라는 게 스트레스가 많을 텐데도 집에서는 업무에 관한 이야기를 일절 하지 않으세요.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어도 집에서는 내색을 하지 않으시죠.”
“처음 유치원을 경영할 때는 너무 힘들었어요. 대학 졸업하고 결혼해서 살림하고 아이들만 돌보다가 경영에 나서니까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처음에는 공부를 참 많이 했어요. 지금은 직원이 20명 정도 되고 경영한 지 22년째인데 이제서야 뭘 좀 알겠더라고요.”
그래도 유치원을 경영한 것에 대해 후회한 적은 없다고 한다. 오히려 대학에서 심리학과 디자인을 전공한 두 딸이 유치원 경영에 관심을 보이는 것을 보고 ‘내가 딸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쳤나 보다’라고 생각했다고. 현재 두 딸은 모두 유치원에서 파트타임 영어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두 딸에게는 각자 직업이 있다. 하지만 유치원 원장인 어머니의 모습을 보며 자연스레 유아교육에 흥미를 갖게 되었다고.
“딸들이 유아교육에 관심을 갖는 것을 보면서 제가 아이들에게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딸들이 유아교육에 관심을 갖는 것이 좋아요. 유아교육은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 기본 학문이에요. 사람으로서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학문이라고 생각해요. 딸들도 언젠가는 어머니가 될 것이고, 자녀를 키울 것이기 때문에 배우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글로벌 ‘명품 서초’ 만들기 위한 노력에 대하여
“영국 ‘덜위치 칼리지’ 분교 유치 계기로 학생 교류도 이룰 예정”
김미화 원장은 22년째 사회생활을 하면서 가사와 육아까지 겸하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슈퍼우먼이 됐다고 한다. 그러자 박성중 구청장이 은근히 아내 자랑을 한다.
“직원이 20명 정도 되는 유치원이면 큰 사업장이죠. 그런데 아무리 바쁘고 힘들어도 아내는 지금까지 한 번도 가사 도우미를 쓴 적이 없어요. 청소, 빨래 등 모든 집안일과 육아를 혼자서 했습니다. 아마도 사회생활하면서 가정에 소홀해질까봐 일부러 집안일에 더 열심이었던 것 같아요. 전 아내한테 그런 점이 늘 고맙습니다.”
김미화 원장은 22년 동안 유치원을 경영하면서 유아교육도 많은 변화를 겪었다고 한다. 그 중에서 최근 10년 전부터의 변화는 영어교육의 중요성이 많이 강조되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유치원마다 영어교육을 강화하고 있다고 한다.
서초구는 얼마전 자매결연을 맺은 영국의 써덕구(런던의 남동쪽으로 City of London과 밀접해 있음)에 위치한 ‘덜위치 칼리지’의 서울 분교를 유치했다. 서초구 내에 ‘덜위치 칼리지’의 유치원과 초등학교가 생기는 것이다. 이것을 시작으로 서초구는 영국의 학생들과 교환학생을 교류하며 서로의 문화와 정서를 자연스레 배울 수 있는 홈스테이도 할 계획이다. 그리고 앞으로는 중·고등학교까지 유치할 예정이다. 이렇게 서초구는 대한민국의 다른 구와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한 지자체로 발전하고 있다.
박성중 구청장 부부는 4년 전부터 서초구에 살고 있다. 그런 부부에게 서초의 장점과 단점을 짚어달라고 했다.
“서초구는 양재천과 우면산 등 자연과 인간이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이 있어서 좋아요. 그리고 여러 시설들이 많아서 스포츠와 여가생활을 누릴 수 있고 예술의 전당, 구민회관 등에서 여유롭게 문화를 즐길 수 있죠. 또 구민들의 의식이 높아서 세계적으로 도덕성을 갖춘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얼마 전에 백화점 푸드코트에서 식사를 하고 쇼핑백을 두고 왔는데 한 시간 이상이 지난 후에 생각나서 갔더니 쇼핑백이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어요. 그때 왠지 모를 고마움을 느꼈어요.”
하지만 단점도 있다고 한다. 가장 큰 단점은 서초구의 자녀 출산율이 전국에서 세 번째로 낮다는 것이다. 현재 서초구에서는 저출산 문제를 해소하고 출산장려정책에 기여하기 위해 ‘서초구 신생아 출산 지원에 관한 조례’를 공포했다. 이에 따라 2008년 1월 1일 이후 출생한 영아 중 첫째 아이는 10만원, 둘째 아이는 50만원, 셋째 아이는 100만원의 출산지원금을 지원한다. 하지만 저출산 문제는 현재 지구촌 어디에서나 겪고 있는 문제이기에 시간을 갖고 신중하게 처리해 나갈 예정이다.
인터뷰 내내 ‘서초 사랑’을 강조한 박성중 구청장. 그의 머릿속에는 서초구를 위한 마르지 않는 샘물이 있는 듯 보였다. ‘명품 서초’를 만들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는 박 구청장을 위해 부인 김미화씨는 어떤 내조를 하는 것일까?
“특별한 내조는 없어요. 굳이 내조라고 하면 잔소리를 하지 않는 것 정도. 사실 27년을 함께 살다 보면 서로 눈빛만 봐도 알기 때문에 굳이 잔소리할 것도 없죠. 대신 운동은 하루에 한 경기만 했으면 좋겠어요. 얼마 전에는 새벽에 테니스로 시작해 등산, 스크린 골프까지 3종 경기를 뛰었다니까요. 그럴 때는 건강이 걱정돼요.”
30년 전 대학 진학을 위해 상경한 박성중 구청장에게 서초구는 제2의 고향과도 같은 곳이다. 서초구와의 인연은 이미 2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할 만큼 박 구청장 인생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인터뷰를 마치며 박 구청장이 평소 좋아한다는 ‘하늘의 그물은 넓고 크지만 결코 새는 법이 없다(노자의 「도덕경」 중에서)’라는 글귀가 떠올랐다. 이 말은 ‘선행을 하면 반드시 복이 오고, 악을 행하면 재앙이 돌아온다는 것은 하늘의 법이다’라는 뜻이다. ‘명품 서초’를 만드는 박성중 서초구청장의 마음은 분명 그의 좌우명을 닮아가는 듯했다.
■글 / 경영오 기자 ■사진 / 이주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