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MS야구단은?
“우리 야구단과 「레이디경향」은 같은 달에 태어났네요. 같이 생일 축하할까요?” 우리나라에 정식 여자 야구 실업팀이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그 어떤 응원도, 지원도 미미한 이 척박한 현실 속에서도 그저 ‘야구가 좋다’는 마음 하나만으로 달려 온 이들이 있다. 지난 2010년 4월 창단한 CMS야구단이 바로 그 주인공. 야구단의 주축 멤버로 활약하고 있는 강나연(33), 김기홍(30), 김원정(25), 이수정(22), 조희영(37) 선수는 국내 최초의 여자 야구 실업팀 단원이라는 사실이 그 무엇보다도 자랑스럽다.
사실 국내 여자 야구의 역사는 길지 않다. 여성의 스포츠 활동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과 ‘야구는 남성들의 전유물’이라는 인식 때문에 제대로 된 날개를 펼쳐지 못하고 ‘그들만의 리그’로만 운영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2007년 여자야구연맹이 출범하고 전국 규모 대회도 꾸준히 열리면서 여자 야구도 점차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그리고 여자 야구 선수들의 열정과 가능성을 믿고 미래를 위한 과감한 결심을 한 기업이 나타나면서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여자 야구 실업팀 탄생이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
“저희가 야구를 한다고 하면 ‘소프트볼 팀이죠?’라고 묻는 분들이 대부분이에요. 그런데 운동장에서 저희가 연습하는 모습을 지켜본 뒤에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요. 저희는 여느 남자팀 못지않게 운동 하거든요. 연습장에서 나가라고 할 때까지 지쳐 쓰러질 만큼 열심히 해요.”
이들을 이토록 ‘지독하게’ 만드는 것은 다름 아닌 야구에 대한 뜨거운 ‘열정’이다. 나이도, 이력도 제각각인 선수들이지만 그라운드 위에서의 눈빛만큼은 하나같이 반짝반짝 빛난다. 가정주부, 학생, 회사원 등 각자 ‘생업’이 있기 때문에 주말밖에 훈련할 수 없다는 점이 그저 아쉬울 뿐이다.
“주말에 야구를 하기 위해 오히려 평일에 컨디션 관리를 하고 있어요(웃음). 가끔 회사 일이 바빠서 운동하러 가지 못하면 무척 속상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조바심이 나요.”
선수들은 배트에 공이 잘 맞았을 때의 경쾌함, 마운드 위에서 숨을 고른 뒤 투구 자세를 취할 때의 긴장감, 전속력으로 뛰어 다이빙 캐치를 성공시킬 때의 짜릿함 등 야구의 매력은 무궁무진하다고 말한다. 그 희열을 알기에 앞으로도 쭉 야구공을 놓지 않을 거라고.
이들의 목표는 최초 실업팀으로서 여자 야구의 희망을 꽃피우는 옹골찬 씨앗이 되는 것이다. 언젠가 팬들의 함성으로 운동장이 가득 채워지고, 선수들이 야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도록 말이다.
그녀들이 말하는 여성의 힘
“물리적인 힘은 남자보다 여자가 약하지만 그런 면이 오히려 여성들을 더 강하게 만든 원동력이 된 것 같아요. 야구에서만 보더라도 저희들은 ‘남성들이 먼저 만들어놓은 영역에서 더욱 노력하고 발전해야 한다’는 목표가 있기 때문에 더 열심히 연습하게 되고 거기서 오는 만족도 커요. 또, ‘힘’ 대신 세밀하고 깊이 있는 전술을 담죠.”
여성지 「레이디경향」에 바란다
“「레이디경향」은 인물 인터뷰에서부터 각종 정보까지, 다양한 분야의 내용이 담겨서 지루하지 않고 편하게 읽을 수 있어요. 앞으로는 연예인이나 유명한 사람들의 화려한 모습도 좋지만 우리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의 소소하고 따뜻한 이야기를 더 많이 담아줬으면 해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배울 점이 있는 사람들, 아름다운 풍경들을요. 29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꾸준히 좋은 모습을 이어온 것처럼 앞으로 더 오랫동안 좋은 잡지로 남아줄 거라 믿어요.”
■글 / 이연우 기자 ■사진 / 이성원 ■헤어&메이크업 / 김석, 최영규&박은진, 정은희(칼라빈헤어퍼포먼스, 02-515-5888) ■의상 협찬 / 보라 코리아(02-522-6025), 왓아이원트(02-547-5925), 미소페(02-542-05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