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후 엄마와 멀어져만 가는 딸

엄마와 딸의 갈등 솔루션

입시후 엄마와 멀어져만 가는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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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이은지(가명, 29세)
ㆍ“자식 욕심 많았던 엄마와 입시 이후, 갈등의 골이 계속 깊어져”

무뚝뚝한 엄마와 딸
우리는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요? 엄마와 저의 관계가 틀어진 시기를 돌이켜보자니 눈앞이 캄캄해지네요. 초등학교 시절까지만 해도 우리 모녀는 남부러울 게 없는 그런 사이였죠. 물론 어릴 때부터 부모님께 꼬박꼬박 존댓말을 쓴 점이 조금 달랐다면 달랐겠지요. 누구보다 자식을 잘 키우고 싶었던 엄마, 그만큼 욕심도 많았던 분이 바로 우리 엄마예요. 하지만 애정 표현에는 약한 분, 스킨십이나 ‘내 딸’, ‘내 새끼’라는 표현은 절대 입에도 담지 못할 만큼 무뚝뚝한 분이에요. 그런데 중학교 2학년, 열다섯 살 때 엄마와 부딪히는 사건 하나가 생겼답니다.

[엄마와 딸의 갈등 솔루션]입시후 엄마와 멀어져만 가는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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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를 못마땅해하는 엄마
전교 1, 2등을 다투며 학급 임원을 도맡던 모범생인 제가 가장 친하게 지내는 친구는 어른들이 보기에 소위 문제아로 분류되는 아이였어요. 엄마와 선생님들은 저와 제 친구의 관계를 못마땅하게 여기기 시작했지요. 학교와 학원에서는 그 친구를 불러 “은지까지 물들이지 말고 옆에서 떨어지라”는 말도 서슴지 않았고, 급기야 엄마는 그 친구의 엄마가 미안한 마음에 저희 집에 찾아온 날, 제게 작은 물건들을 집어던지고 울분을 토해내시며 그 아이와 놀지 말라며 소리치기까지 했어요.

그날 밤, 그 친구와 단둘이 공원 가로등 밑에 앉아 서로 손을 꽉 잡고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결국 저는 당시 제게 가장 소중했던 친구와 서먹해졌고, 서로를 잃게 되었어요. 그리고 그날의 일은 아직도 지워지지 않는 깊은 상처로 또렷하게 남았지요.

입시로 인해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져
학년이 올라가며 대학 입시에 다가갈수록 엄마의 욕심은 더 커져만 갔어요. 물론 저 역시 엄마의 기대를 저버리거나 실망시켜드리면 안 된다는 생각에 반항 한 번 하지 않고 그냥 하라는 대로, 시키는 대로 공부하고 노력했지요.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성적은 생각만큼 오르지 않았고 그럴수록 엄마의 억압은 더욱 커져만 갔어요.

선생님들은 오히려 학교 운영위원이었던 엄마의 눈치를 더 살폈고, 어느 날에는 제가 가장 존경했던 참교육 선생님이 거액의 돈을 받고 과외를 해주기 위해 밤마다 집에 오시기도 했어요. 그럴수록 저의 반항감은 커지고 공부는 더 싫어졌지요. 그래도 엄마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제게 최면을 걸며 늘 책상 앞에 앉아 있었습니다.

‘그만 살고 싶다’는 생각까지
입시로 인한 엄마와의 갈등으로 ‘그만 살고 싶다’, ‘자유롭게 나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싶다’는 생각을 수백 번도 더 한 것 같아요. 하지만 바보처럼 엄마 말이 다 맞다고 따라갔던 저입니다. 결국 재수까지 했지만 엄마가 바라던 대학, 과에 입학하지 못했어요. 그 후 엄마가 원하는 대학에 못 갔으니, 취업이라도 잘 해야 한다는 보이지 않는 새로운 억압이 시작되었지요.

취업 그리고 남자친구에 대한 압박
엄마와 떨어져 서울에서 대학 생활을 시작했지만 엄마는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제게 전화를 걸 때마다 4년 후의 취업 준비를 지금부터 해야 한다고 종용하셨어요. 숨이 막히기 시작했어요. 다른 집 자식들과 비교하는 것은 죽을 때까지 끝나지 않으려나 보다 생각했어요. 그렇게 시간이 흘러 대학을 졸업하고 저는 지금 직장에 다닌 지 5년이 됐어요. 하지만 아직도 부모님은 제 자리에 만족하지 못하시네요. 이제는 그냥 흘려들을 정도로 단련은 되었지만 말이죠. 그리고 지금은 남자친구와의 진지한 교제도 못마땅해하세요.

다른 집 자식들과의 끊임없는 비교
저는 언제쯤 제 생각과 제 시선으로 온전히 세상을 바라볼 수 있을까요? 물론 어른들의 말, 지나고 보면 틀린 것 하나 없다는 사실 잘 압니다. 하지만 이제는 제가 헤쳐 나가고 싶어요. 행여나 후회를 하더라도 제 선택으로 살고 싶어요. 결혼까지 이어질, 아마 자식을 낳고 사는 동안까지도 평생 이어질 다른 집 자식들과의 비교를 생각하면 숨이 탁탁 막혀요. 이제는 부모님이 저를 좀 내려놓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저는 오히려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한국단기가족치료연구소 어주경 교수가 제안하는 ‘솔루션’
“부모로부터의 심리적인 독립과 사이좋았을 때의 기억을 떠올려 실천하라”


[엄마와 딸의 갈등 솔루션]입시후 엄마와 멀어져만 가는 딸

[엄마와 딸의 갈등 솔루션]입시후 엄마와 멀어져만 가는 딸

1) 엄마와 잘 지내고 싶어 하는 마음을 가져라 글을 읽으면서, 이은지씨가 부모님, 특히 엄마와 이제부터라도 잘 지내고 싶어 한다는 마음을 잘 알 수 있었습니다.

자라오면서 자식을 잘 키우고 싶은 부모님의 무한한 관심으로 인해 중학교 때의 친구 관계나 대학 입시, 현재의 취업과 남자친구와의 관계에 이르기까지 큰 기대를 거는 데 대해 숨이 막힌다고 했는데, 그 안에서 부모님의 관심과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는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엄마의 기대를 저버리거나 실망시키면 안 된다고 생각해 반항하지 않고 시키는 대로 공부를 했고, 엄마 말이 다 옳다고 생각해 따라갔다”고 한 것에서, 중·고등학교 청소년기에도 엄마의 기대를 이해하고 이를 따르기 위해 애썼음을 보았습니다. 그런데도 힘들고 어려웠던 부모님과의 관계에 대한 설명은 한편으로는 그러한 관계가 좀 더 나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 마음이 없다면 불평과 불만 또한 없기 때문입니다.

2) 심리적인 독립도 필요하다 지금 이은지씨는 발달적 관점에서나 생활주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계획하고 실천하는 데 주력하는 성년기 초기에 있습니다. 비록 전통적으로 우리나라 부모들이 자녀가 결혼해 가정을 꾸려 출가하면, 비로소 그때 성인 자녀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물리적으로 한 공간에 거주하거나 경제적 독립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일 때 더 그러합니다. 또 이와 함께 심리적인 독립도 이루어져야 합니다.

‘심리적 독립’이란 말 그대로 부모의 입장에서는 자녀에 대해 내가 돌봐주어야만 생존할 수 있는 어린 존재가 아니라, 자녀 스스로 자신의 일을 할 수 있는 성인이라는 믿음에서 한발 물러나 지켜보고 격려해주는 마음을 갖는 것입니다. 또 자녀의 입장에서는 부모에게 의존적이던 것에서 벗어나, 부모를 존경은 하되 자신의 일과 생활에 있어서 자기주도적인 태도를 갖게 되는 것입니다.

이은지씨는 이미 부모로부터 공간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독립한 상태이기 때문에 물리적으로는 실질적인 독립된 성년기를 걸어가고 있다고 보입니다. 이와 함께 자신의 일과 생활에 있어 보다 확고한 자신감을 갖고 생활하게 된다면, 보다 발전적인 성년기 초기의 발달단계의 과업을 이루어갈 수 있으리라 봅니다.

3) 부모와 잘 지냈을 때를 기억하라 부모님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지나고 보면 틀린 것이 없다”고 했는데, 자식을 잘 키우고 싶었던 엄마의 마음을 알고 있고 또 그러한 마음의 결과에 대해 많은 부분을 인정하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중1 때까지는 남부럽지 않게 친한 모녀 사이로 지냈다고 했는데, 그때는 어떻게 해서 그렇게 지낼 수 있었는지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친한 모녀 사이로 지내는 것은 엄마만의 노력이나 혹은 이은지씨만의 노력으로는 어려운 일입니다. 관계라는 것은 상호작용에 기초합니다. 나의 행동에 상대가 반응하고, 그 반응에 내가 또 반응을 함으로써 관계가 형성되는 것입니다. 이는 상대의 행동에 내가 반응하고, 그 반응에 상대가 또 반응을 함으로써 관계가 형성되는 것과 동일합니다.

따라서 이전에 남부럽지 않은 친한 관계를 위해 이은지씨가 보였던 행동이 어떤 것이었는지 기억해내서, 지금 현재 새롭게 시도해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부모님이 내려놓으면, 이은지씨가 생각한 더 잘하는 행동이 무엇일지 구체적으로 생각해보고, 그걸 먼저 실천에 옮겨보세요. 점차 부모님의 반응도 변해갈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글 / 김민주 기자 ■사진 / 원상희, 경향신문 포토뱅크 ■도움말 / 한국단기가족치료연구소 어주경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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