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으로 ‘생활습관병’을 다스린다
“업무가 바쁘고 일에 쫓겨 제 몸을 돌보기 힘들 때도 많지요. 하지만 건강을 지키기 위해 적정 체중을 유지하고, 꾸준한 운동과 바른 식습관으로 생활의 ‘기본’을 잘 지키려고 노력해요. 건강을 망치면 결국 모든 것이 다 엉망이 되어버리니까요.”
비만센터나 건강증진센터를 찾는 환자들에게 다이어트에 대한 잘못된 개념을 바로 잡아주고 평생 건강관리를 해 나가기 위한 기초 습관을 습득할 수 있도록 돕는 데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강제헌 교수는 특히 의식주 중 우리 몸에 가장 가까운 ‘음식’을 제대로 섭취하는 데 주의를 기울인다고 한다. 몸 안의 각종 기관에 흡수되는 음식은 인체의 구성성분이 되고 생활의 에너지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또,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각종 질병의 원인이 생길 수 있다는 점에서도 올바른 식습관을 갖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삶의 질이 높아지고 현대의학이 발전하면서 이제 누구나 100세까지는 살 수 있다고 봐요. 특별하게 큰 병이 생기지 않고 우발적인 사고에 연관되지만 않는다면요. 지금도 여성의 평균 수명은 80세에 달하잖아요. 하지만 단순히 수명이 연장됐다는 것만으로는 의미가 없죠. 골골대며 아파하면서 100세까지 산다면 행복하지 않잖아요. 평생 활기차고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는 크게 두 가지 계통의 질환을 예방하는 것이 핵심이에요. 바로 중풍, 협심증, 심근경색과 같은 ‘심뇌혈관 질환’과 ‘암’이죠.”
‘암’과 ‘심뇌혈관 질환’은 현대인의 사망원인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러한 질환은 건강할 때부터 꾸준한 관리와 주기적인 검진으로 발병 가능성을 차단해야만 한다. 단순히 ‘아픈 몸을 치료’하는 데 그치던 과거의 의료 개념과는 달리 요즘에는 이러한 위험요인을 ‘예방’하는 데 의료의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대표적인 생활습관병으로 꼽히는 ‘암’이나 ‘심뇌혈관 질환’은 오랜 식습관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강제헌 교수가 식단 구성과 식습관에 있어 엄격한 관리를 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
“문제는 알고 있는 만큼 실천하는 이가 드물다는 것이죠. 다이어트 때문에, 생활에 쫓겨서, 귀찮다는 이유로 ‘약’이 되는 음식을 멀리하는 경우가 많아요. 특히 바쁜 현대인들은 꾸준한 운동이나 바른 식습관 지키기를 소홀히 하기 쉬운데 저는 되도록 이를 살아가는 데 있어 우선순위에 두려 해요. 단기적으로는 눈앞에 주어진 일이 먼저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너무 열심히 살다가 건강을 해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예요.”
‘건강’한 탄수화물과 단백질 섭취가 중요
강제헌 교수는 건강한 삶을 위해 언제나 적정 체중을 유지하고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통해 자신의 몸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체중 유지를 위해서는 과식과 폭식을 자제하고 열량이 높은 음식을 피해야 한다. 이때 무작정 칼로리를 계산하는 것보다는 ‘에너지 밀도’를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실 일반인들이 열량을 따져 음식을 섭취하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입니다. 우선 매번 몇 칼로리를 섭취하는지 계산하는 것이 힘들고, 잘 맞춘다고 해도 적정선에서 멈추는 것이 쉽지 않죠. 결국 ‘조금’ 먹으려고 노력하지 말고 충분히 먹어도 살이 찌지 않고 몸에도 좋은 식품을 먹으면 됩니다. ‘열량’과 ‘영양’은 달라요. 영양분이 충분히 들어 있으면서도 양이 많아 포만감을 주는 음식을 먼저 찾아보세요.”
식사를 할 때 강제헌 교수는 결코 ‘적게’ 먹는 편이 아니다. 싫어하는 음식을 몸에 좋다고 해서 ‘억지로’ 먹는 일도 없다. 좋아하는 음식들을 건강하게 조리해 충분히, 그리고 천천히 먹으려 한다. 반찬도 고루 챙겨 먹고 나른한 오후에는 간식도 즐긴다.
“아무래도 밖에서는 원하는 음식을 찾아 먹기 힘들기 때문에 집에서 식사할 때 제철 음식이나 과일 등을 챙겨 먹으려고 해요. 점심 식사 때나 외식을 할 때는 신중하게 메뉴를 고르고요. 좋은 식습관이 ‘체화’될 때까지 처음에는 노력이 조금 필요하지만 꾸준히 신경 쓰다 보면 언젠가부터 ‘내 몸이 먼저 좋은 음식을 원한다’는 느낌이 들 때가 올 거예요. 신선한 과일과 담백한 음식이 먹고 싶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어요.”
“예전에는 한국인의 주식이 ‘밥’이기 때문에 서구인에 비해 건강하다고 얘기했었죠. 우리나라 국민의 평균 탄수화물 섭취량은 65% 정도에 달한다고 해요. 그런데 언제부턴가 탄수화물을 줄이고 단백질 섭취량을 높여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어요.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어떤 탄수화물을 먹느냐’는 것이에요. 전통적으로 먹던 알곡류는 문제가 되지 않아요. 다른 탄수화물인 밀가루나 정제당으로 만든 식품을 많이 먹었을 때 해롭다는 것이죠. 최근 쌀이나 곡류 소비량은 엄청나게 줄어들었지만 밀가루나 당류 소비는 크게 늘었어요. 현대인들이 정제당을 이용한 탄수화물을 주로 섭취한다는 것이죠.”
단백질 또한 마찬가지다. 우선 구체적으로 자신이 ‘어떤’ 단백질을 주로 섭취하는지를 먼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콩, 두부와 같은 일부 식물성 단백질을 제외하고 단백질은 대부분 육류에 포함되어 있는데 지방이 함께 분포된 단백질을 많이 먹는다면 결국 지방 섭취량이 늘어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강제헌 교수는 이런 측면에서 육류를 건강하게 섭취하려면 ‘싼’ 고기를 구입할 것을 권한다. 우리나라 시장에서는 주로 살코기 부위가 많을수록 선호도가 낮아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꽃등심보다는 등심을, 삼겹살보다는 다릿살을 구입하면 지방은 적고 단백질 함량은 높은 부위를 섭취할 수 있다.
“조리 방법도 신경 써야 할 부분이에요. 튀기거나 양념에 재워 먹는 것보다는 기름을 사용하지 않고 굽거나 삶아 먹는 것이 좋지요. 굽거나 삶으면 눈에 보이지 않는 지방도 함께 빠져요. 푸른 채소, 붉은 과일 등 원색에 가까운 자연식품이 좋고요. 반대로 가공식품은 색이 강할수록 피하는 것이 좋아요.”
이렇게 음식을 잘 챙겨 먹는 것과 더불어 그가 꼭 지키는 것이 또 있다. 바로 일상생활에서 짬을 내어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운동을 하는 것. 크게 바쁘지 않다면 엘리베이터보다는 계단을 이용하고 연구소와 병원을 오갈 때는 최대한 많이 걸으려 한다. 또 휴식시간에는 햇볕을 쬐며 병원 근처를 약간 빠른 걸음으로 걷는다. 운동 중에는 수영을 좋아해서 퇴근 후나 주말에 수영장을 찾아 스트레스를 풀기도 한다.
“건강한 삶을 꾸려나가기 위해 또 하나 노력하는 점이 있다면 ‘긍정적인 마음가짐 갖기’예요. ‘일을 많이 하고 잘하는 사람은 99%를 낙관적으로 생각하고 나머지 1%는 어떻게 하면 더 낙관적으로 생각할 수 있을까 노력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요. 평소 스트레스와 피로를 풀 수 있는 저만의 방법을 마련해 실천하는 편이에요. 새로운 것을 보고 듣고 느끼는 여행도 좋아하고 마음이 잘 통하는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도 즐겨요. 머리가 복잡하고 힘들 때는 무조건 밖에 나가 걷기도 하고요. 밝은 마음가짐과 좋은 식습관이 더해진다면 누구든 평생 건강한 삶을 만들어나갈 수 있을 거예요.”
깐깐하게 구성한 강제헌 교수의 하루 식단 공개
아침 개인적으로 커피를 좋아해서 아침에 일어나면 꼭 커피 한 잔을 마신다. 잠에서 깨서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원두를 내리는 것일 정도. 다만 프림이나 설탕은 절대 넣지 않고 원두를 내려 그대로 마시거나 데운 우유를 약간 넣어 부드럽게 마시는 것이 원칙이다.
병원 근처 제과점 등에서 방울토마토, 키위, 푸른 채소 등을 섞어 만들어놓은 샐러드 도시락을 사 먹을 때도 있다. 유제품은 과당이 들어가지 않은 저지방 흰 우유를 마신다. 시중에서 파는 요구르트는 당분이 지나치게 많아 피하는 편이다.
점심 병원 구내식당은 균형 잡힌 식단에 신선한 재료를 사용하는 편이기 때문에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 하지만 점심식사 약속이 많아 구내식당을 자주 이용하지는 못하는 편. 외식을 할 때는 주로 일식집에서 매운탕이나 초밥 혹은 청국장과 같은 한식을 먹는다. 메밀국수, 냉면 등의 메뉴를 선택할 때도 많다.
■글 / 이연우 기자 ■사진 / 원상희, 강은호, 경향신문포토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