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고 사는 것이 이기는 지름길
‘인생해설가’란 직업을 겸업하고 있는 차동엽 신부는 오래전부터 사람의 마음과 지혜의 문제에 천착해왔다. 그 근원은 사제 서품을 받기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대학교에서 공학을 전공하던 학부생 시절, 함석헌 목사의 노자 강의를 들으며 말로 설파될 수 없는, ‘언어를 넘어서는 진정한 진리’에 꽂힌 것. 오랜 세월 고민하고 공부하다 보니 어느 순간 마음길이 보였던 것일까, 「무지개 원리」란 책을 처음 낸다고 했을 때는 모두가 코웃음을 쳤다.
하지만 베스트셀러가 되고 5개국으로 번역 출간되면서 그가 말하는 삶의 원리에 관심을 갖는 이들의 요청이 빗발치고 있다. 지역을 막론하고 1년 동안 강연만 600회 정도 한다니 인터뷰를 위해 짬을 내는 것도 쉽지 않았음을 짐작할 만하다.
“책을 내게 된 계기를 많이 궁금해하시는데, 제가 가만히 보니 요즘 사람들이 너무 표피적이고 전략적인 자기계발을 하더라고요. 그런데 이게 오래가지 못하는 방법인 거죠. 인간이라는 본질에 충실한, 오래가는 자기계발에 대한 안타까움을 갖고 있다가 제가 책을 쓰게 된 겁니다. ‘당신이 가진 인간성에 충실하면 된다’는 메시지가 차별성이 있어서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잠깐 멈춰 서서 왜 달리는지 생각해보자는 이야기가 시의적절했던 거죠.”
작가이기 이전에 성직자여서일까, 그가 말하는 지혜란 시쳇말로 ‘잔머리를 굴리는 것’이 아니라 ‘져주고 사는 것’에 가깝다. 박사 과정까지 수학한 차 신부의 전공은 ‘사목신학’이다. 쉽게 말하자면 신도들을 어떻게 돌보는지를 연구하는 학문인 것. 삶에 대해 천착해온 것도 신도들을 정신적으로 배불리 먹이고자 함인 것이다.
차 신부는 경기도 김포시 고촌면의 한적한 곳에 미래사목연구소를 꾸리고, 목회활동을 지원하는 한편, 관련 잡지를 펴내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런데 연구소가 자리한 부지에 기막힌 사연이 숨어 있다. 청년 시절 서로의 꿈을 나눴던 친구가 있었다. 당시 차동엽 신부는 좋은 일을 많이 하기를, 친구는 돈을 많이 벌기를 원했다. 두 사람은 장래에 서로 도움을 주기로 약속을 했다. 20여 년이나 연락이 끊겼던 친구와 연락이 되어 만나보니, 친구는 몇 차례 실패를 거듭한 끝에 어엿한 중소기업의 사장이 되어 있었다. 20년 전의 약속은 바로 실행에 옮겨졌다. 친구는 현재 연구소 부지를 사고 건물을 지을 수 있도록 거금을 희사했다. 목표를 세우고 또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 지를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는 이야기다.
차 신부의 남다른 정신력을 보여주는 에피소드를 하나 소개한다. 대학 졸업 후 해군 학사 장교로 임관을 받기 위해 악명 높은 훈련을 받던 시절의 일이다. 작은 체구에도 불구하고 ‘차돌이’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성공적으로 훈련을 치러낸 데에는 ‘뇌의 상상력’을 이용한 그만의 비결이 있었다.
“10km 구보를 할 때는 마음속으로 묵주를 굴리면서 기도를 했어요. 그 덕에 힘든 줄도 몰랐지요. 쉬는 시간도 없이 한계 상황으로 내모는 소위 ‘지옥주간’에도 제 몸이 깃털처럼 가볍다고 생각했더니 정말로 몸이 가벼워지더라고요.”
과연 차 신부의 정신력이 남다름을 짐작할 수 있지만, 생각을 관장하는 왼쪽 뇌의 가능성을 이끌어내기 위한 비결도 엿볼 수 있다. 다양한 발상, 희망찬 생각으로 채우기 위해 노력하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한다.
바보와 희망은 누구에게나 있다
“「먹을 수 있는 보석」이란 책을 쓰신 성찬경 선생님은 천진한 표정에 성품도 뛰어난 분이에요. 버려진 쓰레기에서 생명을 찾아내는 안목을 갖고 계시지요. 저희 연구소 후원자들 가운데에도 훌륭한 바보가 많습니다. 누굴 도와줄 형편이 안 되는데도 5년 동안 부은 곗돈을 후원하는 바보가 있어요. 그들을 만날 때마다 양심의 가책을 팍팍 느끼지요. 저는 그런 이름 없는 바보들의 힘으로 세상이 움직인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차동엽 신부는 매일 새벽같이 일어나 책을 읽고 저술 작업에 몰두하고, 시간과 건강이 허락하는 한 더 많은 사람을 만나기 위해 애를 쓴다. 처음에는 책 한 권을 쓰기 위해 엄청나게 많은 메모와 준비 작업이 필요했지만, 점점 책을 쓰는 데 드는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고. 물론 모든 과정을 혼자의 힘만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 자료 조사 과정에서 연구원들의 도움이 큰 힘이 된다.
“박사 과정 시절에는 충실한 메모가 가장 큰 자산이었어요. 그러고 나서는 책 자체를 기억해뒀다가 필요할 때에 꺼내서 쓰는 거지요. 언젠가는 저명한 신학자 칼 라너처럼 다른 책을 인용하지 않고 제 언어만으로 책 한 권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그러기 위해서 평소에 접하는 책이나 사례들을 그때그때 충실히 소화하려는 노력을 합니다. 자연스럽게 제 안에서 흘러나올 수 있도록 말이지요.”
그는 ‘바보스럽게’도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는 일에 많은 시간을 보낸다. 바보는 때로 과대망상으로 보일 만큼 하지 않아도 될 걱정을 하기도 하지만, 이는 오히려 남들이 하지 못하는 일을 해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저는 대통령보다 더 나라의 미래를 걱정해요. 천성적으로 역사를 길고 크게 보는 습관이 있는데 중국과 일본 틈바구니에 끼어 있는 대한민국을 보면 가슴이 답답해져요. 중국이 나날이 약진하고 있는데 이런 상황을 절박하게 느끼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한국에 미래가 있느냐, 이 문제에 골몰해 있는데 저는 낙관적이에요. 그 이유는 우리의 저력이지요. 정신적인 가치로 봤을 때 우리가 동양의 꽃이라고 생각해요. 유교로 봐도 그렇고. 중국이 한국을 깔볼 수가 없어요. 이번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약진하고 있잖아요. 저는 정신력이란 화두로 미래에 지도력을 행사하는 데 도움이 되고 싶어요. 종교 지도자는 곧 정신 지도자라는, 어찌 보면 과대망상적인 고민을 하는 겁니다.”
그의 말처럼, 성공만큼 우리를 성공하게 해주는 것은 없다. 매일 무엇인가를 성공하는 습관을 기르기 위해 매일 성공할 거리를 찾는 습관을 들이면 언젠가는 큰 무엇을 해낼 수 있지 않을까. 삶은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만을 준다는 것을 명심하자.
자신의 유익밖에 보지 못하는 종교가 아니라, 삶의 태도와 가치를 바로 세우고 좋은 에너지를 나눠주는 종교인이라면 쌍수를 들어 환영할 만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 또한 넓게 보면 종교의 사명이 아닐까. 차 신부가 오늘도 바쁜 하루를 보내는 이유다.
잠든 거인을 깨우는 바보 블루칩 우리의 내재된 가능성을 깨우기 위한 상식을 뒤집는 실천적 철학 12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1 상식을 의심하라 상식 외에 다른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늘 염두에 둬야 한다. 상식을 의심하기 시작하는 순간, 우리는 보다 자유롭고 풍요로워질 수 있다. 상식을 뒤집는 가장 좋은 방법 중의 하나는 ‘유머’이다. 2 망상을 품으라 망상을 품지 않으면 실패할 확률은 제로지만, 기적이 일어날 확률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패러다임을 뒤집는 발견들 또한 망상에서 시작되었다. 3 바로 실행하라 실천에 옮기지 않는 망상이야말로 말 그대로 ‘미친 생각’에 불과하다. 바보에게 가장 중요한 순간은 바로 ‘지금’. 그래야 여유도 따라온다. 4 작은 일을 크게 여겨라 지금 눈앞의 한 사람, 한 순간, 한 사안에 온 마음을 싣자. 행복은 흔히 사소한 일에서 발견된다. 평범함 속에서 진주를 찾아내어야 한다. 5 큰일은 작게 여겨라 때로는 커 보이는 일을 작게 보는 것도 필요하다. 결단력이 필요한 순간에 직관을 따를 수 있다면 작은 일에 일희일비하지 않을 것이다. 6 미쳐라 미쳤다는 말을 들을 정도의 열정은 곧 장인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천치가 되지 않고는 아무도 전문가가 될 수 없다”는 말처럼. 7 남의 시선에 매이지 마라 흔들림이 없는 바보야말로 소신을 지키며 내면의 평화를 유지할 수 있다. 제각각 독특하고 고유한 ‘나’를 찾아야 한다. 8 황소걸음으로 가라 느리지만 꾸준하게, 성실한 노력은 경주에서 이기는 방법이다. 화려함보다는 우직한 걸음을 눈여겨보자. 9 충직하라 바보는 죽도록 사랑하고, 변심을 모르고, 약속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지킨다. 충직은 신실, 효, 의리, 충성과 같은 말이기도 하다. 10 투명하라 바보는 동심에서 성장하기를 멈춘 사람이기도 하다. 순진무구한 심상 앞에 사람들은 허를 찔리고, 쉽게 동화된다. 11 아낌없이 나누라 바보는 선하다. 사랑과 나눔을 멈추지 않는다. 나눔으로써 얻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부자다. 12 노상 웃어라 웃음은 환경이 아닌, 마음가짐에 달렸다. 웃음의 묘약은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소중한 무기이다. |
■기획 / 장회정 기자 ■글 / 위성은(객원기자) ■사진 / 이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