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하는 결혼 후 남남이 되버린 딸

엄마와 딸의 갈등 솔루션

반대하는 결혼 후 남남이 되버린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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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김민경(가명, 40세, 결혼 13년 차)

성격이 잘 안 맞았던 엄마
[엄마와 딸의 갈등 솔루션]반대하는 결혼 후 남남이 되버린 딸

[엄마와 딸의 갈등 솔루션]반대하는 결혼 후 남남이 되버린 딸

어릴 때부터 유독 엄마와 저는 성격이 잘 맞지 않았어요. 사교적이고 활발했던 저와 보수적인 타입의 엄마는 늘 의견 충돌이 잦았죠. 미니스커트를 입고 싶어도 보수적인 엄마 때문에 가방에 싸가지고 나가서 갈아입었고, 화장도 밖에 나가서 했어요. 저는 “하지 말라”고 억압만 하는 엄마가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또 대학교 때도 메이크업 공부를 위해 외국에 나가고 싶었지만, “여자가 어떻게 혼자 외국에 나가서 공부를 하느냐”며 극구 말려서 결국 하고 싶은 공부도 마음껏 하지 못했죠. 그래도 한국에서 혼자 작은 메이크업 숍을 운영하면서 꽤 높은 매출을 올리며 승승장구하고 있었어요. 그때쯤 만났던 남자친구가 결국 문제의 시작이 됐지요.

반대하는 결혼… 앞으로 딸 취급 안 하겠다!
당시 거래처를 통해 자주 만나게 된 남자친구와 첫눈에 사랑에 빠졌어요. 하지만 저희 집에서는 ‘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무조건 반대를 했습니다. 그렇게 1년 정도 부모님 몰래 그와의 만남을 계속 이어갔는데, 그와 헤어진 줄 알았던 부모님이 제가 여전히 그를 만나고 있다는 걸 아셨어요. 그날 밤 저는 가위로 긴 생머리를 잘렸고, 방 안에 갇히게 됐죠. 부모님의 막무가내 행동으로 너무 분한 나머지, 저는 그날 부모님이 주무시는 틈을 타 집에서 가출을 했어요.

집을 나와 찾아간 곳은 바로 남자친구의 집이었어요. 당시 남자친구의 부모님은 가출해서 찾아온 저를 흔쾌히 받아들여주셨고, 저는 계속 그 집에 머무르게 됐어요. 그리고 자연스럽게 아이도 생겼죠. 엄마는 제가 임신 6, 7개월이 될 때까지 계속 저를 찾아와서 “아직도 늦지 않았으니, 집으로 가자”고 울면서 매달렸지만, 저는 아이까지 임신한 저에게 그런 말을 하는 엄마를 이해할 수 없었어요.

엄마는 남자친구의 집이 가난하고, 능력이 없기 때문에 앞으로 고생할 것이 뻔하다고 말했지만 저는 그 말을 믿고 싶지 않았어요. 당시에 그 남자를 정말 사랑했거든요. 그런 우여곡절 끝에 결혼식을 올렸고, 저희 부모님은 저에게 “앞으로 딸 취급 안 하겠다”며 연락을 끊으셨죠.

친정집 발길 끊고, 아이까지 홀대
그로부터 거의 7년 동안 저는 친정집에 한 번도 가지 못했어요. 집에 가봤자 부모님이 반겨주지 않았으니까요. 그러다가 동생이 결혼을 하면서 부모님의 마음이 열리셨는지, 집으로 오라고 하셨어요. 그렇게 다시 왕래가 시작됐지만, 저희 부부나 아이에 대한 부모님의 차별은 눈에 띄게 심했어요. 다른 건 다 참아도 제 아이에게 차갑게 대하는 건 정말 싫었어요. 아무리 아이가 어리다고 해도 할머니, 할아버지가 자기를 예뻐하는지 아닌지는 다 알지 않나요? 저 때문에 괜히 죄 없는 우리 아이까지 홀대를 받는다고 생각하니까 속상해서 저도 데리고 가고 싶지 않았죠.

이혼 후에도 무관심하게 방치
그러다가 제가 이혼을 하게 됐어요. 우리 부모님은 “그럴 줄 알았다. 그리고 ***의 자식은 꼴 보기 싫다”며 급기야는 아이를 집에 데리고 오지 말라고 하시더라고요. 아무리 제가 부모님이 반대하는 결혼을 했다고 해도 어떻게 딸한테 그러실 수가 있나요. 그것 때문에 너무 속이 상해서 친정에 발을 끊었죠. 또 얼마 전에는 갑자기 저에게 전화를 하셔서, “그동안 어떻게 살았느냐”, “잘 지내고 있느냐”는 말 한마디 없이 당신 용건만 간단히 말씀하고 끊더라고요. 제가 이혼하고, 아이와 함께 얼마나 힘들게 살고 있는지 전혀 관심도 없는 것 같았어요.

이제 엄마와의 사이는 더 이상 돌이킬 수 없게 된 것 같아요. 아무리 제가 어릴 때 부모님의 말을 안 듣고, 결혼을 했고, ‘이혼’이라는 결과까지 가져왔지만, 그래도 부모 자식 사이에 이렇게까지 모질게 할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아요. 그래도 제가 노력해야 하는 건가요.

한국단기가족치료연구소 어주경 교수가 제안하는 ‘솔루션’
“부모님이 원하는 일 중에 작은 것이라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시도하라”

[엄마와 딸의 갈등 솔루션]반대하는 결혼 후 남남이 되버린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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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부모님의 격려와 지지가 필요하다
혼자 아이를 양육하면서 애를 많이 쓰실 거라 생각됩니다. 또 어렵고 힘든 가운데 부모님의 격려와 지지를 바라고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어린 나이에 작은 메이크업 숍을 운영할 정도로 경영에 대한 능력도 있고, 매출도 꽤 높을 정도로 경제에 대한 안목도 있었기에, 오늘날 아이와 함께 부모님의 도움 없이도 지내올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아무리 제가 어릴 때 부모님의 말을 안 듣고 결혼을 했고, ‘이혼’이라는 결과까지 가져왔지만…”이라는 말에서 부모님의 판단을 따랐더라면 하는 마음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의 생활과 인생에 있어서 부모 자식 간의 좋은 관계가 더 중요한 것이라는 마음도 읽을 수 있었습니다.

2) 부모님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물어봐라 지금 부모님께 “따님과 어떻게 지내고 계시는가? 지금 무언가가 조금 달라지면, 따님과의 사이가 지금보다 더 나아질 수 있을까? 그렇게 하기 위해서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작은 일이 무엇일까?”라고 물어본다면 부모님은 뭐라고 말씀하실 것 같은지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이와 같은 질문을 “지금 무엇이 조금 달라지면, 부모님과의 사이가 지금보다 더 나아질 수 있을까? 그렇게 하기 위해서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작은 일이 무엇일까?”를 나 스스로에게 물어보고, 어떤 답을 할지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만약 부모님이 김민경씨에게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하고 관심을 보인다면, 민경씨는 지금과 다르게 어떻게 반응하고 행동할지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모든 궁극적인 변화에 한 번에 도달하려 한다면, 그건 너무 힘들고 어려운 일이 될 것입니다. 그것을 이루기 위해 오늘 당장, 내가 시도해볼 수 있는 작은 일부터 찾아 시도해보는 것이 시작입니다.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입니다.


■글 / 김민주 기자 ■사진 / 원상희, 경향신문 포토뱅크 ■도움말 / 한국단기가족치료연구소 어주경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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