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 해법 찾기 프로젝트

경력 단절 여성의 부활

③ 해법 찾기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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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경력 단절 남성’이란 말을 들어본 사람은 드물 것이다. 세상에는 수많은 실직자와 구직자가 있는데도 ‘경력 단절’은 유독 여성을 지칭하는 말이 되었다. ‘경력 단절 여성’은 임신·출산·육아와 가족 구성원 돌봄 등을 이유로 경제활동을 중단했거나 한 적이 없는 여성으로, 취업을 희망하는 여성을 뜻한다.

경력 단절의 원인, 불안한 노동시장
경력단절 여성을 위한 사회적 기업 ‘우리가 만드는 미래’의 역사문화 체험수업장면.

경력단절 여성을 위한 사회적 기업 ‘우리가 만드는 미래’의 역사문화 체험수업장면.

직장에서 한창 일할 시기인 30대 초반 여성의 경력 단절은 일과 가사(육아)를 병행하기 힘든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전체 한국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53.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61.5%를 크게 밑도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삼성경제연구소에 의하면 경력 단절 경험이 있는 30대 여성 취업자는 연간 소득이 7백70만원 적은 것으로 분석됐다. 경력 단절이 없는 경우와 비교해 소득이 74%에 불과한 것이다.

여성 임금 근로자 10명 중 4명은 비정규직에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노동계에서는 전체 여성 임금 근로자 중 비정규직은 70% 정도로 잡고 있다. 임금은 더 열악한 수준이다. 2010년 기준으로 비정규직의 시간당 임금 총액은 정규직의 57.2%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고용노동부 근로실태 조사). 비정규직 여성의 시간당 임금은 6천8백57원으로 정규직 남성(1만6천4백18원)에 비해서는 3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비정규직 여성은 임신과 출산으로 인해 계약이 갱신되지 않고 결국 경력 단절과 저임금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이처럼 경력 단절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 비정규직을 비롯한 노동 전반의 문제이며 사회가 함께 풀어가야 할 과제다.

정부는 경력 단절 여성들의 재취업을 정책적으로 지원하며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지만 통계수치에서 보듯이 큰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단기간 일자리를 확대하는 등의 미봉책으로는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에 다가갈 수 없을 것이다. 여성에게 제공되는 일자리가 돌봄 노동이나 소위 재봉 등 ‘여성적’이라 여겨지는 직종에 몰린 것도 문제다.

남성의 고학력은 고액 연봉의 지름길이지만 여성의 경우에는 취업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재취업 훈련은 별다른 직업 기술이 없는 여성들에게도 필요하지만 4년제 대학을 졸업하거나 전문 자격을 갖춘 여성들도 대상이 된다. 여성가족부는 역량 있는 여성들의 재취업 기회를 넓히는 ‘고학력 경력 단절 여성 직업 훈련 및 취업 지원 사업’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시범 운영한 무역전문가 과정, 국제통상 전문가 과정, 출판번역가 과정 3개 과정에서 1백10명의 여성에게 직업 훈련과 취업 지원을 제공해 약 60%의 취업률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올해는 예산 6억원을 투입해 직업 훈련 과정은 10~15개로, 지원 대상자도 4백 명으로 늘렸다. 일하고 싶은 여성들은 각 광역자치단체 혹은 여성새로일하기센터 등 선정 기관을 통해 참여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유능한 여성 인력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우수 여성 인력을 찾는 지역 중소기업의 구인난 해소에도 도움이 되는 사업이다”라고 밝혔다.

해외 사례가 꼭 정답은 아니지만 사회보장제도가 발달한 유럽에서도 동일 노동 동일 임금은 오래된 화두이다. 여성의 노동은 선·후진국을 막론하고 어느 정도 평가절하되고 가사 노동 부담도 크다. 하지만 배울 점이 곳곳에 보인다. 독일의 경우 아이는 부모가 키워야 한다는 인식이 강해 정부가 2, 3년 육아 휴직을 철저히 보장하고 있다. 보육비 중심의 지원정책보다는 기업의 육아 휴직을 지원하는 정책이 더 절실하고 실효성 있다. 스웨덴에서는 어린 자녀가 있는 남성의 경우 법적으로 근로시간을 단축해주는 제도까지 있다고 한다. 국가와 기업, 가정이 여성의 경력 단절에 발 벗고 나서야 일하는 엄마가 행복한 세상이 더 빨리 오지 않을까.

엄마의 행복이 가정의 행복
주부가 취업에 성공을 한 이후도 문제다. 아이들이 갑작스러운 엄마의 빈자리를 크게 느끼거나 전보다 지저분해진 집 안 때문에 신경이 예민해지기 쉽다. 우리가 만드는 미래 김인선 대표는 “주부 혼자만 다 떠안고 가려고 애쓰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고 말했다.

“무엇보다 가족의 협조가 절실해요. 진실은 통하는 거니까 진짜로 일을 원한다는 걸 납득시켜야 해요. 집 안팎에서의 요구와 역할을 다 해내려고 하니까 허우적대게 되지요. 어떤 여성은 자기가 일한다는 걸 2년이나 가족에게 알리지 않았대요.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가족에게 얘기하는 건 자기를 단단하게 하고 지지자도 만드는 일이에요. 그 순간에 무너지면 더 큰 피해의식 속에 살게 되고 가족을 인생의 방해자로 여길 수 있지요. 일단은 소득을 떠나서 엄마가 행복해야 관계도 긍정적이고 가족도 행복해진다는 신념을 가지세요.”

가족 내 역할을 재규정하는 ‘직업 설계 프로그램’을 들으면서 자신이 원하는 재취업의 밑그림을 그리고 철저하게 준비를 해도 다시 사회에 발을 딛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지자체마다 여성 일자리와 취업을 지원하는 여성인력개발센터가 있으니 찾아가서 각종 상담 프로그램을 활용해보자. 이와 함께 경력 단절에 지혜롭게 대처할 수 있도록 도와줄 동료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취업이 어렵다면 에코팜므 박진숙 대표처럼 창업으로 눈을 돌리는 것도 좋은 방법. 당장 수익도 나지 않고, 시간과 노력이 들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이상적인 일터를 만드는 기쁨은 어떤 일과도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Mini Interview

우리가 만드는 미래 김인선 대표
“경력 단절 여성의 희망 일터 만들어요”

[경력 단절 여성의 부활]③ 해법 찾기 프로젝트

[경력 단절 여성의 부활]③ 해법 찾기 프로젝트

2006년 설립된 우리가 만드는 미래는 경력 단절 여성을 역사 체험 전문 강사로 양성하고 소외 계층 위주의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전문성을 가진 강사를 통해 사회 서비스를 지속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여 년간 여성이 더 나은 조건에서 일할 수 있도록 관련 단체에서 일한 김인선 대표가 누누이 강조하는 것은 당연하게도 ‘여성의 경제적 자립’이다.

“여성이 경제적으로 자립해야만 진정한 의미의 독립이라고 생각해요. 동일한 능력이나 노동이 저평가되는 일은 부당하다는 생각으로 꾸준히 활동했어요. 일터에서 겪는 불평등을 극복하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경력 단절 여성을 위해 일하지만 김 대표는 결혼 전에도, 후에도 쉼 없이 활동적으로 일했다. 남편이 일찍부터 여성도 밖에서 활동해야 한다며 첫아이를 낳았을 때도 아이 맡길 곳을 찾아줄 정도였다고. 일이 있어야 사람이 생기가 있다는 것을 가족 모두가 이해하고 지지해주는 편이다. 경제적 자립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가족 사이의 신뢰와 자존감 회복이다.

“자기 신뢰가 우선이에요. 경력 단절 여성들은 다른 사람들 앞에서 곧잘 위축되거든요. 사회적으로 훈련이 덜 된 것뿐이지 언제든 가능성은 갖고 있는 거니까요. 먼저 자신이 정말 일하러 나가고 싶은지, 왜 나가야 하는지 스스로 물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잘해낼 수 있는지 탐색하고 점검하는 직업 설계 기간을 갖는 것은 그다음이고요.”

여성 노동단체로 출발해 사회적 기업으로 옷을 갈아입기까지 고민이 많았다. 사회적 가치를 지향하면서 동시에 수익도 내려면 공동운명체라는 합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전 직원이 주주가 되는 우리주주 형태의 사회적 기업으로 운영하고 있다. 후회하더라도 매번 돌아올 수밖에 없는 곳이 ‘사람’ 그리고 사람들이 모인 ‘일터’가 아닐까.

경기여성비전센터 이용교 소장
“여성을 위한, 여성에 특화된 취업 서비스 제공”

[경력 단절 여성의 부활]③ 해법 찾기 프로젝트

[경력 단절 여성의 부활]③ 해법 찾기 프로젝트

경기여성비전센터는 1970년에 설립돼 경기도여성회관으로 운영되다가 2007년에 여성 일자리 창출 관련 센터로 변모했다.

“취업 의욕을 잃어버린 여성들을 대상으로 구직 기술을 향상시키는 ‘오아시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달라진 자신감으로 구직에 성공하는 분들을 보며 힘을 얻지요. 저희 센터는 현장에 직접 나가서 취업 지원을 돕는 ‘굿잡데이’ 서비스와 전화 상담, 심리검사와 맞춤형 취업 정보를 제공하는 등 다양한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다양한 여성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은 물론, 취업설계사를 양성하고 파견하는 일까지 센터는 쉴 틈이 없다. 다른 곳에서 찾기 힘든 특색이라면 아이와 엄마가 함께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육아 나눔터’가 1층에 자리하고 있다는 것. 세심한 배려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아이들만 오는 어린이집과는 완전히 차별화된 공간이지요. 아이를 맡기고 미술 프로그램 등 다양한 교육을 받을 수 있어요. 일과 가정을 양립하는 일이 중요하기 때문에 아이 돌보미 사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안심하고 엄마들이 일할 수 있는 세상이 얼른 와야지요.”

■글 / 위성은(객원기자) ■사진제공 / 원상희, 안진형(프리랜서), 우리가 만드는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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