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커플 남현희·공효석 부부의 첫걸음

국가대표 커플 남현희·공효석 부부의 첫걸음

댓글 공유하기
스포츠 스타 부부의 탄생이다. 한국 여자 펜싱 최고의 실력자 남현희 선수와 사이클 국가대표 출신 공효석 선수가 지난 11월 20일, 서로에 대한 사랑을 다짐하며 백년가약을 맺었다. 치열하고 성실하게 각자의 자리를 지켜온 두 사람이 이제 ‘부부’라는 이름으로 함께 세상에 나선다. ‘국가대표’ 부부가 치르게 될 즐거운 경기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남현희가 입은 니트 블루페페, 카디건 앤듀, 스커트·레깅스 페이지플린, 부츠 BNX.공효석이 입은 옷 모두 ZARA, 스니커 밴드오브플레이어스, 모자 캐츠온.

남현희가 입은 니트 블루페페, 카디건 앤듀, 스커트·레깅스 페이지플린, 부츠 BNX.공효석이 입은 옷 모두 ZARA, 스니커 밴드오브플레이어스, 모자 캐츠온.

펜싱 여왕과 사이클 황제의 만남
남현희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이 끝나고 열렸던 환영 행사에서 서로를 알게 됐어요. 당시에는 둘 다 서울시청 소속이었거든요. 처음에는 친한 누나 동생 사이였죠. 그러다가 자연스럽게 그 이상으로 마음이 커졌던 것 같아요. 저는 원래 남자가 저보다 한 살이라도 어리면 마냥 동생으로만 느껴졌었어요. 다섯 살 차이면 제 기준에선 ‘완전’ 동생이었는데, 같이 지내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참 어른스럽고 남자답게 느껴지더라고요.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끝내고 돌아오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사귀게 됐죠.

초반에는 걱정을 많이 했어요. 효석이가 저보다 나이가 어리잖아요. 연애를 하다가 시간이 흐르면 저는 결혼을 고려할 나이가 될 텐데 남자 쪽에서는 같은 마음이 아닐 수도 있잖아요. 결국에는 제가 상처를 받을 수도 있고 또 반대로 상처를 주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먼저 헤어지자고 했어요. 저는 그렇게 하는 게 우리 둘 모두에게 좋을 현명한 선택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막상 헤어지고 나니까 너무 많이 힘든 거예요. 같이 지냈던 시간들을 못 잊겠더라고요. 고민 끝에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하는 게 가장 좋은 것’이라는 결정을 내렸어요. 그래서 다시 만났고, 그때 이후로는 한 번도 ‘헤어짐’을 떠올려본 적이 없어요.

남현희가 입은 드레스 망고, 귀고리 알토, 반지 액세서라이즈. 공효석이 입은 셔츠·타이 더셔츠스튜디오, 재킷·팬츠 마시모 두띠.

남현희가 입은 드레스 망고, 귀고리 알토, 반지 액세서라이즈. 공효석이 입은 셔츠·타이 더셔츠스튜디오, 재킷·팬츠 마시모 두띠.

공효석 현희가 저한테 이별을 이야기했던 그때가 저희 커플의 최대 위기였죠. 저는 사실 어떻게든 잡고 싶은 마음이 컸지만 현희가 무엇을 우려하는지, 얼마나 힘들게 고민하고 내린 결정인지, 어떤 생각인지, 그 마음을 잘 아니까 선택을 존중해줘야겠다 싶더라고요. 마음이 정말 많이 아팠어요. 다행히 오래지 않아 돌아와줘서 무척이나 고마웠어요. 사실 진심을 따르는 것이 가장 상처받지 않는 길이잖아요. 서로를 생각하고 좋아하는 마음이 진심이니까. 그때부터 쭉 서로를 인생의 동반자라고 여기며 만나왔어요. 서로에 대한 믿음이 생기니까 어느 순간부터 그런 확신이 들더라고요. 그렇게 소중한 시간들이 쌓여서 이제는 진짜 정식으로 부부가 됐어요.

듬직하고 자상한 남자, 정 많고 예의 바른 여자
공효석 펜싱 코트 위에서 현희는 날카롭고 민첩해 보이잖아요. 경기를 보고 있으면 ‘정말 멋있다’, ‘잘한다’라는 말이 저절로 나와요. 결과가 말해주듯이 실력도 뛰어나고요. 그런데 평소 모습은 운동할 때와는 많이 달라요. 정도 많고 주변 사람들을 되게 잘 챙겨요. 사람들을 둥글둥글 감싸 안는 성격이거든요. 저한테도 이것저것 잘 챙겨주고요.

무엇보다 부모님이나 어른들한테 예의 바르고 싹싹하게 잘해요. 제가 그런 점을 많이 보는 편인데 어른 공경하고 예의 있게 행동하는 모습에 반한 것 같아요. 사실 운동선수라 요리 같은 건 잘 못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장모님이 음식 솜씨가 뛰어나시더라고요. 딸은 엄마 손맛을 물려받는다니까 그 부분도 문제없을 것 같아요(웃음).

남현희가 입은 원피스 빈폴레이디스, 모자 캐츠온. 공효석이 입은 니트·머플러·중절모 ZARA.

남현희가 입은 원피스 빈폴레이디스, 모자 캐츠온. 공효석이 입은 니트·머플러·중절모 ZARA.

남현희 효석이는 여러 모습을 가지고 있어요. 무엇보다 저보다 의젓하고, 마음도 넓어서 저를 편안하게 해줘요. 처음에는 나이를 의식해서 일부러 어른스러운 척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래 만나다 보니 원래 성격이 그렇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리고 의외로 애교도 많고 장난도 잘 쳐요. 처음에는 낯을 가리는 편인데 편해질수록 원래 모습이 나오는 것 같아요. 어떨 때는 장난이 너무 심해서 제가 화를 낼 때도 있어요. 이제 신혼집에서 둘이 같이 지내고 있는데, 계속 붙어 있으니까 예전에는 잘 몰랐던 면들도 속속 발견하게 돼요. 엄청 깔끔한데다 알고 보니 청소, 빨래, 요리까지 못하는 게 없던데요? 옷이며 양말 개는 나름의 방식까지 있더라고요. 사실 제가 아내로서 맛있는 음식도 챙겨주고 가사도 야무지게 하고 싶은데 요즘 워낙 정신없이 바쁘다 보니 효석이한테 많이 미뤘던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이 드네요.

공효석 아무래도 연습 때문에 집에서 나와 생활할 때가 많았고 전지훈련 등을 자주 다니며 빨래 같은 건 워낙 많이 해왔던 터라 집안일을 능숙하게 잘하는 편이에요. 좋아하기도 하고요. 결혼하고 나서도 변하지 않고 잘 도와줄 생각이에요. 저는 오히려 결혼 준비 대부분을 현희한테만 맡겨뒀던 것 같아 미안해요. 한창 할 일 많았을 시기에 제가 훈련 때문에 프랑스에 가 있느라 현희가 혼자서 결혼 준비를 했거든요. 결혼 준비하랴, 11월 초에 열렸던 전국펜싱선수권대회 출전하랴, 또 내년에 열리는 큰 대회에 대비해 훈련하랴 많이 바쁘고 힘들었을 거예요. 이제부터라도 좀 더 신경 쓰고 따뜻하게 챙겨주려고요.

국가대표 커플 남현희·공효석 부부의 첫걸음

국가대표 커플 남현희·공효석 부부의 첫걸음

결혼을 통해 더욱 성장할 내일
남현희 효석이에게 바라는 건 한 가지밖에 없어요. 앞으로도 지금의 따뜻한 마음과 가정적인 모습, 변하지 말고 오래 간직해줬으면 좋겠다는 것. 그리고 대신 저도 뭔가 약속을 해야겠죠? 아내가 남편한테 해줄 수 있는 일들을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무엇보다 삼시 세끼 밥 잘 챙겨주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꼬박꼬박 매일 하겠다는 자신은 없지만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약속할게요.

사실 우리가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고 짜놓은 경기와 훈련 일정이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서로에게 신경을 못 쓸 때도 많을 거예요. 누군가 한 명이 일방적으로 참고 양보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요. 둘 다 각자 분야에서 목표한 성적을 내야 하는 의무가 있으니까요. 그러니까 그만큼 자기 생각만 내세우지 않고 서로를 이해하고 응원해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저는 지금 모든 것을 내년 런던올림픽에 맞춰 움직이고 있는데, 그때까지는 최선을 다해 펜싱에 집중해서 좋은 결과를 이끌어내야겠지요. 올림픽이 끝나고 나면 효석이에게만 집중해서 잘 해주려고요(웃음).

공효석 그런 점에서 우리가 같은 운동선수라서 참 다행이란 생각도 해요. 운동할 때의 생활을 잘 아니까 이해해줄 수 있고,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부분도 있고요. 종목은 다르지만 통하는 게 있거든요. 현희는 저한테 평소 몸 관리하는 법이나 시합에서 주의해야 할 부분에 관한 조언도 많이 해줘요. 큰 경기들을 치르면서 쌓인 노하우가 저보다 훨씬 많기 때문에 배울 점이 많죠.

객관적으로 봤을 때 현희에 비하면 제 커리어가 좀 떨어지는 편이잖아요. 훌륭한 선수인 아내에게 버금가는 남편이 되도록 열심히 하려고요. 이제는 저 혼자만의 인생이 아니니까요. 한 남자로서 책임감 있게 매 경기 최선을 다할 생각이에요. 우선 내년 첫 시즌이 무척 중요해요. 결혼 소식이 여러 언론 매체를 통해 보도되면서 제 이름을 아는 분들도 많아지셨더라고요. 게다가 이름 옆에 항상 ‘남현희 남편’이라는 타이틀이 붙게 되니까 아내의 이름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꼭 좋은 성과를 거두고 싶어요. 지켜보는 분들한테 “결혼하더니 실력이 떨어졌다”라는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정말 잘할 거예요.

남현희가 입은 웨딩드레스 쁘리에웨딩, 귀고리 티아라, 목걸이 액세서라이즈, 뱅글 마시모 두띠. 공효석이 입은 턱시도 쁘리에웨딩, 구두 금강제화.

남현희가 입은 웨딩드레스 쁘리에웨딩, 귀고리 티아라, 목걸이 액세서라이즈, 뱅글 마시모 두띠. 공효석이 입은 턱시도 쁘리에웨딩, 구두 금강제화.

함께하는 내일을 그리는 행복
남현희 신혼여행을 다녀오면 바로 연습을 이어나갈 계획이에요. 아직까지는 제가 해야 할 일이 남아 있는 것 같아요. 내년 런던에서 국민들께 기쁜 소식을 전해드릴 수 있도록 달려보려고요.

그리고 올림픽이 끝나면 알콩달콩 단란한 가정이 주는 행복을 만끽하고 싶어요. 예쁜 아이도 갖고 싶네요. 올해로 제가 운동 경력이 18년 정도 되는데, 펜싱이 한쪽으로만 몸을 쓰는 운동이라 오랫동안 몸 한쪽만 단련했더니 전체적으로 밸런스도 깨지고 안 좋은 부분이 좀 있어요. 솔직히 저는 평범한 가정주부로서의 삶이 무척이나 부러워요.

중학교 때부터 운동을 하느라 또래 친구들과는 조금 다른 생활을 해왔거든요. 그래서 이제는 제 나이대의 평범한 여자들이 사는 인생을 누려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효석이한테 참 고마운 것 중 하나가 제게 그런 행복한 삶을 상상할 수 있게끔 만들어준다는 거예요. 그리고 그것이 상상만이 아닌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기대도 갖게 해주고요. 일단, 내년이면 저도 그다지 젊은 나이는 아니니까(웃음) 아이의 건강을 위해서 하루빨리 2세를 갖고 싶어요.

공효석 저는 집에 돌아오면 아내와 아이들이 시끌벅적하게 맞아주는 그런 가정을 꾸리고 싶어요. 제가 외동으로 자란 터라 최소한 두 명 이상은 낳았으면 하는 생각이 있네요. 그리고 한 가지 현희에게 바라는 건, 자기 몸에 더 신경 썼으면 하는 거예요. 요즘 골반 통증도 심해지고 많이 아파하는 편이에요. 그래도 언제나 혼자서 꾹꾹 참기만 하는데, 이제는 그러지 말고 건강 잘 챙겼으면 해요.

사실 제가 아내한테 따로 프러포즈를 하지 않았거든요. 주변에서 프러포즈는 꼭 해야 한다고 하던데, 결혼 전까지 각자 워낙 바빠서 잘 만나지도 못하다 보니 정신없이 지나쳐버렸어요. 그만큼 제가 더 잘하려고요. 거창한 말들보다는 평생 행동으로 보여줄 거예요. 작은 것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따뜻하게 챙겨주고 싶어요. 아내가 늘 행복하게 웃을 수 있게요.

공효석 선수는…
사이클 국가대표 출신인 공효석(25·금산군청) 선수는 2009년과 2010년 투르 드 코리아 산악 구간에서 2연패를 달성하며 ‘사이클 황제’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특히 도로경주 산악 구간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그는 오르막 구간에 있어서는 국내는 물론 아시아를 통틀어 최고의 실력을 자랑한다. 지난해 열린 투르 드 랑카위 6구간, 9구간, KOM에서 우승을 차지했으며 개인 종합 2위에 오르며 저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남현희 선수는…
‘펜싱 여왕’으로 불리는 남현희(30·성남시청) 선수는 지난 2008년 베이징올림픽 여자 플뢰레 개인전에서 한국 여자 펜싱 최초의 올림픽 메달인 은메달을 획득하는 등 각종 국제대회에서 활약하고 있는 펜싱계 간판스타다.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과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도 개인전과 단체전을 모두 석권한 바 있다. 154cm의 작은 키에도 불구하고 민첩함과 성실함으로 단점을 극복하고 최고의 실력을 발휘하는 그녀는 올 시즌 국제펜싱연맹(FIE) 여자 플뢰레 세계 랭킹 3위에 올라 있다.


■글 / 이연우 기자 ■사진 / 이성원 ■헤어&메이크업 / 순수(홍대점, 02-3143-5505) ■스타일리스트 / 지현 ■장소 협찬 / 스튜디오 하늘(070-4250-8733, www.studiosky.co.kr)

화제의 추천 정보

    Ladies' Exclusive

    Ladies' Exclusive
    TOP
    이미지