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kg에서 95kg으로, 신용칠씨의 눈물겨운 다이어트 사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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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20년 동안 방 안에서만 살았는데…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느낌이에요”

122kg의 엄마가 침대에서 좀처럼 내려오질 않는다. 밥도 침대에서 먹는다. 거실까지 걸어서 나오는 건 1년에 한 번 있는 연중행사다. 곧 있을 딸의 상견례에는 큰어머니나 이모를 대신 참석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었다. 이런 엄마를 보다 못한, 딸은 ‘초고도비만 엄마’를 세상 밖으로 끌어내기 위해 굳은 결심을 하게 됐다.

122kg에서 95kg으로, 신용칠씨의 눈물겨운 다이어트 사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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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보낸 눈물의 편지가 만들어낸 기적
약 3개월전, 122kg의 초고도비만 엄마 신용칠씨(55)를 세상 밖으로 끌어내야겠다는 생각을 한 사람은, 둘째 딸 유소영씨(29)다. 올 5, 6월께 오랫동안 교제해온 남자친구 부모님과의 상견례를 앞두고 있는 그녀. 하지만 엄마는 혼자서 열 발자국도 걷기 힘든 초고도비만 환자다. 하루 종일 침대에만 누워 있으며, 밥도 침대에서 먹는다. 방 안에 있는 화장실만 겨우 다닐 뿐, 혼자서 방 밖으로 나오는 일은 드물다. 엄마는 그렇게 무려 20년이나 살아왔다.

때문에 엄마는 조만간 있을 소영씨 남자친구 부모님을 만나는 자리에 큰어머니나 이모를 대신 참석하게 할 참이다. 이런 엄마를 보고 있던 소영씨는 참을 수 없는 짜증과 우울함을 느껴 눈물을 흘리며 방송국에 편지를 썼다. “저에게 엄마가 없는 것도 아닌데 남들한테 비웃음 받기 싫고, 창피하다고 큰어머니께 상견례를 대신 가라니요. 이런 현실이 정말 짜증이 나서 울면서 방송국에 사연을 보냈죠.”

사연을 접수한 MBC-TV ‘기분 좋은날’ 제작팀은 신용칠씨와 가족에게 “트레이너와 함께 계획적인 다이어트를 해보자”고 제안했고, 가족은 뜻밖의 선물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문제는 ‘엄마가 과연 이 도전을 해낼 수 있겠냐’는 것이었다.

신용칠씨는 “딸이 방송국에 사연을 보내서 전문 트레이너께 운동을 배울 수 있게 됐다고 하는데,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죠. 딸들의 성화에 하는 수 없이 따라나서기는 했는데, 몇 번을 포기하려고 했어요. 너무 힘들어서 매일 아이처럼 큰 소리로 울었어요.”

육중한 몸으로 스스로 열 발자국도 걸은 적이 없는 신용칠씨. 처음 운동을 시작하고는 걸음마부터 배워야 했다. 처음에는 세 발자국을 떼고는 힘들어서 주저앉기 일쑤였다. 하지만 트레이너와 주변 사람들의 끊임없는 격려 덕분에 일어나서 걸었다. 이런 엄마를 보며 딸들은 엄마가 운동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122kg일 때 둘째 딸이 찍어준 사진(왼쪽).
결혼 초의 날씬했던 모습.

122kg일 때 둘째 딸이 찍어준 사진(왼쪽). 결혼 초의 날씬했던 모습.

큰딸 유영주씨(31)는 “속으로는 ‘설마, 엄마가 끝까지 할 수 있겠어’라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다”며 “하지만 그래도 엄마한테 ‘두 딸들 시집갈 때 결혼식장에는 가봐야지’라고 격려를 하면서 엄마에게 파이팅을 외쳤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정말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운동 시작 후 7주 만에 무려 23kg을 감량한 것. 그리고 처음과는 달리 이제는 웃으면서 걸어 다닐 수 있게 됐다. 딸이 눈물로 쓴 편지가 만들어낸, 기적 같은 일이었다.

“방송 후, 많은 사람들이 절 알아보시는 거예요. 시장이나 마트에 가면 모르는 사람들이 저를 알아보시고는 ‘살이 많이 빠졌다. 열심히 하라’고 격려도 해주시고, 칭찬도 해주세요. 20년 동안 방 안에만 갇혀서 세상과 단절된 채 혼자 살아왔던 저를 ‘스타’처럼 알아봐주시니 정말 기분이 좋은 거예요. 그동안은 우울증까지 겹쳐서 잔뜩 인상을 쓰고 살았는데, 이제는 그 우울증도 싹 없어졌어요.”

가족간에 웃음과 대화가 생겼다
방송에 출연하고 살이 빠진 뒤 많은 것들이 변했다. 일단 고질적으로 그녀를 괴롭히던 ‘통증’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동안 통증 때문에 움직이지 못하고 살았던 20년의 세월이 아깝기만 하다.

신용칠씨가 처음 살이 찌기 시작한 건, 20년 전이다. 척추와 자궁이 좋지 않아 수술을 한 후 그동안 해오던 음식 장사 때문에 제대로 운동을 하지 않고, 하루 종일 가게에 앉아 있었던 게 화근이었다. 수술 후에도 계속 통증에 시달렸는데, 운동을 하지 않고 약만 먹으면서 참았다. 그러다가 어느 날부터 뼈가 으스러지는 것 같은 통증이 찾아왔다. 정말 참기 힘들었다. 그 통증 때문에 앉지도 서지도 못하고 침대에 누워 있는 생활이 시작됐고, 유일한 낙인 먹는 걸로 세월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인터뷰를 위해 스튜디오를 찾은 신용칠·유재완 부부와 두딸 유영주·유소영씨의 즐거웠던 사진촬영 모습.

인터뷰를 위해 스튜디오를 찾은 신용칠·유재완 부부와 두딸 유영주·유소영씨의 즐거웠던 사진촬영 모습.

“제 키가 153cm인데, 가장 심할 때는 140kg까지 나간 적이 있어요. 그때는 거의 인생을 포기했었고, 너무 아파서 죽으려고 몇 번이나 결심을 했는지 몰라요. 그런데 신기한 건 살이 빠지니까 그 지독했던 통증이 사라졌다는 거예요. 통증이 없으니까 이제야 사는 것 같아요. 살이 더 빠지면 지금보다 더 괜찮아질 거라니까 열심히 더 빼야죠.”

방송에 출연하기 전까지는 가족 중 아무도 신씨에게 ‘운동’을 권유할 생각을 못했다. 체중이 너무 많이 나갔고, 아예 걷는 것조차 불가능했기 때문에 운동을 통해서 살을 뺀다는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던 것이다. 유소영씨는 “방송국에 사연을 보낼 때도 ‘지방 흡입으로 살을 빼면 어떨까요’라고 제안했다”며 “하지만 방송국에서 여러 방면으로 알아본 결과 운동으로 살을 빼는 게 가장 효과가 좋다고 권유해, 그때서야 운동이 가능하다는 걸 알았다”고 말했다.

다이어트를 하고 난 뒤 신용칠씨에게 달라진 두 번째 변화는 ‘삶에 열정이 생겼다는 것’이다. 건조했던 부부 사이에도 열정이 생겼고, 단절됐던 가족간에도 대화를 하게 됐다. 그 전보다 서로 모여서 이야기하는 시간이 많아졌고, 웃는 시간도 많아졌다. 신용칠씨는 “요즘은 내가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딸의 상견례와 결혼식, 꼭 참석하겠다!”
20년 동안 침대에만 누워 생활한 아내를 대신해 모든 집안 살림과 병 수발을 해온 남편 유재완씨(58)의 고충은 이루 말하기 힘들 정도다. 어릴 때부 그런 아버지의 모습을 봐온 유영주, 유소영 자매는 “아빠가 집안일을 하고, 학교 행사에 참석하는 게 당연한 줄 알았다”고 말했다.

“다른 집들과는 완전히 달랐죠. 아빠가 엄마 역할을 대신했으니까요. 딸들 운동회나 졸업식에 꼭 오셨어요. 어릴 때는 친구들이 너희는 ‘엄마가 없냐’고 물어보기도 해서 상처를 받기도 했고, 엄마의 역할이 절실했던 청소년기에는 속상한 마음에 엄마를 원망한 적이 많았죠.”

공무원인 유재완씨는 딸들이 보기에도 대단할 정도로 가정에 충실했다.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청소하고 빨래를 한 뒤 저녁 식사를 만들었다. 그리고 아픈 아내를 위해 침대까지 밥을 가져다주고, 아내가 비타민을 먹어야 한다며 매일 과일을 사다놓았다. 또 거동이 불편한 아내의 목욕과 기타 수발은 모두 남편인 유재완씨의 몫이었다. “아내가 아픈데 어떻게 하겠어요. 내가 해야지”라고 말하는 참 착한 남편이자 아버지다.

하지만 아내가 아파서 침대 생활을 시작할 무렵, 유재완씨도 중풍으로 하반신에 마비가 오면서 가족 전체에 위기가 오기도 했다.

“당시에는 병원비가 한 달에 1백50만원씩 들어갔고, 그로 인해 생활비가 부족해서 고생을 많이 했어요. 오죽하면 ‘가족이 모두 죽어버릴까’라는 생각을 했겠어요.”

다행히 유재완씨의 중풍은 기적처럼 3개월 만에 나았고, 지금은 99% 정상인과 똑같은 상태다.

유재완씨는 “아내가 다시 일어서다니 꿈만 같고 20년 동안 고생한 보람이 있다. 앞으로도 지금처럼만 가족이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다”라며 얼굴에 환한 웃음을 지었다.

유소영씨는 무엇보다 아빠가 행복해져서 기쁘다.
“평소 언니와 아빠에 대해 많은 대화를 했어요. 아빠가 언제까지 저렇게 엄마의 수발을 들으면서 살아야 하는지 안타까웠거든요. 아빠가 당신 생활을 포기하면서 사는 게 무척 속상했어요. 하지만 이제는 아빠도 자신의 인생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유재완씨는 “결혼해서 아내와 신혼여행을 못 갔다는데 소원이 있다면 아내의 몸이 좀 더 좋아져 신혼여행을 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122kg에서 95kg으로, 신용칠씨의 눈물겨운 다이어트 사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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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칠씨는 “지난 20년 동안 못해본 많은 것들을 해보고 싶다. 예쁜 옷을 사 입고 자신 있게 돌아다니고 싶고, 자신이 받은 관심과 격려를 다른 사람에게도 꼭 전해주고 싶다”며 운동 전도사로 나설 계획임을 밝혔다.

유소영, 유영주 자매는 “지금처럼 엄마가 열심히 운동을 하고, 마음도 강해져서 두 딸이 시집갈 때 꼭 예쁜 한복을 입고, 엄마의 자리에 앉아 계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딸의 이 같은 바람에 신용칠씨는 “조만간 있을 작은딸의 상견례에는 꼭 가겠다”면서 “지금보다 더 날씬해진 모습으로 나가서 우리 딸의 기를 확 살려줄 테니, 기대해도 좋다”고 자신만만한 웃음을 지었다. 방송 이후 계속 다이어트를 해온 신용칠씨의 현재 몸무게는 95kg이다. 하지만 앞으로 80kg까지 빼는 게 첫 번째 목표고, 최종 목표는 60kg까지 빼는 것이다. 시작이 반이라고, 다이어트에 성공했더니 이제는 살 빼는 게 두렵지가 않다는 신용칠씨. 가족의 노력으로 20년 만에 다시 찾은 이들의 행복한 웃음소리가 스튜디오가 떠나갈 듯 유쾌하기만 하다.


초고도비만 신용칠씨의 다이어트 비법
(1)가족이 함께 운동을 시작했다
초고도비만 환자는 운동을 권해도 하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가족이 말만 할 것이 아니라 함께해줘야 한다. 함께 걷거나 윗몸일으키기부터 하면 차츰 스스로 혼자 운동을 시작하게 된다. 신용칠씨는 집에서도 늘 남편, 딸들과 함께 윗몸일으키기를 했다.

(2)가족이 꾸준히 칭찬을 했다 혼자 운동을 하는 건 정말 지겹고 힘든 일이다. 특히 초고도비만 환자라면 정도가 더 심할 수 있다. 이럴 경우 가족이 항상 전화를 걸어 따뜻한 격려의 말이나 칭찬을 해주고, 혼자 힘들게 운동하는 것이 아님을 느끼게 해준다.

(3)무조건 강요하지 않았다 환자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채 무조건 운동을 강요하는 것은 역효과를 내기 쉽다. 그런 경우 오히려 “운동 힘들면 그만하자”, “그냥 옛날처럼 다시 초고도비만 환자로 방에서만 살자”고 강하게 나간다. 그럼, 다시 운동을 해야 할 필요성을 느낄 수 있다.

(4)남편과 자식의 애정 표현이 중요하다 가족에게 버림받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아무것도 할 힘이 생기지 않는다. 스킨십과 “사랑해”라는 애정 표현은 초고도비만 환자에게도 무척 힘이 되는 말이다.

(5)하루에 6시간씩 운동했다 신용칠씨는 오전에 3시간, 오후에 3시간 총 하루에 6시간을 운동했다. 걷기, 조깅, 윗몸일으키기, 웨이트트레이닝, 스트레칭 등을 꾸준히 반복했다.

(6)식이요법을 철저하게 했다 과거에는 하루 종일 밥 한 솥을 다 먹어치웠던 신용칠씨. 하지만 운동을 시작하면서 샐러드와 닭가슴살로 먹는 양을 대폭 줄였다. 살이 빠지는 게 눈에 보였기 때문에 먹는 것도 즐겁게 줄일 수 있었다. 다행히 채소와 닭가슴살이 입맛에 잘 맞았다. 이와 함께 하루에 물 2L도 챙겨 먹었다.


■글 / 김민주 기자 ■사진 / 이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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