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없는 것이 나왔다고 보시면 됩니다”
스타를 떠올리면 바로 떠오르는 대표작이 있듯이, 인기 브랜드에는 한 시대를 풍미하는 히트 카피가 있다. 품질의 자신감을 한번에 읽을 수 있는 ‘샘플만 써봐도 알아요’라는 불후의 카피를 남긴 참존이 올해로 창사 25주년을 맞았다. 지난 세월 한결같이 품질 제일주의 원칙을 고수해온 참존은 김광석 회장 주연의 대하드라마 한 편이라 할 만하다.

화장품과 함께한 25년 ‘청개구리 박사’ 참존 김광석 회장
약국 시절부터 시작된 피부에 대한 애정
피부에 잘 듣는 약을 조제하기로 소문난 충무로의 작은 약국에서 그 첫 싹을 틔운 참존의 성공신화는 이미 10여 년 전 MBC-TV ‘다큐멘터리 성공시대’를 통해 널리 알려졌다. 김광석 회장에게 가장 행복했던 순간과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였느냐고 물었다. 그는 “두말할 것도 없이 초창기가 가장 힘들었다”는 얘기로 말문을 열었다. 30년 전 그는 조제약을 팔아주겠다는 타 약국의 제안에 약을 넘겼다가 보건범죄단속법에 걸려 8억3천만원의 벌금형을 받았다. 지금이라도 어마어마한 액수다.
“모든 걸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많았지만, 부양해야 할 식구들과 형제들을 생각하면서 견뎠습니다. 그때는 하루하루를 어떻게 넘겼는지 모르겠습니다.”
사업 실패 후 스스로 생명을 놓아버리는 중소기업 사장들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겠더라고 했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 그가 택한 것은 하찮은 것일지라도 자신의 장점을 찾아내는 것이었다. 1964년 도쿄올림픽이 끝난 뒤, 일본에서 옴이 옮아온 이들이 많았고 김 회장도 ‘왜옴’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마침 약국에 있는 약 이것저것을 섞고 첨가해 바르던 그는 어느 순간 옴이 감쪽같이 낫는 것을 경험했다. 이때 피부약 조제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은 그는 피부에 좋은 제품을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하기에 이른다. 남들이 생각하지 않은 것, 그래서 앞서가는 것이 성공의 실마리가 되었다.
“남들이 하지 않은 것을 하는 것이야말로 인류가 발전하는 원동력 아니겠습니까? 항상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이 인류가 계속 발전하는 이유죠. 마찬가지로 저도 그랬어요. 적어도 화장품에 관한 한 말이죠. 옛날의 피보약국, 그것의 연속이 참존이고 지금도 끊임없이 개발을 해나가니까요.”

참존의 모든 제품은 김 회장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되어 그의 손길에서 마무리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제품의 패키지 디자인을 설명하는 김광석 회장.
25주년을 넘어 50주년을 향해
“이런 제품들이 꾸준히 나와야 합니다. 그래서 소비자를 감동시켜야 합니다. 이제는 소비자가 그냥 좋다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감동해야 하는 시대입니다. 소비자가 원하는 품질을 만드는 길밖에 없습니다.”
김 회장은 본인을 ‘청개구리’라고 일컫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는 그를 사람들은 청개구리라고 했다. 지금의 청담동 사옥 입구에도, 참존의 광고에도, 그리고 화장품 케이스의 뚜껑에도 청개구리가 있다.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찾아내서 개선하고 변화하고 탈바꿈하면서 그렇게 참존은 25년을 맞았다. 그동안 참존화장품은 1994년부터 기내 면세품으로 채택되었고, 1991년에는 국내 최초로 일본 후생성의 판매 허가를 받았다. 이제야 김 회장이 참존으로 인해 행복했던 순간에 대해 말문을 열었다.
“저희 제품이 일본에 입성한 지 18년이 됐습니다. 지금은 일본 여성들이 한국 면세점에서 참존을 살 정도로 일본 시장에서 흑자를 내고 있습니다. 게다가 3년 전에는 ‘드디어’ 중국에서 ‘짝퉁’ 참존 제품이 나왔습니다.”
겉보기에는 영락없는 참존이지만 형편없는 내용물을 담은 중국산 가짜 제품을 만드는 업자를 검거하는 데에는 진품 참존에만 들어 있는 ‘품질보증서’가 단단히 한몫했다. 참존은 10년 전부터 모든 제품의 사용설명서에 ‘세계 제일의 명품 참존이 만들겠습니다’라는 다짐과 함께 김광석 회장의 사진과 사인을 담아 판매하고 있다. 중국 상하이에서 잡힌 범인은 “이 사진 속 인물을 데려오라”는 얘기에 고개를 푹 숙이더니 아무런 항변도 하지 못했단다.
일흔을 넘긴 김 회장은 지금도 오전 7시 30분이면 출근해 사장과 단독 회의를 갖는다. 그만큼 회사의 내부 상황에 밝다. 또 참존이 고수해온 3S전략(샘플, 서비스, 세미나) 중 하나인 세미나에도 빠짐없이 참석한다. 그것도 주인공으로 말이다. 인터뷰가 있던 날도 신종플루만 아니었다면 원주공장 세미나에 가 있었을 거라고 했다. 세미나에 초청된 여성 고객은 김 회장의 안내로 참존의 공장을 둘러보고, 정성껏 준비한 식사를 하고 마지막으로 화장품 선물을 한아름 받는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남다른 서비스의 시작과 끝은 70대의 김 회장이 진심을 담아 건네는 인사다.
참존은 2004년부터 자동차 수입 판매업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새로 옮기는 대치동 사옥 2층은 현재 판매 중인 아우디의 전 차종을 만날 수 있는 아시아 최초의 전시장이 될 예정이다. 아우디를 비롯해 람보르기니, 벤틀리의 세계적인 명차를 판매하는 참존모터스는 이제 참존을 이끄는 또 하나의 든든한 축이 되고 있다. 가장 여성적인 제품인 화장품과 가장 남성적인 차는 제법 거리가 있어 보인다고 하자, 김 회장은 예의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답한다.
“그동안 참존의 세미나에 12만 명의 VIP 여성 고객이 다녀가셨습니다. 이분들이 알고 보면 자동차의 고객이 될 수 있는 거죠. 원래 차를 살 때는 여성들이 주도권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까?(웃음)”
남다른 서비스를 갖춘 세미나에 참석해 샘플을 써본 고객들의 입소문은 25년을 맞는 참존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었다. 이제 50주년을 바라보는 창업자 김광석 회장은 “인생은 동굴 탐사”라고 말한다. 처음 들어가보는 낯선 동굴을 안전하게 탐사하는 방법은 일단 자세를 낮추는 것이다. 그리고 돌파구를 찾기위해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내야 한다. 남들이 하지 않은, 세상에 없는 그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청개구리 박사’의 노력은 지금도 한창이다.
■글 / 장회정 기자 ■사진 / 이주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