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명사 주지 월명 스님, 기도의 힘을 말한다

월명사 주지 월명 스님, 기도의 힘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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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사태’로 온 나라가 침통하고 힘든 상황이다. 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인간의 나약함에 치욕스러운 감정마저 고개를 든다. 온 마음으로 두 손을 모으고 그들을 위해 기도하는 수밖에…. 종교의 여부를 떠나 ‘간절하면 이루어진다’는 월명 스님이 기도의 힘에 대해 말한다.

월명사 주지 월명 스님, 기도의 힘을 말한다

월명사 주지 월명 스님, 기도의 힘을 말한다

전 대통령들의 천도재를 지내다
월명 스님은 국내 정세가 정치적·사회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나라에 대한 기도와 불교적 의식을 주도해왔다. 지난해 10월에는 서울 종로에 위치한 월명사에서 돌아가신 대통령들의 ‘천도재’를 지내기도 했다. 천도재란 죽은 이의 영혼을 극락으로 보내기 위해 치르는 불교의식으로 천도재 중 49재는 영산재라고 한다. 월명 스님이 치른 천도재는 나라를 이끈 대통령들의 노고를 불교적 입장에서 추모하며 치른 의식이다.

“대통령은 나라의 임금입니다. 한 나라를 이끌고 가느라 얼마나 고생하셨겠습니까? 다음 세상에서는 고생 안 하고 좋은 인연 맺으시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재를 지냅니다. 나라를 이끄느라 고생하신 대통령들의 영혼이 원래 가야 할 곳, 좋은 곳으로 가도록 돕는 것입니다.”

월명 스님이 지금까지 천도재를 지낸 대통령은 고 박정희 대통령을 비롯해 고 노무현 대통령과 고 김대중 대통령이다. 정치적 입장을 떠나 온 나라가 화해와 용서의 마음이 기본 바탕이 되어 의식이 치러졌다. 재를 지내는 49일 동안 월명 스님은 그들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철야 기도를 올렸다.

“재를 지내기 시작하면서 월명사에도 작은 변화가 생겼지요. 재를 드리면 절에 참새들이 모여들었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 김 전 대통령의 자택에 참새가 많아 본인이 직접 모이를 주셨다고 하더라고요.”

월명 스님은 고 김대중 대통령이 생전에 말했던 화해와 용서의 중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국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련의 사건들을 볼 때 화해와 용서의 자세야말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가져가야 할 중요한 마음가짐인 것이다.

월명 스님은 천도재는 단지 죽은 이의 명복만을 비는 의식이 아니라 재를 지내는 유가족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불교의 「지장경」이라는 책에 보면 ‘죽은 이를 위해 재를 지내면 그 공덕의 1/7은 영가에게, 6/7은 재를 지내는 사람에게 돌아간다’고 했어요. 따라서 유가족은 천도재를 지내는 동안 재를 통해 자신의 죄업도 참회하고 업을 소멸하고 공덕을 짓는 일이죠.”

월명사 주지 월명 스님, 기도의 힘을 말한다

월명사 주지 월명 스님, 기도의 힘을 말한다

죽은 이를 애도하는 기도는 남을 위한 것이 아니라 본인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다. 이것이 월명 스님이 말하는 기도의 힘이다.

“기도를 하기 위해서는 마음을 비워야 해요. 일신의 영광만을 추구하면 진정한 기도가 아니죠. 그러나 누구나 마음을 비우기가 쉽지 않죠. 저는 월명사가 잘되게 해달라는 기도는 해본 적이 없어요. 앞으로도 국민이 잘 살게 해달라는 기도를 하고 싶어요.”
수행을 하지 않는 일반인들이 마음을 비우는 일은 물론 쉽지 않다. 지난 3월 법정 스님의 열반으로 종교를 불문하고 모든 사람들이 슬픔에 잠겼다. 법정 스님은 마음을 비우고 살아가는 법을 몸소 실천하고 보여줬던 시대의 어른이었기 때문이다.

법정 스님을 회고하다
법정 스님은 수많은 산문집과 법문을 통해 경쟁사회에 지친 현대인의 마음을 어루만져왔다. 산업화와 고도성장 속에서 사람들의 영혼이 황폐해지고 상처받을 때 「무소유」는 마음의 위안을 주고 물질에 둘러싸인 현대인들에게 감로수 역할을 했다. 월명 스님은 법정 스님의 ‘무소유의 정신’을 기리며 평화로운 세상을 위해 꼭 필요한 가치관이라고 강조했다.

“인간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소유사’처럼 느껴집니다. 보다 많은 자기네 몫을 위해 끊임없이 싸우고 그 소유욕에는 한정도 없고 휴일도 없어 보입니다. 물건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아 사람까지 소유하려 하는 이들도 적지 않아요.”
‘크게 버리는 사람만이 크게 얻을 수 있다. 아무것도 갖지 않았을 때 비로소 온 세상을 갖게 된다’는 법정 스님의 말씀처럼 말이다.
“스님은 모든 것을 다 버리고 떠났습니다. 그러나 우리에게 꼭 필요한 맑고 깨끗한 무소유 정신을 남겼습니다.”

법정 스님은 마지막 가는 길에서도 우리에게 큰 가르침을 줬다. “장례의식을 일절 행하지 말라”고 당부한 법정 스님의 청빈함은 길상사 분향소에서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월명 스님은 불교식으로 치러지는 장례절차의 의미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했다.

“장례의식은 전통문화와 관련이 있어요. 의식을 통해 삶이 하나로 어우러지지요. 대승불교에서 말하는 49재에 대해 설명하겠습니다. 49일간 중음 과정을 거쳐 새로운 존재계에 태어난다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7일 단위로 영혼에 법문을 들려주어 더 밝고 아름다운 세상으로 갈 수 있게 인도하는 것이 바로 49재입니다. 법정 스님께서는 49재의 의미도 모르고 형식에만 붙들려 본질을 잃는 것을 원치 않으셨을지도 모릅니다.”

월명사 주지 월명 스님, 기도의 힘을 말한다

월명사 주지 월명 스님, 기도의 힘을 말한다

평소 월명 스님은 매월 음력 초하루의 법회를 제외하면 각 지역을 다니며 기도를 한다. 그가 하는 기도의 첫 번째는 나라를 위한 것이다. 스님에게 앞으로 국운에 대해 물었다. 신도들 사이에서 월명 스님은 법회를 통해 나랏일에 대해 예시를 많이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스님은 말을 짓는 것은 죄를 짓는 것과 같다며 말을 아꼈다.

“우리에겐 보릿고개 시절이 있었죠. 요즘 정치인들은 정말 보릿고개 시절의 마음을 갖고 일해야 해요. 일련의 정치·경제·사회적 사건에 대해 반성하길 바랍니다. 보리는 밟아도 일어섭니다. 우리 국민도 곧 일어설 거라 믿어요.”

기도의 힘, 올바른 기도법을 말하다
월명 스님은 어려운 시기일수록 기도의 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남을 위해 기도하다보면 자신도 어느새 희망과 용기를 얻게 된다는 것. 스님은 일상에서 언제든지 알기 쉽게 기도를 할 수 있는 「일상에서의 지장기도」라는 책을 냈다.

“한 알의 작은 모래알은 물에 가라앉지만 큰 바윗돌을 배 위에 실으면 능히 물 위에 뜰 수 있죠. 기도는 그 배와 같습니다. 사람의 죄업도 비록 작은 것이라도 그 악보를 받게 되지만 아무리 큰 죄업이라도 기도로 능히 제도를 받을 수 있어요. 그것이 기도의 힘이지요.”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기도의 힘이 발휘될 수 있을까. 어떤 종교든 기도의 첫 번째는 참회를 통한 자기반성으로 시작된다.

“불교든, 기독교든 항상 참회하는 마음으로 기도하라 강조하지요. 참회의 기도로 먹구름과 같은 죄업을 녹여나가는 일이 필요해요. 기도를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지만 우선적으로 행해야 하는 것은 바로 참회입니다.”

불교에서 참회란 불자가 과거에 몸과 말과 뜻으로 지은 갖가지 죄업을 불보살님 앞에서 발로하여 뉘우치며 다시는 미혹의 길에서 헤매지 않기 위한 의식이다.

“이 세상에 참회라는 말보다 더 깊고 소중한 말은 없습니다. 자기 잘못을 고백하지 않고 무조건 기도를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에 지나지 않아요.”

월명사 주지 월명 스님, 기도의 힘을 말한다

월명사 주지 월명 스님, 기도의 힘을 말한다

월명 스님은 끊임없이 떨어지는 물방울이 단단한 바위를 뚫는 것처럼 기도로 이루지 못할 일은 없다고 말한다. 월명사는 신도 한 사람마다 맞춤 기도 책을 선물한다. 책을 간단히 살펴보니 신도 개개인의 이름이 써 있고 각자 원하는 축원대로 기도하는 법이 명시돼 있다.

“월명사에서는 많은 분들이 기도 성취를 이루셨어요. 신자들이 스스로 기도를 통해 일궈낸 일이니 당당히 말할 수 있습니다. 병과 싸워 승리하신 분, 자녀가 명문대 장학생으로 합격하신 분, 기울던 사업장을 일으키신 분…. 참회 기도를 한 후, 각자의 근기와 발원에 맞춘 ‘개인 맞춤 기도 책’으로 기도하는 거죠.”

월명 스님은 특히 ‘부모가 있고 자식이 있듯, 나라가 있고 국민 있다’며 나라를 위한 축원 기도에 여념이 없다. 요즘엔 온 국민이 비통해 마지않는 ‘천안함 사태’에 대한 기도를 한다.

“천안함 사건이 마무리되면 희생된 국군 장병들을 위해 서해안에서 천도 용왕제를 지내려 합니다. 그들의 넋을 추모해야지요. 그 전에 선체 인양작업이 잘 진행되어 밝혀지지 않은 문제가 선명히 해결되도록 해야 합니다. 더 이상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말이죠.”

월명 스님은 인간의 삶을 여행에 빗대어 말한다. 아무리 좋은 여행지라도 목적을 잃고 헤매면 아무 의미 없는 시간이 되고 만다. 기도를 통해 항상 뒤를 돌아보고 반성하며 앞을 향해 달리는 것이 알찬 삶이다.

“분명히 우리는 태어나 잠시 여기저기 다니다 결국 아주 떠나는, 한때를 스쳐가는 여행자들입니다. 더구나 우리가 가는 이 여행길이 어디로 나 있는지 모르고 삶의 목적을 모른다면 참 덧없고 허망한 죽음으로 끝나고 말겠지요.”
자신이 왜 여기 있는지, 우리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 스스로 알아차리게 된다면 우리가 가는 여행길은 참으로 숭고한 구도의 여정이고 아름다운 순례의 길이 될 것이다.

“여러분, 처음 떠나온 그 자리로 돌아가는 이 순례의 길에서 모두 다 크고 원만한 성취 있으시길 바랍니다.”

■ 글 / 이유진 기자 ■ 사진 / 이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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