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가장 잘 맞는 운동법부터 찾자
전문체육연구실 이순호 책임연구원은 무엇보다 본인이 잘할 수 있는 자신만의 운동법을 찾는 것이 건강 증진의 시작이라고 말한다.
“건강한 몸을 지켜나가기 위해 운동이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어요. 제가 체육에 관한 연구를 해서인지 주변 사람들로부터 종종 ‘어떤 운동이 가장 몸에 좋습니까?’라는 질문을 받아요. 답은 명확해요. ‘좋은 운동은 따로 있지 않다’는 것이에요. 본인이 스스로 재미있다고 느끼고 동기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운동이 가장 효과적이고 좋은 운동이죠.”
건강을 위해 운동을 꾸준히 하겠다고 결심하는 이들은 많지만, 정작 제대로 실천하는 경우는 드물다. 중간에 쉽게 포기하는 이유는 바로 흥미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 따라서 ‘어떤 이유로 운동을 하고자 하는지’ 명확한 목표를 세우고 그 의지를 두 배로 높여줄 운동이 무엇인지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순호 연구원은 요즘 자신에게 잘 맞는 운동법으로 ‘저녁식사 10분 후 걷기’를 정하고 이를 열심히 실천하고 있다. 하루 종일 각종 업무를 처리하고 전문적인 연구·개발에 몰두하면서 강의까지 맡다 보니 저녁이 되면 온몸의 기운이 빠지고 스트레스로 머리가 묵직해지기 일쑤다. 따라서 격한 운동보다는 전신을 고루 사용하면서 쉽게 할 수 있는 ‘걷기’를 선택했다.
“국민의 건강한 삶을 위해 일한다고는 하지만 저희도 시간에 쫓기다 보니 정작 제대로 된 생활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요. ‘즐겁게 운동하라’고 조언하면서도 저 역시 퇴근하고 집에 가면 꼼짝도 하기 싫어 누워 있기 일쑤였어요.”
그래서 꺼내든 것이 바로 시계다. 저녁식사 후 자리에 앉지 말고 대충 상을 치운 뒤 시곗바늘이 정확히 10분 뒤를 가리키면 미련 없이 운동화를 신고 현관문을 나선다. 하계동 집에서 중랑천을 따라 한 시간 정도를 걷는 것이다.
소화가 잘 되고 몸에 근력이 붙는 것은 물론이고 몸무게도 5~6kg 정도가 줄었다. 걷기를 시작하면서 저녁식사 후 TV를 보면서 과일이나 과자 등 주전부리를 챙겨 먹던 습관도 없어졌다.
“식사 후에는 나른해지고 누워서 쉬고 싶어지잖아요. 시계를 보고 있다가 늘어지기 전에 바로 밖으로 나가도록 하세요. 저는 거의 매일 하다가 요즘에는 바빠서 일주일에 3일 정도밖에 걷지 못하는데, 그래도 지속적으로 한다는 점이 중요해요. 아내와 함께 걷는데 평소에 하지 못했던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고 꼭 데이트하는 느낌이에요. 운동하면서 데이트도 하니 더욱 좋죠.”
나눠서 하는 운동도 효과는 같다
“실생활에서 조금씩 나눠 몸을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굉장한 운동 효과를 볼 수 있어요. 제가 10분씩 나눠 운동을 했을 때와 연달아 긴 시간 운동을 했을 때의 신체 변화를 연구한 논문을 썼거든요. 연구 결과 혈압에 관한 운동 효과가 거의 비슷했어요. 그러니까 작정하고 운동하는 것만이 최선은 아니라는 거예요. 보통 ‘힘들게’, ‘오래’ 운동해야 효과가 나타난다고 하는데, 사실 처음부터 그렇게 체력이 받쳐주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요.”
생활 속 운동 중에서도 ‘계단 오르내리기’는 박세정 연구원이 가장 자신 있게 추천하는 효과적인 운동법이다. 그녀 또한 급한 일이 없을 때는 아파트 계단을 이용하고 차 대신 가까운 거리는 걸어 다니며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연구 중간중간 몸을 일으켜 스트레칭을 하는 것도 빼놓지 않는다. 어려운 동작은 없다. 작은 덤벨이나 밴드를 이용해 몸을 쭉 늘려주거나 몸을 비틀어 호흡을 고르는 정도다. 양쪽 몸에 고루 체중을 실어가며 균형을 맞추고 뻐근하게 자극이 느껴지는 부위를 중점적으로 운동한다.
주로 운동선수들의 상해에 따른 처방 및 스포츠의학을 연구하고 있는 박세정 연구원은 운동 환경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아무리 운동이 좋다고 해도 인체에 유해한 환경에서 몸을 움직인다거나 혹사시켜서는 안 된다는 것. 특히 4월에는 황사에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일기예보에서 경고하는 주의 시간대에는 절대로 밖에서 운동하지 마세요. 호흡기가 좋지 않은 분들은 각별히 조심하시고요. 운동을 할 때는 평소보다 호흡량이 스무 배 이상 늘어나기 때문에 황사바람 속에서 운동을 하면 짧은 시간에도 엄청난 유해 중금속을 마실 수 있어요.”
몸의 적응 능력을 믿고 점진적 강도 높이기
“제가 처음에 하루 50분씩 걷기 운동을 시작했을 때, 집에 돌아오면 피곤함을 많이 느꼈거든요. 그런데 일주일이 지나자 아무렇지도 않더라고요. 그러면 시간을 좀 더 늘려줘야 해요. 이것도 익숙해지면 걷는 속도를 좀 더 높여보세요. 항상 정형화된 활동만 하다 보면 몸도 단순히 습관적으로 이를 인식하게 됩니다. 따라서 강도를 조절해 능력을 키워줘야 하는 것이죠.” (이순호)
또 운동에 관한 지나친 ‘의무’에 얽매이지 말아야 한다는 점도 덧붙였다. 각종 건강 정보가 넘쳐나는 요즘, 의미 없는 조건에 집착하다가 본연의 목적을 잃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아침에 운동을 하는 것이 좋은지, 저녁에 하는 것이 좋은지 등의 궁금증을 물어오는 이들이 많습니다. 물론 호흡기나 당뇨 등 특정 질환이 있는 환자라면 모르겠지만 보통 사람들은 그런 조건들보다 몸이 어떻게 적응해나가는지 지켜보는 것이 훨씬 중요해요.” (송홍선)
‘코어’ 강화 운동으로 중심 단련
“저 스스로 건강을 자부하지 못한다면 다른 사람의 건강도 책임질 수 없다는 생각에서 엄격하게 체력 관리를 하고 있어요. ‘아침형 인간’인 편이라 일찍 연구원에 나와 트레이닝실에서 1시간 정도 운동을 하고 있어요. 바쁠 때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12시부터 40분 정도 하고요. 운동 시간이 짧을 때는 강도를 높여 최대한 집중해요.”
건강한 몸을 만들기 위해 송홍선 연구원이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바로 ‘코어’를 강화시키는 것이다. 목에서부터 골반에 이르는 몸의 중심축을 튼튼하게 단련함으로써 신체 불균형과 각종 질환을 치료하고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척추의 작은 근육들을 자주 자극시켜주면 몸에 힘이 생겨요. 겉으로 보이는 근육도 중요하지만 이 몸속 근육이 발달해야 진정한 건강을 이룰 수 있습니다. 하루에 최소한 10~20분 정도는 시간을 내서 ‘코어’ 운동을 하는 것이 좋아요.”
송홍선 연구원은 ‘코어’를 강화하는 가장 쉽고 대표적인 동작 한 가지를 소개했다. 엉덩이를 바닥에 대고 앉아 척추 마디마디를 단계적으로 움직인다는 생각으로 몸을 눕히는 것이다. 몸을 일으킬 때도 같은 방법으로 천천히 올라오며 가장 버티기 힘든 각도에서 최대한 오래 몸을 지탱해본다. 단, 평소 허리가 약한 사람이라면 무리하지 말고 엎드려서 양팔과 다리를 들어 올리는 정도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송홍선 연구원은 최근 국민 체력 향상과 관련된 프로젝트 추진을 맡게 돼 더욱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일에 몰두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신경 써야 할 일이 늘어나다 보니 스트레스가 엄청날 터. 그때그때 쌓인 스트레스를 시원하게 날려버리는 것도 송 연구원의 건강 비결 중 하나다.
“일이 힘들 때는 ‘내가 이 일을 하는 목적이 무엇인가’를 자꾸만 떠올려봐요. 제가 열심히 일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지 등을 생각해보며 ‘의미’를 부여하려 하죠. 당위성을 찾고 나면 힘듦보다는 보람과 행복감이 먼저 느껴지거든요.”
생각을 바꾸고 나면 에너지와 추진력은 자연스레 따라온다. 의미를 갖고 긍정적으로 일에 임하다 보면 일의 성과도 좋아진다는 것이 송 연구원의 설명이다. 대신, 일을 할 때는 최대한 몰입하지만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완벽히 일을 놓아버리고 자신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일주일에 하루는 잠도 푹 자고 청소도 하는 등 주변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요. 좋은 사람들과 이야기도 나누고요. 현대인들 중에는 ‘일중독’에 걸린 사람들이 많아요. 잘 쉬는 것도 테크닉이에요. 강박감과 스트레스에서 놓여나는 자신만의 방법을 하나쯤은 꼭 갖도록 하세요.”
■글 / 이연우 기자 ■사진 / 강은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