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데이지의 인생」 들고 방한 한 요시모토 바나나

신작 「데이지의 인생」 들고 방한 한 요시모토 바나나

상실에서 오는 상처와 그 상처에서 오는 슬픔을 따뜻한 감수성으로 어루만지는 일본 작가 요시모토 바나나. 「키친」, 「허니문」, 「아르헨티나 할머니」 등으로 한국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그녀가 새로운 작품으로 한국을 찾았다.

담담하고 섬세한 언어로 전해오는 치유의 이야기
조용한 목소리에 차분한 눈동자, 웃을 때 그려지는 천진한 미소는 그녀가 쓴 소설 속의 누군가를 닮았다.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얼굴과 표정도 그렇다. 상처와 치유, 상실과 성장에 관한 요시모토 바나나의 다른 소설들처럼 이번 작품에도 어김없이 상처받은 영혼이 등장한다.

신작 「데이지의 인생」 들고 방한 한 요시모토 바나나

신작 「데이지의 인생」 들고 방한 한 요시모토 바나나

“한국도 그러리라고 생각됩니다만, 일본의 젊은이들은 지금 매우 곤란한 상황에 처해 있어요. 일자리가 없고 사회적 분위기도 좋지 않아 희망을 갖지 못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습니다. 제가 소설을 처음 쓰기 시작한 20년 전과 비교할 때 더욱 어려운 상황이 되었죠. 이러한 시대에는 치유의 메시지를 담은 글이 필요합니다.”

혹자는 그녀의 작품을 ‘잔혹 동화’라고 이야기한다. 마냥 아름답고 행복한 이야기가 아닌 우울하고 어두운, 때로는 무섭고 끔찍한 이야기를 담담한 서체로 풀어나간다. 이번 작품의 주인공도 어린 시절 어머니의 죽음을 목격하고 그때의 경험으로 삶과 죽음에 대한 남다른 생각을 갖게 되는 인물이다.

“제가 이 글을 쓸 당시에 일본에서는 잔혹한 일이 많이 벌어졌어요. 부모가 죽는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면, 평생 지워지지 않는 그 기억을 가지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언제나 현실을 있는 그대로 쓰기보다는 베일로 감싼 것처럼, 커튼 안쪽의 촉감처럼 부드럽게 표현하려고 했어요. 그러면서도 슬픔과 상처를 가진 인물의 마음을 생생하게 그렸다고 생각해요.”

글은 사람의 마음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힘을 가졌다. 읽은 사람을 절망에 빠뜨릴 정도로 강렬한 스타일의 소설이 어쩌면 예술적인 관점에서 인정받고 영향력을 가질 수 있지만 그녀는 다른 방법을 택했다.

“읽는 사람이 책을 덮으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글을 쓰겠다고 결심했어요. 온천에 들어갔다 나오는 것 같은, 열이 났을 때 약을 먹어서 열이 내리는 것 같은, 그런 치유의 과정을 언어로 쓰기로 한 거죠. 그런 작품을 읽은 사람은 잠시 동안 다른 세상에 들어가 무섭고 기분 나쁜 체험을 하더라도 반드시 출구를 찾게 돼요. 마치 유령의 집에 들어갔다 나온 것처럼. 제 글이 ‘치유의 문학’으로 평가받는 건 아마 그런 과정이 있기 때문일 거예요.”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한국을 찾은 그녀는 일본에서도 일주일에 세 번은 한국 음식을 먹을 정도로 한국 음식 마니아다.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신사동으로 가 맛있는 간장게장을 먹었다는 그녀의 표정이 아이처럼 밝아진다. 올해 마흔여섯 살이 되는 그녀는 일곱 살짜리 아들을 둔 엄마이기도 하다.

“저희 부모님은 언제 돌아가셔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연세가 많으세요. 자식은 자라면서 하나하나 할 수 있는 것들이 늘어가고 부모님은 할 수 있는 게 하나하나 줄어듭니다. 그 양쪽을 지켜보고 있으면 인생의 신비로움이랄까, 소중함을 느끼게 돼요. 제 책을 읽는 분들께 너무 분주하게 살지 말고 마음을 따뜻하게 가지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제 작품은 다 비슷비슷하다고 느끼실지 모르겠어요. 해열제는 열을 내리는 역할을 하고, 파스는 통증을 진정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처럼 저 역시 치유할 수 있는 부분을 조금씩 바꿔가며 글을 쓰고 있습니다. 제 소설들 중 지금 자신의 상태에 맞는 책을 골라서 읽으면 좋을 것 같아요.”

나이가 들수록 마치 약을 조제하듯 소설을 쓰게 된다는 그녀. 2010년을 맞이하는 한국 독자들에게 신년 인사를 전했다.

“지금은 무척 혼란스러운 시기예요. 희망은 점점 적어지고 또 모두 굉장히 바쁘죠.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라고까지는 하지 않겠습니다만 될 수 있으면 천천히, 부드럽고 안정된 기분으로 새해를 맞으시길 기원합니다. 한국에 와서 한 가지 느낀 점이 있는데 일본 여성들도 20년 전에는 지금의 한국 여성들처럼 귀엽고 예뻤다는 사실이에요. 요즘 일본 여성들은 막대기처럼 너무 마른데다 화장은 너무 진해서 그런 모습을 보면 많이 안타깝습니다. 여러분은 지금 이대로 귀엽고 예쁘게 남아주세요.”

요시모토 바나나는
1964년 도쿄에서 태어난 요시모토 바나나는 1987년 문단에 데뷔한 대표적인 일본 현대 작가다. 섬세한 문체와 독특한 정서로 젊은 여성들의 압도적인 사랑을 받으며 ‘요시모토 바나나 현상’이라는 용어까지 탄생시켰다. 특히 1998년 출간된 「키친」은 지금까지 세계 30여 개국에 번역돼 200만 부가 넘게 판매됐다. 「키친」,「도마뱀」, 「하치의 마지막 연인」,「허니문」, 「아르헨티나 할머니」 등 국내에 소개된 그녀의 작품들은 일본 소설의 붐을 일으키는 등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글 / 노정연 기자 ■사진 / 이성훈, 원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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