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운은 바로 대통령의 운
2007년 1월, 김정섭(54)이 했던 예언은 이렇다.
“차기 대권은 이명박이다. 국내 경기는 대선 후 부동산과 주식시장에서 난리가 난다. 사회적으로 소위 없는 사람들은 이를 악물고 버티고, 있는 사람들은 현금을 확보해 버텨라. 2010년 이후 김정일이 북한을 다스리기 힘들다.”
“주로 국운을 볼 때는 대통령의 사주로 봅니다. 대통령은 나라의 운명과 같죠. 옛날 왕가를 예견하는 큰 스님들도 왕의 사주를 보고 나라의 운을 점쳤죠.”
국운을 보는 또 한 가지 방법은 나라를 ‘양’인 아버지로, 대통령을 ‘음’인 어머니로 보는 것이다.
“전두환, 노태우 정권 때는 그들이 아버지가 됐지요. 보필하지 않고 받아먹기만 했어요. 발전을 못 시킨 거죠. 노무현 정권 때부터 나라를 보필하는 대통령으로 바뀌었어요. ‘고치자, 고치자’ 해서 점점 좋아졌지요. 이명박 정권도 마찬가지고요. 앞으로 많이 좋아질 겁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사주에는 금(金)이 많다고 한다. 음양오행에서 금과 바위는 물을 생산하는 것으로 본다. 김정섭은 청계천 복개공사나 4대강 사업도 그의 사주와 무관하지 않다고 한다.
“4대강 사업은 나라의 상하를 뒤집는 공사니 그것으로 인해 많이 힘들 겁니다. 날림으로만 하지 않으면 이명박 대통령에게 제2의 도약이 될 거예요. 그렇게 나쁘지는 않을 겁니다.”
예견도 돌아가는 사정을 알면 더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서 그에게 “신문과 뉴스는 즐겨 보는 편이냐”고 물었다. 그는 좌우로 고개를 흔들었다.
“지나친 정보는 판단력을 흐립니다. 예견은 백지 상태에서 해야 해요. 그렇지 않아도 제가 차기 대권을 맞춘 후에 정치권에서 저를 찾는 분들이 많아졌어요. 모임에 참석해달라는 초대도 많이 받았죠. 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정치인을 싫어합니다. 그들의 사주는 모사꾼의 그것과 상당 부분 같습니다. 신뢰도 없고 허세도 심해서 함께 있으면 불편해요(웃음).”
“새로운 사람이 될 겁니다. 전혀 새로운 인물로 내년 하반기쯤 나타날 겁니다. 젊은(환갑 전) 초보 정치인이 아닐까 싶습니다. 동해 쪽의 기운을 받은 사람입니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 때와 비슷한 분위기가 될 거예요. 혈혈단신으로 나와서 많이 힘들어 하다가 누군가의 지지를 받으며 등장할 겁니다.”
혹시 여자 대통령이 나오지 않겠냐는 질문에는 단호하게 “힘들다”고 말했다.
2012년까지 허리띠 졸라매야
김정섭씨와 이야기를 하던 중 한 가지 궁금증이 생겼다. 그는 북한 김정일의 사주를 어떻게 알 수 있었을까? 생년월일뿐 아니라 태어난 시 역시 오행을 푸는 데 중요한 단서인데 말이다. 일반인이라면 쉽게 알아낼 수 없는 정보다.
“어느 날 정부 고위 인사 중 한 분이 정치인 16명의 사주를 갖고 왔어요. 나중에 보니 그 중에 김정일의 사주가 있더군요. 지금도 자료를 가지고 있어 그것으로 북한 정세를 예측합니다. 김정일은 뇌졸중으로 머리를 다쳤어요. 2011년에는 수족을 못 쓰게 될 겁니다. 이미 올 12월을 넘기면서는 활동을 못한다고 봐야지요.”
현재 남북 관계의 냉각 역시 그는 음양오행으로 설명했다. 경인년은 큰 나무와 큰 쇠의 싸움이란다. 나무는 우리나라, 쇠는 북한이다. 때문에 대립이 강해질 수밖에 없다고 한다.
“내년에는 그 기운이 더 세질 겁니다. 게다가 김정일이 관료상이면 김정은은 혁명가의 상이에요. 할아버지인 김일성과 같지요. 2012년에는 북한에 쿠데타가 일어날 것이고 통일도 머지않을 겁니다.”
그는 2012년까지 우리나라는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면에서 변화가 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때까지는 절약하며 사는 수밖에 없다는 것.
“사실 내년 경제에 대한 예측을 물어오는 분들이 많은데 대답하기가 힘들어요. 오행으로 따지면 내년에도 어렵거든요. 천재지변도 많고요. 그러나 한 가지 말씀드릴 수 있는 건 김영삼 정부 때부터 우리는 계속 어려웠어요. 이제 바닥을 친 겁니다. 2013년부터는 점점 나아질 거예요.”
사주는 인생의 기로에 선 사람들이 보러 온다. 때문에 그들 앞에서는 무엇보다 솔직해야 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고객 앞에서 너무 솔직하게 이야기하다 보니 오신 분들께 큰 실망을 드리기도 합니다. 때문에 욕도 많이 먹어요. 안티도 많고요. 그렇지만 저도 나이를 먹으니 표현을 되도록 부드럽게 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마치 막장 드라마 같은 삶들
이야기를 듣다 보니 김정섭 본인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그는 어떻게 명리학자의 길로 들어섰을까. 그는 대부분의 젊은 시절을 방황하며 보냈다고 한다. 지방을 다니며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로 떠돌아다녔다. 결국 깊은 산속 절로 들어가 승려가 되려 했다.
굴을 파서 집을 만든 암자였다. 그곳에 계신 스님이 주신 좥음양학좦 으로 역학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 그는 다른 이의 사주를 보며 살고 있다.
“그래도 저는 잘 풀린 거죠. 그 스님이 아니셨다면 지금도 방황하는 삶을 살고 있을 겁니다.”
김정섭은 그동안 수많은 사람들의 사주를 보았다. 본인의 인생도 독특하지만 고객 중에는 인간의 상상을 뛰어넘는 사주가 존재한다고 말한다. 어느 날 그를 찾아온 A 여인.
“그분 사주를 풀어본 순간 그냥 가시라고 했어요. 보지 않는 것이 속 편하다고. 그날은 그냥 가셨는데 궁금한지 다시 찾아오셨더라고요. 그래서 풀이대로 말씀드렸죠. ‘이 사주는 결혼하면 안 된다. 첫 번째 남편이 3년 안에 즉사한다. 두 번째 자녀도 떠난다. 그렇지만 당신은 결혼을 했지 않느냐?’ 했더니 그 다음부터는 말을 안 해요.”
A 여인은 이내 속내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그의 말처럼 남편과 자식들을 떠나보낸 후였다. 영업 업무를 하던 남편은 건강에 아무 이상이 없었는데 갑자기 스트레스와 A형 간염으로 사망하고 말았다. 아이도 유산됐다.
“정 인연을 만들고 싶다면 외국으로 가라고 했어요. 전 세계도 음양오행이 있어 음과 양이 바뀌기도 해요. 알고 보니 그 여인은 결혼을 두 번 하셨더군요. 사별한 분을 만나기 전, 외국 유학 시절에 결혼을 한 번 했대요. 외국에서는 부부 사이가 좋았는데 한국에 돌아와 이혼을 했다고 합니다. 사주를 듣고 난 후 호주로 가셨어요. 그런 분이 있더라고요.”
인기로 먹고사는 연예인들도 그를 찾는 단골손님이다. 그는 최근에 사주를 본 여자 탤런트 B에 대한 안타까움을 쏟아내기도 했다.
중년에 이혼을 한 연예인 C 부부. 김정섭은 이들의 사주를 이혼 전에 보았다고 한다. 민감한 사항인 경우에는 연예인 본인이 오기보다 지인을 통해 사주를 본다고 한다.
“C 부부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궁금해한다며 지인께서 사주를 갖고 오셨더군요. C 부부는 정말 친구 같은 부부예요. 보기에는 잉꼬부부지만 실제로는 친구 그 이상은 아니죠. 살더라도 각자 일하며 살아야 해요. 남성보다 여성이 더 세죠.”
결혼 후 서로 불행한 결과를 초래한 연예인 D부부도 결혼 전에 사주를 들고 그를 찾아왔다고. 그 중 한쪽 연예인이 가명으로 활동하던 터라 김정섭은 그들의 이름과 사주를 보고도그들이 연예인인지 몰랐다고 한다.
“궁합이 어떠냐며 누군가 가져왔어요. 상부살이 있어 결혼을 반대했어요. 그러자 얼굴이 하얗게 질리더군요. ‘이미 결혼을 결정했는데 그런 게 어디 있느냐’고 화를 내세요. 그러나 저는 남자의 수명이 결혼 후 길어도 3년은 못 넘긴다고 말했습니다.”
사건이 터지고 나서 그는 자신에게 가져온 사주가 그들이었다는 걸 알았다. 김정섭은 정확한 예측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지만 사주를 맹신하는 것도 그리 좋은 것만은 아니라고 한다.
“가끔 사주를 맹신하는 분들이 계세요. 한 번 믿기 시작하면 대책이 없죠. 뭐든 다 믿으려고 하지 마세요. 그러면 더 힘들어집니다. 제 고객 중에 1주일에 한 번씩 전화를 하는 분이 계세요. ‘오늘 물건을 사러 동대문에 가도 되느냐’고 물어요. 그럼 ‘그냥 가시라’고 하죠.”
인생에는 희로애락이 있다. 사주를 보지 않고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려운 일을 참고 이기며 살아간다. 사주는 앞으로 닥칠 슬프고 화나는 일을 조금이라도 피해보자는 의미에서 보는 것이다. 김정섭은 혹여 사주 풀이를 한 후 좋지 않다는 소리를 듣더라도 실망하지 말고 미리미리 위험에 대비하라는 조언쯤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글 / 이유진 기자 ■사진 / 안진형(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