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이 잘 안 맞았던 엄마
반대하는 결혼… 앞으로 딸 취급 안 하겠다!
당시 거래처를 통해 자주 만나게 된 남자친구와 첫눈에 사랑에 빠졌어요. 하지만 저희 집에서는 ‘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무조건 반대를 했습니다. 그렇게 1년 정도 부모님 몰래 그와의 만남을 계속 이어갔는데, 그와 헤어진 줄 알았던 부모님이 제가 여전히 그를 만나고 있다는 걸 아셨어요. 그날 밤 저는 가위로 긴 생머리를 잘렸고, 방 안에 갇히게 됐죠. 부모님의 막무가내 행동으로 너무 분한 나머지, 저는 그날 부모님이 주무시는 틈을 타 집에서 가출을 했어요.
집을 나와 찾아간 곳은 바로 남자친구의 집이었어요. 당시 남자친구의 부모님은 가출해서 찾아온 저를 흔쾌히 받아들여주셨고, 저는 계속 그 집에 머무르게 됐어요. 그리고 자연스럽게 아이도 생겼죠. 엄마는 제가 임신 6, 7개월이 될 때까지 계속 저를 찾아와서 “아직도 늦지 않았으니, 집으로 가자”고 울면서 매달렸지만, 저는 아이까지 임신한 저에게 그런 말을 하는 엄마를 이해할 수 없었어요.
엄마는 남자친구의 집이 가난하고, 능력이 없기 때문에 앞으로 고생할 것이 뻔하다고 말했지만 저는 그 말을 믿고 싶지 않았어요. 당시에 그 남자를 정말 사랑했거든요. 그런 우여곡절 끝에 결혼식을 올렸고, 저희 부모님은 저에게 “앞으로 딸 취급 안 하겠다”며 연락을 끊으셨죠.
친정집 발길 끊고, 아이까지 홀대
그로부터 거의 7년 동안 저는 친정집에 한 번도 가지 못했어요. 집에 가봤자 부모님이 반겨주지 않았으니까요. 그러다가 동생이 결혼을 하면서 부모님의 마음이 열리셨는지, 집으로 오라고 하셨어요. 그렇게 다시 왕래가 시작됐지만, 저희 부부나 아이에 대한 부모님의 차별은 눈에 띄게 심했어요. 다른 건 다 참아도 제 아이에게 차갑게 대하는 건 정말 싫었어요. 아무리 아이가 어리다고 해도 할머니, 할아버지가 자기를 예뻐하는지 아닌지는 다 알지 않나요? 저 때문에 괜히 죄 없는 우리 아이까지 홀대를 받는다고 생각하니까 속상해서 저도 데리고 가고 싶지 않았죠.
이혼 후에도 무관심하게 방치
그러다가 제가 이혼을 하게 됐어요. 우리 부모님은 “그럴 줄 알았다. 그리고 ***의 자식은 꼴 보기 싫다”며 급기야는 아이를 집에 데리고 오지 말라고 하시더라고요. 아무리 제가 부모님이 반대하는 결혼을 했다고 해도 어떻게 딸한테 그러실 수가 있나요. 그것 때문에 너무 속이 상해서 친정에 발을 끊었죠. 또 얼마 전에는 갑자기 저에게 전화를 하셔서, “그동안 어떻게 살았느냐”, “잘 지내고 있느냐”는 말 한마디 없이 당신 용건만 간단히 말씀하고 끊더라고요. 제가 이혼하고, 아이와 함께 얼마나 힘들게 살고 있는지 전혀 관심도 없는 것 같았어요.
이제 엄마와의 사이는 더 이상 돌이킬 수 없게 된 것 같아요. 아무리 제가 어릴 때 부모님의 말을 안 듣고, 결혼을 했고, ‘이혼’이라는 결과까지 가져왔지만, 그래도 부모 자식 사이에 이렇게까지 모질게 할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아요. 그래도 제가 노력해야 하는 건가요.
한국단기가족치료연구소 어주경 교수가 제안하는 ‘솔루션’ “부모님이 원하는 일 중에 작은 것이라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시도하라” “아무리 제가 어릴 때 부모님의 말을 안 듣고 결혼을 했고, ‘이혼’이라는 결과까지 가져왔지만…”이라는 말에서 부모님의 판단을 따랐더라면 하는 마음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의 생활과 인생에 있어서 부모 자식 간의 좋은 관계가 더 중요한 것이라는 마음도 읽을 수 있었습니다. 2) 부모님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물어봐라 지금 부모님께 “따님과 어떻게 지내고 계시는가? 지금 무언가가 조금 달라지면, 따님과의 사이가 지금보다 더 나아질 수 있을까? 그렇게 하기 위해서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작은 일이 무엇일까?”라고 물어본다면 부모님은 뭐라고 말씀하실 것 같은지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이와 같은 질문을 “지금 무엇이 조금 달라지면, 부모님과의 사이가 지금보다 더 나아질 수 있을까? 그렇게 하기 위해서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작은 일이 무엇일까?”를 나 스스로에게 물어보고, 어떤 답을 할지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만약 부모님이 김민경씨에게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하고 관심을 보인다면, 민경씨는 지금과 다르게 어떻게 반응하고 행동할지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모든 궁극적인 변화에 한 번에 도달하려 한다면, 그건 너무 힘들고 어려운 일이 될 것입니다. 그것을 이루기 위해 오늘 당장, 내가 시도해볼 수 있는 작은 일부터 찾아 시도해보는 것이 시작입니다.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입니다. |
■글 / 김민주 기자 ■사진 / 원상희, 경향신문 포토뱅크 ■도움말 / 한국단기가족치료연구소 어주경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