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꼬 부부’로 변신한 ‘미워도 다시 한 번’ 1기 동갑 부부

‘잉꼬 부부’로 변신한 ‘미워도 다시 한 번’ 1기 동갑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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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헤어질 생각까지 했던 우리 부부에게 ‘축복’이 찾아왔어요”

날이 갈수록 높아지는 대한민국의 이혼율 문제는 이제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1시간에 평균 14쌍의 부부가 이혼 도장을 찍고 각자의 길을 걷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 맞춰 이혼의 문턱에까지 다다른 문제의 부부들에게 ‘춤’을 통한 화해와 해답을 제시한 SBS플러스 프로그램 ‘미워도 다시 한 번’은 케이블 채널 전체 시청률 1위를 차지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현재까지 1·2기 부부들이 모두 솔루션을 끝내고 기적처럼 행복한 결혼 생활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카메라가 떠난 뒤 더욱 노력하며 살고 있다는 부부들의 소식이 속속 전해지는 가운데, 그 중에서도 1기 ‘동갑 부부’에게 무척이나 행복한 일이 생겼다고 해서 궁금한 마음에 만나봤다.

‘잉꼬 부부’로 변신한 ‘미워도 다시 한 번’ 1기 동갑 부부

‘잉꼬 부부’로 변신한 ‘미워도 다시 한 번’ 1기 동갑 부부

아무리 금슬 좋아 보이는 부부라고 해도 속을 들여다보면 저마다 곪아터지고 아물기를 반복한 상처 몇 개씩은 가지고 있다고들 한다. 그만큼 각자 다른 환경에서, 다른 생각을 하고, 다른 모습으로 살아온 두 사람이 하나의 삶을 꿈꾸며 살아가는 일은 결코 녹록지 않음을 뜻하는 말이다. 함께 1년을 살았든, 10년을 살았든, 30년을 살았든 갈등이 생기는 순간마다 ‘헤어짐’을 상상해보게 된다고 하지만 그래도 이 땅의 많은 부부들은 ‘가정’이란 울타리를 지켜 나가고자 나름의 노력을 기울인다.

‘이 사람과 도저히 같이 살 수 없을 것 같다’라는 막막함의 끝에 내몰린 부부들에게 이혼 극복 댄스 솔루션 ‘미워도 다시 한 번’은 마지막 지푸라기 같은 프로그램이었다. 부부들에게 주어진 과제는 바로 댄스스포츠. 춤을 통해 서로 얼굴을 맞대고 호흡을 나누면서 그동안 몰랐던 서로의 내면을 찬찬히 들여다보는 노력을 하게끔 했다. 여기에 전문가 상담, 역할극, 멘토링, 이벤트 등 다양한 관계 개선 활동이 더해졌다. 이런 과정을 겪으며 진심과 노력을 기울인 부부들은 더디지만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프로그램이 끝난 지금 1·2기 여덟쌍의 부부들은 다행히 아슬아슬했던 위기를 넘기고 소소한 일상을 누리고 있다. 부부들의 노력을 지지했던 시청자들은 요즘도 이들의 이야기를 궁금해하며 변함없는 응원을 보내고 있는 중이다.

그중에서도 최근 들어 1기 ‘동갑 부부’가 연일 행복한 소식을 전해 눈길을 끌고 있다. 10여 년의 연애 기간을 거쳐 부부의 연을 맺은 동갑내기 부부 안세형·고은정씨는 ‘미워도 다시 한 번’ 참여 당시 최종 대회 전날까지도 이혼 의사를 밝혀 제작진과 시청자들을 당황시켰던 ‘문제 부부’였다. 그랬던 이들이 무사히 솔루션을 끝내고 난 뒤 누구보다 모범적인 부부로 ‘훈훈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 한때 주식에만 매달리던 백수 남편 안세형씨는 주유소 직원으로 취직해 성실한 가장의 역할을 다하고 있으며, 아내 고은정씨는 가족 커플 룩과 아동복을 판매하는 쇼핑몰을 운영하면서 블로그 등을 통해 쏟아지는 문제 부부들의 상담 요청을 해결해주고 있다. 그리고 가슴 벅찬 소식 하나 더, 내년이면 부부에게 두 아이에 이은 또 한 명의 천사가 찾아올 예정이다.

부부에게 내려진 소중한 생명
은정씨는 요즘 평생 들을 법한 축하 인사를 한꺼번에 다 받는 기분이다. ‘미워도 다시 한 번’의 2기 부부인 ‘투명인간 부부’ 집을 방문해 셋째 임신 소식을 전한 후로 주변 지인들은 물론이고 부부의 ‘팬’임을 자처하는 이들의 축하가 쏟아지고 있다. ‘축복이’라는 태명도 팬들이 지어준 것이다.

“관심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정말 소중하고 감사해요. 연예인도 아닌 평범한 저희가 이토록 많은 이들의 지지와 애정을 받는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참 기뻐요. 좋은 분들의 축하를 듬뿍 받고 태어날 우리 아이는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아이일 거예요.” (아내)

‘잉꼬 부부’로 변신한 ‘미워도 다시 한 번’ 1기 동갑 부부

‘잉꼬 부부’로 변신한 ‘미워도 다시 한 번’ 1기 동갑 부부

애당초 셋째를 가질 계획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임신에 당황과 걱정이 앞섰던 것이 사실이다. 이제 겨우 잘 살아볼 의욕을 갖고 쇼핑몰과 같은 일에 막 첫발을 내딛은 상황이었다. 민혁이·준혁이도 아직 어린데다 아이 셋을 키우기에 경제적인 준비도 미흡했다. 마냥 기뻐만 하기엔 이것저것 마음에 걸리는 것이 많았다.

“몇 년 전부터 남편과 사이가 나빠지면서 시어머니 산소를 오랫동안 못 찾아뵈었어요. 솔루션 끝나고 좋아진 저희 모습도 보여드리고 싶고 인사도 드릴 겸 산소를 찾아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제가 장난으로 ‘어머님은 아들을 좋아하셔서 저희한테도 아들만 둘을 주셨네요. 저는 딸이 좋은데, 다음에는 딸을 보내주세요.’ 그런 말을 했었거든요. 그런데 입이 방정이라고(웃음), 다녀와서 얼마 뒤부터 몸이 이상한 거예요. ‘설마’ 했는데 임신인 걸 확인한 순간 저도 모르게 눈물이 펑펑 났어요. 걱정스럽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고, 기분이 묘하더라고요.” (아내)

은정씨의 임신 소식을 듣자마자 세형씨가 자신도 모르게 내뱉은 첫마디는 바로 “아이고, 이제 정말 정신 차리고 살아야겠다”였다고 한다. 세 아이에게 당당한 아빠가 되기 위해, 아니 적어도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부모가 되기 위해, 지금의 생각과 생활을 좀 더 재정비할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게 된 것.

“경제적인 문제며 마음에 걸리는 게 많았는지 아내가 처음엔 많이 울더라고요. 자꾸만 ‘괜찮을까?’ 그러기에 ‘어머니께서 우리를 기특하게 생각해서 보내주신 소중한 아이인데 감사하게 여기고 잘 키우자’ 그랬어요. 이제 아기 분유 값부터 시작해 돈 들어갈 일이 줄줄인데 아빠로서 책임감 있게 더욱 열심히 일해야겠다는 다짐을 했어요.” (남편)

“저는 남편의 그런 마음이 무척 고맙고 크게 느껴져요. 얼마를 벌든 남편이 가장이라는 인식을 갖고 가족을 걱정한다는 자체가 큰 발전이고 변화예요. 그런 남편을 보면서 믿음도 생기고 저도 아내 역할을 더 잘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기고요.” (아내)

오늘보다 내일 더 행복한 가족을 꿈꾼다
한때 헤어짐을 고민하던 부부가 ‘함께’의 삶을 그리게 되기까지, 참으로 많은 일이 있었다. 힘들었던 지난날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아플 때가 있지만, 그래도 그 시간들이 바탕이 되어줬기에 지금의 이 행복이 존재할 수 있게 됐다고 생각한다.

“남편과 연애를 오래 했지만 막상 결혼이라는 현실은 또 다르더라고요. 연애할 때는 좋은 모습만 보여줬고, 또 그런 모습만 봤던 것 같아요. 결혼 이후에는 하나부터 열까지 단점만 보이는 날도 있고, ‘내 사람’이라는 생각에 작은 것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자꾸만 간섭하게 되고요. 게다가 저희는 나이가 같아 편하게 말을 주고받다 보니 말투 하나에도 기분 상하는 일이 비일비재했어요. 저는 일하느라 힘든데 남편은 집에 있으니까 저도 모르게 무시하는 경우도 생기고요. 싸움이 잦아지고 특히 아이들 앞에서 극단적인 모습을 보이게 되면서 어떻게든 해결을 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러던 중 방송 신청 공고를 보고 정말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참여하게 된 거예요.” (아내)

처음에는 부부 사이를 적나라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점이 걸려 많이 망설였다. 다른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이 뭐라고 얘기할지 걱정도 되고 모르는 이들의 따가운 시선을 견뎌낼 자신도 없었다. 당시 고객 응대 활동이 잦은 회사에 다녔던 은정씨의 경우 방송 출연에 대한 불이익을 감수해야 할 정도였다. 시댁 어르신들은 “웬 집안 망신이냐”라며 반대하셨고 친정부모님이 속상해하는 모습에 불효를 저지르는 것 같아 죄송스럽기만 했다. 하지만 문제를 해결할 수만 있다면 견뎌보기로 했다.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좋은 가정을 만들어주고 싶은 마음에서 용기를 냈다.

“처음에는 정말 하고 싶지 않았어요. 아내가 거듭 설득을 해서 시작하긴 했는데, 솔루션 과정도 쉽지 않고 남들 보기에도 정말 창피했고요. 한 번도 춰본 적 없는 댄스스포츠를 해야 한다는 것부터 힘들었어요. 둘 다 ‘몸치’라 마음대로 되지도 않는데다, 일산에서 양재동까지 연습하러 다니는 것도 피곤하고, 대회를 앞두고는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고요. 그런데 ‘춤’이라는 게 정말로 부부 사이를 좋게 하는 효과가 있더라고요. 심하게 싸우고 나서도 연습을 하러 가면 서로 손을 잡고 눈을 맞춰야 하잖아요. 그러다 보면 화도 가라앉고 마음이 차분해지면서 밉기만 하던 아내가 예뻐 보이기도 했어요. 그래서 요즘도 가끔 그때 연습했던 음악을 틀어놓고 장난 삼아 춤을 추기도 해요.” (남편)

‘잉꼬 부부’로 변신한 ‘미워도 다시 한 번’ 1기 동갑 부부

‘잉꼬 부부’로 변신한 ‘미워도 다시 한 번’ 1기 동갑 부부

“둘 다 B형에, ‘욱’하는 성격이라 예전에는 늘 격렬하게 싸웠어요. 한 사람이라도 진정하고 들어줄 줄 알아야 하는데 그게 안 되는 거예요. 솔루션을 하면서 ‘아, 그랬구나’라는 말하기 방법을 배웠는데 저희 부부에게는 그게 참 많은 도움이 됐어요. 방송 이후에 저한테 부부가 서로 잘 지내는 법을 물어오는 분들이 많은데, 주로 이 방법을 추천해드려요. 서로 감정이 격해지기 시작하면 한 발씩 물러서서 상대방 이야기를 들으면서 ‘아, 그런 생각이었구나. 그래서 그랬던 거구나’라고 말하는 거예요. 사실 다투다 보면 본질적인 문제는 잊어버리고 태도나 과정을 지적하면서 더 화를 내게 되잖아요. 그런 점들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에요.” (아내)

방송은 끝났지만 부부는 지금도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배웠던 여러 가지를 일상 속에서 잊지 않고 실천하며 오늘보다 내일 더 행복한 가족이 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또 많은 사람들의 격려와 도움을 받은 만큼, 그들 자신도 누군가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좋은 부부가 되고 싶다.
“주변에서 ‘너희 부부는 이럴 때 어떻게 해?’ 하고 물어올 때가 있어요. 아내한테는 온라인을 통해 정말 다양한 케이스의 부부가 상담을 해온다고 하더군요. 하루에도 수십 번씩 당장이라도 갈라서자고 했던 우리가 다른 부부를 다독일 수 있게 됐다는 사실이 참 재밌기도 해요. 부부 사이에 문제가 계속된다면 둘이서만 고민하지 말고 다른 사람의 조언도 듣고 전문적인 도움을 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저희들이 그랬던 것처럼요.” (남편)

지금의 이 벅찬 행복이 영원하길
안세형·고은정 부부는 ‘미워도 다시 한 번’ 솔루션 이후 진짜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됐다고 입을 모은다. 만약 이 과정이 없었다면 지금 어떤 모습으로 지내고 있을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하지만 이제 더욱 중요한 것은 부부와 민혁·준혁이 그리고 앞으로 태어날 셋째까지, 다섯 식구가 살아가야 할 날들이다. 힘들게 돌아 여기까지 온 만큼, 이제는 두 배로 더 예쁘고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가야 할 ‘의무’를 느낀다.

“방송이 끝난 지 꽤 시간이 흘렀는데도 요즘도 마트 같은 데 가면 사람들이 ‘이제 안 싸워요?’ 하고 물어봐요. 누군가 저희를 흘끔거리면서 망설이는 걸 보고 남편이 먼저 웃으면서 ‘저희 그 동갑 부부 맞고요. 잘 살고 있습니다’라고 말한 적도 있어요. 그럴 때면 앞으로 평생 좋은 모습으로 살아야 하겠다는 책임감을 느껴요.” (아내)

“요즘은 아내와 아이들과 매일 종알종알 이야기하고 밖에 나갈 때면 함께 손잡고 다니면서 ‘아, 이게 행복이구나’라는 생각을 해요. 그리고 지금 이대로 이 행복이 쭉 계속됐으면 좋겠어요. 행복이 뭐 별거겠어요. 우리 셋째까지 건강하게 세상에 나와 잘 자라준다면 더 바랄 게 없어요.” (남편)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아내 은정씨에게 먹고 싶은 것은 없는지를 물었더니 남편이 먼저 냉큼 대답한다. “과일을 많이 먹고 싶어 했어요. 그래서 제가 매일 귤을 사다줬죠.” “뭐야, 자기가 더 많이 먹어놓고.” 사랑스러운 대화가 통통 오고 간다. 현장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모두가 따라서 함께 웃었다. 누가 봐도 알아차릴 수 있는 행복이다. 스튜디오를 나서는 가족의 뒷모습이 따스하다.

■글 / 이연우 기자 ■사진 / 이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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