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사업가 이수영 vs 재미교포 판사 정범진 이혼 소송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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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영씨는 자신이 대표로 있던 게임 업체의 코스닥 상장으로 수백억원대 주식을 보유해 ‘벤처 신데렐라’로 불린 여성 벤처 사업가다. 재미교포 정범진씨는 중증 장애를 극복하고 뉴욕 최연소 부장검사가 된 의지의 한국인으로 화제를 모았다. 두 사람은 지난 2004년 서울과 뉴욕을 오가는 마라톤 연애 끝에 결혼에 성공해 많은 사람들로부터 축복을 받았다. 그 후 7년이 지난 올 6월, 갑자기 두 사람의 이혼 소식이 들려왔다. 과연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벤처 사업가 이수영 vs 재미교포 판사 정범진 이혼 소송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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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영 대표&정범진 판사
만남에서 결혼까지

이수영씨(46)는 2000년부터 게임 업체 웹젠을 시작으로 이젠, 마이클럽닷컴, 비스킷소프트 등 다수의 인터넷 업체를 운영해온 여성 벤처사업가다. 현재는 굿맨엔터테인먼트라는 게임회사의 대표직을 맡고 있다. 그녀는 자신이 대표로 재직 중인 회사를 코스닥에 상장시키며 5백억원대의 주식갑부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게다가 미혼의 발레리나 출신이란 이력으로 더욱 이슈가 되었다.

정범진씨(44) 역시 화제의 인물이었다. 미국 조지워싱턴 대학교 재학 중 교통사고로 전신이 마비됐으나 장애를 이기고 뉴욕 최연소 부장검사가 된 성공 스토리가 공개되었기 때문이다(현재는 뉴욕시 형사법원 판사로 재직 중이다). 그는 국내 각종 토크쇼에 출연해 장애를 딛고 성공한 의지의 한국인으로 이름을 알렸다.

당시 공개된 매스컴 기사에 의하면 두 사람의 만남은 정범진씨의 방송을 본 이수영씨의 호감으로 시작됐다고 한다. 그녀가 정씨에게 이메일을 보내 답장을 주고받았고 이후 비행기를 타고 뉴욕으로 건너가면서 만남이 이뤄졌다는 것. 두 사람은 1년 남짓 데이트를 했고 결혼을 약속하게 됐다. 그러나 결혼을 4개월을 앞두고 위기를 겪기도 했다.

당시 국내에서 발행되는 모 주간지를 통해 이수영씨의 과거 결혼한 사실과 숨겨둔 아들의 존재가 밝혀졌기 때문이다. 당시 그녀는 「레이디경향」과의 인터뷰를 통해 “난 한 번도 결혼을 한 적이 없다든가, 처녀라고 표현한 적이 없다. 다만 남편도 없고 아이도 같이 살고 있지 않으니 혼자 산다는 표현을 했을 뿐이다”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정씨 역시 “그녀의 일은 마치 내가 사고를 당했던 것처럼, 의지와 상관없이 일어난 일”이라고 하며 이씨를 두둔했다. 그렇게 이씨의 과거사는 일단락이 됐고 두 사람은 2004년 10월, 가족과 친지를 초청해 하와이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결혼 후 두 사람은 당시 줄기세포 연구로 이름을 날리던 황우석 박사를 찾아가 정범진씨의 하반신 마비 치료와 그들의 2세에 관한 상담을 하기도 했다. 나아가 이수영씨는 ‘연구치료 목적 난자 기증을 지원하기 위한 모임’의 이사장을 역임할 만큼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정범진씨도 이수영씨를 만나기 위해 뉴욕에서 불편한 몸을 이끌고 한국을 방문해 애정을 과시하기도 했다. 이렇게 서로의 약점까지 감싸며 이룬 사랑은 영원할 것만 같았다. 그러나 결혼 7년 후인 지난 6월, 부부가 파경을 맞았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게다가 두 사람은 위자료를 둘러싼 이혼 소송에서 상반된 주장으로 팽팽하게 맞서며 아쉬움을 주고 있다. 이에 이씨와 정씨의 이혼 소송에서 쟁점이 됐던 핵심 사항 세 가지를 선별해 두 사람의 입장을 들어봤다.

쟁점 1 이수영씨, 진행 중인 소송에서 유리하도록 결혼을 이용했다?
지난 2010년 6월 3일 정범진씨는 이수영씨를 상대로 이혼 및 위자료 청구 소장을 접수했다. 그는 재판 과정에서 7년간의 세월을 뒤돌아보며 감당하기 힘들었던 결혼생활에 대해 털어놓았다고 한다. 정씨는 결혼 직전 이수영씨가 ‘사기 및 횡령 혐의’로 고소당하고 소송에 연루됐던 사실을 알고 자신의 인맥을 동원해 그녀를 도왔다고 한다. 그의 진술에 따르면 “교제 당시 이씨의 재판 때마다 미국에서 휴가를 내고 한국으로 와 방청했고, 친분 있는 한국의 검사들에게 사건 처리를 부탁하는 등 이씨에게 유리한 판결이 나도록 적극적으로 나섰다”라는 것. 그러나 분쟁이 해결되자 아내 이씨의 태도가 차갑게 돌변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정씨의 주장에 대해 이수영씨는 강하게 반박했다. 정씨가 자신의 소송을 도와주러 수시로 한국을 방문했다는 것은 거짓말이라는 주장이다.
“정씨는 장애인이라면 의심 없이 믿어주는 한국인의 온정주의를 철저히 이용하고 있어요. 실제로 상견례하러 한 번, 줄기세포 채취하러 한 번, 이렇게 단 두 번 한국에 왔습니다. 그걸 제 소송을 도와주러 수시로 왔다라고 말하는 건 거짓말입니다.”

또 이수영씨는 ‘진행 중인 소송에서 유리하도록 결혼을 이용했다’는 세간의 소문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웹젠 횡령 소송’은 수억원이 아닌 7천만원짜리 소송이었어요. 그걸 해결하기 위해 미국의 중증 장애인 검사와 결혼했다고 생각하는 게 오히려 억지스러운 일 아닌가요?”

이씨는 이혼 소송을 진행하며 본 시어머니와 정범진씨의 진술서에 자신이 오히려 큰 상처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아들이 장애인이어서 이혼녀를 배필로 맞아야 되는지, 장애인만 아니었다면 좋은 배필감을 만날 수 있었을 것’이라는 글귀가 있었어요. 이혼녀라는 편견을 갖고 저를 며느리로, 아내로 맞았으니 어찌 보면 이런 파경은 이미 예상된 건지도 모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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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 2 혼인 파탄의 이유는 중증 장애인을 보살피지 않은 이씨의 책임이다?
두 사람의 이혼 소송은 지난 6월 1일 정범진씨가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받으며 일단락되는 듯했다. 그러나 이수영씨는 판결 이후 항소장을 제출했다. 이씨는 이번 이혼 소송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몇 가지 사항 중에서 ‘중증 장애인 남편을 제대로 보살피지 않았다’라는 점에 대해 억울하다는 주장이다.

이혼 소송을 진행하며 정씨는 “추운 겨울날, 뉴욕에서 이수영씨가 나를 길에 내버려두고 홀로 호텔로 돌아갔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씨는 “그것은 정씨가 시키는 대로 했을 뿐, 방치라고 표현하는 것은 억울하다”라고 반박했다.

“그날은 2005년 1월 1일이었어요. 신년을 자축하기 위해 둘이 함께 술을 마시러 외출했어요. 식당에서 와인을 마신 후 정범진씨는 2차를 가자며 음주상태인 저에게 자신의 장애인 특수차량 운전을 시켰죠. 2차를 마친 후 그는 제게 택시를 타고 먼저 호텔에 가 있으라고 했어요. 제가 아까처럼 운전해서 가면 안 되느냐고 했더니 지금은 음주 단속을 할 시간이니 시키는 대로 하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먼저 호텔로 돌아간 거예요.”

그런데 이것이 법정에서는 ‘중증 장애인 남편을 제대로 보살피지 않은 것’으로 표현됐다며 이수영씨는 억울해했다.

또 이씨는 “불편한 몸 때문에 도뇨관을 삽입해 소변을 배출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이씨가 나를 방치했다”라고 이야기한 정씨의 주장에 대해서도 다른 입장을 표명했다.

“척추장애인을 간병해보신 분이라면 아시겠지만 배뇨는 하루에 세 번 새벽, 밤, 낮으로 도움을 줘야 하고 늘 제가 옆에서 도왔습니다. 하지만 정씨는 그런 절 마치 고용된 간호사처럼 대하며 수시로 짜증을 냈어요. 어느 날 둘이 함께 외출했다가 호텔로 귀가하던 길에 제가 ‘커피 한 잔 마시고 가면 안 되느냐’라고 하자 ‘간병인답지 못하게 어떻게 하고 싶은 걸 다 하느냐’라며 화를 내서 저도 속이 상해서 벌어진 일이었어요.”

그러나 이수영씨의 이러한 항변에도 불구하고 이번 이혼 소송에서 법원은 정범진씨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혼인 파탄 책임과 관련해 이수영씨는 정범진씨에게 3억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쟁점 3 이씨의 영주권 발급 협조 대가로 10억원 제안, 실제로 있었나?
두 사람의 이혼 소송을 지켜보는 세인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사항 중 하나는 바로 미국에서 결혼한 정범진씨가 한국에서 이혼 소송을 제기한 이유일 것이다. 법원 관계자에 의하면 이혼 위자료를 청구하려면 당사자의 주소지로 소송을 제기해야 재산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일 거라고 한다. 또 법원이 이수영씨에게 이혼 위자료 3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것은 이씨의 재산 규모를 감안했고, 그녀가 결혼을 자신의 목적에 이용한 후 장애를 가진 남편을 방치한 사실이 인정됐을 거라는 의견도 조심스럽게 내비쳤다.

법원에서는 수용되지 못했지만 이수영씨는 “본격적으로 결혼 이야기가 오고가자 정범진씨가 생각보다 많은 금전을 요구했으며, 이에 대한 여러 가지 증거 자료를 갖고 있다”고도 했다.

“정씨는 부모님 상견례를 위해 한국에 오면서 비행기 티켓부터 모든 체류 비용을 제가 부담하게 했어요. 결혼 비용은 물론 결혼반지도 준비하지 않았고 오히려 제게 예물과 수십억원의 집도 요구했죠.”

정범진씨는 재판 과정에서 “이씨가 ‘이혼을 2, 3년 정도 미루고 영주권 발급에 협조하면 10억원을 주겠다’라고 제안했다. 그러나 이씨는 이후 1억8천4백만원만 지급하고 연락을 끊었다”라고 밝힌 반면 이씨는 “영주권 제안은 이혼 위자료를 요구하는 정씨를 떠보기 위한 것이었다”라고 밝혔다.

“정씨가 영주권 거래를 받아들일지 확인하려고 제안했어요. 그러자 그는 제 제안을 받아들였어요. 제가 10억원을 주지 않자 한국에서 소송하면 당신은 나쁜 여자가 될 테니 기부한다 생각하고 달라고 하더군요.”

「레이디경향」은 이수영씨의 주장에 대한 사실 확인을 위해 정범진씨 측 법무법인 담당 변호사에게 연락을 취했다. 그러나 관계자는 “두 사람 모두 유명인사다 보니 언론의 질문이 쏟아지고 있다. 모든 사실은 법정에서 밝히겠다”라며 말을 아꼈다.

‘역경을 이겨낸 아름다운 러브 스토리’로 알려졌던 두 사람이 7년 후, 지금은 치열한 이혼 소송 중이다. 보다 많은 축복을 받았던 커플이기에 이들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마음이 더 안타까운지도 모를 일이다.

■글 / 이유진 기자 ■사진 / 경향신문 포토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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