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 청렴한 공직 사회를 만드는 데 앞장서겠습니다”
지난 1월, 인천시는 시의 주요 사업에 대한 평가 업무를 도맡고 투명한 공직사회 조성을 위해 노력하는 감사관(監査官)에 여성 공무원을 임명하는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감사관 제도 도입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특유의 섬세함과 추진력으로 당당히 내일을 개척해 나가고 있는 김옥순 감사관의 새해 비전을 들어봤다.
맡았다 하면 여성 최초, 책임감이 키운 오늘
인천시의 감사 업무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김옥순 감사관(55)의 하루 또한 정신없이 흘러간다. 1만3천 명이 넘는 시 공무원들의 직무를 감찰하는 수장으로서 인천의 청렴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각종 개혁적인 활동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경력이 높은 남성 공무원들의 전유물로 인식되어온 ‘감사관’ 자리에 전국 16개 시·도 중 유일하게 여성 감사관이 임명됐다는 데 초점이 맞춰졌지만, 실질적 업무가 진행되고 있는 요즘은 ‘여성’이라는 점보다 ‘김옥순’이라는 그녀의 이름에 기대를 걸고 있는 이들이 많아졌다.
“처음 발령받은 날 많은 축하 전화를 받았는데 다들 첫마디가 ‘감사관은 욕 듣는 자리니까 각오하고 열심히 해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공무원 신분으로 다른 공무원들을 비롯한 공직사회 전체를 감사하는 일을 해야 하니까요. 게다가 30년 넘게 공무원 생활을 하고 있지만 감사 업무는 처음이에요. 쉽지 않은 일이지만 시민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공무원들의 효율적이고 공정한 업무 처리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측면에서 책임감을 많이 느껴요.”
주변에서는 그동안 김 감사관이 발휘해온 여성 공무원 특유의 신선하고도 사려 깊은 추진 능력을 주목하고 있다. 일선 자치구와 시의 각 정책과를 넘나들며 다져온 그녀의 활약에 비추어볼 때, 지난해까지 다소 하위권에 머물렀던 인천시의 청렴도 향상에 김 감사관이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제 자신의 능력이 뛰어나다기보다는 최근 많은 여성 공무원들이 자기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고, 시에서도 이를 독려해 능력을 최대한 이끌어내고자 하는 차원에서 배려를 해주는 것 같아요. 현재 인천시에는 부이사관 3명을 포함해 서기관 이상 여성 공무원이 10명이 넘을 정도로 타 시도에 비해 여성들에게 기회를 많이 제공하고 있거든요. 저 또한 여성공직자로서 책임감도 많이 느끼고, 앞서서 길을 잘 닦아야 한다는 생각에 어깨가 무겁습니다.”
‘사람’을 위하는 행정, ‘미래’를 향하는 행정
현재의 위치에 이르기까지 주변에서 끌어주고 밀어줬기 때문이라고 겸손해하는 그녀지만 사실 김 감사관의 업무 처리 능력은 정평이 나 있다. 김 감사관은 1974년 인천시 계양구 효성동 동사무소에서 9급 공무원으로 처음 행정 업무를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동사무소와 구청의 각 과를 거쳐 2003년부터는 시에서 여성정책과, 회계과, 자치행정과 등의 업무를 맡았다. 일선 행정부터 시 전체의 살림살이를 다루는 일까지 다양한 분야를 담당하면서도 기존 방식을 답습하는 대신 합리적인 업무 체계를 구축해 능률을 높이고 근무 여건을 개선하는 등 시민과 직원 모두가 만족할 만한 성과를 이끌었던 것으로 유명하다.
김옥순 감사관의 이러한 장점은 특히 취약한 근무 환경에서 빛을 발했다. 인간적이면서도 적극적인 성격을 바탕으로 소위 ‘기피’부서에서도 누구보다 기지를 발휘해왔던 것. 그녀가 남긴 ‘전설적인’ 에피소드들만 해도 여럿이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구청 교통과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교통과를 2년 연속 행정평가 최우수상 수상의 반열에 올려놓았다는 점이다. 사실 교통과는 드센 민원이 많아 대부분 기피하는 부서인데다 교통과장 업무는 남자들조차 1년 이상 지속하는 경우가 없었다. 주요 업무인 주차단속을 담당하는 인원도 겨우 4명에 불과한 상황에서 매일 야간 업무도 도맡아야 했다. 50여 명의 공익요원을 책임지는 것도 교통과의 일이었는데 당시 타 지역에서는 공익요원 점호시 폭력사건이 발생해 시사고발 프로그램에 방영되는 일까지 있었다.
“처음에는 교통과에 대한 선입견이 있어서 ‘과연 내가 잘해낼 수 있을까’ 불안했어요. 하지만 매사에 상대방의 입장에서 원하는 것이 뭔지, 어떻게 하는 것이 편할지 생각하고 대하다 보니 일도 금방 익히게 되고 직원들도 기대 이상으로 잘 따라와주더군요. 거친 민원에 시달리는 편이라 직원들의 스트레스가 심한 편이었기 때문에 세심하게 배려하고 성과가 나면 항상 직원들에게 먼저 돌려주려 했어요.”
김 감사관은 직원들과 공익요원들의 개별 면담을 실시해 업무를 효율적으로 배치하고 모두가 가족처럼 협력하는 분위기를 만들 수 있도록 각종 시스템을 정비했다. 업무에 있어서도 현장 및 단순 업무가 많은 과의 특성을 고려해 체계적인 업무 보고 시스템을 도입하고, 일주일에 3회 이상 야간 단속에도 직접 참여하며 모범을 보였다. 이와 같은 과학적인 업무 처리와 솔선수범 정신 또한 지금의 김 감사관을 만든 귀중한 밑거름이 됐다.
시민들이 자랑스러워하는 인천 만들기
인천에서 나고 자란 ‘인천 토박이’ 김옥순 감사관은 누구보다 인천을 사랑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꿈을 키워온 어린 시절부터 각종 행정 업무를 도맡아온 지금까지 인천 곳곳에는 그녀의 소중한 추억과 땀방울이 배어 있다.
“그래서인지 인천이 좋은 평가를 받을 때면 마치 제가 엄청난 일을 해낸 것처럼 으쓱해지고 기분이 좋아집니다. 좀 더 많은 시민들이 ‘살기 좋은 곳’이라고 느낄 수 있도록 더 노력해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되고요.”
이러한 욕심 때문에 지난해까지 인천시 자치행정과장으로 근무하며 실질적인 행정 총괄 업무를 담당할 때는 개인적인 시간을 모두 반납하며 일에 매달렸을 정도로 시의 발전을 위한 김 감사관의 집념은 대단하다. 전국 최초로 주민자치 연합회를 구성해 박람회도 열고, ‘시정현장 견학 서포터즈’를 만들어 시민들에게 시정 안내를 시행한 것도 모두 김 감사관의 집념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지금껏 달려온 것만 해도 숨이 찰 법한데, 김옥순 감사관은 2010년 더욱 야심 찬 계획들을 세우고 있다. 무엇보다 새롭게 맡게 된 감사 업무에 매진해 ‘부패 ZERO, Clean 인천’을 구현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것. 특히, 조직문화와 업무 및 예산 집행 공정성 등을 개선해 외부 청렴도뿐 아니라 내부 청렴도를 향상시키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행정조직이 스스로 투명하고 공정해지면 시민들이 행정 기관이나 공무원들을 바라보는 시각도 개선될 거예요. 대외적인 국가 이미지와 경쟁력이 강화되는 것은 물론이고요. 최근 들어 인천시가 각종 대규모 국제 행사를 유치하고 다양한 개발 사업도 시행하고 있는데 이러한 위상에 걸맞은 선진 행정을 선보이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겁니다.”
언제나 한결 같은 자세로 ‘살기 좋은 인천’, ‘시민들에게 신뢰받는 한국’을 만들기 위해 전력 질주해온 김옥순 감사관. 이제껏 그래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멈추지 않고 달려갈 것을 다짐하는 김 감사관이 그려갈 내일을 기대해봐도 좋을 듯하다.
■글 / 이연우 기자■ 사진 / 이주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