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가까운 우리 옷의 재해석!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최명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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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의류나 전통 복식에서 출발한 옷은 밋밋하고 지루하다’라는 생각은 편견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이새(isae)를 접한 후에 알게 되었다. 이는 세계 각지의 자연에서 찾아낸 소재와 염색, 사람의 손이 많이 가는 공정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낡고 해진 청바지를 입고 나타난 최명욱 디렉터에게서는 최첨단의 소재나 디자인에서는 찾을 수 없는 자연스러운 멋이 풍겼다.

남다른 우리 옷의 변신, 해외에서 더 알아줘
자연과 가까운 우리 옷의 재해석!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최명욱

자연과 가까운 우리 옷의 재해석!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최명욱

옛말인 ‘이새’는 ‘길쌈과 바느질 등의 집안일을 이르는 말’이라고 한다. 전통 복식을 기반으로 몸과 자연에 가까운 옷을 만드는 의류 브랜드의 이름이기도 하다. 고된 어머니들의 노동이 이제는 고급 의류 브랜드명이 되었으니 그만큼 세상이 많이 변한 듯도 하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고유의 정신에 충실하면서 남다른 재질과 촉감, 실용성까지 겸비한 이새의 옷과 소품은 주로 눈썰미 있는 예술가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그래도 전통을 으뜸으로 치는 가까운 일본에 비해서도 부족함이 많다. 아직은 갈 길이 멀지만 이새는 해외 컬렉션에서 받은 호평을 밑거름으로 국내에서도 점차 많은 이들과 만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최명욱(42)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있다.

살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은 의도하지 않았던 길로 접어들게 마련인데, 최명욱 디렉터에겐 6년 전인 2005년이 그랬다. 생활한복 사업과 우리 것을 지키고 알리는 일에 매진하던 정경아 대표에게서 친환경 브랜드 이새의 론칭 작업을 함께하자는 제안을 받은 것이다. 시즌마다, 유행 따라 엄청난 물량의 옷을 만들던 유명 의류 브랜드의 디자이너로서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전통 복식이나 환경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었기에 더욱 그랬다.

“옷을 만드는 사람이었지만 이새의 생각이나 컨셉트에 대해서는 백지 상태였기 때문에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거나 마찬가지였어요. 대표님께 많이 배웠지요. 문양 하나하나 직접 디자인하고 소재를 찾아 나서고, 천연 염료로 색감을 내는 일에 점점 심취하게 되더라고요. 어려운 만큼 재미있는 작업이에요. 남들이 하지 않는 작업을 하니까 활기도 있고요. 매장에서 대표님을 처음 만난 자리에서 진흙 염색 소재의 옷에 그만 반해버리는 바람에 여기까지 오게 됐어요(웃음).”

다양한 천연의 색감 중에서도 단연 마음을 사로잡은 진흙 염색 작품은 지금도 그의 트레이드마크다. 아직 국내에서는 출시되지 않은 남성복 소재로 감각 있는 이들은 종이처럼 가벼우면서도 가죽과 비슷한 질감에 열광한다. 그만큼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부인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소재를 꿋꿋하게 밀고 나갈 수 있었다.

“진흙 염색 양복을 입고 나가면 지인들이 하나씩 만들어달라고 졸라요. 지금은 아내도 은근히 좋아합니다. 사실 동양적인 것이 전위적이에요. 그중에서도 우리 옷은 소위 ‘아방가르드’의 최고봉이자 그 자체라고 생각해요. 똑 자르고 접으면 옷이 되거든요. 부드러운 소재로만 한복을 만들어도 상상할 수 없는 실루엣이 나와요. 외국인이 먼저 알아주는 한복의 매력이지요.”

천편일률적인 디자인의 개량한복과 차별화할 수 있는 지점은 무궁무진하다. 인도와 네팔의 핸드메이드 직물 ‘카디’는 물론이고 아프리카 자생 식물로 마와 비슷한 소재인 ‘케나프’는 세계를 통틀어 처음 시도하는 소재로 특허까지 냈다. 네팔의 고지대에서 자생하는 ‘네틀’이라는 쐐기풀 원단과 중국 항주의 진흙 ‘벨라도라’ 등 소재의 지역적 특성을 살리기 위해 수없이 현지를 오가며 대량생산 여부와 실용성을 타진했다.

자연과 가까운 우리 옷의 재해석!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최명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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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디렉터가 디자이너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다양한 경험과 사람들과의 만남이다. 해외로만 눈을 돌려도 무궁무진한 색채와 실루엣을 만날 수 있다. 그런 그가 패션 디자이너로서 첫발을 디딘 곳이 바로 일본이다. 1992년, 일러스트와 만화에 심취해 있던 스물다섯 청년 최명욱은 어학 공부를 위해 일본에 건너갔다가 뒤늦게 도쿄모드에 입학해 의상을 공부하게 됐다. 우리나라 디자이너라고는 앙드레 김밖에 몰랐던 그에게 큰 도전이었지만 백지 상태였기에 오히려 성장은 더욱 빨랐단다.

“친구 따라 강남 가는 격으로 시작했어요(웃음). 막상 디자이너가 되고 나서는 6개월 동안 다림질만 했어요. 창고에 쌓인 재고 상품을 보며 어떤 디자인을 해야 할지 수없이 고민했죠. 후배들이 조언을 요청할 때마다 하는 얘기가 있는데 스스로 재미를 찾아야 한다는 거예요. 패션 디자이너는 공부도 많이 해야 하고, 경험도 풍부해야 한다고요. 전국을 돌아다니며 천연 염색 장인도 많이 만났어요.”

생활 속에서 우러나는 환경 교육
그에게 영감을 주는 건 사람, 그리고 프린트다. 그는 에스닉한 프린트 패브릭으로 유명한 드리스 반 노튼을 본받고 싶은 사람으로 손꼽는다. 국내에서는 자연 염색 분야의 대가인 운사 김대균 선생을 으뜸으로 친다. 자연이 만들어낸 살아 있는 프린트는 열정과 장인정신으로부터 나온다고. 몇 년째 자연과 가까운 삶을 살다 보니 생활습관부터 달라졌다. 일회용 컵은 절대로 쓰지 않는다든지, 양치질은 컵에 물을 받아서 한다든지 등의 변화다. 초등학교 1, 2학년인 두 아이도 자연스럽게 아빠를 본받게 됐다.

“에너지 절약에 관심이 없었는데 이젠 아니에요. 사무실에서 퇴근할 때는 꼭 플러그를 뽑습니다. 작은 것이지만 수돗물도 아껴 쓰고 있지요. 기후 변화를 예측할 수 없잖아요. 지난주에도 가족과 캠핑을 가려다가 폭우 때문에 포기했어요. 지구가 어떻게 될지 불안하지만 할 수 있는 것부터 해야지요.”

이새는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이지만 사회 공헌에도 앞장서려고 노력한다. 아름다운가게와 함께 인도 갠지스 강 수해 복구를 지원하는 캠페인도 펼치고, 공정무역 브랜드인 ‘그루’도 지원하고 있다. 내년에는 공정무역 라인을 론칭할 계획으로 한창 준비 중이다. 조금 더 많은 사람들에게 친근한 이새로 자리매김하려는 노력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명품에 준하는 라인과 대중적인 라인을 함께 전개해 선택의 폭을 넓히고 20, 3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와 만나려 한다. 천연 소재는 아무래도 동절기 보온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패딩(화학 소재)이 아닌 누빔으로 이를 보완할 예정이다. 톱스타 소지섭이 포토 에세이 「소지섭의 길」에 이새를 친환경 브랜드로 소개한 덕분에 일본 관광객들도 매장을 즐겨 찾고 있는 것은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글 / 위성은(객원기자) ■사진 / 안진형(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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