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온 환경과 집안 분위기의 차이,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요?
작업 과정
1) 문제점 이야기하기
서로가 인식하고 있는 두 사람의 문제에 대해 이야기해보았습니다. 우선 가족 간 친밀감이 높고 왕래가 빈번한 수현씨의 가족과 가족 간 왕래가 뜸하고 조용한 성철씨의 집안 분위기 차이에서 오는 갈등이 표면적으로 드러났습니다. 어렸을 때 아버님을 여의고 그 빈자리를 느끼며 살아온 수현씨는 자연스럽게 성철씨에게 기대하는 점이 많았고, 완벽한 가정을 꿈꿨던 기대가 깨어지며 생긴 실망감이 갈등의 주된 원인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성철씨 역시 결혼 전 긍정적으로만 생각했던 수현씨의 집안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해 당황하고 있었습니다.
2) 각자의 감정을 정의하는 색
이야기하며 다른 점 인식하기
아직 서로에 대해 모르는 게 많은 부부. 특정 감정에 대해 가지고 있는 각자의 이미지를 통해 서로에 대해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우선 ‘기쁘다’라는 감정에 대입되는 색으로 수현씨는 분홍색을, 성철씨는 금색을 골랐고 ‘슬프다’에 대입되는 색으로는 둘 다 검은색을 골랐습니다. ‘화난다’에 대입되는 색으로 수현씨는 파란색을, 성철씨는 빨간색을 골랐습니다. 각자 정의한 색의 차이를 확인하며 서로가 얼마나 다른지 인식하는 작업이었습니다.
한 발자국씩 걸음을 옮겨가며 어렸을 때의 기억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어렸을 적 가장 기뻤던 일에 대해서 수현씨는 주변 사람들에게 똑똑하다는 칭찬을 많이 받았던 기억을 떠올렸고 성철씨는 딱히 떠오르는 기억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슬프거나 두려웠던 기억에 대해서 성철씨는 유치원 때 친구들과 공놀이를 하다 앞집 창문을 깨트렸던 기억을 떠올렸습니다. 수현씨는 초등학교 2학년 때 아빠가 돌아가셨던 일을 떠올렸습니다. 너무 슬펐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고 오랫동안 슬픔에 빠져 있을 수 없었다고 말해 수현씨가 아직 풀지 못한 슬픔의 정체를 알 수 있었습니다. 성철씨가 아내에 대해 꼭 알아야 할 중요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4) 같이 손잡고 걸으며 미래를 생각해보기
부부가 손을 잡고 인생길을 걸으며 두 사람의 미래에 대해 떠올려 보았습니다. 유학을 준비하고 있는 부부는 가까운 시일 내에 미국으로 가 아이도 낳고 각자 공부도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20년 후 자신들의 모습을 상상해보라고 하자 목사님이 될 예정인 성철씨는 크지는 않지만 모두가 즐겁게 기도할 수 있는 개척교회를 이끌고 있을 것 같다고 말했고 특수 교사인 수현씨는 자신의 학문적 신념을 바탕으로 한 사업체를 가지고 있을 것 같다고 했습니다. 두 사람이 그리는 각자의 미래 모습은 상당히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이러한 차이에 대해 두 사람 모두 서로 최대한 서포트하고 조금씩 희생해가며 맞춰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5) ‘선녀와 나무꾼’ 연극하기
수현씨가 선녀, 성철씨가 나무꾼 역을 맡아 ‘선녀와 나무꾼’을 연기했습니다. 수현씨는 자신의 선녀 옷을 가져간 사람은 하찮은 나무꾼이 아닌 왕자님일 거라고 했고 선녀를 집으로 데려간 성철씨는 자신이 왕자님은 아니지만 평생 공주처럼 모시고 살겠다고 선녀를 설득했습니다. 지금 믿을 사람은 당신밖에 없다며 나무꾼과 결혼을 결심한 선녀는 결혼 후 남편을 전국 최고의 나무꾼으로 만들어 더 좋은 집으로 이사도 가고 아이도 낳아 행복하게 잘 살 수 있을 거라고 했습니다. 연극을 하는 내내 두 사람은 행복해 보였지만 시어머니와 시댁 식구는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6) 마무리하기
작업을 마치고 소감을 나누었습니다. 성철씨는 과거 안 좋았던 기억을 그냥 묻어두려 했던 자신을 통해 성찰의 필요성을 느꼈고 결국 스스로를 알아야 다른 사람도 이해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했습니다. 수현씨는 그동안 느껴왔던 자신의 문제에 대해 혼자 참고 인내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했는데 작업을 통해 이제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았다고 했습니다. 성철씨는 수현씨에게 위로의 포옹을, 수현씨는 성철씨에게 격려의 말을 전하며 작업을 마무리했습니다.
솔루션
예쁘고 총명한 신부와 듬직하고 성실한 신랑, 결혼한 지 2주밖에 안 된 부부가 보다 행복한 미래의 삶을 위해 연구소에 들어섰을 때 그 모습이 무척이나 아름다웠습니다. 우선 진심으로 결혼 축하드립니다. 함께하는 세월 속에서 두 분이 소망하는 것들을 하나씩 이루어가기를 바라며 다음과 같은 제안을 합니다.
서로 너무 달라서 끌리셨다고요? 신부의 활달하고 적극적인 성격이, 신랑의 편안하고 품어주는 성격이 자신에게는 없는 부분이어서 마음에 드셨다고요? 첫 만남에서는 서로를 사로잡는 매력적인 요소들이 나중에 ‘성격 차이’라는 이름으로 상처를 만들기도 합니다. 자신에게는 전혀 없는 것 같았던 그 성격은 아마도 미처 발견하지 못한 마음속 창고에 소중히 간직되어 있을 것입니다. 서로를 바라보며 몰랐던 자신의 모습을 찾아가면서 함께 지니세요. 부부들이 사이좋게 늙어가면서 점차 남매처럼 닮아가는 이유는 이처럼 서로의 다른 점을 나누어 공유하기 때문이지요.
2.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부모님 덕분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명심하세요
결혼 후 처음 부딪히는 갈등의 원인은 신랑 신부 당사자들에게도 있지만, 그보다는 서로의 가족 관계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신은 부모 형제라는 가족 안에서 살아온 것이 당연하지만 상대방은 마치 지구상에 홀로 뚝 떨어진 존재처럼 인식되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결혼 초기에 서로의 가족에 대한 이해는 넘어야 하는 큰 산 가운데 하나이지요. 하지만 잊지 마세요. 당신이 사랑하는 그 사람을 낳아주신 부모님이 없었더라면 당신과 만나지 못했을 거라는 사실을. 부모님 덕분에 그 사람이 그 모습으로 당신 앞에 존재하는 것입니다. 부모님 속에는 사랑하는 그 사람이 그대로 들어 있습니다.
3. 서로에게 ‘나무꾼’과 같은 존재임을,
또 서로에게 ‘선녀’와 같은 존재임을 기억하세요
우리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 자신은 선녀이고 그 사람은 나무꾼이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그 사람은 나를 위해 모든 것을 기꺼이 해주고 사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사실 우리 모두는 선녀인 동시에 나무꾼이지요. 누구에게나 주는 것과 받는 것이 공존한다는 것입니다. 한 사람이 선녀일 때는 기꺼이 나무꾼이 되세요. 그러면 당신이 선녀일 때 그 사람은 기꺼이 나무꾼이 될 것입니다. 서로에게 위로와 격려를 해줘야 한다는 것, 잊지 마세요.
4. 지금까지의 삶이 혼자만의 것이었다면,
이제부터의 삶은 두 사람이 공유하는 미래입니다
지금까지 각자 원하는 목표가 뚜렷한 두 사람, 이제부터는 두 사람이 함께 만들어가는 삶이 시작됩니다. 물론 예쁜 아이도 낳겠지요. 아이를 중심으로 하고, 함께 공유하는 미래의 목표를 하나씩 구체적으로 나누어보세요. 궤도 수정이 필요하시다고요? 기꺼이 해야지요. 그 안에는 둘, 아니 셋 혹은 네 사람의 행복이 들어 있거든요. 그렇게 가다 보면 어느새 우리보다 앞선 사람들의 자취를 따라가고 있음을 알게 되고, 이와 동시에 우리 뒤에 오는 사람들을 끌어주는 자신을 보게 될 것입니다.
박미리
용인대학교 연극학과 및 동 대학원 예술치료학과 교수. 연극치료를 통해 여러 갈등 솔루션을 제시하고 있으며 현재 우리의 옛이야기를 토대로 하는 연극치료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가운데 ‘감정 모델 연극치료’라는 새로운 장을 만들어가고 있다.
‘2010 가족 문제 솔루션’이 이번 회를 마지막으로 막을 내립니다. 한 해 동안 많은 관심을 가져주신 참여 가족들과 독자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가족 문제의 해법을 위한 「레이디경향」의 노력은 계속됩니다. 앞으로 더욱더 알찬 기획으로 찾아뵙겠습니다.
■기획&정리 / 노정연 기자 ■사진 / 강은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