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희씨는 의상디자이너 출신이다. 10년 근속에 직책도 실장까지 올랐으나 즐길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 2003년에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취미였던 퀼트 솜씨를 살려 공방을 냈다. 그동안 시행착오도 많았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
이성희씨가 취미 삼아 퀼트를 시작한 것은 1993년이다. 한 땀 한 땀 수작업으로 하다 보니 스트레스나 고민거리가 생길 때 머릿속을 비우는 데 제격이었다.
“사람들은 고민해도 풀리지 않는 일을 쓸데없이 걱정할 때가 있죠. 그럴 때 퀼트를 하고 있으면 머릿속에서 잊어버릴 수 있어요. 잠시 딴 세상에 가 있는 거죠. 시간도 정말 빨리 가죠. 그게 바로 퀼트의 매력이에요.”
본격적으로 창업을 생각하면서 파리에 퀼트 단기 유학을 다녀오기도 했다. 그 당시에 국내에는 이렇다할 교육기관이 없었기 때문이다. 퀼트에는 다양한 테크닉이 있다. 모든 기술을 익혀놔야 남을 가르치는 데 문제가 없다.
“단기 속성으로 배우러 가서 하루에 18시간씩 퀼트를 했어요. 잠자고 밥 먹는 시간 빼고 계속 바느질을 했죠. 가끔 주위 사람에게 배웠다는 수강생들이 있어요. 체계 없이 배운 분들은 중요한 팁을 놓치게 마련이죠. 그렇게 되면 새로운 작품을 할 때 구상 단계에서 한계에 부딪쳐요.”
완벽하게 실력을 갖췄다고 해도 창업은 또 다른 이야기다. 직장생활만 했기에 이성희씨도 처음에는 막막했다고 한다.
“직장을 그만두고 6개월간 창업 준비를 했어요. 직장생활만 하다 보니 공방의 목을 보는 안목이 부족했어요. 장소가 좋으면 돈이 부족했죠. 그리고 매출 신고, 세금 신고가 뭔지도 몰랐어요.”
그녀는 홍대 근처에 제작한 퀼트를 판매도 하고 수강생도 받는 가게 겸 공방 공간을 마련했다. 그러나 운영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제품을 구경하러 오는 사람들을 맞느라 작업할 시간이 부족했다. 또 퀼트 제품은 워낙 고가라 대학생들의 거리인 홍대에서는 영업이 쉽지 않았다.
“운영 방식을 바꿔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인터넷 판매를 연계한 공방 위주로 가야겠다고 마음먹었죠. 현재는인터넷으로는 퀼트 재료 패키지를 판매해 이를 구매한 사람들에게 무료 강습을 하고 있어요. 제 작업 시간도 많아지고 훨씬 반응이 좋아요.”
그녀의 책상 위에는 포토샵, 일러스트 관련 책들이 놓여 있었다. 남의 손 빌리기 싫어하는 그녀가 직접 블로그 ‘바늘공작소’를 만들고 있을 것이다. 내년에 번듯한 블로그가 완성된다. 그녀에게 시행착오는 든든한 밑거름인 것이다.
‘퀼트 창업’ 나만의 성공 노하우
현재 인터넷에서 판매하고 있는 제품은 주로 파우치나 필통 같은 소품이다. 때로는 이불이나 커튼 같은 대작을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을 위한 제품 패키지를 마련했다.
★ 1:1 맞춤 재료, 맞춤 강의
요즘은 백화점 문화센터 등에 퀼트 강의가 많다. 시간이 제한돼 있어 뒤처진 사람은 진도를 따라가기 힘들다. 바늘공작소는 철저한 1:1 레슨에 시간도 자유롭다. 수강 기간도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한 제품이 완성될 때까지 아무 때나 방문할 수 있다. 또 공방에 있는 다양한 천 중에서 고객 취향에 맞게 고르도록 선택권을 고객에게 줬다.
시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조언
★ 인터넷 쇼핑몰에 완제품 사진 주의
퀼트는 디자인 싸움이다. 인터넷에서 너무 많은 정보를 공유하다 보면 판매도 하지 못하고 아이디어 노출만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 배우면서 하겠다는 창업은 절대 하지 마라
퀼트는 취미 개념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스스로 만족스러운 실력이나 작품 수가 되지 않아도 창업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처음 시작하는 사람을 가르치면 되겠지’, ‘배우면서 가르치면 되겠지’ 하는 생각은 위험하다. 소규모 창업이라 할지라도 장기 계획을 세워 프로그램을 짜야 한다.
★ 한 가지 아이템만 하지 마라
가게의 위치에 따라 다르겠지만 퀼트와 비슷한 아이템으로 선물 포장, 리본 공예. 인형 만들기, 십자수, 코바늘뜨기 등 적어도 2개 이상을 준비해야 매출이 안정적이다.
■글 / 이유진 기자 ■사진 / 강은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