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은 마음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는 바람이다. 하지만 오늘날 많은 현대인들은 크고 작은 질병의 공포에 시달리는 것도 사실이다. 각종 건강 정보가 넘쳐나는 요즘, 「레이디경향」은 실제로 건강한 삶을 영위하고 있는 건강 ‘달인’들을 만나 그들만의 건강관리법을 배워보기로 했다. 불로장생의 비법은 아니더라도 이미 실천해본 이들이 전하는 객관적이고 현실적인 건강관리법은 자신의 생활을 돌아보게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1 피부는 자신의 몸 상태를 그대로 드러내는 창
건강을 위해 평소 피부에도 꾸준한 관심을 기울일 것을 강조하는 마리클리닉 이은정 원장은 특히 요즘처럼 변덕스러운 날씨가 계속될 때일수록 더욱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최근 들어 전 세계적으로 이상 기후 현상이 발생하면서 신체가 급격한 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아졌어요. 피부는 날씨에 따른 상태 변화가 크기 때문에 더욱 심각하죠. 여름이 되면서 각종 트러블을 호소하는 이들도 늘어났어요.”
본격적인 여름철이 시작되면서 급격히 변화된 환경에 가장 먼저 반응을 보이는 것이 바로 피부다. 환경에 민감한 피부는 계절의 변화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고온다습한 날씨와 장시간 강렬하게 내리쬐는 자외선의 영향으로 여름철 피부는 쉽게 지칠 수 있다. 또 피부가 외부에 노출되는 시간과 범위도 늘어나므로 자극을 받을 가능성도 높아진다. 이 시기에 피부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다른 계절에까지 그 영향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도 여름철 피부 관리의 중요성을 확인할 수 있다.
# 2 자신의 피부 상태에 따른 맞춤 데일리 케어
그렇다면 건강한 피부를 유지하기 위해 일상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이에 대해 이은정 원장은 우선 자신의 피부 상태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의외로 대부분의 여성들이 자신의 피부 상태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보통 자신이 지성 피부라고 아는 분들이 많은데 번들거린다고 해서 모두 지성 피부는 아니에요. 실제로 이런 분들은 복합성 피부일 가능성이 더 커요.”
피부 상태를 가장 정확히 진단하기 위해서는 병원을 찾는 방법이 가장 좋기는 하지만 집에서 대략적으로 파악 해볼 수도 있다. 세안을 하고 5분 정도 지나면 자연적으로 얼굴에 피지가 나오게 되는데 이 때 얼굴 전체가 번들거리면 지성, 볼뿐 아니라 이마와 턱까지 땅기는 느낌이 든다면 건성으로 볼 수 있다. 보통은 이마 쪽은 살짝 피지가 생기고 입 주변과 볼 등은 땅기는 복합성 피부인 경우가 많다. 또 하나, 피부 타입과 함께 반드시 확인해봐야 할 것이 바로 수분량이다. 현재 피부가 어느 정도 수분을 머금고 있는지 알아보려면 눈과 광대 사이 피부를 손에 힘을 주어 살짝 밀어보면 된다. 수분이 부족할수록 주름이 깊게 많이 패며 손을 떼도 그대로 자국이 남기도 한다.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피부 상태가 항상 고정적인 것은 아니라는 점이에요. 생활환경이나 습관에 따라 혹은 그날 컨디션이나 영양 섭취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요. 여성들은 생리주기의 영향도 많이 받고요. 따라서 매일 자신의 상태를 확인해보고 그에 맞춰 적절한 관리를 해줘야 해요. 수분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는 날에는 화장품 중에서 수분 제품을 더 바른다거나 하는 식으로요.”
20대까지만 해도 심한 지성 피부여서 트러블이 많았다는 이은정 원장은 30대 이후로 계속 피부의 유·수분 함량이 낮아지고 있어 이를 보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간혹 “피부과 의사니까 당연히 비싸고 좋은 화장품을 쓸 것 같은데, 어떤 제품을 쓰는지 알려달라”는 질문을 받을 때도 있지만 사실 특별히 고가의 화장품을 사용하지도, 남들이 잘 쓰지 않는 화장품까지 많이 사용하지도 않는다. 항상 3, 4가지 정도의 제품으로 ‘청결과 보습’이라는 기본에 충실하고자 한다.
“원칙은 ‘청결히 닦아내고 수분을 공급한 뒤 보호막을 씌운다’예요. 여기에 그때그때 피부 상태에 따라 조금씩 변화를 주죠. 병원을 찾는 환자들은 먼저 제 피부가 깨끗한지부터 살펴요. 그래서 얼굴에 뭐가 나기라도 하면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에요. 피부는 갑자기 한 번에 특별한 케어를 한다고 해서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데일리 케어가 가장 중요해요. 꼼꼼한 세안과 기본적인 관리를 소홀히 하지 마세요.”
# 3 순환을 촉진시키는 간단한 마사지
피부를 관리하는 데 있어 피부과나 에스테틱에서 받는 고가의 시술만이 해답은 아니다. 아무런 도구도 기술도 필요 없는 간단한 마사지가 더 큰 효능을 발휘하기도 한다. 이에 이은정 원장은 시간 날 때마다 쉽게 할 수 있는 마사지 방법을 귀띔해주었다.
“우리 몸에서 혈관은 영양소와 산소를 운반하는 역할을, 림프는 노폐물을 청소하는 역할을 담당하는데 이 작용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면 피부가 맑아져요. 양 손의 중지와 약지의 가장 도톰한 부분을 이용해 살짝 힘을 실어 톡톡 눌러주는 거예요. 단, 반드시 깨끗한 손으로 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하세요.”
피부과 의사는 얼굴에 뭘 발라요? 이은정 원장의 기초화장품 사용법
아침 폼 클렌저를 사용해 밤사이 쌓인 노폐물을 가볍게 씻어낸다. 아침 세안시에는 너무 빡빡 힘주어 문지르지 말 것. 세안을 끝낸 후 토너를 바르는데 아침에는 자극을 줄이기 위해 손으로 톡톡 두드려 흡수시킨다. 유·수분 함량이 적절한 에센스를 골라 전체적으로 발라주고 아이크림을 챙겨 바른다. 아침에 바르는 아이크림은 눈가 부기를 빼줄 수 있는 것으로 선택한다. 3~4분 정도 기다렸다가 로션을 바르는데 얼굴이 푸석푸석해지는 겨울에는 로션 대신 영양크림을 바르기도 한다. 그리고 자외선 차단제를 비롯해 메이크업 제품으로 화장을 한다.
저녁손 하나 까딱하기 싫을 정도로 몸이 피곤한 날에도 반드시 세안만큼은 철저히 하고 잠자리에 든다. 클렌징 로션과 폼 클렌징으로 이중 세안을 하는 편. 콧방울, 얼굴 윤곽선, 목 등 그냥 지나치기 쉬운 부분도 꼼꼼히 씻는다. 기초 제품을 바르는 순서는 아침과 동일하다. 대신 토너를 바를 때는 세안 후에도 남아 있을지 모르는 잔여물을 제거하기 위해 토너를 화장솜에 묻혀 얼굴을 전체적으로 닦아내며 바른다. 저녁에 사용하는 아이크림은 아침보다 좀 더 리치한 기능성 제품을 사용한다.
여성들은 생리주기에 따라 몸의 변화가 큰 편. 따라서 피부도 이에 맞춰 관리하면 효과적이다. 생리를 시작한 이후부터 배란일까지의 피부는 에스트로겐의 영향으로 좋은 상태를 유지한다. 따라서 깨끗이 씻고 기초 제품을 잘 바르는 정도로 관리하는 편. 생리 시작일이 가까워지면 얼굴에 트러블이 생기거나 각질이 유난히 많아진 것을 알 수 있다. 이때는 자극이 없는 스크럽제 등을 사용해 각질을 제거하고 화장품은 유분이 많이 들어간 제품보다 수분 제품 위주로 챙겨 바른다. 반대로 배란일을 앞두고는 영양크림 등을 발라 관리한다.
# 4 작은 습관이 좌우하는 피부 건강
사실 하루 종일 병원 안에서 생활하고 정신없이 바쁘게 하루를 지내다 보면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바로 피부가 쉽게 건조해진다는 것이다. 피부 건조는 단순한 수분 부족의 문제가 아니라 유·수분 균형을 깨뜨려 전체적인 기능 저하를 가져옴을 의미한다. 따라서 수시로 보습해주는 것을 잊지 않는다.
주말에 야외활동을 할 때는 자외선을 차단하는 데 좀 더 신경 쓴다. 내내 실내 생활을 하는 평소에는 아침에 자외선 차단제를 충분히 발랐으면 점심 이후에 파우더 타입 등으로 광대뼈 등을 살짝 덧바르는 정도지만, 야외에서는 2~3시간마다 수시로 꼼꼼히 덧바른다. 얼굴 가장자리, 귀 앞, 목 등도 빼놓지 말 것. 특히 눈가와 입술은 전용 제품을 사용해 보호하도록 한다.
“일주일에 두 번 정도는 저녁에 각질 제거를 하고 때로는 팩으로 관리하기도 해요. 나이가 들수록 각질 관리가 필요한데 다만 절대로 피부에 자극을 주어서는 안 돼요. 그래서 각질 제거제를 신중하게 고르죠. 스크럽 베이스를 따져서 유분 제품보다는 수분 제품을 써요. 먼저 따뜻한 수건을 얼굴에 얹어 모공을 열어주고 스크럽제를 바른 뒤 문지르지 않고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렸다가 씻어내요. 그러고 나서는 평소보다 수분크림을 듬뿍 바르고요.”
이은정 원장은 최근 병원을 찾는 환자들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느낄 때가 많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과도한 스트레스와 내·외적 자극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점점 바이러스성 질환자의 비율이 늘어나고 있어요. 또, 갑자기 두드러기나 아토피 증상이 생겼다며 그 원인을 궁금해하는 분들도 있고요. 이는 감염에 대한 면역력이 떨어진다는 뜻이에요. 이런 분들은 대부분 생활습관에 문제가 있어요.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불규칙한 생활을 하며 냉·온방 기구를 지나치게 자주 사용하고 영양소도 불균형적으로 섭취하죠. 그렇게 몸을 혹사시키면서 피부가 깨끗하고 탱탱하길 바라는 건 욕심이아닐까요.”
건강한 피부를 유지하고 싶지만 따로 신경 쓸 틈이 없다면 딱 한 가지, ‘충분한 수면’만이라도 지켜주는 것이 좋다. 피부는 재생 능력이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자극을 받더라도 잠을 자는 동안 회복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하지만 피부가 활발히 재생활동을 해야 할 시간에 깨어 있다면 건강한 피부로 되돌릴 수 없게 된다.
이 원장은 여기에 평소 무심코 행하는 몇 가지 행동만 주의해도 피부가 몰라보게 달라짐을 느낄 수 있을 거라고 말한다. 대표적인 것이 눈을 비비거나 입술에 침을 자주 묻히는 것. 눈가와 입가는 다른 부위에 비해 피부가 굉장히 얇기 때문에 적은 자극에도 쉽게 손상될 수 있다. 또 유분과 수분이 부족한 편이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식사 후 휴지 등으로 입가를 지나치게 세게 닦거나 염증이 있는 부위를 손으로 만져 뜯는 등의 행동도 피하도록 한다.
“피부는 소화활동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어요. 그래서 저는 위에 부담을 주거나 너무 맵고 짠 음식은 되도록 먹지 않으려고 해요. 물론 술, 담배, 카페인 등도 가까이 하지 않고요. 히터나 에어컨은 피부를 피로하고 건조하게 하는 큰 원인이므로 되도록 멀리하고 사우나도 잘 하지 않아요. 이런 부분들은 당장은 피부 건강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어 보이지만, 반복되는 생활습관이 건강을 결정지어요. 지금부터라도 조금씩 좋은 습관을 더해간다면 누구나 건강한 피부를 유지할 수 있을 거예요.”
■글 / 이연우 기자 ■사진 / 원상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