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TV ‘우리들의 일밤’이 야심차게 준비한 서바이벌 프로그램 ‘내집 장만 토너먼트: 집드림’은 무주택 서민에게 집을 제공한다는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혹독한 비판과 외면을 받았다. 서민들의 평생 과업을 퀴즈답지 않은 퀴즈로 가름한다는 설정 때문이었을까. 그래도 집드림 주택 1호에 입주한 ‘치킨집’ 가족은 미처 꿈꾸지 못한 행복이 가득했다. “많은 사람들의 소망이 깃든 집인 만큼 더 잘 살겠다”라는 그들의 포부를 담아왔다.

‘치킨집’ 가족의 새 보금자리, 집드림 1호 주택 공개합니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안방극장의 ‘대세’가 된 지는 오래됐지만 우승 상금이 아니라 부상으로 집을 주는 경우는 처음이었다. ‘우리들의 일밤’의 ‘내집 장만 토너먼트: 집드림(이하 집드림)’ 이야기다. 제작진은 무주택 서민들의 집 장만을 향한 열망을 드러내고 성취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기획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점이 있었다. 운이 좌우하는 다소 쉬운 퀴즈 문제가 평생의 숙원인 ‘집 한 채’의 당락을 결정한다는 점 때문에 거센 비난에 직면해야 했다. 게다가 접수된 2,400여 가정 중 최종 선발된 열여섯 가족은 새터민, 입양아 가족 등 제각각 집을 향한 간절한 사연을 갖고 있어 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누구도 떨어뜨리기 힘든 상황이어서 토너먼트 형식이 오히려 공평할 수도 있었지만 시청자들은 쉽게 마음을 돌리지 않았다. 지난 7월에 시작해 9월까지, 3개월간 다소 저조한 시청률과 관심 속에서 방송된 이 코너는 끝을 맺었다.
최종 우승은 경기도 성남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가족에게 돌아갔다. 종영 후 2개월, 입주한 지 채 보름도 되지 않은 그들의 보금자리를 찾았다. 네 가족은 기대하지 않았던 행운에 감사하며 성실하게 살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행운의 주인공이 된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충분히 있었고 안타까운 사연도 다른 가족들 못지않았다.
“경기도 남양주에 집이 있었는데 2006년에 집을 팔고 강원도 원주에 있는 공장을 인수하면서 가족 모두가 이사를 갔어요. 그런데 사기를 당하는 바람에 집도, 공장도 다 잃었어요. 2007년에 경기 성남에 터를 잡았습니다. 월셋집에서 살다가 ‘집드림’으로 경사를 맞았어요. 아직도 적응하는 중입니다(웃음).” (아버지 여도현씨)
가장 큰 변화는 집이 생긴 것이지만 가족의 상황도 조금씩 바뀌었다. 아파트 상가 내에 있는 치킨집은 방송의 홍보 효과를 누리며 꾸준한 매상을 올리고 있다. 최종 우승자가 된 후로는 알아보는 이도 부쩍 늘었다. 무엇보다 매달 나가던 월세를 내지 않아도 되니 가계 살림은 한층 안정됐다. 여기에 주변의 축하와 가족의 행복한 미소는 보너스다.

친환경 자재로 세심하게 꾸민 내부 공간.
“연예인도 아닌데 많이 알아보세요. 제가 학원에서 영어를 가르치거든요. 길 가다 사람들이 쳐다보기에 얼굴에 뭐가 묻었나 했더니 ‘집드림 언니잖아’ 하더라고요. 재밌기도 하고 신기했어요. 주변에서 많이 응원해주셔서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요.” (큰딸 여은주씨)
그저 100명 안에만 들자는 가벼운 마음으로 경연에 나선 치킨집 가족은 덜컥 16강에 들자 슬슬 부담과 오기,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격주로 진행되는 녹화를 위해 주말 시간을 고스란히 내는 것은 부담이 됐다. 치킨집에는 주말에 주문이 밀려들기 때문이다. 그런 부담을 덜어내고 경연에 최선을 다할 수 있었던 건 가족이 한마음으로 임했기 때문이다.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이 보기 드물 정도로 훈훈한 정이 흐르는 가족이다.
“구경한다는 마음으로 갔어요. 방송국에도 가고, 연예인도 볼 수 있다는 것이 재밌잖아요. 마냥 재밌기만 했는데 계속 올라가니까 ‘혹시 우리에게 행운이’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가 한 번 꽂히면 꼭 해야 되는 성격이거든요. 우승하던 날도 ‘오늘이면 끝이다’라는 마음으로 했어요. 안 되면 재밌게 놀다 가는 거니까 큰 욕심은 내지 않았어요. 엄마가 굉장히 긍정적이고 쿨하세요. 저희가 아이같이 ‘엄마 여기 다쳤어’ 그러면 뚱하게 쳐다보고는 ‘약 발라’라고 해요. 아버지가 오히려 세심하고 꼼꼼한 편이세요. 저희 가족이 원래 웃겨요. 사람들도 저희를 보면 시트콤 같대요. 딱 봐도 화목한 것이 느껴진다고요. 제 동료들이 놀러올 때마다 그러는데, 저는 생활이니까 잘 못 느끼거든요.” (여은주씨)

방마다 다른 컨셉트와 밝은 색감이 돋보인다.
100년도 끄떡없는 친환경 목조주택
집은 땅콩집 건축가로 잘 알려진 이현욱 소장이 지었다. 두 집이 붙어 있는 형태는 아니지만 좁은 면적에도 효율적인 공간 구성으로 4인 가족이 살기에 불편함이 없도록 오밀조밀한 구조로 지어졌다. 1층은 가족 공용 공간 겸 부엌, 2층은 각자의 생활공간, 다락은 TV를 볼 수 있는 거실 개념으로 쓸 수 있다. 목조주택이지만 100년까지도 끄떡없도록 내구성을 살린 것은 물론, 친환경 페인트를 써서 새집증후군이 없다. 모든 유리가 이중으로 되어 단열도 잘 된다고 한다. 신도시가 인접한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만큼 인근 땅값과 집값은 꽤 비싼 편이다.
시가로 따지면 3억에서 3억5천만원 정도라고. 공간마다 다른 컨셉트와 색상으로 꾸민 인테리어는 김정은 디자이너의 작품. ‘내집’이란 사실 만으로도 좋은데 예쁜데다가 친환경적인 집이라니 얼마나 좋을까.
“집 구경하러 온다는 사람이 줄을 섰어요(웃음). 11월 말에 집들이를 크게 하려고요. 처음보다는 좀 적응이 됐어요. 식구들이 다 바쁘기 때문에 집에 들어오면 그제야 하나씩 치우고 정리하는 그런 재미가 있어요. 작은 방, 큰 방만 있는 곳에서 지내다가 공간마다 층이 달라서 처음에는 좀 불편했어요. 그런데 3층까지 계단을 오르락내리락 하니 운동량이 늘었어요. 1층에서는 거울 보면서 운동도 하고 뛰어다녀도 뭐라 하는 사람 없고, 더 즐겁게 살지요.” (여도현씨)
“생전 처음 침대를 써보는데 정말 좋아요. 이렇게 푹신한 줄 알았으면 진즉에 샀을 텐데(웃음). 잠이 참 잘 와요. 전에도 애들은 침대를 썼는데 저희 부부는 안방이 좁아서 못 샀거든요.” (어머니 정삼숙씨)
막내딸 지연씨(22)는 아직 학생이다. 일터도 학교도 조금씩 멀어졌기에 가족의 일과도 약간은 분주해졌다. 하지만 발걸음은 가볍다. 치킨집까지는 40분 정도 거리지만 가게 특성상 편한 시간에 문을 열고 밤늦게까지 일하다 보니 ‘올빼미 가족’이 되어 밤늦은 시간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운다. 이 가족의 가장 큰 화제는 요즘 단연 집을 꾸미는 일이다.

사이좋은 부부의 모습. 생각지도 못한 집이 생겨 노후 준비도 한시름 덜었다. 4 내집 마련의 일등공신, 큰딸 여은주씨. ‘정형돈 얼굴형’으로 유명세를 탔다. “그분이 대세잖아요”라며 웃어넘길 만큼 밝은 성격의 소유자.
“이 집에서 넷이 평생 살 거예요. 우리, 다음에 사위까지 데려와서 살까?” (정삼숙씨)
“아무리 집이 좋아도 그럴 마음은 없어요. 저도 시집가야죠(웃음).” (여은주씨)
대한민국에서 집이라는 것
역시나 ‘내집’에 살면서 좋은 점은 이사와 집세 걱정에서 자유로워졌다는 것이다. 안정된 상황에서 일하고 공부할 수 있게 되어 마음까지 한결 여유로워졌다. 막상 집이 생기고 나니 그토록 집을 간절히 원하는 이유를 실감하게 된 것이다.
“세 들어 살 때는 수도세도 공동요금이니까 사람 수대로 내야 했거든요. 이젠 언제든 내집 앞에 차도 댈 수 있어서 좋아요. 이제 걱정이 없어졌어요. 또 저희 집에 ‘무뚝뚝’이란 없어요. 웃으며 살면 복이 온다고 하잖아요. 그래서 복이 왔나 봐요. 이제 부지런히 돈 벌어서 애들 시집보내고 노후 준비만 하면 돼요. 아무래도 나이가 들어가니까요.” (여도현씨)
“뷰티 쪽 사업을 하고 싶어요. 집이 없으면 열심히 벌어서 집세라도 보탰어야 하는데 이제는 돈 모아서 하고 싶은 일에 쓸 수 있게 됐잖아요. 돈 벌어서 부모님 호강시켜드리고 싶어요.” (여은주씨)
집이 생긴 덕분에 가족의 소망은 한층 더 미래를 향하게 됐다. 그리고 이제는 나누고 돕는 일에도 나설 수 있게 되어 다행스럽다.
“로또에 당첨됐으면 (도와달라는 사람이) 줄을 섰을 텐데, 그러지 않아서 저희가 자진해서 나눠요. 한 달에 한 번, 두 가정에 치킨과 피자를 가져다드려요. 동사무소에 가서 나눔 신청을 했거든요. 고맙게 잘 드시니 얼마나 기분 좋은지 몰라요.” (여도현씨)
“세 들어 살 때는 수도세도 공동요금이니까 사람 수대로 내야 했거든요. 이젠 언제든 내집 앞에 차도 댈 수 있어서 좋아요. 이제 걱정이 없어졌어요. 또 저희 집에 ‘무뚝뚝’이란 없어요. 웃으며 살면 복이 온다고 하잖아요. 그래서 복이 왔나 봐요”
■글 / 위성은(객원기자) ■사진 / 이주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