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속 아기와 함께 2관왕
그녀는 소음과 화학 냄새는 임신부에게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고민 끝에 화약을 사용하는 25m 권총은 포기하고 공기권총 종목만 출전하기로 했다.
“주위에서 걱정이 많았지만 오복이(태명)에게 힘을 달라고 기도했어요. 함께 편안하게 경기할 수 있었죠. 한 발, 한 발에만 집중하다 보니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습니다.”
그녀는 사격을 시작한 지 10년 만인 2007년에 국가대표가 될 수 있었다. 같은 해 아시아 선수권 10m 공기권총 단체 2위가 그간 내세울 만한 선수 이력의 전부였다. 그녀는 지난 2008년 베이징올림픽 공기권총에서 본선 21위에 그치는 등 국제대회와는 인연이 없었다. 2009년 12월 결혼한 김윤미 선수는 2012년 런던올림픽을 목표로 훈련할 계획이었다. 그래서 아이도 일찍 가졌다. 그런데 이렇게 뜻밖의 쾌거를 이룬 걸 보면 ‘오복이’라는 태명이 딱 들어맞는다. 국제대회에서 개인 종목으로는 처음 정상에 오른 순간, 김윤미 선수의 얼굴에는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엄마의 미소가 떠올랐다.
“혹시라도 저 때문에 팀에 누를 끼칠까 걱정했어요. 아이와 둘이서 같이 금메달을 땄기 때문에 두 배로 행복합니다.”
그녀가 자신감을 갖고 경기에 임할 수 있었던 건 남편의 지원 덕분이었다.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좋은 성적을 거둔 아내에게 “어렵게 잡은 대표 선발의 기회를 놓치지 마라”며 힘을 북돋아줬다. 김윤미 선수는 훈련 때문에 그간 남편과 주말 부부로 생활해왔다. 그녀는 그동안 못했던 아내의 역할을 다하겠다며 남편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운 마음을 함께 전했다. 엄마, 아내, 그리고 선수 세 역할을 충실히 해낸 김윤미 선수의 미소는 번쩍이는 금메달만큼이나 환해 보인다.
■글 / 이유진 기자 ■사진 / 경향신문 포토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