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 파워’ 주부 CEO 한경희

김진세의 인터뷰_긍정의 힘

‘아줌마 파워’ 주부 CEO 한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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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가 만든 스팀청소기’로 화제를 모은 한경희 대표(47)를 인터뷰한 적이 있다. 7년 후 이젠 세계를 상대로 한국 아줌마의 저력을 뽐내고 있는 그녀를 다시 만나 손을 맞잡으니 왠지 모를 뿌듯함이 밀려왔다. 대한민국 대표 주부 CEO ‘한경희생활과학’의 한경희 대표의 성공 스토리는 곧 우리 주부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편집자 주)

[김진세의 인터뷰_긍정의 힘]‘아줌마 파워’ 주부 CEO 한경희

[김진세의 인터뷰_긍정의 힘]‘아줌마 파워’ 주부 CEO 한경희

김진세_ 한경희 대표님께서 그동안 여러 가지 일을 하셨잖아요. 제가 인상적으로 본 기사는 2008년 「월스트리트」 저널이 선정한 ‘주목해야 할 여성 기업인 50인’에 뽑히신 것, 그리고 저희 집에 있는 스탠드형 스팀다리미! 이런 것들이 저한테는 강렬한 이미지로 남아 있어요.

한경희_
네.
김진세_ 이렇게 내내 바쁘게 사시면 개인적인 삶은 어떠실까, 그게 궁금했어요.

한경희_ 우리나라는 아무래도 인간관계를 하고 영업을 하는 데 있어 술자리가 많이 필요한데, 저희 집안 사람들이 워낙 술을 못 마셔요. 저는 다행히 영업을 잘하는 분들을 모실 수가 있었어요. 더군다나 중학교 1학년, 초등학교 5학년 아이들이 있어요. 제가 바쁘니까 저녁은 아이들과 같이하기 어렵더라도 최소한 머리맡에서 책을 읽어주면서 재워주는 게 원칙이에요. 그래서 가급적이면 저녁 약속은 잡지 않고 외부 활동도 거의 안 하고 살았어요. 그러니까 주변에서 신비감에 싸여 있다고…(웃음).

김진세_ (웃음) 워낙 개인적인 외부 활동은 안 하시나봐요.
한경희_ 알려진 거 같긴 한데, 생전 얼굴을 볼 수 없다는 얘기를 많이 듣죠(웃음). 도와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그런 생활이 가능한 게 감사한 일이죠.
김진세_ 엄마 역할은 그렇게 하고 계시고, 아내의 역할도 하셔야 하잖아요. 그건 또 어떻게 하세요?
한경희_ 아유, 애들 일찍 재우잖아요(웃음).

생활이 곧 일, 살림에서 손을 놓을 수 없어
김진세_ 한 대표님께서 처음 스팀청소기를 개발하게 된 동기가 걸레질이 너무 하기 싫어서였다고 들었거든요.
한경희_ 그랬죠.
김진세_ 아무래도 독자 분들은 실제로 한 대표님께서 어떻게 살림을 하는지가 궁금할 거 같아요. 어떠세요? 솔직하게….

한경희_ 저희는 생활이 곧 일이거든요. 무릎 꿇고 청소하는 게 너무 힘들어서 스팀청소기를 개발했고, 쭈그려 앉아 다림질하는 게 고역이라서 스탠드형 스팀다리미를 개발했어요. 그리고 행주나 도마 같은 거 소독하는게 번거로워서 친환경 살균기도 만들었고요. 생활에서 제품이 나오기 때문에 집안일을 하지 않을 수가 없어요. 다만 제가 워낙 출장이 잦다 보니 제 손으로 집안일을 다 하지는 못하죠.
김진세_ 가끔 요리도 하세요?
한경희_ 그럼요. 일주일에 한 번 아이들에게 핫케이크를 해주거든요. 워낙 단 음식을 안 먹이다 보니까 아이들은 핫케이크가 최고로 맛있는 줄 알아요(웃음).

김진세_ 작전이시군요(웃음).
한경희_ 애들은 최고로 맛있는 게 라면, 자장면, 핫케이크예요. 아직은 어리니까요.
김진세_ 아들만 둘 두신 거죠? 아들만 둘이면, 농담처럼 하는 말이 엄마가 예쁘게 시집 와서 깡패처럼 된다고들 하죠(웃음).
한경희_ 맞아요(웃음).
김진세_ 아이들 교육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갖고 계세요?

한경희_ 시어머니가 아들 셋, 딸 둘을 두셨는데 굉장히 엄하게 키우셨어요. 또 다른 사람들에게 자식 자랑도 하지 않지만 허물도 얘기하지 않으세요. 항상 좋은 면, 잘하는 면만 보려고 하시죠. 그 5남매가 하나같이 잘 컸어요. 어느 집에나 자식이 둘이든 셋이든, 적어도 꼭 한 놈은 속을 썩이잖아요(웃음).
김진세_ 그렇죠.
한경희_ 그런데, 정말 그런 자식 없이 모두 잘 키우셨어요. 참 존경할 만한 분이죠. 그래서 저도 애들을 키우면서 잘하는 점을 살리고 격려해주려고 노력해요. 아까 말씀하셨듯이 아들 둘이 있으면 정말 깡패가 되기가 쉬운 환경이에요. 하지만 가능한 한 스스로 알아서 할 수 있게끔 해요. 아직까지는 아이들에게 이야기할 때는 어린아이 대하듯 하게 되지만요.

김진세_ 아무래도 그렇죠.
한경희_ 아직은 어린아이라고 생각해서 뽀뽀도 많이 하는데, 남편은 이제 아이가 중학교 들어갔으니까 털 난 놈한테 그러면 안 된다고(웃음).
김진세_ (웃음)
한경희_ 요즘은 애들이 제가 뽀뽀하려고 하면 천원을 내라고 해요. 뽀뽀를 안 해주려고 하는 거죠. 이제는 좀 그런가 봐요.
김진세_ 어색한가 보죠.

한경희_ 네. 그래도 애들하고는 굉장히 사이가 좋은 편이에요.
김진세_ 아빠는 아이들과 많이 놀아주세요?
한경희_ 제가 엄한 편이라서 아빠가 대신 아이들을 많이 풀어주는 편이에요. 우리나라 아빠들이 그렇잖아요. 강남 엄마들이 그런다면서요? 애가 성공하기 위해서 필요한 세 가지가 엄마의 정보력, 아빠의 무관심, 할아버지의….
김진세_ 재력이요?

한경희_ 네. 정말 그런 것처럼 아빠들은 대체로 ‘좋은 학교 나와봐야 소용없다, 인성이 중요하다’라고들 하잖아요? 제 남편도 공부 잘하는 사람보다는 훌륭한 사람으로 키워야 된다는 생각이 더 커요. 남편은 대체로 애들이 원하는 거 해주고 공부는 제가 시키죠.
김진세_ 사실 아빠 입장에서는 아들들과 노는 게 재밌거든요. 같은 남자니까 보고 배우는 것도 있을 거고요. 그런데 엄마 입장에서는 딸이 없으셔서….
한경희_ 아이들이 워낙 착해서 아직까지는 정말 착하게 클 것 같고, 효도를 할 것만 같은데(웃음), 그래도 딸이 있으면 훨씬 아기자기할 거 같아요.

은근한 고집, 문학소녀 막내딸
김진세_
대표님께서는 어려서 어떤 딸이셨어요?
한경희_ 저는 고집이 셌어요. 오빠가 두 분이 있고, 제가 터울이 좀 있는 막내거든요. 그렇다 보니 오빠끼리는 되게 친해요. 저는 여자고, 나이 차이도 나서 혼자 자라다시피 했죠.
김진세_ 몇 살 차이가 나세요?

[김진세의 인터뷰_긍정의 힘]‘아줌마 파워’ 주부 CEO 한경희

[김진세의 인터뷰_긍정의 힘]‘아줌마 파워’ 주부 CEO 한경희

한경희_ 큰오빠와 다섯 살, 작은오빠와 네 살 차이가 나요. 할머니만 해도 워낙 손자들 위주시잖아요? 제가 좀 세서 그걸 받아들일 수가 없었던 거예요. 그래서 어떻게든지 오빠들과 똑같이 나눠 먹으려 들고(웃음), 똑같은 대우를 받으려고 했죠. 그런 투쟁의식이 있었어요. 그래서 오빠들은 안 맞았는데 저는 고집이 세서 맞고 자랐대요. 엄마 말씀에 의하면 그래요.
김진세_ 타고난 기질이 강하신 거죠?
한경희_ 저 때만 하더라도 여자애들 대부분의 꿈이 신사임당, 현모양처였어요.

김진세_
네. 그럴 만했죠.
한경희_ 그런데 저는 그런 꿈이 없었어요. 독립하고 싶은 생각이 굉장히 강했고, 책을 무척 많이 읽었어요. 고등학교 3학년 입시 앞두고 책을 놓을 때까지 소설, 시 등을 엄청나게 읽으면서 스스로 최고로 잘난 맛에 살았던 거 같아요.
김진세_ 막내딸이면 그러실 수도 있는 게, 워낙 아버지들이 딸에 대해 애틋하잖아요. 제 여동생도 집에서는 완전히 공주였거든요.
한경희_ (웃음).

김진세_ 지금도 그래요. 얼마 전에 가족 모임 자리에서 제가 아버지께 엉겨 붙었더니 제일 싫어하는 게 여동생이에요. 그만큼 부녀지간은 특별하죠. 한 대표님은 아버님과 어떠셨어요?
한경희_ 제 아버지는 조금 괴팍스러우셨어요. 누구도 근접할 수 없는, 누구도 쉽게 말할 수 없는 그런 분이셨거든요. 저도 사실은 아버지와 그렇게 친하지는 않았는데도 모든 사람들이 아버지에게 볼일이 있으면 저한테 먼저 얘기를 했어요(웃음). 집안에서는 그래도 제가 아버지와 제일 친했으니까요. 어머니, 아버지께서 혹 부부싸움을 하시면 제가 항상 중재역할을 했는데, 결론은 꼭 아버지 말이 옳다고 했어요(웃음).

김진세_ 아버지 편을 드셨군요?
한경희_ 네. 아버지 편을 들었죠. 아버지도 저한테는 좀 특별하셨던 거 같긴 한데, 워낙 살가운 분은 아니셨어요. 아버지께서는 선생님이셨는데 하루 세끼를 거의 함께 식사를 했어요.
김진세_ 관사에 사셨어요?
한경희_ 아니요. 발령이 나면 반드시 학교에서 엎어지면 코 닿는 데다가 집을 얻으셨어요. 그래서 항상 식사를 같이할 수 있었죠. 그럴 때마다 아버지께서는 굉장히 많은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김진세_ 아, ‘밥상머리 교육’을 하셨군요.
한경희_ 네. 본인의 경험이나 들은 이야기, 아니면 세상 돌아가는 사정 같은 걸 항상 말씀하셨어요. 어려서는 아버지 말씀이 최고로 옳다고만 생각하다가 머리가 크면서부터는 다른 시각을 가진 사람도 있다는 걸 알게 됐죠. 그러면서 굉장히 반항을 하기도 했어요.
김진세_ 언제였나요?
한경희_ 고등학교 졸업하고 대학교 입학하던 시기였어요. 아버지의 영역으로부터 떠나고자 하는 독립 의지가 굉장히 컸거든요. 어쨌든 식사 때마다 아버지 얘기 들으면서 영향을 많이 받은 건 사실이죠. 그게 가장 큰 교육이었던 거 같아요. 저한테는 정말 중요한 분이죠. 제 삶에 있어서 가장 의미 있는 분이시고.

김진세_ 지금은?
한경희_ 돌아가셨어요. 5년 됐네요.
김진세_ 아, 그럼 어머님은 어떤 분이세요?
한경희_ 굉장히 부지런하세요. 제가 니체의 책을 읽으면서 치열하게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많이 했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보면 어머니의 영향을 많이 받은 거 같아요. 교사 박봉으로 자식 셋을 키우느라 절약이 몸이 밴 분이세요. 그야말로 우리나라 알뜰살뜰 주부의 대명사(웃음).
김진세_ 아까 대학 들어갈 무렵에 아버지에 대한 반발심이 컸다고 하셨잖아요. 사춘기가 늦게 온 건가요?

한경희_ 사춘기라기보다는 그냥 머리가 커가는 과정이랄까요. 특별히 사춘기는 없었던 거 같아요. 그런데 사춘기가 대학 때도 오나요?
김진세_ 올 수 있죠.
한경희_ 아, 그래요? 저는 중·고등학교 때 친구를 많이 사귀기보다는 깊게 사귀고, 워낙 책을 많이 읽었어요. ‘문학소녀’들끼리 어울리곤 했죠. 그때는 시험 앞두고 벼락치기해서 성적을 어지간하게만 유지하면 부모님께서 저한테 신경을 안 쓰셨기 때문에 굉장히 자유롭게 살았던 거 같아요.
김진세_ 2005년에 쓰신 책 내용 중에 아버지께서 과외도 못하게 하셨다는 내용이 있었죠?

한경희_ “과외 안 돼, 독서실 안 돼, 학원 안 돼.”
김진세_ 아닌데, “늦게 자면 안 돼” 아니었어요?
한경희_ (웃음) 아, 맞아요.
김진세_ 그 내용을 읽는 순간, 요즘 애들 말로 ‘포스’라고 하죠? 아버지께서 정말 포스가 강한 분이라는 느낌이 확 들었어요.
한경희_ 저희는 다른 집들도 당연히 그런 줄 알고 살았거든요. 옛날에는 아버지들이 다들 그렇게 보수적이고 엄하셨잖아요?
김진세_ 그럼요. 우리가 예전에 맞았듯이 요즘 애들 그렇게 다루면 다들 집 나간다고 할 거예요(웃음).

한경희_ 한번은 제가 집에 불을 낼 뻔한 적이 있었어요. 평소에는 책을 읽느라 시험기간이면 벼락치기를 해야 했는데, 아버지께서 밤 10시 전에는 무조건 자라고 하셨거든요. 신문지로 유리창을 가리고 촛불 켜놓고 공부하다가 깜빡 잠들었거든요(웃음).
김진세_ 아버님께서는 왜 일찍 자라고 그러셨던 거예요?
한경희_ 아버지께서 평소 잠을 깊이 못 주무셨기 때문에 자식들은 절대 그렇게 되지 말라고 그러셨던 거 같아요. 커서 생각해보니 그래요.
김진세_ 사실은 일찍 자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은 거거든요.
한경희_ 네. 어른이 되어서 보니 그런 뜻이더라고요.

원칙과 자유, 치열한 삶의 길잡이
김진세_ 대학에서는 불문학을 전공하고 졸업 후 바로 스위스로 가셨는데 그것도 나름 목적을 가지고 추진한 일이셨어요?
한경희_ 당시만 해도 해외여행이 자유화되기 전이라 외국에 가고 싶은 열망이 정말 컸어요. 그렇다고 집에서 유학을 보내줄 수 있는 형편도 아니니까 무조건 외국으로 취직해야겠다고 목표를 세우고 국제기구(스위스 로잔의 국제올림픽위원회 본부)에 취직한 거죠.
김진세_ 어렸을 때부터 삶의 목적이 확실하셨네요. 그렇게 목표를 향하는 힘은 어디서 나오나요?
[김진세의 인터뷰_긍정의 힘]‘아줌마 파워’ 주부 CEO 한경희

[김진세의 인터뷰_긍정의 힘]‘아줌마 파워’ 주부 CEO 한경희

한경희_ 주관이 강해서 그런 거 같아요. 고집이 세서(웃음).
김진세_ 나쁜 거 아니에요. 대표님의 기존 인터뷰를 보니 원칙을 강조하는 말씀이 있는가 하면, 삶의 화두가 자유라고 하신 적이 있더군요. ‘원칙’과 ‘자유’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어요. 어쩌면 굉장히 상충될 수 있는 문제이기도 하잖아요.

한경희_ 우리 사회에서 사업가라고 하면 어딘가 떳떳하지 않은 그림자 같은 이미지가 있잖아요?
김진세_ 어떤 의미에서요?
한경희_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번다는 게 뭔가 술수나 부당한 수단이 있을 것만 같은 그런 산뜻하지 않은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그래서 제가 세운 원칙은 기업 활동으로 가치를 창출해서 고객에게 제공하고, 또 사회에 기여하겠다는 거였어요. 원칙에 입각한 경영을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죠. 제 아버지께서 워낙 원칙주의자셨어요.
김진세_ 꼼꼼하시고요?
한경희_ 꼼꼼하기보다는 깐깐하셨죠(웃음). 특히 옳고 그른 것에 대해서요. 당신의 시각에서 옳은 것이 원칙이라는 점을 강조하셔서 저도 은연중에 그걸 삶의 기준으로 삼은 거 같아요. 사업을 하면서 원칙을 더 강조하게 됐고요.
김진세_ 반대쪽에 있을 수도 있고 혹은 같이 간다고 볼 수도 있는 ‘자유’는요?
한경희_ 치열하게 사는 것을 저는 자유라고 표현했어요. 매 순간순간을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서 자신의 삶이 결정되는데, 스스로 만족하고 잘 살았다고 느낄 수 있는 마음의 자유가 궁극적인 자유인 거 같아요. 물론 그렇게 할 수 있으려면 정말 열심히 살아야겠죠.

김진세_ 원칙을 통해서 자유를 얻는다! 그렇게 연결이 되겠군요. 아, 궁금한 게 하나 더 있었어요. 대표님께서 “나에겐 아웃사이더 기질이 있다. 내 인생은 주류 인생이 아니다”라고 말씀하신 적도 있더군요.
한경희_ 아, 그래요?(웃음) 어렸을 때부터 독불장군 같은 이미지가 있었어요. 아마 일반적인 사회에서 요구하는 그런 여성상과는 달랐기 때문에 아웃사이더라고 느끼지 않았을까요?
김진세_ 당시 아웃사이더에 대한 설명을 하시면서 콤플렉스 극복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하셨어요. 어떤 콤플렉스를 가지고 계세요?
한경희_ 콤플렉스야 많죠. 이를테면 저희 집안에서 전 머리가 나쁜 편이었어요(웃음).
김진세_ 네?

[김진세의 인터뷰_긍정의 힘]‘아줌마 파워’ 주부 CEO 한경희

[김진세의 인터뷰_긍정의 힘]‘아줌마 파워’ 주부 CEO 한경희

한경희_ 모델 김동수씨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어요. 우리나라에서는 못생겼다고 해서 외모 콤플렉스가 있었는데 미국에 갔더니 다들 정말 예쁘다고 하더라는 거예요. 덕분에 모델로 성공할 수 있었는데 하여튼 우리나라는 정말 콤플렉스가 많은 환경이잖아요? 여러 분야에 걸쳐서 단일화된 표준을 강조하는 게 너무 많아요.
김진세_ 맞아요.
한경희_ 저희 때만 해도 그런 표준에서 벗어나는 것이 무척 어려웠잖아요. 그 틀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콤플렉스가 되는 세상이었기 때문에 저도 콤플렉스가 많았던 거 같아요. 얼굴도 못생겼지….
김진세_ 아유, 무슨 말씀이세요.
한경희_ 지금은 제가 변장을 했으니까요(웃음).
김진세_ (웃음).

한경희_ 콤플렉스를 극복하려면 자존감과 함께 자신의 삶에 긍지를 가져야 하는데, 그러려면 기존 사회의 기준을 부정해야 하잖아요?
김진세_ 그렇죠.
한경희_ 아이큐가 낮다면, ‘내가 단지 그 테스트에 나오는 문제를 못 풀어서 그런 거지, 다른 면에서는 내 머리가 좋아’라고 생각하는 식으로요. 콤플렉스가 굉장히 많은데 그걸 극복하기 위해서 항상 그런 식으로 나름의 개발을 하는 거예요(웃음).
김진세_ 틀린 말씀이 아니에요. 결국 콤플렉스라고 언급하신 것은, 여러 가지 꽉 짜인 사회에서 다른 모습을 갖기 위해 느꼈던 감정의 다른 표현인 거네요. 저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톨레랑스(관용)라고 생각해요. 나와 다른 사람에 대해 너무들 부정적이잖아요? 거꾸로 이야기하면 조개구이가 히트쳤다고 하면 전국적으로 열광하다가 어느 순간 조개구이집이 싹 사라지는 것처럼요.
한경희_ 그러게요.

김진세_ 대표님의 말씀 참 좋았어요. 우리가 행복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고 이렇게 대화를 나눴는데, 그럼 이쯤에서 대표님께서 생각하시는 행복은 무엇인지 여쭤볼게요.
한경희_ 지금 저에게는 가족과 함께하는 게 가장 큰 기쁨이자 행복인 거 같아요.

1년에 3분의 2, 엄마는 해외 출장 중
김진세_
요즘 대표님께서는 한 달 중 한국에 계시는 날이 며칠 안 될 정도로 해외에 머무는 시간이 많으시잖아요. 외국에서의 생활은 어떠셨어요?
한경희_ 스위스가 처음 가본 외국이었어요. 자그마한 동양여자가 혈혈단신 혼자 살기에는 굉장히 쉽지 않은 환경이었죠. 더군다나 비가 많이 왔어요. 거의 1년 365일 비가 오니까 우울증 걸리겠더라고요. 그래서 당시에 여행을 굉장히 많이 했어요. 주말마다 유레일을 이용해서 다니고, 갈 데 없으면 이탈리아 가고….
김진세_ 갈 데 없으면요?(웃음)
한경희_ 네. 그 2년이 저에게는 황금기였죠. 젊은 시절에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한 거 같아요. 그래서 후회가 없어요. 이후에 미국에 가서는 또 일을 굉장히 많이 했어요. 동시에 학교까지 다녔으니까 나름 굉장히 바쁘게 살았죠.

김진세_
낯선 곳에서 겪을 수 있는 여러 가지 불편함을 이겨낸 적이 있으시잖아요. 사업을 하거나 혹은 생활에서 슬럼프를 겪을 때는 어떻게 하세요?
한경희_ 저는 가족을 포함해 1천 명의 인생을 책임져야 되는 자리에 있다 보니 슬럼프에 빠질 수가 없어요. 항상 최고의 결정을 해야 하고 최선을 다해서 살아야 하니까요. 직원이 한 명이든, 두 명이든 남의 인생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자리이기 때문에 정신적인 슬럼프에 빠질 여유는 없는 거죠.
김진세_ 대표님이 어려울 때는 어떤 것이 힘이 되나요?
한경희_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병이 절망이라고 하잖아요. 사업 초기에 남편이 항상 이런 얘기를 해줬어요. “날 밝기 직전의 새벽이 가장 어둡다”고. 어려운 시기가 너무 오래가니 나중에는 그 말을 듣는 것조차 지겹곤 했는데(웃음), 저한테는 가장 도움이 된 말인 거 같아요.

[김진세의 인터뷰_긍정의 힘]‘아줌마 파워’ 주부 CEO 한경희

[김진세의 인터뷰_긍정의 힘]‘아줌마 파워’ 주부 CEO 한경희

김진세_ 희망이 없으면 살기가 너무 어렵죠. 그렇다면 힘든 일을 겪고 있는 누군가에게 이렇게 하면 극복할 수 있다고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한경희_ 제가 보기엔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고 그 사람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면 극복할 수 있을 거 같아요. ‘내가 이렇게 슬럼프에 빠져서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이면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속상하겠구나’ 하는 생각이요. 궁극적으로는 스스로가 극복해야 하지만 이런 생각을 하는 게 방법이 될 수 있겠죠.
김진세_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한경희_ 가족이죠. 우리나라에서 아이를 낳기 전에는 어른이 아니라고들 하잖아요. 정말 공감하는데, 아이를 낳기 전에는 절대로 세상을 알 수가 없어요. 남자든 여자든 마찬가지일 거예요. 가족에 대한 사랑은 어떤 사랑하고도 비교할 수 없어요.
김진세_ 우리가 현재 생각할 수 있는 가치체계의 가장 상위에 있는 게 가족이죠. 참, 남편 분 이야기 좀 해주세요. 어떤 분이세요?

한경희_ 남편은 어려서부터 별명이 ‘입만 열면 법문’이에요.
김진세_ 법문이요?
한경희_ 시어머니께서 독실한 불교 신자시거든요. 식구들이 모이면 법문을 읊곤 했는데 막내인 제 남편이 특히 ‘입만 열면 법문’이라고 할 정도로 잘 읊었대요. 남편은 지혜가 있고 감각도 있고 현명해서 항상 제가 의지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죠.
김진세_ 이런 질문 많이 들으셨겠지만, 회사에서는 남편께서 대표님을 모시고 있는 상황이잖아요?
한경희_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그동안 외국에 있다가 이번에 본사로 돌아왔는데 연초에 있은 조직 개편을 통해서 남편이 부회장이 됐어요. 저는 그냥 대표이사 사장으로 되어 있어요. 그렇지만 사실 구멍가게에서 회장, 부회장 하는 게 우습잖아요?
김진세_ 아니, 무슨 말씀이세요.
한경희_ 그렇다고 해서 제가 부사장을 하기도 뭐 하고요. 회사의 정체성이 저와 관련이 있다 보니 저는 대표이사 사장을 유지하고, 어쨌든 남편을 제 위에 모시는 게 좋을 거 같아서 그렇게 했어요.

사장님 아내의 슬기로운 해법 찾기
김진세_
혹시 남편과 한 직장에서 근무하는 것이 불편하진 않으세요?
한경희_ 전에는 (전무였던) 남편이 제 아랫사람이었죠.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남자들이 남편에게 스트레스를 줬을 거예요. 제 생각에는 그래요.
김진세_ 제 생각에는 남편 분께서 좋았을 것 같은데요(웃음).
한경희_ 본인도 아마 스트레스를 받았을 법도 한데, 그런 내색을 별로 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우리 부부는 괜찮은데 주변에서 많이 신경 쓰셨죠.
김진세_ 그 문제에 있어서 남편과 일종의 합의를 본 건 없으세요? 외부의 편견에 어떻게 대응하자, 라든가.
한경희_ 위치와 관련해서요?
김진세_ 쉽게 얘기하면, 남편보다 아내가 더 잘나가는 상황이잖아요. 그런 면이 불편함을 줄 수도 있을 텐데 두 분께서는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궁금해서요. 앞으로 그런 부부의 모습이 많이 나타날 텐데 한 대표님의 경우가 해법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한경희_ 무엇보다 아이들을 위해서는 아빠가 주도권을 가진 가정이 잘된다고 생각해요. 남편은 전략적인 측면이 있어서 크게 보는 사람이고, 저는 완벽주의 기질이 있어서 꼼꼼하거든요. 때문에 업무에 있어서도 중요한 결정은 남편의 의견을 듣는 편이에요. 사실 일은 손이 하지만 그렇다고 손이 대장은 아니잖아요. 머리가 대장이지(웃음).
김진세_ 그렇죠.
한경희_ 특히 남자 애들을 키우기 때문에 더 고민한 부분도 있어요. 제가 언론이나 대외적으로 더 알려졌으니까요. 아이들에게 제가 가장으로 보일까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에요. 하여튼 저희는 남편이 무조건 하늘이에요(웃음).
김진세_ 아이들이 “엄마, 누구네 집에 놀러 갔더니 엄마 이름 붙어 있는 스팀청소기가 있어.” 이런 얘기를 할 거 같아요. 엄마에 대한 자부심도 많이 생길 법한데요.
한경희_ 아이들은 굉장히 자랑스러워하고, 또 얘기하고 싶어 하는데 저희가 다른 분들에게 그런 얘기를 나누지 않도록 당부를 해요.
김진세_ 왜요?
한경희_ 밖에서 저는 ‘영철이 엄마’이지, 한경희 사장이 아니기 때문에요. 업무가 아닌 개인적으로 사람을 만날 때면 제가 누군지 알까봐 염려를 하는 편이라 애들한테도 주의를 시켜요.
김진세_ 학교 학부형 회의도 가고 그러세요?
한경희_ 그럼요, 가죠.
김진세_ 요즘도 시어머니, 친정어머니와 같이 사세요?

[김진세의 인터뷰_긍정의 힘]‘아줌마 파워’ 주부 CEO 한경희

[김진세의 인터뷰_긍정의 힘]‘아줌마 파워’ 주부 CEO 한경희

한경희_ 네. 그런데 조만간 아이들 학교 때문에 이사를 가요. 그때는 시어머니만 같이 가실 거 같아요. 또 친정어머니는 지금 살고 있는 동네에서 성당에 다니시는데 친구 분들이 많다 보니 옮기고 싶어 하지 않으셔서요.
김진세_ 이건 주부의 입장에서 제가 생각해본 건데요. 업무에 지쳐서 집에 들어갔는데 댁에 시어머니와 친정어머니가 모두 계시잖아요. 어른들을 모시고 사니까 들어가면 며느리, 딸의 역할을 해야 하는데 그게 갑갑하지는 않으세요?
한경희_ 아니죠. 제가 낯이 좀 두꺼워서(웃음). 사실 시어머니를 어려워하면 못 모시죠. 저는 항상 시어머니를 친정어머니와 똑같이 생각했어요. 시어머니도 워낙 저를 예뻐하셨고 저도 전혀 어려워하지 않았어요. 퇴근 후에는 시어머니 침대에 나란히 누워서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요(웃음).
김진세_ 개인적인 자리에서는 굉장히 귀염성 많고 붙임성 있지 않으세요?
한경희_ 제가 말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다 보니 모르겠어요. 만날 꿔다놓은 보릿자루 같죠.

김진세_ 왜냐하면 막내들이 갖고 있는 귀염성 같은 게 있잖아요?
한경희_ 저는 아니에요. 어려서부터 워낙 아버지께서 엄하게 키우셨거든요. 여섯 살 때인가 저도 예쁜 짓 하겠다고 ‘데데데’ 하면서 혀 짧은 소리를 내봤는데, 욕만 먹고(웃음). 아버지께서 절대 그런 짓 하지 말라고(웃음).
김진세_ 진짜요?(웃음) 어렸을 때는 굉장히 충격이었을 거 같은데요.
한경희_ 저희 아버지는 귀여운 짓을 할 기회를 안 주셨어요(웃음).

전업주부, 움츠러들지 말고 한 우물을 파라
김진세_
이달에 한 대표님을 모시게 된 건, 주부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줄 수 있는 분이라는 믿음이 있어서예요. 사업 전선에 나서는 여성들이 늘고 있는데 그분들을 향한 희망의 메시지를 주셨으면 좋겠어요.
한경희_ 제가 시작할 때만 해도 여자가 사업을 한다는 건 정말 힘들었어요. 정부지원사업자금 신청을 했더니 사업성 평가를 위해서 컨설턴트가 나오셨어요. 그분이 던진 첫마디가 “남편이 대체 무슨 사업을 하다가 부도를 내서 당신이 ‘바지 사장’을 하느냐. 내가 사무실에 들어가서 주민등록번호만 두드리면 다 나오니까 실토해라”였어요. 당시에는 벤처 붐도 일고 있었고, 나름 5급 공무원 출신이라 신용도 있으니 남들보다 쉬울 줄 알았어요. 그런데 담당자들이 모두 남자들이라 스팀청소기의 컨셉트 자체를 이해하지 못했어요. “진공청소기가 있는데 누가 스팀청소기를 사겠느냐”, “엔지니어링에 대한 백그라운드도 없는 여자가 이런 사업을 할 수 있겠느냐” 등등 모든 면에서 저는 낙제 점수를 받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어요.

김진세_ 그래서 한 대표님의 성공이 눈부신 거 아니겠어요?
한경희_ 제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기관장님들이나 관련 부서에 계신 분들께 “우리나라 소비재 구매자의 최소한 50%는 여성이고, 더군다나 우리 제품은 70~80%의 구매자가 여성인데 왜 사업성을 평가하는 사람은 다 남자냐?”는 얘기를 했어요. 남자들은 절대로 여성의 제품을 이해할 수가 없으니까요. 지금은 그래도 많이 좋아진 거 같아요.
김진세_ 여성이기에 갖는 장점도 분명 있죠?
한경희_ 물론 장점도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전업주부라는 위치도 충분히 의미가 있는 거고요. 요즘은 과거보다는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잘 갖춰진 거 같아요. 가능한 한 전문성이 있는 한 분야를 파고들어서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셨으면 좋겠어요. 요즘은 평생 직장이 아니라 평생 커리어라고 하잖아요? 전문가가 되면 결혼하고 잠시 손을 놓았다가도 복귀하는 것이 쉬울 테니까요.

김진세_ 아, 커리어를 관리해라?
한경희_ 네. 물론 아이 낳고 키우다가 다시 시작하려면 어려움이 따르겠죠. 중년에 말단 사원으로 들어가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마음먹고 열심히 하면 충분히 기회가 생길 수 있는 사회가 됐잖아요. 문제는 사람들이 밑바닥부터 시작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건데, 지금의 우리 사회는 변화했어요. 나이에 상관없이 밑바닥에서 시작할 용기와 결단력만 있으면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김진세_ 좋은 말씀이네요. 마지막으로, 한 대표님께서 생각하시는 본인의 긍정의 힘은 무엇일까요?
한경희_ 나에 대한 믿음!
김진세_ 믿음이 강하신 거 같아요.
한경희_ 네.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은 끝까지 해야 된다는, 밀어붙일 수 있는 힘이요.

김진세_ 요즘 두 번째 책을 쓰신다는 얘기 들었어요. 대단한 용기인 거 같아요. 저와 비슷한 연배이신데 벌써 두 번째 자서전을 쓰시는 거 아닌가요?
한경희_ 이번 책은 기업 경영 관련 서적에 가까워요. 어떻게 보면 자기계발서라고도 볼 수 있어요.
김진세_ 저도 요즘 새 책을 마무리 짓느라 바빠서 그 고충을 짐작하겠습니다(웃음). 게다가 대표님께서는 신제품 론칭도 앞두고 계신다고요?
한경희_ 이번에 마그네슘 프라이팬을 선보일 예정이에요. 보통 알루미늄 프라이팬을 쓰는데, 건강에 나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어서요. 미국에서는 제법 알려진 내용이라 녹슨 알루미늄 프라이팬에 음식을 해 드시는 분들을 보면서 걱정을 많이 했어요. 그러던 중 이번에 세계 최초로 마그네슘 성분으로 코팅된 프라이팬을 만들었어요. 올해 주요 프로젝트가 될 거예요.
김진세_ 잘됐네요. 실제로 마그네슘은 불안도 낮춰주고 심리를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어서 스트레스 해소에 좋아요. 일부러 먹기도 하는 성분이니 건강에는 좋을 듯하네요. 그러고 보니 요즘에는 스팀청소기와 스팀다리미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많이 하시더라고요. 화장품도 만드시고요. 정말 여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제품만 만드시는군요?
한경희_ (웃음).

김진세의 에필로그
고집, 나를 향한 믿음

꼭 만나고 싶었다. 여성 기업인, 그것도 애초부터 사업으로 잔뼈가 굵은 것이 아니라 주부의 위치에서 시작한 인물을 연재 초기부터 인터뷰하고 싶었다. 지금까지 만난 많은 인사들도 긍정의 힘을 넘치도록 주었지만, 대다수 독자들과 입장이 같은 주부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그래서 보다 공감할 수 있는 긍정의 힘을 소개하고 싶은 기대 때문이었다.

그렇게 오랫동안 벼르던 끝에 ‘한경희생활과학’의 한경희 대표를 만났다. 자신의 이름을 회사명으로 삼은 주부 기업인, 2008년 「월스트리트 저널」이 선정한 ‘세계를 움직이는 50인의 여성’에 오른 한국 여성, 부모의 유산이 아닌 자신의 힘으로 일군 자수성가형 사업가. 그녀의 힘은 무엇이기에, 주부의 손으로 이토록 크나큰 성과를 이루었을까?

한경희 대표가 가진 힘의 근간은 많은 ‘긍정의 힘’ 인터뷰이들이 그랬듯, 부모로부터 나왔다. 아버지의 ‘원칙주의’와 어머니의 ‘치열한 삶의 자세’가 그것이다. 아버지는 교사로서 평생 꼿꼿한 삶을 사신 분이었다. 막내딸인 그녀는 다른 식구들은 감히 범접하기 어려운 아버지와 가장 친했고, 또 가장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했다. 그래서 그녀의 사업은 원칙으로 시작해서, 원칙으로 인정받고 있다. 평생 교사의 박봉으로 3남매를 훌륭하게 키우신 어머니는 알뜰살뜰 치열하게 사셨다고 했다. 그 치열함에서 딸은 자유에 대한 열망을 소망하게 되었다. 아버지가 그녀의 머리라면 어머니는 몸이었다. 원칙적으로 생각하고 치열하게 사는 그녀 뒤에는 커다란 부모님이 존재하고 있었다.

하지만 직접 만나본 그녀는 원칙주의자들의 전형인 딱딱한 틀이 없었다. 변화가 많은 삶이었다. 해외여행조차 쉽지 않았던 시절,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스위스로 떠났다. 2년 후에는 미국에서 직장생활을 하며 MBA 공부를 병행했다. 다시 고국으로 돌아와서는 공무원 생활을 하다가 어느 날 ‘주부의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사업을 시작했다.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 현모양처가 대세인 시절에 그저 외국에 가보고 싶다는 열망 하나만으로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홀로 먼 이국살이를 거뜬히 이겨낸 힘. 주부의 경험으로 아이디어를 낸 스팀청소기를 만들어내기 위해,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공무원 생활도 과감히 접을 수 있는 힘. 사업을 시작하자, 주위 사람들은 여러 가지 난관에도 그녀를 도왔다. 남편은 물론이고 시댁 어른과 친정 식구 모두 그녀의 사업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이 역시 그녀에 대한 믿음이 강건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며, 그들을 설득했을 그녀 또한 자신에 대한 믿음이 없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자신에 대한 그녀의 믿음은 고집처럼 보이는 때도 있었다. 어릴 적부터 고집이 세서 많이 혼났다고 했다. 대학 시절에는 원칙주의자인 아버지와 반목하기도 했다고 에둘러 말했지만 실은 독립을 위한 그녀의 고집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고집은 남다르다. 오직 자신만이 옳고 타인의 의견은 무시하려는 고집불통과는 다르다. 한경희의 고집은 순수하게 자신을 향한 믿음에서 비롯된다.

아름다운 여성에게서는 향기가 난다. 화려한 여성에게서는 상큼한 시트러스 향이, 자신감 넘치는 여성에게서는 기품 있는 플로럴 향이, 그리고 신비로운 여성에게서는 오리엔탈 향이 느껴진다. CEO 한경희의 향기는 무엇일까? 화려한 경력에 자신감 넘치면서도 문학소녀적 감성의 신비로움까지 있으니…. 강하진 않지만 절대 잊을 수 없는 ‘난향’은 아닐까?

긍정의 힘을 더하는 선물
한경희스팀청소 S(SI-7000)


[김진세의 인터뷰_긍정의 힘]‘아줌마 파워’ 주부 CEO 한경희

[김진세의 인터뷰_긍정의 힘]‘아줌마 파워’ 주부 CEO 한경희

이달 선물은 아주 특별합니다. 예전에는 책, 가끔은 음반을 선물했는데 이번에는 전혀 다른 것입니다. 뭐, 인터뷰를 슬쩍 보기만 해도 ‘어떤 선물일 것이다’라고 짐작하신 분들도 계실 겁니다.

선물할 책이 없어서 컨셉트가 바뀐 것은 아니란 것은 아시지요? 긍정의 에너지를 가진 여느 주인공들처럼, 한경희 대표도 「청소 안 하는 여자」라는 재미있는 책을 낸 적이 있습니다. 또 조만간 자기계발서 유형의 새로운 책도 나오고요. 그럼에도 스팀청소기를 선물하기로 한 이유가 있습니다. 그녀의 얼굴은 몰라도 한 집 건너 하나씩은 있다는 스팀청소기는 아주 특별한 물건이기 때문입니다. 한 대표의 꿈, 희망, 고집, 원칙, 자유 등 모든 긍정의 힘을 담고 있습니다. 좌절을 물리친 긍정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죠.

기회만 된다면 자동차 제조사나 아파트 건설사 대표님 인터뷰도 하고 싶습니다. 만약 성사만 된다면 독자 여러분께…. 긍정의 힘을 보태는 선물, 앞으로도 기대되시죠?

*김진세의 인터뷰 _ 긍정의 힘 한경희 편을 읽고 애독자 엽서에 소감을 적어 보내주시는 독자 중 2분을 선정해 ‘한경희스팀청소 S(SI-7000)’ 제품을 보내드립니다.

한경희 대표는…
걸레질을 하기 힘들어 떠올린 스팀청소기로 연 매출 1천억원이 넘는 기업을 일군 대표 여성 경영인. 이화여대 불문과 졸업 후 스위스 로잔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본부 근무,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원 MBA 과정 이수, 교육행정사무관 근무라는 화려한 이력보다 지금의 그녀를 있게 한 것은 ‘주부’라는 생활의 프리미엄이다. 2007년 미국에 진출한 ‘한경희생활과학’은 2009년 최대 홈쇼핑사인 QVC를 통해 스팀청소기 판매 신기록을 달성하며 중국, 일본, 유럽으로 영역을 넓혔다. 1년에 3분의 2는 해외 출장으로 바쁜 와중에도 가족과 함께하는 것을 최고의 기쁨으로 꼽는 한 대표는 건강 가전제품, 화장품, 주방용품 등 여자라서 더 잘 만들 수 있는 제품 개발에 여념이 없다.

[김진세의 인터뷰_긍정의 힘]‘아줌마 파워’ 주부 CEO 한경희

[김진세의 인터뷰_긍정의 힘]‘아줌마 파워’ 주부 CEO 한경희

김진세 박사는…
여자보다 더 여자 마음을 잘 아는 여성 심리 전문가로 유명한 정신과 전문의. 파리6대학의과대학에서 메조테라피 학위를 받은 뒤 모교인 고려대에서 강의 중이며, 고려제일신경정신과에서 일상의 스트레스에 지친 이들을 위한 상담을 하고 있다. 상대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취미이자 특기인 그의 또 다른 재주는 글쓰기. 다년간 여러 매체에 메디컬 칼럼을 써왔으며 노숙자의 자립을 위한 잡지 「빅이슈」에 ‘김진세의 Love Myself’를 연재하고 있다. 「마흔의 심리학」(공저), 역서「뜨겁게 사랑하거나 쿨하게 떠나거나」 외 고민 많은 20대 여성에게 보내는 세심한 위로를 담은 「심리학 초콜릿」, 행복한 시작을 위한 심리학 처방 「스타트 신드롬」을 썼다. 트위터 @yourden.

“사업 초기 남편이 ‘날 밝기 직전의 새벽이 가장 어둡다’고 했어요. 어려운 시기가 너무 오래 지속되니 그 말을 듣는 게 지겨웠는데, 저한테는 가장 도움이 된 말인 거 같아요”

■기획&정리 / 장회정 기자 ■사진 / 이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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